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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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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8,883

작성
21.02.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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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증명8

DUMMY

.



-맥없이 경기가 끝날 뻔했죠? 전 또 이 대회의 사건-사고 기록에 한 줄이 더 추가되는 줄 알았어요. 심지어 4강 경기입니다.

-그렇죠. 1대 1, 분위기가 한참 들뜬 때의 마지막 승부가 한쪽의 실격패로 끝난다면, 그것도 경기를 하지도 않고 실격이 나온다면 얼마나 맥이 빠지는 일입니까. 4강이든 예선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선수의 입장에서도 영 찝찝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감독이 항의하자마자 마테오 선수의 표정이 상당히 안 좋아졌거든요. 굳이 그럴 것 까지야 라는 표정이었어요. 거기다가 경기 시작 전 유주영 선수의 인터뷰도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 뭐였죠?



.



"중원 사람이 쓰는 중원의 무공을 보여주겠다..."



딱 거기까지만 말하는 김송현.



예전의 그였다면 이런저런 말을 길게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성장한 지금, 그는 그것만으로도 지금 상황이 조금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심각성을 덧붙이는 말을 해주는 건 다른 사람의 몫으로 넘기는 김송현. 그 의도를 충실히 받아주는 조미선이었다.



"살만큼 사신 분이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쯤은 알고 계시겠죠?"

"그 속담, 남녀차별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

"한을 품으면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란 말이야. 저주 같은 거 내려서 오뉴월의 서리로 농사 망치지 말고, 원한을 품은 그 사람에게 한 방 먹이라고..."



.



-지금 관객석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는데... 손시훈씨가 있는 쪽이네요. 아! 적운흉풍이 손시훈씨의 머리를 물었습니다!

-거의 삼킬 수준으로 물었네요. 손시훈씨가 선수단 숙소에서 유주영 선수에게 뭐라 한 소리를 했다는 소문이 진짜인 것 같기는 합니다.

-뭐, 이해해줍시다. 본격적인 대회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무급 노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나저나 아무도 안 말리나요?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이야... 손시우 선수, 형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데도 매정하게 그 손을 쳐내고 있네요.

-그 사이에 또 쌓인 게 있나 봅니다.

-들어보니 하루이틀이 아니라죠? 이리저리 삿대질을 하는 걸 보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마테오 리치 선수와 유주영 선수의 대결이 되겠습니다



.



적운흉풍이 물고 있는 주인님의 머리를 놔준 것은 마테오와 유주영의 검이 한번 부딪힌 이후. 딱히 시우가 명령을 한 건 아니고, 자발적으로 적운흉풍이 주인의 머리를 놔주었다.



그건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과 행동이었다. 풀려난 손시훈의 표정은 '내가 해설하는 기계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은 상태였으니까.



참 뻔뻔하기 그지없는 태도. 그에 최선의 수단이 뭔지 아는 일행은 그저 무시를 하면서 마테오와 호각을 이루고 있는 유주영의 모습을 심각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시훈 또한 금세 그 모습에 얼굴을 딱딱히 굳힌다. 그걸 보고 나서야 김송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거 삼재검법 맞죠?"



삼재검법(三才劍法)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이 세 동작만이 있는, 정말로 기초적인 무공이다.



시우와 김송현도 배운 적이 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삼재검법은 무공이라고 보기에도 여러모로 애매한 점이 있는, 검법과 검술의 중간에 있는 무언가라고 할 수 있겠다.



명색이 검법이니 실전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전보다는 교육을 위한 목적이 더 강한 검법이니까. 본격적으로 내공을 다루는 검법을 익히기 전에 검을 휘두르는 기본기를 잡고, 내공을 흘러 보내는 법을 배우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시우가 한동안 그걸 썼던 건 진짜로,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였다.



또 다른 예시를 들면 이미 헌터로써 기본기가 잡혀있던 조미선은 삼재검법의 수련 단계를 뛰어넘고 검법 수련을 시작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 검법 자체에는 별 볼 일이 없다.



그 별 볼 일 없는 검법 하나로 유주영은 레이피어를 들고 달려드려는 마테오를 거꾸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어... 저건 내공빨로 밀어붙이고 있는 거야. 일단은 그래! 그렇잖아?"



손시훈의 말에 환생자님의 얼굴과 유주영의 모습을 번갈아보면서 바라보는 일행이었다.



일단



그래, 우선 마테오의 검술부터 분석해보자.



1.2m쯤 되는 것 같은 기다란 칼날, 하지만 칼날의 폭은 좁은 것이 살짝 위태로워 보인다. 그 위태로움을 날렵한 공격성으로 덮어버린 검술은 훌륭한 근세 이탈리아 레이피어 검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낮게 낮춘 몸, 가슴과 배 등의 급소를 가린 자세. 하지만 쭉 뻗은 팔은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나 있다. 그 의도에 걸맞게 상대방의 목과 가슴을 향해서 내지르는 찌르기는 그가 어떻게 4강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유주영은 손시훈의 말대로 '내공빨'로 억누르고 있었다.



순수한 칼의 길이는 유주영의 칼이 훨씬 더 짧다. 1.2m와 80cm. 40cm의 차이라면 거의 한 팔 쯤의 차이쯤 되는 길이니까.



하지만 검기를 쭉 내지르는 이상, 그런 물리적인 길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확실히 그 모습만 보면 내공빨이라고 할 만하다만...



"내공빨만은 아닌 것 같은데."

"8할은 내공, 2할은 분명히 기량이야"

"자, 환생자님의 평가는?"

"쫌 치네..."



쫌 치는 게 아니라 엄청 치고 있다.



삼재검법은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기초적인 검법. 아무리 내공을 쏟아부어서 검기를 쭉 내지른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한 동작 만으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만으로는 대치상태만 이어질 뿐



몰아붙이려면 상대방이 진입하려는 타이밍에 맞춰서 정확히 가로 혹은 세로 베기로 견제, 그리고 찌르기로 밀어내기의 2연타가 필요하다.



2할의 기량이라고 해도 절도로 무시할 수 없는 기량



나름대로 전문가인 일행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인 관객도 그걸 쉽게 알 수 있다. 그걸 온몸으로 직접 체감하고 있는 경기장 안은 기묘한 침묵에 점점 젖어간다.



그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필사적으로 속도를 실은 얇은 칼날을 쳐내는 검기의 소리뿐. 그건 마치 어린아이가 내지르는 쇠꼬챙이를 어른이 냉혹하게 쇠몽둥이로 쳐내는 것 소리 같았다.



이에 걸맞게 이마와 관자놀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마테오와 달리 유주영의 모습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크으으읏!"



그걸 어떻게든 뚫어보려는 기합이 마테오의 입가에서 새어 나온다.



절대로 마구잡이로 내지른 기합이 아니다. 적절하게 폐를 쥐어짜면서 호흡을 골고루 분배하는 과정에서 새어 나오는 기합, 그런 기합에 전신의 근육에 부드럽게 퍼진 마나와 산소가 온몸을 날렵하게 앞으로 튀어나오게 만들어준다.



일반적인 승부였다면, 설령 승부의 끝을 보지는 못해도 충분히 기점을 가져올 수 있는 일격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유주영은 그조차도 지극히 평범한 가로 베기로, 그저 타이밍에 맞춰서 휘두르는 것으로 쳐내버렸다.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흉악한 구도.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행동을 하는 유주영이었다.



.



-유주영 선수 검을 놓았습니다? 너무...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닌가요? 금강불괴신공이 개나 소나 쓸 수 있는 건 아닐텐데요.

-그렇겠죠. 김송현 선수는 몰라도, 조미선 선수가 화려한 검법을 선보이는 걸 보면 절대로 하루아침에 배울 건 아니거든요... 어, 저건?

-손시우 선수의 자세와 비슷합니다?



.



"개 가튼..."

"적운흉풍!"



일단 진정시키기 위해서 빠르게 적운흉풍에게 명령을 내리는 시우였다. 적운흉풍도 위험신호를 느꼈는지 바로 주인님의 머리를 덮썩 문다.



그뿐만이 아니라 볼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면 혀로 머리를 잔뜩 쓰다듬어주고 있는 모양. 그렇게 풀려난 머리는 혀로 잔뜩 핥았다고는 믿기지 않는, 찬물로 적시고는 짠 수건으로 닦은듯한 깔끔한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진정이 되지는 않는 손시훈이었다.



"아무리 핀잔을 줬다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를 엿 먹여? 개 가튼..."



결국 험한 욕이 튀어나온다. 그런 그의 눈동자에는 맨손으로도 어떻게든 마테오를 밀어붙이고 있는 유주영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시우의 항마복호장(降魔伏虎掌)에 비해서는 굉장히 수수한 움직임. 무공은 물론이요, 무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항마복호장에서 이것저것을 뺀 권법, 혹은 저 권법에서 이것저것 더하면 항마복호장이 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상대방의 박자에 맞춰서 움직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주영. 그를 보면서 또다시 욕을 내뱉는 손시훈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처음에는 삼재검법, 그리고 지금은 복호권(伏虎拳). 삼류무공, 그것도 너희가 쓴 무공의 하위 호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우리 엿 먹이려는 거지, 아님 뭐야?"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똑같이 전력을 다한 적이 없다면, 최대한 힘을 빼서 싸운 쪽이 훨씬 더 있어 보이는 법이니까.



손시훈이 그런 부정할 수 없는 말을 하는 가운데, 어느새 유주영은 마테오를 삼류무공인 복호권 하나만으로 경기장의 모서리에 몰아넣는다.



호랑이(虎)를 엎드리게(伏) 만드는 권법(拳)



그러나 유주영이 마테오를 몰아붙인 모양새는 호랑이를 상대하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작은 우리 속의 고양이를 모서리에 몰아넣은 분위기.



거기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난 유주영은 뒤쪽으로, 좀 전에 자신이 칼을 꽂았던 곳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



-바닥에 꽂혀있던 검이... 유주영 선수의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이탈리아팀 감독이 다시 항의하는데요.

-치졸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손시우씨와 비슷해 보이는 무공으로, 그것도 맨손으로 몰아붙인 시점에서 승부는 사실 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혹시라도 저 칼이 뭔가 특별하지 않나, 그걸 이용한 판정이 이탈리아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손시훈씨의 반응을 볼까요? 그쪽의 반응이 사실상 판정을 미리 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는데...

-마법을 썼다, 혹은 칼이 특별하다. 그런 눈치는 아니죠?

-그런 것 같습니다. 심판과 이탈리아팀 감독 모두 손시훈씨를 보는데... 아 절망하는 이탈리아팀 감독입니다.

-눈이 마주친 것 같네요. 심판이 아니라 자신을 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손시훈씨와 말입니다.



.



그 모습을 보며 마테오 또한 이를 악물었다.



마법이 아닌 건 인정한다. 바로 눈앞에 있는 상대의 마나를 느끼지 못할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저 칼이 특별한 도구가 아니라고? 그게 말이 되는가? 단순히 손을 뻗은 것만으로 주인의 손으로 돌아오는데? 그걸 납득하지 못해서 입을 열려는 그의 머릿속으로 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섭물(虛空攝物)이란 거다. 내공으로 쓰는 염동력(念動力)이지.'

"염동력?"



중얼거리는 마테오의 눈에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에게 뭐라고 하는 손시훈의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그 쌍둥이 동생인 손시우는 못마땅한 표정과 함께 자신의 손 위에서 동전을 가볍게 띄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더 이상 저것이 마나와 관련이 없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성격상, 4강까지 올라온 상황상 도저히 항복은 할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자세를 잡는 마테오.



투지를 그렇게 불태우는 상대방에게 마지막으로는 예의를 갖춰주려는 것인지, 유주영 또한 자세를 고쳐잡는다. 거기서 마테오는 유주영의 모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겹쳐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절대로 소녀라고는 할 수 없는, 오래되고 강력한 무언가.



그걸 보고 마테오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 누군가는 유주영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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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8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4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8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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