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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77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24 20:00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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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가을 -장벽-

DUMMY

말을 내뱉고 나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았다. 표정을 보니 역시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새롬이랑 몇 번 같이 봐서 주희가 기억하나 봐요.”


이걸로는 부연설명이 부족했다.


“몇 달 전부터 새롬이랑 만나거든요.”


표정을 보니 아직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았다.


“같이 알바하다 만났어요.”


여기까지 설명하니 뭔가 구차해 보였지만 오해는 풀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더 놀라웠나 보다.


“아 그러시구나...”


뭔가 당혹스러워 하는 반응이었다.


“아 버스왔다. 주희야 이제 가자.”


주희를 건네받고 다시 말했다.


“나중에 시간되면 한 번 봬요.”


“네 안녕히 가세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나는 버스를 지켜보는데 뭔가 마음이 찜찜했다. 괜히 나섰나.

사실 나도 저 버스를 타야 되지만 가는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면서 고민을 했다. 이 사실을 그녀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그녀의 언니가 아직 얘기는 안 한 것 같다.

카페 마감을 하고 함께 걸어오면서 말해야 하나 계속 망설였다. 아무래도 집에 가면 이야기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할 때쯤 돼서 이야기를 꺼냈다.


“나 오늘 너네 언니 봤어.”


“응? 니가 우리 언니를 어떻게 봐?”


“아까 옷구경하러 시내 잠깐 나갔었잖아. 그때 돌아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봤어.”


“그래서?”


“주희를 안고 있는데 젊다 싶어서 언니라고 생각했지.”“아는 척 했어?”


“응... 주희가 나보고 자꾸 칭얼대서 한 번 안아보겠다고 하고 사실을 얘기했지.”


그녀의 표정을 보니 심란한 것 같았다.


“아니 어차피 나중에 볼 건데 나 알아보고 그때 왜 모른 척 했냐고 하면 뭐라 그래.”


“아니... 그래도...”


“왜? 모르는 척 하는 게 나았어?”


“하... 모르겠어...”


얘기를 하면서 걷다 멀리서 그녀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앞에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있었다. 설마해서 작은 소리로 어머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제오니?”


“어...엄마”


“안녕하세요”


“어 그래. 못 보던 친구네?”


그녀의 눈치를 보니 많이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네. 어머니 저 새롬이 남자친구 백오정이라고 합니다.”


“그래? 새롬이 남자친구라고?”


“어 엄마. 내 남자친구야.”


“고맙네. 밤길위험한데 이렇게 바래다줘서.”


“아니에요. 어머니. 진작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못 찾아봬서 죄송해요.”


“괜찮으니 나중에 한 번 집에 놀러 와요. 맛있는 거 해줄게.”


“감사합니다.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허리 숙여 인사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얼떨결에 하루 만에 그녀의 언니와 어머니 모두에게 인사를 드려버렸다. 언니야 그렇다 쳐도 예상치 못 하게 그녀의 어머니와 마주쳐 당황했다. 평소 그녀에게 얘기를 들으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녀가 말했던 것과는 달리 친절하게 맞이해줘서 놀랬다. 뭔가 퀘스트를 통과한 느낌? 정말로 다음에 가면 맛있는 것을 해줄 거 같았다.

집에 가는 길에 그녀한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서 잠들 때까지 답장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녀의 문자가 없었다. 집에 가자마자 잠들어서 아직 안 일어났나 싶어 전화를 해봤는데 받질 않았다. 집에 잘 바래다줬기에 별 걱정을 안 했지만 언니와 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봤는지 얼른 물어보고 싶었다.

수업을 마치고 그녀에게 갔다. 카페는 한산했고 그녀와 윤미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곧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심부름을 시키면서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하셨다. 이런 배려 너무 좋았다. 그녀와 같이 나가면서 들떠서 재잘 재잘 떠들었다. 근데 그녀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장을 보고 돌아갈 때 까지 시큰둥했다.


나한테 화난게 있나?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화낼 만한 것은 없다. 오히려 어제 연락도 없이 잠들었다고 내가 화냈으면 화냈지.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아 그러고 보니 언니 이야기를 늦게 해서 화난건가? 혹시나 하고 넌지시 물었다.


“근데 있잖아. 어제 언니랑 엄마가 나보고 뭐라 안 했어?”


“뭐라 했어.”


“응?? 뭐라 했는데?”


“그만 만나래.”


“응??”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했던 대답이랑 전혀 달랐다. 뜬금없이 들어온 훅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끔씩 나오는 그녀의 필터링 없는 대답은 아직까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제 무슨 실수 했나?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어제 뭐 실수 했어?”


“아니.”


“그럼 왜 그만 만나라고 하셔?”


“................”

그녀는 머뭇거리며 쉽게 대답하지 못 했고 불길한 예감에 속이 타들어갔다.


“아니 왜 그러냐고?”


“미안해. 이따가 일 끝나고 얘기해.”


끝날 때 까지 기다리고 나발이고 당장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우리에게 남은 걸음은 얼마 없었고 그녀의 표정을 보니 지금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카페 앞에 와서 이따가 오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실수한 게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뭐 때문인지를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어서 그녀에게 문자를 했다.


“어제 내가 실수한 거 있어?”


“아니 그런거 아니야. 내가 이따가 얘기해 줄게.”


궁금해 미치겠지만 그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만 했다. 시계를 보니 끝날 시간은 한참 남아있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배회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실수한 게 아니라면 그만 만나라고 할 이유는 무엇인가.


배회하다가 집으로 갔다. 그리고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게임을 해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남은 시간동안 붕 뜬 채로 버티다 끝날 시간이 돼서 집을 나섰다.

카페에 도착하니 일찍 마감을 했는지 이미 불이 꺼져있었고 그녀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사서 그녀의 집근처 공원으로 갔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손으로 캔커피를 감싸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의 표정 역시 복잡해 보였다. 쉽게 말 붙일 수가 없었다. 침묵이 깨지는 순간이 불안해서 어떤 말로 시작할지 고민됐다. 그러다 그녀가 먼저 입을 땠다.


“나... 그렇게 이기적인가?”


“그게 무슨 말이야?”


“어제 엄마랑 언니랑 많은 얘기를 했어.”


“무슨 얘기?”


“너에 대한 얘기.”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다.


“어제 엄마가 너 보고 되게 착하고 예의발라 보인다고 하셨어.”


예상외로 좋은 이야기가 나와 평소라면 우쭐해하며 거들먹거렸을 텐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근데... 그게 그래서 너한테 더 미안하대.”


“무슨 말이야?”


“너 정말 착하고 좋은 애 같고, 게다가 내 사정 다 알면서 나를 만난다는 게 너무 복에 겨운 일인데 그래서 더 미안하대. 아직 어린 나이에 애 딸린 여자 만나서 너한테 과한 책임감을 준다는 게 너무 미안하대. 한참 젊고 할고 싶을 것도 많은 나이에 나한테 발목 잡혀서 다 포기하고 가정을 위해 살아가야 하잖아.”


“한 번도 니가 내 발목 잡는다고 생각한적 없어.”


“하지만 너희 부모님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 너도 귀한 자식이고 만약 부모님이 아신다면 얼마나 내가 밉겠어.”


“우리 부모님도 이해하실거야.”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그러니까 니 기분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뭐가 그렇게 문제야?”


“나도 생각해 봤어. 정말 너를 만나는 게 좋은 일인지.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지. 정말 너를 위하는 게 어떤 일인지.”


“그래서 나와 헤어지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야. 이기적인 것은 니가 아니라 나야. 너희 부모님이 나한테 미안해 하실거, 니가 나한테 미안해 할 거, 우리 부모님이 너 미워하실 거 뻔히 알면서도 내 감정만 생각해서 널 만나는 거라고.”


“하지만.......”


“그리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할 일이야? 고마운 일 아니야? 너를 조건 없이 좋아한다는데 그건 고마운 일 아니냐고.”


“...........”


“그리고 또 좀 이기적이면 어때? 서로 좋다는데 좀 이기적이면 안 돼?”


“모르겠어...”


“아예 이참에 우리 서로 양가에 허락받고 떳떳하게 만나자. 우리가 죄를 졌어? 우리가 서로 좋다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되고 미안하냐고.”


“그래도 그게 쉽지 않아.”


“어차피 언제 가는 마주칠 일이야. 우리가 싸울게 아니란 말이야”


“그렇지만... 어쩌면... 나도 아직 준비가 안 됐나봐.”


“뭐가?”


“우리 앞에 놓인 장벽을 뛰어넘을 준비가.”


“뭐가 문젠데?”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떨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은... 무서워... 사람들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 그걸 넘어선다는 게...”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니 내가 감히 알지 못 할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의 손을 어루만졌다. 손등이 차가웠다. 내 손의 온도로 조금이라도 녹이려고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시간이 필요할거 같아...”


“무슨 시간?”


“우리 엄마 당장은 바뀌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시간을 갖고 조금씩 얘기해볼게.”


“나도 부모님한테 얘기할게.”


“아니 아직은 그러지마. 좀 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우리 엄마먼저 먼저 허락한다면 그때 같이 얘기하자.”


“하아....”


우리 사이에 이 답답함을 당장 씻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숨 막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을 그녀가 가여웠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가녀리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머리에선 은은한 커피향이 맴돌았다. 마음까지 차분해질 정도로.


그 날 이후로 그동안 감추려고만 했던 주희의 존재를 부모님께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감추기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심적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를 생각해서 일단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었는데 어쩌면 나 역시 마음의 준비가 덜 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깊어져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그녀로 가득 차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당장은 힘들었다. 무엇보다 지금 학생신분이라는 게 너무 한스러웠다. 시간이 너무나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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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장벽- 18.02.24 67 0 11쪽
34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9 0 10쪽
33 가을 -축제(2)- 18.02.22 115 0 12쪽
32 가을 -축제- 18.02.21 73 0 11쪽
31 가을 -개강- 18.02.20 85 0 11쪽
30 또 다시 여름 -나들이- 18.02.19 89 0 12쪽
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1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4 0 11쪽
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1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5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8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7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4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8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5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3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3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2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9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6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10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5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9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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