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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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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작성
21.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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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증명

DUMMY

이것까지 휘말리면 세 번째.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시우는 다시 떠올렸다.


빈말로도 마냥 좋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억들이다. 바캉스라고 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기껏 구해준 소녀들에게 '손시훈!'이란 외침을 들었었고, 미스터리 수사극이라며 갔던 이세계 탐사에서는 툭툭 튀어나오는 드립을 들어야만 했으니까.


그 때 들었던 '오늘 간식은 여신(이었던) 팝콘 되겠네.'란 드립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무튼 자신은 이만하면 충분하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거부를 하는 시우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칭얼거리는 시훈. 그 다툼은 주변에 제 3자가 있든 말든 그치지 않는다.


결국 근처의 제 3자도 지쳐버린 상황이 오고 말았다.


"작작 좀 해라. 아직 소문만 돌고 있는 대회인데 참석을 하니, 마니... 동생한테 무슨 짓이야."

"아, 왜 카푸스. 재미있을 것 같잖아. 내가 나가서 뭔가 상을 타 와라고 닦달을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아니다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그런 곳에 내보내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은데."

"너까지 그러면 귀엽게 애교를 부릴 수밖에 없어."


미친


"노망이 난 쪽이 사실 나였나? 아니면 귀가 어두워져서 잘못 들은 건가? 시우야. 방금 전 네 형이 뭐라고 말했냐?"

"저는 요새 심신 미약 상태에 빠질 때가 있어서..."


금강불괴를 쓰는 사람이 언제 픽 쓰러질지 모르는 심신 미약이라니 농담도 그런 농담이 따로 없다.


그래도 시우의 말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사회에서 손시훈의 말을 들은 사람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기행을 벌이는 환생자라도 그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으니까. 그냥 애교를 부리는 것도 믿기 힘든데 귀엽게 애교를 부린다니.


"기껏 해봤자 말끝에 레훼에엥, 테에에엥 같은 이상한 소리를 붙이는 거겠지."

"과연 그럴까?"

-설마 칠현이시여. 그것을...?"


연달아 플래그를 쌓는 불길한 말들이 나오고, 손시훈이 한 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 태도는 마치 총을 겨누면서 위협을 하는 듯 한 태도. 진짜로 뭔가 하기는 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에 한층 더 어처구니가 없어진 시우였다.


"아니, 소문이잖아 소문. 카푸스 말대로 정해진 것도 없는데 무슨 짓이야?"

"그렇다면 '생각해볼게'라고 하면 되잖아? 처음부터 지금까지 '안 돼', '싫어'만 했잖아?"

<누가 봐도 그건 위대하신 칠현님의 잘못인데요.>


살짝 끼어드는 N. 그러자 손시훈의 눈동자가 곤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저건 진심이다. 저 빛은 카푸스의 머리칼과 눈동자의 색처럼, 마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에 진심으로 당황하는 N이었다.


<아니,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칠현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위대하신'이라는 표현은 왜 쓰셨을까?"

<여기 능력적으로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있다는 건 아시죠? 대마법을 함부로 썼다가는 잔여 마나가 사람들의 몸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몰라요!>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뒤처리 부탁할 거면 아예 하지 마라, 손시훈."


이어지는 카푸스의 제지에 돌아오는 건 의미심장한 미소뿐. 그와 함께 의사회의 사무실이 잠깐 섬광으로 가득 찼다.


그에 얼굴을 가렸던 사람들은 자신의 눈에 들어온 모습에 하나같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경악의 중심에서 작은 목소리가 퍼진다.


"짜-잔."


시작은 절대로 남자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건 정말로 처음 듣는 목소리지만 시우에게는 은근히, 살짝 낯이 익다.


추석이나 설날 등의 명절 때, 얼핏 들은 것 같은 친척 또래의 목소리들 중 하나. 정말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활기가 가득 차 있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내뱉은 것은 그 목소리에 걸맞은 모습을 한 소녀였다.


이 또한 객관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귀여운 소녀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친척 여동생으로 느껴지는 관점에서 봐도 그렇고, 그냥 여자 사람으로서도 그렇다.


문제는 그 내용물이 노망이 난 게 확실한 것 같은 환생자라는 것.


덕분에 의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귀엽다'와 '역겹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소감을 말하는 카푸스였다.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마법을..."

"끔찍하다니."

"워어어! 다가오지 마! 나한테 그 손댈 생각도 하지 마! 이 변태 자식!"


은근슬쩍 손을 뻗어서 팔을 끌어당기려는 시훈의 손길을 전력으로 거부하는 카푸스다. 하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소녀로 여장한 친구가, 정확히는 여자가 돼버린 친구가 자신의 팔을 끌어안으려고 하면 질색을 하겠지.


변태라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그를 두고 키잔트헤임 출신의 순례자에게 소감을 물어보는 시우였다.


"할 말 없으신지?"

-'그것'이라고 했잖습니까.

"이미 알고 있는 거랑, 괜찮은 거랑은 별개 같은데."

-뭐, 여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못할 짓입니까? 지구에도 크게든 작게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전설들이 잔뜩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여장'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폴리모프처럼. 아예 여자가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잖아요."

-뭐, 학술적으로 따져보면 굳이 그렇지도 않지요.


카푸스나 카닌이 쓰는 마법은 시우가 말한 대로 겉모습만을 살짝 바꾸는 폴리모프. 하지만 블루베리나 N이 쓰는 것은 일시적으로 종족을 바꾸는 수준의 대마법이다.


이를 감안하면 손시훈은 적당히 중간 단계의 마법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변신하는 것보다는 같은 종족에서 성별만 바꾸는 게 더 쉽지 않겠는가?


학술적으로 그런 견해를 내놓는 아눕롤을 두고, 손시훈은 카푸스에게서 손을 돌려서는 N을 향해 뻗었다.


<저,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말실수 잊었니?"

<아니, 그렇다고 저한테 그 끔찍한 몸을 들이밀... 아악! 어딜 잡는 거예요! 어딜 만지게 만들려는 거예요!>


N의 양 손목을 덥석 잡은 것만 하더라도 뭔가 구도가 위험하다. 지금 손시훈이 어린 소녀로 변신했긴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성인의 기준에서 어린 소녀로 변신한 거다.


누가 봐도 N에 비해서는 확실히 성숙한 모습. 그런 소녀의 모습으로 N의 양 손목을 덥석 잡아서는 N의 손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잡지 않기 위해서 주먹을 꽉 쥐면서 저항하는 N. 그러나 힘의 차이가 워낙 큰지 손이 점점 손시훈의 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그만둬!"


N이 반강제적으로 끔찍하고 역겨운 선을 넘으려는 순간, 마경태가 나선다.


말뿐만이 아니다. 양 손으로 의자를 세게 잡고는 손시훈의 머리를 향해서 전력으로 내려치려는 동작이 곁들여져 있다. 과연 이런 면에서는 정의감이 살아있는 의사회의 헌터라고 할 만한 용기가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


그 행동은 시간이라도 멈춰버린 듯 굳어버린 마경태의 몸과 함께 멈췄다.


공기도 굳어 있는 것이 내공을 빠르게 뿜어내는 것으로 기선을 제압한 듯 하다. 평상시의 손시훈이라면 그냥 맞아주겠지만, 소녀로 변신한 이 상태에서 맞아주는 건 좀 아니라는 건 아는 모양. 이건 정말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운 좋은 줄 알아 꼬맹이. 용기있는 의사 선생님만 아니었다면 넌 진짜 별별 짓 다 당했어."

<그럼 빨리 시우 형과 똑같은 원래 모습으로..>

"아니지, 이 모습은 아직 쓸 용도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거든."


쓸 용도? 설마 아직도 그놈의 '애교'를 잊지 않았나?


바로 내공을 끌어올린다. 강력한 방어력은 곧 공격력으로 연결되는 법. 금강불괴신공을 쓰는 주먹은 손시훈의 코를 조금이나마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손을 꽉 쥐는 동생을 향해 자신의 용도를 설명하는 손시훈이었다.


"생각해 봐, 이 모습을 보고 누가 그 키잔트헤임의 칠현이라고 생각하겠어?"

"그래서, 설마 내가 그 열릴지, 안 열릴지 모르는 대회에 안 나선다면 그 모습으로 본인이 나서겠다는 건 아니겠지?"

"엑사크타(Exacta)!"


소녀의 경쾌한 목소리가 퍼지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경쾌하지 못하다. 하긴 내용물은 경쾌함 하고는 거리가 한참 떨어진 노망난 영감탱이 환생자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도 뭔가 생각은 있는 것 같아서 주먹이 바로 나가는 건 어떻게든 참아버린 시우였다. 자신의 그 무의식적인 선택에 한탄을 하는 동안에, 시훈은 자신의 생각을 줄줄이 이어나갔다.


"나에게도 나름대로 진지한 시나리오는 있어. 나, 안나 김은 손시훈이 비밀리에 육성한 무공 특화 해골장미 대원인 거지."


살아온 세월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손시훈의 입. 거기서 흘러나온 내용은 어쨌든 짜임새가 탄탄하게 짜여 있었다.


그것은 일반인인 의사회 사무실 직원들은 물론이요, 살아있는 먼 옛사람인 카푸스나, 젊은 신세대인 카닌, 그리고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시우마저도 바로 반박을 못 할 정도


하지만 반박을 못 하는 것과 거부감은 별개라, 모두의 표정이 그럭저럭 썩은 것도 비슷했다. 주변의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걸 마무리하는 손시훈이었다.



"마법에 마법소녀가 있다면 이쪽은 무공의 호-법소녀(使者少女)가 되는 것이다!"

"차라리 애교를 부려주세요..."



카닌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는 하늬였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 새인 그녀도 지금 손시훈이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르러는 것 정도는 눈치를 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운흉풍은 아까 전부터 한숨만을 푹푹 내쉬고 있다. 보아하니 예전에도 이런 끔찍한 짓을 몇 번 저지른 모양이다.



이 반응들에 호-법소녀 안나 김은 자신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지구의 신화들까지 들먹이면서 말이다.



여기에 아눕롤은 불이 난 것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것 같은 발언을 더하기까지 했다.



-호법소녀라면 아미파(峨嵋派)나 보타문(普陀門)의 무공을 쓰시는 것이옵니까?

"흠, 둘다 불교 계열의 문파군."

-호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불교 계열의 문파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역시 아미파겠지요?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너무 뻔하지 않을까?"

-그럼 보타문은요?

"뭐, 보타문도 여성 위주의 문파긴 한데... 내가 그쪽 무공은 잘 몰라서. 마이너하잖아."

-상관없지 않겠사옵니까? 보타문의 최고수는 검후(劍后)라고 불리지요. 어차피 호법소녀 안나 김을 검으로 이길자가 누가 있겠사옵니까. 그럼 새로운 검후라고 말할 만하지요.

"그럴싸한데?"

"어디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런 말을 외친다. 그러든지 말든지 아눕롤은 손시훈이라는 불길에 장작을 계속해서 집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구체적으로 짜여가는 설정들. 그걸 뇌에 바로바로 입력하는지 호법소녀 안나 김은 경쟁자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시우에게 향하기 시작한다.



"하지 마."



깔끔히 무시하고 한번 더 변신.



머리칼은 움직이기 편한 짧은 단발. 복장도 살짝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지만 활동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 상태에서 안나 김은 언제 새겨졌는지 모를 해골장미의 상징과도 같은 문신이 새겨진 손을 시우에게 향했다.



"저 안나 김! 설령 시우씨가 선생님의 동생이라고 하더라도 선생님이 인정한 호법소녀로써 질 수 없습니다!"



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훌륭한 메소드 연기는 덤. 내용물이 자신의 형임을 알지만 은근히 경쟁심이 피어오른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버린 자신에게 굉장한 자괴감이 든 시우였다.



"내 인생이란 도대체..."

"결승전에서 봅시다!"



이제 시우에게 남아있는 건 진짜 기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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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눈도장 21.03.17 24 2 14쪽
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20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2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5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7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6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7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7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 증명 21.02.04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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