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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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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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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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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罡) vs 강(剛)6

DUMMY

유주영은 이 상황이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편하게 만드는 건, 손시훈이 치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 짧은 시간의 사이에 손시훈이 청성파의 무공을 알려줬다고 여기면 편하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그녀의 마음이 그렇게 편해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저 자세는 금방 배운 것을 어설프게 쓰는 것이 아닌, 옛날에 잠깐 썼던 기억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유주영의 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정보를 분석하는 유혜의 눈. 그렇게 보고 짐작한 정보를 자신의 제자에게 말하는 유혜였다.



'내공이 없는 사람에게서 청성파의 검법을 배웠구나.'

'예? 내공이 없는 사람에게서 검법을 배웠다고요?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합니까?'



자신이 본 대로라면 그렇다.



그리고 그 말은 유주영의 말대로 자신이 말해놓고 가능한 일인지 의심되는 일이기도 했다. 내공이 없는 사람이 무공을 가르친다?



동작을 완전히 외우는 수준을 넘어서, 내공 없이도 내공을 쓰는 것처럼 움직여야지 가능한 일. 마나를 쓰는 적합자라도 그건 불가능한 행위다.



하지만 그 불가능한 행위의 결과물이 두 눈 앞에 있지 않은가. 그에 표정을 점점 일그러트리던 유혜에게 유주영이 외치듯이 말했다.



'블루베리! 블루베리라는 여자의 짓이 분명합니다!'

'블루베리?'

'인간과 다른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단순히 형태만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이런 치사한...'

'치사하지는 않지. 우린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손시우는 살짝 떨어진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있지. 그건 네 눈에도 보이지 않느냐.'



부정할 수 없어서 입에서 '끄응'소리만 나오는 유주영. 그런 유주영의 검에 점점 자연스럽게 대항하는 시우의 표정도 미묘하게 굳어있다.



얼떨결에 행운을 붙잡은 당사자도 이 상황이 살짝 어이가 없는 모양. 그러나 그 굳어있는 얼굴과는 별개로, 유주영의 검을 쳐내는 봉은 이제 상당히, 자연스럽게 풀려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왔다.



당하는 사람도 모르는 빈틈을 정확히 노린 투창, 그리고 그 빈틈을 더욱더 넓게 벌리는 돌파.



아차 하는 사이에 똑같이 무기를 손에 놓게 되었다.



.

.



-아 왔어요! 왔는 게 맞겠죠?

-그런 것 같습니다! 똑같이 무기가 없다면 손시우 선수가 조금 더 유리해..



.

.



'스승의 노력이 제자에게 갈 수는 있어도, 스승의 재능까지 제자에게 그대로 가란 법은 없지.'



유주영의 발밑에서 바람이 몰아친다. 그리고 그 발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구름을 찢는 바람처럼 형태 없이 파고드는 날카롭게 파고드는 손끝. 당연히 그 손끝에는 강기가 깃들어 있다.



그것이 시우의 가슴에 닿는 순간 철판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우야!"

"형!"



어떻게든 흘러내긴 했다만, 금강불괴가 적용되다 만 상태라 옷이 찢어지고 핏방울이 허공에 몇 방울 흩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손끝을 빠르게 내지르는 것을 보면서 손시훈이 중얼거렸다



"칠십육로무형지(七十六路無形指). 스승의 재능이 제자에게 상당히 옮겨붙다니. 이건 좀 까다로운데."

"예?"



뒤늦게 금강불괴가 완전히 적용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손끝은 마치 두꺼운 가죽을 가진 황소를 이리저리 물어뜯는 등에와도 비슷한 것이다. 말이 황소와 등에의 구도지, 시우에게 금강불괴가 없었다면 진작에 손끝을 쳐내고 있는 손바닥의 가죽이 이리저리 찢어지는 걸 넘어서 뼈까지 갈렸을 것이다.



그래도 금강불괴의 방어력과 쥐어짜낸 힘으로 받아내자, 손끝을 말아 쥐는 유주영. 그리고 그 주먹을 내지르는 것과 함께 허공에서 풍선이 연속으로 터지는 소리가 나자 잔뜩 기겁하는 목소리를 좀 전의 '예?'에 이어가는 김송현이었다.



"아무리 봐도 검을 든 것보다 맨 손이 더 강해 보이는데요?"

"처음에는 칠십육로무형지, 그리고 지금은 추운권(追雲拳)"



그리고 좀 전에 쓰던 검법은 칠십이파검(七十二破劍)과 청풍검법(淸風劍法)



"둘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면 쾌(快)와 환(幻)을 논한다는 거지."



순수한 속도인 쾌(快)와 속도에서 생겨나는 허상인 환(幻). 검과 주먹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큰 맥락은 동일하다. 그러니까..



"금나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다시 익숙해질 수 있어."



말을 하는 순간 유주영의 주먹이 시우의 얼굴을 때린다. 살짝이지만 머리가 흔들리는 것이 금강불괴를 썼어도 머릿속까지 충격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러나 그 주먹을 받은 부위는 턱이 아니라 뺨이다.



이 차이의 의미를 자신의 팔을 꽉 움켜쥔 시우의 손으로 깨달아버린 유주영이었다. 그냥 주먹에 맞은 게 아니라, 붙잡기 위해서 맞아준 거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때 그녀의 몸은 하늘 위로 붕 떠오른 상태였다.



이렇게 유주영을 휘두르게 그녀의 팔을 붙든 시우의 손가락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뿐. 말로만 설명을 듣는다며 과연 그것으로 사람을 인형 휘두르듯이 흔들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 세 손가락은 소림의 용조수(龍爪手), 전체적인 동작은 소림의 금나인 염화금나수(拈華擒拿手)



좀 전의 유주영의 무공을 일반인이 받았다면 가죽을 넘어서 뼈까지 갈렸을 거라고 말했던가? 지금 시우의 무공을 일반인이 받았다면 몸이 붕 뜨기도 전에 손목, 팔꿈치, 어깨까지 팔의 관절이 죄다 뽑혔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팔에 내공을 집중하면서 버텨낸 유주영이었지만, 바닥에 등허리를 내다꽂은 충격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커헉!"



터져나오는 숨과 함께 자연스럽게 내뱉어진 비명



어쩔 수 없다. 숨을 억지로 삼켰다가는 폐와 횡경막이 찢어졌으리라. 그를 막기 위해서 꼴사납게 숨을 토해낸 상대에게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손바닥을 내지르는 시우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시우가 손바닥을 내지르는 것보다 더 힘차게 손바닥을 내지르며, 시우를 튕겨날린 유주영



그리고 두 사람이 균형을 잡자마자 차가운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

.



-어... 어떠신가요?

-글쎄요. 둘다 일단 가벼운 부상은 절대로 아니거든요?



.

.



일단 딱 봤을 때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건 시우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상처는 가슴부터 어깨까지 쭉 이어진 상처. 얇게 칼로 그어버린 그 상처에서는 피가 서서히 스며나와서 옷을 가볍게 적시고 있다.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어깨보다는 옅지만 손과 팔을 이리저리 그어버린 상처들이다. 피가 주르륵 흘러버릴 정도의 상처는 아니지만, 보는 이가 따갑다는 고통이 느껴질 정도의 자국은 새겨져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우가 마시고 내뱉는 숨은 고르기만 하다.



반대로 유주영이 마시고 내뱉는 숨은 살짝 거칠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리도 살짝 떨리고 있다. 다시 일어서긴 했다만, 등허리가 바닥에 꽂힐때의 충격이 결코 만만치 았았던 모양. 그래도 정지 사진으로 봤을 때는 부상이라고는 없을 정도로 말끔한 모습이다.



이 상반된 모습으로 잠시 서로를 그저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펴보기만 하는 두 사람이었다.



.

.



-손시훈 선수, 지금, 유주영 선수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달려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그건 아니에요.

-어째서죠? 지금 딱 봐도 유주영 선수는 지쳐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손시우 선수의 스피드와 공격력이 유주영 선수를 따라잡지 못해요. 지금처럼 꾸준히, 차분하게 치명적인 반격을 꽂아넣어야 합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진짜로 멀쩡한 상태라면 모를까, 한번 충격을 준 상태거든요. 금강불괴의, 스스로의 방어력을 믿고 차분하게 몰아붙여야 해요.



.

.



'침착해라 주영아. 비록 일격을 먹었다고는 하나, 유리한 건 네 쪽이다.'



"그건 어쩔 수 없지"



1대1 대결의 선택지에 있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방어력보다는 공격력이 아니겠는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강기를 쓸 수 있는 쪽은 최소한의 방어력도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유주영이 아니라 시우였다.



"천재가 이런 쪽에 약점을 보이는 쪽이지. 인내심 훈련이 쉽지 않거든. 거기다가... 슬슬 사전공작의 효과가 드러날 때도 됐고."



손시훈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시우의 몸에서 무지갯빛이 흩날린다. 그러자 바로 추운권(追雲拳)과 함께 시우의 품속으로 파고드려는 유주영을 보자마자 조미선은 시훈이 있는 쪽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에 손시훈은 뭔가 찔린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왜, 뭐, 왜"

"아니, 설마 그 사전 공작이..."

"나는 그저 나 자신의 일부를 솔직하게 드러냈을 뿐이야!"

"손시연씨가 여기에 있었어야 했는데."

"도대체 그 사전 공작이 뭐라서 그래요?"



김송현의 이런 반응이 딱히 둔한 건 아니다. 조미선이 손시훈의 사전공작을 눈치챈 건 그녀 또한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니까.



그 재능으로 분석한 사전공작을 알려주는 조미선이었다.



"우선 유주영의 재능은 분석에 특화되었다는 거야."



좀 전에 시우의 소림곤법천종(少林棍法闡宗)을 분석하고, 시우가 봉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두른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 재능은 자신의 스승이 보여준 검법에 빠르게 적응하고, 심지어 자신과 직접 한 비무가 아닌, 스승님과 한 비무인 손시훈의 행동까지 일부분 분석했을 정도다.



지금 시우에게 파고들어서 추운권을 날리는 것 또한 그 연장선상. 홍류선법과 함께, 공격을 쭉쭉 뻗는 손시훈의 공격에 대한 최적의 대응은 바로 그것이니까.



하지만...



시우의 근접전 스타일은 손시훈과 정반대. 직선으로 쭉쭉 뻗는 대신 곡선의 금나로 휘감는 시우에게 홍류선법만 보고 그 짓을 했다가는



"크으으윽!"



붙잡힌 상태에서 반격을 맞기 쉽상. 한 팔이 엮어버린 상태에서 시우의 항마복호장(降魔伏虎掌)에 맞은 유주영의 입에서 또 다시 숨을 토해져 나온다.



"그 재능이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법이지."



그래도 몸을 바람처럼 놀리면서 빠져나가는 유주영. 그리고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듯이 팔의 자세를 다잡는다. 그러나 곡선적인 움직임에 대처하는 상반신과는 달리, 하반신은 자꾸만 안쪽으로 파고들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주영아!'



.

.



-난타전! 난타전입니다!

-양 손으로 손도끼를 휘두르는 것 같이 팔을 휘두르는 손시우 선수와 피칭머신에서 쏘아지는 야구공처럼 주먹처럼 날리는 유주영 선수에요!

-두 선수 모두 한 대 맞으면 두 대 친다는 심정으로 서로를 때리고 있습니다!

-치열하고 격렬한 대치상태가 이어집니.. 아!

-손시우 선수의 무지개빛이 바뀝니다!



.

.



중국에서 미리 수집한 정보는 있었다.



손시훈과 손시우의 무지개빛 무늬는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는 것



하지만 자신의 스승님과의 대련에서, 손시훈이 딱히 무늬 변화를 주지않았다는 점에 유주영은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 시우가 내뿜고 있는 무지갯빛이 점이 박혀있는 표범의 무늬처럼 바뀌자마자 유주영은 처음으로 시우의 손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이와 함께 그녀의 옆구리를 깊숙히 베어들어가는 시우의 손가락들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손바닥을 빠르게 내지르는 유주영. 분명히 이런 속도를 끌어냈다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금강불괴를 유지할리가 없다는 추측과 함께 내지른 일장이다.



"크흑!"



그 추측이 맞기는 맞았는지, 뒤로 밀쳐지는 시우의 입에서 처음으로 숨이 터져나온다.



이번 공방의 승리는 유주영. 이 기세를 이어나가고자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시우에게 빠르게 후속타를 넣으려는 그녀의 눈앞에서 다시 시우의 무늬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앞에서 뒤로의 빨주노초파남보.



그래도 알 게 뭔가, 어차피 공중에 뜬 이상 땅을 박치면서 무게를 실는 게 될리가 없다. 지금 이 상태에서의 힘싸움은 무조건 자신이 이기는 싸움. 상대방이 뭔 짓을 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



그러니 이번 일격으로 장외로 날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유주영은 한번 더 손바닥을 내질렀다. 자신 스스로 정말로 깔끔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장타를 말이다.



이를 바위로 깃털을 쳐내듯이 힘으로 쳐내버리는 시우의 다리. 발차기가 주먹이나 강타보다 당연한 건 상식이다만, 그를 감안해도 생각 이상의 힘이 실려있다.



그에 살짝 굳어버린 유주영의 눈 앞에서 시우의 무지개빛은 또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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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눈도장 21.03.17 23 2 14쪽
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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