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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73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19 20:00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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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또 다시 여름 -나들이-

DUMMY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서서히 돌아왔다. 하지만 그전보다 스킨십이 조심스러워졌다. 괜히 눈치 보인 달까. 누가 스킨십엔 후진이 없다고 했나. 지금 우리는 집에 가면서 손잡는 정도가 전부다. 분위기도 약간 서먹해진 것도 있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내일 쉬는 날인데 어디 놀러 갈래요?”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고 즉답했다.


“안 돼. 주희 돌봐야 돼.”


아니 사귀고 나서 처음 놀러가자고 한 건데 너무 매정하게 거절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내가 아니다.


“그럼 주희도 같이 가면 안 되요?”


“얘 데리고 가면 얼마나 피곤한데.”


“아니 그러면 얘랑 어디 외출 안 해요?”


“아니... 뭐 저번에 본 것처럼 병원 갈 때나 뭐...”


물론 그녀가 외출을 꺼리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주희도 죄인이 아니다. 언제까지 남들의 시선에서 숨어 살 필요는 없다.


“에? 이거 안 되겠네. 당장 내일 갑시다.”


“가긴 어딜 자꾸 가자는 거야.”


“아니 내 딸이 외출 한번 제대로 못 해봤다는데 가만있을 수가 있나!”


“주희가 왜 니 딸이야 내 딸이지.”


“아 거 또 시작이다. 그럼 니 딸 데리고 가자고요 놀러.”


“어디 자꾸 가자 그래?”


“동물원이요!”


“무슨 동물원이야.”


동물원이란 말에 아닌 척 하면서 표정에 내심 기대하는 게 보인다. 평소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동물농장이었다고 말한게 생각나 왠지 거절 못 할 거 같긴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제대로 왔다. 결국 그녀는 마지못한 것처럼 말하면서 승낙했다. 누가 아인지 모르겠다.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나와 지하철역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잠깐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어디야?”


도착했나 싶어 밖으로 나가니 입구 쪽에 그녀가 서있었다. 유모차와 함께.

그녀가 유모차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어색한 이질적인 느낌에 기분이 묘했다. 앞으로 그녀와 함께 이 유모차를 끌고 외출을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찬 느낌이 들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이런 기분일까?


“나 좀 늦을거 같아ㅜ” 라고 메시지를 보낸 후 조용히 뒤쪽으로 가서 그녀한테 다가갔다.

그녀는 핸드폰이 울리자 다가가는 줄 모르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답장을 하고 쓰고 있을 때 불쑥 말을 걸었다.


“왜 누가 늦는데?”


“아 깜짝이야.”


만족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유모차를 들여다보니 주희가 자그마한 손을 뻗으며 반겨주었다.


“주희야 아빠왔다.”


“아 뭐야!”


“아 늦겠다. 빨리 빨리”


인상 쓰며 달려들려고 해서 유모차와 아기용품이 들은 가방을 뺏어들고 가자 뒤에서 따라오더니 내 볼을 꼬집는다.


“요게 죽으려고”


“전처오고이어요. 어느 오라가요”


전철이 오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그제서야 꼬집던 손을 놓아주고 재촉한다. 평일 오후의 전철은 한산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앞에 주희를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말을 시킨다.


“어휴 가족이 외출하시나봐?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딸이에요.”


“어휴 딸이 엄마 닮아 이쁘네.”


“아니에요 저 닮아서 이쁜거에요.”

라고 너스레를 떨고 그녀를 쳐다보니 자기 닮아 이쁜거라고 팔뚝을 꼬집는다.


20분정도 가니 어린이동물원역에 도착했다. 말시키던 아주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전철에서 내렸다.


유모차를 끌고 동물원에 입장하자 여기저기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이중에 섞여 남들에겐 하나의 가족으로 보일 것이다. 그 기분은 생전 느껴본 적 없는 따스함이었다. 하나의 가정을 꾸린다는 느낌을 받았던 탓일까? 어릴 적 나 역시 엄마 아빠랑 이렇게 나온 적이 있겠지만 한 가정의 아이가 아닌 아버지라는 기분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한 여자와 그녀를 닮은 사랑스러운 딸이라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물원에 들어서니 주희보다는 그녀가 더 신나보였다. 각종 동물들을 보면서 사진 찍고 먹이주고 난리가 났다. 특히 귀여운 동물을 보면 자리를 뜰 생각을 안 하고 ‘너무 귀엽다’를 남발하고 계속 가자고 졸라야 겨우 움직이고 그랬다.


점심쯤 되자 날씨가 더워졌다. 주희가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우리는 구경을 멈추고 키즈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쐬었다. 몇 시간 만에 느끼는 거지만 어머니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순간순간 변하는 아이의 상태를 주시하다 달래주고 먹여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 같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어쩌면 안타까울 지도 모르지만 스물한 살답지 않은 성숙함을 느꼈다.


“우리 앞으로 자주 이렇게 놀러 나와요.”


“왜?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게 힘들지 않아?”


“아니 힘들긴 한데 우리 너무 단란해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아.”


“응?”


“우리 이러고 다니니까 그냥 젊은 신혼부부 같잖아.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좋긴 뭐가 좋아. 난 힘들어 죽겠는데.”


그렇게 신나서 폴짝 폴짝 뛰어다녔으니 힘들만도 하다.


“그래도 앞으로 자주 이러자. 나도 주희 달래주고 기저귀 가는거 배워서 도와줄 테니까 자주 나오자.”


“아 몰라. 생각해보고.”


참 아까와는 다른 태도다. 아마 힘들다는 것은 유모차를 끌고 그 난리를 치려니 힘들다는 것 같다. 말은 반대로 하지만 그런 그녀와 아이의 한 컷을 보니 아빠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따스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앞으로 자주 느끼고 싶다.


점심을 먹고 나머지 보지 못 한 곳을 돌았다. 하지만 날이 더워져 오래 다니긴 무리일 것 같아 3시쯤 돼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녀와 주희는 지쳤는지 전철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다. 나도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보는게 좋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전철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축복인양 둘을 감싸안았다.

역에 도착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


“응? 뭐가?”


“오늘 데이트.”


“아닌데 오늘 가족 나들인데.”“아무튼 간에. 나... 사실 주희 데리고 이렇게 나온 거 처음이거든.”


왜냐고 물으려다가 뭔지 알 것 같아서 괜히 다른 말을 했다.


“하긴 혼자 데리고 나오려면 짐도 많고 여러모로 힘들 거 같아요.”


“그런 것도 있고...”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거실에서 복숭아를 까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여자 생겼니? 요새 왜 이렇게 귀가가 늦지?”


“여자는 무슨, 그냥 같이 알바하는 애들끼리 놀다오는 거지 뭐.”


“같이 알바하는 애들이 누군데?”


“아 말하면 누군지 아십니까?”


“같이 일하는 애가 새롬이니?”


“어? 어?”


순간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둘러대지도 못 했다. 둘러대고 싶지만 엄마가 그녀를 어떻게 알지하는 의문밖에 안 생겼다.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니 핸드폰에 남아있는 게 걔 이름뿐인데.”


핸드폰을 뒤졌다는 생각에 순간 울컥했다.


“아 엄마! 핸드폰을 왜 뒤져보는데!!”


“내가 뭐 뒤져보려고 했나, 저번에 니가 거실에 핸드폰 두고 밖에 나갔을 때 하두 문자가 와대서 열어봤더니 걔 이름 밖에 없더라.”


“아 그래도 그렇지 그런 게 어딨냐구!!”


“그건 됐고 그러지 말고 엄마한테 한번 소개시켜주지 그래?”


“소개시켜주긴 뭘 소개시켜줘!”


“너 여태껏 여자친구 만나면 엄마한테 말해줬잖아. 근데 이번엔 왜 숨겨?”


“숨기긴 뭘 숨겼다 그래. 그냥 엄마가 이러니까 귀찮아서 말 안 한 거지.”


“그래서 새롬이는 예뻐? 사랑이보다?”


“아오 걔 얘기는 꺼내지 좀 마요.”


“왜? 지나간 건 지나간 거지 뭘 그래 쿨하지 못하게?”


“아 이상한 소리 좀 하지마.”


버럭 성질을 내고 까둔 복숭아를 몇 개 집어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엄마는 참 아들 연애사에 관심이 많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가끔은 좀 짜증날 정도다. 사랑이와 사귈 때 집에 데려와 소개시켜줬는데 이쁘고 싹싹하다고 좋아했다. 그 이후로 맨날 사랑이 타령만 했다. 헤어졌다고 했을 때 본인이 더 서운해 하며 ‘니가 뭐가 잘났다고 그런 애랑 헤어지냐’며 자기 아들을 디스 할 정도였다. 그리고 전 여자 친구도 보여줬는데 사랑이만 못 하다며 헤어지라고 했다. 결혼할 것도 아닌데 참 혼자 극성이다.


엄마가 그녀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좋아할 것 같다. 일하는 거 보면 어른들한테는 잘할 타입이다. 하지만 그녀를 소개시켜줄 수 없다. 만약 주희의 존재를 안다면...... 안 그래도 극성인데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행여나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처럼 별로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에 돈 봉투 쥐어주며 우리아들이랑 헤어지라고 말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누구보다 부모님한테만큼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다 틀어져 버렸다. 여기서 이어질 시나리오는 뻔하기 때문에 문자를 몰래 훔쳐본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엄마를 원망해서 뭐하겠는가. 거실에 핸드폰을 두고 다닌 내가 잘못이지.


시나리오를 틀어버리기 위해서는 적당히 둘러대다 안 만난다고 거짓말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만난다는 것을 알겠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 지금 부모님과 그녀가 마주친다면 주희의 존재를 감춘다 해도 그녀가 먼저 부담스러워할 것이 뻔하다. 나 역시 지금껏 만나온 여자들과 다르기에 좀 더 조심스럽다. 우리는 아직 시작단계이고 좀 더 서로에 대한 확신과 동몽(同夢)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내 의도와 달리 바로 다음 날 그녀와 엄마는 대면하게 된다. 탕비실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카운터 앞에 엄마와 누나가 서있었다. 엄마한테 어디 카페에서 일한다는 걸 말한 적이 없는데 누나가 같이 온 걸보니 둘이 쑥덕쑥덕해서 같이 온 게 분명했다.


“어머? 아들 여기서 일했었니?”


“아 네.”


모르는 척하는게 너무 티나서 대꾸할 마음도 안 생긴다. 뭐라하는 것도 아에 포기해버렸다.


“뭐 드시게요?”


엄마는 카페라떼를 먹는다고 하고 누나가 고르는 동안 윤미와 그녀를 번갈아 보다 자리로 갔다. 윤미가 어머니시냐고 물어 봐서 그렇다고 하면서 그녀를 슬쩍 봤는데 표정에서 긴장한 게 보였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와플하나 구워주라고 해서 음료랑 갖다 주면서 서비스라고 하니 자주 와야겠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조용히 물었다.


“저기 머리 긴 애가 새롬이지?”


50%의 확률이긴 하지만 잘도 맞췄다.


“어떻게 알았어?”


“딱 보니 니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네.”


“엄마가 내 스타일을 어떻게 알아?”


“니가 니 아빠랑 똑같지 뭐.”


엄마와 아빠는 오랫동안 친구였다가 결혼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안다. 어떤 사람을 만나왔는지를 다 알기 때문에 취향을 제대로 안다고. 중학교 때부터 친구로 지내다가 고등학교 때 아빠가 고백했었는데 엄마한테 차였고 그 후로 쭉 친구로 지내왔다고 한다. 그러다 아빠가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얼마 안 있어 다시 고백을 했고 그때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가장 속이기 힘든 상대다. 내가 아빠를 닮아서 인지 내 속도 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때 준비물 산다면서 돈 받아갔을 때도 아마 거짓말인거 알면서 그냥 줬을 것이다. 혹시나 그녀한테 말을 걸어서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조용히 있다가 가셨다. 사장님은 자주 오시라고 하라는데 다신 오지마라고 해야겠다. 엄마가 가고 문득 생각해보니 유니폼 위에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엄마는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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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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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5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9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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