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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62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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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가을 -2년전 이야기-

DUMMY

놀랍게도 그녀의 이야기 속 우리의 첫 만남은 내 기억보다 오래 전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그 때. 그녀는 날 알아봤다.

오래 전 그녀의 기억 속에 난 이상하고 재밌는 애였다. 덩치가 좀 더 커지고 얼굴의 애티가 벗겨진 것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교복의 이름을 보고 역시나 했다고.

생각해보니 처음 만났을 때 교복을 입고 있었구나.


이야기는 내가 14살 때부터 시작한다. 그 시절 중학교에 막 들어 간 난 남들처럼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은 성적에 따라 1반부터 8반까지 나누어 수업을 했고 처음 들어갔을 때 학원에서 낸 시험을 보고 7반에 들어갔었다. 당시 공부보다는 만화에 푹 빠져 지낼 때라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었고 그저 남들만큼만 하려고 했었다. 그녀는 당시 나를 담당했던 반 교사의 옆집에 살았는데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언니라 집에 갈 때면 항상 교무실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가곤 해서 나를 자주 봤었다고 한다.

자주 봤던 이유가 내가 학원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많았고 교무실에 가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불려와 혼나면서도 조는 모습을 보고 뭐 저런 애가 다 있나 싶었다고 했다.


한번은 중간고사를 보고난 뒤에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5반으로 옮기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5반 수업은 7반 수업보다 이른 시간에 했고 그 시간에는 티비에서 하는 만화시간과 겹쳐 너무 옮기기 싫었다. 그래서 차마 만화 볼 시간이라고 못 옮기겠다고는 못 하고 그렇게 이른 시간에 가면 수업시간에 졸 것 같다며 못 옮기겠다고 밀어붙였다.

그때 그녀도 그 교무실에 있었고 반이 성적순으로 나누다보니 남들은 못 올라가서 안달인데 오히려 내려달라니 이상해 보였나보다. 그리고 그해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안 돼 학원을 관두려고 했었다.

평소에야 원래 학교도 가야하니까 그렇다 쳐도 학교도 안 가는 방학 내내 학원에 나올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달 마지막 날 교무실로 찾아가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물론 그 언니라는 교사는 방학동안 다른 애들한테 쳐진다고 만류하긴 했지만 ‘젊은 놈이 방학 때 학원이나 다니면서 청춘을 낭비할 수 없다’며 학원을 관뒀다고 했다. 그런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만화에 푹 빠져있던 시기라 그런 멘트를 날렸을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모습이 그녀한텐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후로 나를 못 봐 내심 아쉬웠다고도 했다.


그녀의 말로는 예전에 우리가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서 버스에서 처음 눈이 마주치면서 자신을 알아본 것이 아닐까 했지만 아무 말도 없이 지 갈길 가는 나를 보고 내심 서운했다고. 반가운 마음에 먼저 아는 척하고 싶어도 기억도 못 하는데 자신을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몰라서 그냥 지켜봤다고.

그 후 버스에서 볼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있었지만 아는 척할 수는 없었다고. (핸드폰을 떨어뜨렸건 못 봤다고 한다)

내가 옆자리에 앉았을 때 자신을 기억하고 다가온 것인가 싶어서 놀랬으나 아무 말도 안 하기에 뭔가 싶었는데 내리고 나서 번호를 물어봐서 허탈했다고.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그때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한 달쯤 지난 시점이었고 자신을 보고 좋다며 번호를 물어보는데 못 알아본 게 괘씸해서 일부러 좀 늦게 알려주었다고. 자신에 대한 정보도 내 스스로 기억할 때까지 안 알려주려고 했다고.

그 후로 같이 버스에 앉아 집에 가면서 말도 없는 게 너무 답답해서 짜증났었는데 몇 번을 그러면서 데이트 신청도 안 하니까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랑 너무 달랐다고.

그런데 그때쯤 생리일자가 지났는데 신호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하루하루가 불안했었다고. 그런 와중에 답답하게 구는 내가 짜증나서 연락도 일부러 씹었다고. 근데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놀랐다고. 당황해서 핸드폰이 고장 났다고 변명했는데 대뜸 데이트 신청을 해서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다고. 그래서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지만 한 번 더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싶어 데이트에 응했는데 그 전보다는 편하게 대해줘서 좋았다고. 그냥 낯을 많이 가리는 애구나, 생각보다 괜찮은 애일 거라고.

몇 번 더 만나볼까 생각하다 생리를 안 하는 게 너무 마음에 걸렸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임신테스트기를 샀는데 두 줄이 떴다고. 그 후 전 남친한테 찾아갔으나 버림받았다고. 며칠을 밤새 울며 낙태를 고민하다 엄마한테 사실을 말했다고. 엄마 역시 낙태를 권유했으나 아무래도 자신의 뱃속에 생명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결국 아이를 낳고 지금에 이르렀고 비록 전 남친을 만난 것은 후회하지만 주희를 낳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그렇게 싱글맘으로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그때 내가 다시 나타났다고.


처음엔 많은 생각이 들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고. 혹시나 다시 다가올까 겁이 나서 사납게 굴었다고. 그러다 지난 일인데 너무 의식하는 것 같아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편하게 대하려 했다고. 하지만 다시 다가오려는 내가 부담스러워서 밀어냈다고.

그렇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거듭 다가오려고 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그렇지만 자신은 받아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어찌할 줄 몰랐다고. 그 누구도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독하게 마음먹었는데 자꾸 흔들어 대서 결국 주희 이야기를 꺼냈다고. 그러면 더 이상 흔들일 일이 없을 줄 알았다고.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반응이랑 너무 달랐다고. 염치없는 줄 알지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우리의 인연이 알고 있었던 것 보다 길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쩌면 우리 둘 다 기억하지 못 하는 더 먼 시간 속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 살았고 나도 어릴 적 이곳에 이사 와서 줄곧 살아왔다.

그 시간동안 서로가 의식하지 못 하는 인연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치 모든 시간들이 결국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게 흘러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그 때 우리가 잘 됐더라면 그 당시의 우리는 이렇게 성숙한 사이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일이 있고 그 남자는 우리 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 앞에만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그녀가 그런 일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없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누구의 간섭 없이 우리 둘만의 시간이 지냈다. 우리는 다른 커플과 다르기 때문에 그런 시간수업이 끝나고 한가하면 가끔 친구들도 데리고 카페에 가기도 하고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데려다주고 그런 시간들. 쪽지시험이라도 있으면 공부한다고 생략되기도 하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우리 둘의 문제만 있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둘의 감정 때문에 싸우고 양보하며 화해하고 그런 시간들. 그러한 것들은 결국 당사자들에 국한된 이야기니까.


*****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입을까 고민이 됐다. 겨울옷을 입자니 아직은 과해보였고 티셔츠만 입으면 추워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추워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입을 마땅한 아우터가 없는 것 같아 옷을 사러 갈까 고민을 하다 대충 집업 후드라도 걸치고 학교에 갔다. 이제 슬슬 기말고사가 가까워지니 수업시간에 마냥 딴 생각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시험이 다가오면 짧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벌써 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빈둥빈둥 거리다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듣는다. 그렇게 수업이 다 끝나면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한다. 집에 가긴 아쉽고 그렇다고 갈 만한데도 없다. 그녀가 끝나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옷을 사러 가자고 하니 돈이 없다며 거절을 한다. 이럴 땐 뭐라도 먹여야 하나 그럴 여유가 없다. 게다가 난 옷을 고르는데 오래 걸려 그냥 가자고 하면 안 따라갈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시내에 가서 옷가게를 돌아다닌다. 가게들을 둘러보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이쁘다 싶으면 너무 비쌌다. 그래서 괜히 이것저것 들추고 다니다 가게를 빠져나온다.

아무래도 올해는 그냥 겨울옷을 입을 날씨가 될 때까지 며칠 버티는 수밖에 없는가보다. 집에 갈 생각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바, 아바”


그쪽으로 돌아보니 주희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그러고 있었다.


“주희야 왜 그래?”


주희를 안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엄마라고 하기엔 너무 젊었고 아마도 그녀의 언니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주희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아바’라고 말했다. 가끔 그녀가 집 앞으로 주희를 데리고 나오면 아빠라고 해보라고 가르쳤더니 그걸 기억하고 아빠라고 말하고 있었다. 주희가 너무 기특했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주희는 계속 나를 가르키며 떼를 쓰고 있었고 그녀의 언니로 보이는 사람은 그런 주희를 달래며 곤란해 하고 있었다. 주희가 계속 칭얼대니 이목이 집중됐고 그녀의 언니는 나를 보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주희를 달랬다. 여기서 모른척하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아는 척을 해야 할까. 나중에 그녀의 언니를 봤을 때 나를 기억한다면 그때가 더 곤란할 것 같았다. 게다가 언니니까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기 잠깐 제가 안아 봐도 될까요?”


“네? 아 죄송해서...”


주희는 얼른 내 품에 안겼고 칭얼거리는 것을 멈추고 조용해지자 많이 당황해했다,


“어머,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주희가 진정되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저 사실... 저 새롬이 남자친구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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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66 0 11쪽
»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9 0 10쪽
33 가을 -축제(2)- 18.02.22 115 0 12쪽
32 가을 -축제- 18.02.21 73 0 11쪽
31 가을 -개강- 18.02.20 85 0 11쪽
30 또 다시 여름 -나들이- 18.02.19 88 0 12쪽
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0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4 0 11쪽
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0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4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6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4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8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4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2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3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2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8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5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09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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