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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74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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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또 다시 여름 -결국엔-

DUMMY

넘을락 말락. 내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경계선에서. 과하지 않게. 경고의 메시지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은근슬쩍. 하지만 그 선을 넘는 것은 한순간이다. 변화가 두려워 감추고 살기에는 내 감정은 너무도 분명했다.


하루는 우연히 다큐멘터리 나오는 어린부부 이야기를 봤다. 섣부른 감정으로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되어버린 그들. 한참 놀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많을 나이에 그들의 청춘은 남들과는 다르게 커다란 책임과 의무가 짊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아이를 키우는 그런 현실. 그나마 이 사람들은 나은 편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벌린 일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살아가니까. 그 나이 또래에 임신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태를 하거나 고아원에 보내거나 또는 여자혼자 책임을 지고 미혼모가 되어버린다.


섣부른 사랑의 결과는 서투른 그들이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될 것이었다. 그들이 살아가기엔 이 세상은 너무도 험난하다. 세상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준다. 비난도 동정도 모두. 그들이 필요한건 살아갈 용기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축복받지 못 한 채 세상에 나온 그네들의 아이들은 대부분 남들보다 더 상처를 짊어지며 자랄 것이다. 그녀도 그럴 것이고 주희도 그럴 것이다. 이 두 모녀가 앞으로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면 화가 나고 답답하고 가슴 아팠다.


그녀는 어떤 남자를 만났고 어떤 사랑을 했으며 어떻게 이렇게 돼버린 걸까? 하지만 차마 그걸 물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괜히 저 땅속에 묻어둔 것들을 꺼내고 싶지 않다.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는데 괜히 꺼내려고 파다가 흙만 잔뜩 묻을 것 같았다.


그보다 지금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 아직은 어리고 아름답기만한 그녀가 티비 속 사람들처럼 혼자서 힘겹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좀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의 딸에게 적어도 남들처럼,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섣부른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감싸고 싶었다. 그동안 고민했던 게 바보같이 느껴졌다. 부담이니 책임이니 하는 것들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냥 잘 안 맞는 운동화처럼 익숙해지면 그만인 것들이었다.




카페에서 둘이 남아 커피를 내리는 연습을 하면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여전히 까무잡잡한 피부에 포니테일을 하고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예쁘다를 넘어서 사랑스러웠다. 바라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게다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여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평소와 같이 흘러온 날이었지만 평소와 다른 기분이었다.


“우리 그만 하고 갈까요?”


“어? 아직 커피내리고 있는데...”


“그럼 그거만 마저 내려요. 난 정리할 테니까.”


“어? 어...”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거절하진 않았다.


“이거 내린 커피는 어떡하지?”


‘줘봐요’ 하고 단숨에 마시려고 했는데 너무 뜨거워서 내려놓으니 그녀가 웃었다. 나도 멋쩍어 같이 웃었다. 버릴까하다 오늘따라 이 커피가 아까워서 테이크 아웃잔에 어름이랑 함께 나눠담아서 들고 가게를 나섰다.


“맨날 커피를 내리면 마시거나 버렸는데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요.”


“그러게 집 가는 길에 시원하게 마시면 되는 거였는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처럼 걸어가면서 컵에 담긴 커피만 홀짝 홀짝 마셨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그녀는 하얀색 줄만 밟으며 수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뭐하는 거에요?”


“그거 알어? 모든 횡단보도의 흰색선의 개수가 짝수라는거?”


“에? 그런 게 어딨어요?”


“진짜야! 한 번 볼래?”


“하나, 둘, 셋.... 열하나 열두... 어? 진짜네? 저기도 한번 가봐요.”


“하나, 둘... 열 아홉, 스물. 우와 진짜네?”


“그치 내 말이 맞지?”


“신기하네, 일부러 이렇게 맞추는 건가?”


“응. 그런가봐. 신기하지?”


사실 딱히 신기하지 않았다. 약간 사차원적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마저도 나에겐 귀엽게 느껴졌고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누가 이 순수한 여자를 애 엄마로 보겠는가? 그녀의 순수함을 영원히 지켜주고 싶었다.


다음 횡단보도에서도 숫자를 세려는데 저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 누나 차 온다. 빨리 가요.”


그러면서 그녀의 팔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 쯤 그녀는 내가 잡은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분명 그녀의 손을 잡고 싶은 의도가 있어서 그런 거였지만 속마음을 들킨 거 같았다. 하지만 굳이 그걸 숨기고 싶지 않았다.


“계속요.”


그러고 팔목을 놓고 손을 덥석 잡아 깍지를 꼈다.


“뭐야? 은근슬쩍?”


그냥 베시시 웃으니 째려보긴 하는데 손을 놓지는 않았다.


“손에 땀나.”


“괜찮아요. 한번 씩 닦게는 해줄게요.”


“이상한 애야.”


사실 한 대 맞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밤공기가 서늘해서 손도 덥지 않았다. 그냥 모든 것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둘이 손잡고 산책하듯 걸으면서 서로 생각에 잠겨 별 얘기는 안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집은 점점 가까워졌고 그럴수록 심박 수는 올라갔다. 사실 마음의 준비가 된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내 손에 잡혀있는 이 여자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그걸 억제하기 힘들었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준비 따윈 필요 없었는지도 모른다. 답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으니까.


“누나”


“응?”


“저 누나 좋아해요.”


“뭐야? 뜬금없이.”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누나가 너무 좋아요.”


그녀는 어려운 얼굴을 하며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밖에 안 나와요.”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돼.”


“아니요 저도 충분히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에요. 누나와 함께 있고 싶어요.”


“넌 아직 젊어.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분명 나중에 후회할거야. 난 괜찮으니까 무리 하지마. 너한테 주희아버지가 돼 달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야.”


“그럼 우리 둘 사이는 뭐가 되는데요?”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이랄까?”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저 아무런 각오도 없이 누나 손 덥석 잡은 거 아니에요.”


“그치만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누나, 누나야 말로 무리하지 않아도 되요. 나한테 미안해할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욕심대로 하면 되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입을 굳게 다문 채 있었다.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쉽게 말하지 마.”


“쉽게 말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섣부른 결정 아니에요.”


“니가 그렇게 말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뭐가 안 되요?”“나 좋자고... 나 좋자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너한테 그렇게 짊어지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널 키워준 너희 부모님께도 그렇고 니 주변 모든 사람한테 피해 입히는 그런 거... 싫어.”


“누가 누구한테 피해 입는다 그래요? 내가 괜찮다는데, 내가 좋다는데 딴 거 말고 그거만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


그녀는 눈동자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찰랑 거렸다. 하지만 그 고인 눈물을 떨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힘들면 힘들다고 해요. 어른인척 하지만 누나도 제 나이 또래에요.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 사고 싶은 것 참 많잖아요. 그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건 그것들을 다 포기하고 살아야 되는 건데 정말 힘들잖아요.”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인지 고개를 숙이고 들지 않았다.


“힘들면 힘들다하고, 울고 싶으면 울어요. 연애하고 싶으면 연애하면 되잖아요. 너무 참지만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잖아요.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기대라구요.”


어깨가 살며시 떨리며 뺨을 감싼 손을 적셔왔다. 다시 한 번 그때처럼 와락 품안에 껴안았다. 품안에서 흐느끼며 떨리는 소리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나도 좋아해... 여전히.”


여전히라는 말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녀를 한껏 껴안았다. 적적한 밤, 가로등은 우리를 비추었고, 가느다랗게 울리는 벌레소리만이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떨리던 어깨는 진정되고 있었다.


“누나 그때처럼 콧물 묻히고 그러면 안돼요.”


그 말에 누나는 울다가 몸을 밀치고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씨익 웃으며 양손으로 그녀의 볼을 꼬집고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뭐야? 사귀는 첫날부터?”


“누나 저 내일부터 후보로서 열심히 살아갈 거에요.”


“무슨 후보?”“주희 아버지 후보요.”


“뭐래 능구렁이같은게”


씨익 웃자 그녀도 미소를 보였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난다고 말해주려다가 얼마 안남은 분위기를 다 깨버릴 까봐 참았다.


작가의말

결국엔 저리 되는구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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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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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66 0 11쪽
34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9 0 10쪽
33 가을 -축제(2)- 18.02.22 115 0 12쪽
32 가을 -축제- 18.02.21 73 0 11쪽
31 가을 -개강- 18.02.20 85 0 11쪽
30 또 다시 여름 -나들이- 18.02.19 89 0 12쪽
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1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4 0 11쪽
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1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5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7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4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8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5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3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3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2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9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6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10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5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9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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