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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55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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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DUMMY

교실은 20여개의 책상으로 꽉 차 있어 다소 답답해보인다. 그 안에는 남녀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다.

학생들은 반팔 와이셔츠에 헐렁한 양복바지를 입은 30대 중반쯤 되는 아저씨의 열정 섞인 말과 제스쳐에 집중하고 있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 바람에 반팔 입은 학생들의 팔에 닭살이 돋지만 누구하나 에어컨을 끄거나 온도를 높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수업종이 울리고 나서야 문이 열리고 더운 공기가 순환된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도 있고 밖으로 나가 수다를 떨거나 군것질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름방학이지만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바뀌지 않는다.

사랑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이 지루한 여름방학에 방학이라는 감흥을 못 느낀다.

학교보충은 끝났으나 그만큼 학원보충이 늘어났기에 지루한 방학의 연속이었다.

실컷 자고도 싶고 어딘가 놀러도 가고 싶지만 고2라는 나이가 이 작은 공간 안에 잡아둔다.

성당식구들이랑 놀러가는 것도 취소되고 이번여름은 정말 숨 막히기 그지없다.

뭔가 재밌는 일이 필요하다.


“사랑아 우리 이따가 같이 시내가자”


사랑의 옆에 앉아있던 단짝친구 기은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어? 뭐 살 거 있어?”


“응 살 것도 있고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싶고.”


어쩜 자신의 마음을 그리도 잘 아는 기은이 너무 고맙기만 하다.


“아 안 그래도 오늘 완전 놀고 싶었는데... 역시 넌 좀 쩌는 듯?”


“음 내가 좀 쩔긴하지. 우리 영은이도 부를까?”


“영은이도 집에서 완전 쩔어 있겠지? 전화해보자.”


사랑은 전화 통화를 해서 영은을 불러낸다.

마침 영은도 할 것이 없었는지 나오겠다고 하고 사랑은 내침 김에 윤정한테까지 전화를 건다.

하지만 윤정은 과외가 있다며 거절해 셋이 만나기로 한다.

임사랑, 김영은, 김기은, 조윤정 이렇게 넷은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다.

서로 집도 가깝고 같은 성당을 다녔기에 어릴적 부터 친했다.

특히 사랑과 기은은 그보다 더 어릴 적부터 단짝이었는데 이쁜 얼굴에 하얗고 호리호리한 사랑에 비해 기은은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에다 쌍거풀이 없는 평범한 얼굴을 갖고 있어 사랑과 같이 다니면 왠지 못나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이런걸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사랑과 항상 붙어 다닌다.


둘은 학원을 마치고 시내에서 영은과 만나기로 했다.

학원 밖을 나가니 아까의 닭살은 열기에 녹아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정말 무더운 여름이지만 이들에게 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에어컨 바람밖에 없다.

버스정류장까지만 걸어가는데도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하지만 덥다고 안에만 있는 것보다 맛있는 걸 먹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게 더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 같았다.

시내에서 내려 만나기로 한 카페에 가니 영은은 혼자 테이블에 물 한잔 갖다놓고 핸드폰게임을 하고 있었다.

혼자 기다리고 있다면서 답장이 늦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둘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도 ‘어 왔냐’라고 말하고서 계속 게임을 했다.

둘이 메뉴를 고르다 뭐 마실 건지 물어봐도 ‘아무거나’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려고 둘이 쑥덕쑥덕 거리면서 키득거리다 이를 눈치 챈 영은이 게임을 멈추고 뭘 시켰냐며 물어오는 탓에 실패했다.

음료 하나씩 시켜놓고 수다 떨며 더위를 좀 식히자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한다.

옷가게에는 참 이쁜 것이 많지만 이쁜 것은 그만큼 더 비싸다.

사랑은 쇼핑하는 내내 가격이 적당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영은과 기은이 다 살 동안 하나도 사지 못 했다.

쇼핑을 하느라 더위 속에서 돌아다녔더니 허기졌다.

쇼핑은 그만하고 밥을 먹으러 스파게티 집에 들어갔다.

2층에 있는 스파게티집에 들어가 셋은 창가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사랑은 뭘 먹을지 고민을 하다 기은이 말하는 소리에 창밖을 바라본다.


“야 저거 백오정 아니야?”


밖을 보니 정말로 오정이 가게 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 근데 저 옆에 여자는 누구지?”


오정 옆에는 흰 티셔츠에 짧은 바지를 입고 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같이 있었고 둘은 무슨 재밌는 얘기를 하는지 즐거워 보였다.

이 흥미로운 스캔들의 장면을 목격하자 영은이 신이 나서 말한다.


“뭐야 수상한데? 혹시 저거 여자 친구 아니야?”


“야 찍자 찍자 찍자.”


기은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둘은 이미 지나가고 사진에는 뒤통수밖에 안 찍혔다.


“에이 이걸로는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 정면샷을 찍어야 되는데.”


찍은 사진을 보다 영은이 사랑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쟤 너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새 딴 여자 생긴 거 아냐??”


사랑은 약간 울컥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뭐 그건 끝난 거니까.”


“야 끝나긴 뭘 끝나. 너 쟤 이후로 좋다는 남자 다 끊겼잖아.”


사실이다. 뭐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사랑에게는 간간히 고백해오는 남자가 있었다.

많을 때에는 한 달에 두 명이 고백하기도 했다.

새로운 얘가 고백하기도 하고 했던 얘가 또 하기도 했지만 오정이 고백한 이후에는 아무도 고백을 하지 않았다.

여러 번 고백하던 애들도 이젠 포기했는지 잠잠했다.


“뭐 어차피 난 아직 남자사귈 마음도 없는걸.”


“어련하시겠어. 일단 밥부터 먹고 혹시 이따 마주치면 그때 사진 제대로 찍자.”


일단 식사는 하는데 사랑은 왠지 내내 마음 한켠이 찜찜하다.

여태껏 자기 좋다고 고백했다가 다른 여자랑 사귄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들은 적은 있으나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장면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3개월도 채 안 되서.

물론 그 뿐만은 아니다.

사랑은 오정이 고백했을 때 거절하긴 했지만 사랑이 볼 때 오정은 사실 괜찮은 아이였다.

키도 크고 어깨가 넓으며 얼굴도 그럭저럭 괜찮고 성격은 까칠한 듯 하나 정이 많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같이 있으면 재밌는 친구다.

자기한테 남자친구가 생기는 걸 상상했을 때 남자친구로서 딱 바라던 스타일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부담스러워 거부했지만 만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오정이 다른 여자와 함께 다니는 걸 목격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자기가 거부해놓고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우습긴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쟤가 날 이정도 밖에 좋아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집에 들어갈 때까지 결국 오정과 마주치진 못 했지만 그 여자가 여자 친구인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집에 들어와서 문자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

오정이 여자 친구가 생기던 말든 무슨 상관이 있겠나 했지만 왠지 신경 쓰이고 답답한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방학 잘 지내?”


문자를 일단 보냈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놓고 낮에 같이 있던 여자 누구냐고 물어보기도 그랬고 돌려 말하자니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랐다.

일단 답장을 기다리는데 왜인지 핸드폰은 잠잠하다.

칼 답장을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답장이 좀 느리니 답답했다.


(답장이 늦네...)


티비를 보며 인터넷을 하며 틈틈이 핸드폰을 들여다봤지만 기다리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포기하고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야 답장이 와있었다.


“ㅇㅇ”


할 말을 잃었다.

그토록 기다렸더니 와있는 답장은 고작 ‘ㅇ’두개가 전부였다.

뭔가 자존심 상했다.

물론 전에도 오정이 이런 식으로 답장을 보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엔 되게 열 받는 상황이었다.

꼭 마지못해 답장해줬다는 느낌.

예전에 오정이 한참 자기 좋아한다고 티낼 때는 그런 오정이 부담스러워 단답형으로 보낸 적이 있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응ㅋㅋ” 정도는 보내줬었다.

그런데 지금 ‘ㅇ’ 두 개를 보내니 열 받을 만도 하다.

여기서 자신도 관심을 끊고 문자를 하지말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아까 그 여자가 너무 거슬렸다.

그래서 문자 한통을 더 보냈다.


“뭐 하면서 지내는데?ㅎㅎ”

보내고 나니 이번엔 또 어떤 식으로 답장이 올지 불안하였다.

누군가한테 문자 보내는게 이렇게 자존심 상하기는 처음이었다.


우웅


그래도 이번엔 양호하게 3분 만에 문자가 왔다.


“뭐 좀 하면서 지내”


이게 뭐지?

뭐하면서 지내냐고 물어봤더니 뭘 좀 하면서 지낸다니?

농담하는 건가?

근데 농담을 하는데 뒤에 ‘ㅋ’나 ‘ㅎ’ 하나 안 붙일 수가 있지?


“그니까 뭘 하면서 지내는데??ㅋㅋ”


이쯤 되니 뭔가 구걸하는 느낌이었다. 올바른 답장에 대한 구걸이랄까?


“수영”


여전히 단답형이다.


“올~ 너 수영 잘해??ㅎㅎ”


“쫌 함”


“이야 부럽다 난 맨날 학원이랑 집만 왔다 갔다 하는데ㅠ”


“안타갑군”


“요새 너무 더운데 어디 놀러도 못 가고 이러고 있어ㅠ 넌 어디 놀러 안가?”


“ㅇㅇ”


“너도 놀러는 안 다니는구나ㅜ 아 계곡가고 싶다ㅠ”


“난 그닥”


“왜? 그래도 여름인데 피서정도는 가줘야지ㅠ”


“별로 안 땡김”


“그래ㅠ 넌 그래도 수영 다니니 나보단 낫구나ㅠ”


“ㅇㅇ”


벌써 세 번째 ‘ㅇㅇ’다.

이쯤 되니 문자할 마음이 싹 달아나 버린다.

계속 대화를 유도하려고 해도 돌아오는 건 단답형이다.

꼭 마치 씹고 보내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남은 방학 잘 보내”


문자를 끊으려고 이렇게 보내고 나니 이번엔 아예 답장이 없다.

맨날 남자들이 자기랑 문자 한통이라도 더 해보려고 이런저런 말하는 것과는 달리 오정은 사랑과의 문자를 끊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비록 고백을 차긴 했지만 고백하고 나서 한 번씩 문자 할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여자 친구가 생긴 게 아니고서야 자기한테 이렇게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속 시원하게 대놓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왠

지 모르게 오정이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로 생겼다는 말을 듣고 나면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애 왜이러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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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69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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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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