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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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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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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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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증명2

DUMMY

그러나 슬프게도, 불길한 예감은 늘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

.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중국 무술 협회가 국제 헌터 연합의 협력과 함께 소문만 무성하던 격투기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



.

.



하필이면 그 소식을 들은 자리는 화를 바로 내기는 좀 곤란한 자리였다.



오래간만에 진짜 가족들끼리만 모여서 오붓하고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자리, 거기서 흘러나온 TV 소리에 화를 내서 되겠는가. 그러나 시우의 이런 머리와는 달리, 몸은 나름대로의 반응을 바로 보이고 말았다.



"시우야?"

"괜찮아, 오빠?"



아버지와 동생의 말에 자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그렇게 시선을 내리니 자신의 손에 쥐어졌던 젓가락은 악력 때문에 구부러져 있었다.



딱 봐도 순간적인 분노가 잠시 몸을 휩쓸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에 손시연의 시선이 돌아가고, 그녀의 입술에서는 바로 추궁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거 관련해서 징징거렸지?"

"조금?"

"조금 가지고 젓가락을 저렇게 구부러트린다고?"

"결승전에서 보자는 말을 했거든."

"그만두렴..."



바로 상식인이자 정상인이신 아버님께서 제지를 하신다.



"나도 인터넷에서 좀 검색을 해 봤단다. 너하고 국제 헌터 연합하고 사이가 좀 좋지 않다는 걸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출전하는 대회에 니가 출전한다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당연히 제가 이 모습으로 직접 출전하는 건 좀 그렇죠."

"안 들키면 그만, 들켜도 우겨버리면 그만이라는 마음가짐도 좀 그렇구나. 여장이라도 하려고 그러니?"



잠깐 굉장히 어색한 침묵이 식탁을 채운다.



아버지에게 감탄하는 손시우

설마하는 표정의 손시연

어떻게 알았지? 란 표정의 손시훈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어머님

그 가운데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님이 말을 이어갔다.



"맞나 보구나."

"어, 어떻게..."

"취향은 존중하마. 오래 살다 보면 그런 쪽에 눈을 뜰 수도 있는 거지."

"아뇨, 딱히 그런 쪽의 취향이 있지는 않는데요?"

"아니니? 여자인 척 접근을 했다가 사실 짜잔 남자였습니다! 하면서 놀리는 네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 이미 별별 종류의 컨셉 헌터가 있는데 너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니. 내가 볼 때 너한테는 딱히 그런 쪽의 수치심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왜 이렇게 저를 꿰뚫어보시는 거예요, 아버지"

"일단 한 번 보기는 하자. 왜 그렇게 자신만만한지는 궁금하니까."



빠르게 시우가 고개를 도리도리 젔는다. 사실 젓는다기 보다는 거의 경련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진짜로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귀여운 소녀지만,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때문에 끔찍함이 몇 배가 된다. 이를 빠르게 짐작하고 시연도 작은 오빠와 비슷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기 시작했다.



이미 아는 동생이든, 아예 모르는 동생이든 이렇게 거부감을 표시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손시훈은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보자는 기세의 말을 늘어놓았다.



"구호 같은 거 외쳐도 됩니까?"

"해보렴."



차남과 장녀가 작게 '안 돼...'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가운데 아버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요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호법소녀! 안나 김 등장!"

"아악! 내 눈! 내 누운!"



예쁜 친척 아이, 하지만 그 내용물은 나이를 알 수 없는 환생자. 그렇게 느낀 건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손시연이 바로 자신의 눈을 붙들면서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뱉을 정도로 말이다.



은근히 마음이 약한 어머님은 손시훈이 변신을 마친 시점에서 기절을 해 버렸다.



그리고 아버님에게도 충격이 좀 컸는 모양. 표정은 덤덤하다만, 손에 힘이 안 들어가는지 쥐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아버님은 무의식적인 중얼거림을 내뱉으셨다.



"이 세상이 평범한 세상이었다면 진짜 저런 딸을 낳았어야 했는데."

"아빠? 괜찮아?"

"진짜 전업 스트리머 하기에는 괜찮잖니."



정신줄을 반만 붙들고 계신 듯 하다.



'평범한 세상'이라는 키워드를 말한 까닭은, 게이트가 열린 세상에서는 손시훈이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적으로는 그가 있는 덕분에 지구는 귀중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사적으로는 시우의 무공에 대한 재능을 깨울 수 있었지 않았던가.



그러나 진짜 평범한 세상이라고 해도 저런 딸이 좋은 딸일지는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예쁘기는 하다만 사람이 외모로만 사는 건 아니잖은가. 스트리머 운운은 좀 아니다.



"시우도 똑똑하고, 시연이도 똑똑하니, 기운만 가득 있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아무튼, 어떻습니까 아버지?"

"그만두렴"



정신이 살짝 혼미한 틈을 타서 찔러보는 손시훈. 그러나 어림도 없다는 듯이 두번째의 '그만두렴'이 나온다. 심지어 그건 처음의 '그만두렴'보다 더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제는 뭘 할지 대충 짐작이 가는구나. 블루베리와 함께 마법으로 대련표에 조작이라도 가하려는 게 아니니? 시우의 맨 반대편으로 가도록 말이야."

"그건 조작이 아니라, 적절한 배치..."

"들키든, 들키지 않든 그게 적절한 건 아니겠지. 중요한 건 중국 무술 협회에 무공에 있어 진짜와 가짜는 없다는 걸 대놓고 말하려는 거야."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데."



거들려는 건지 살짝 끼어드는 손시연. 그 말에 시우는 아버지와 형의 눈이 동시에 빛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눈동자에 깃든 건 비슷한 감정이다. 어린아이의 꿈이 살짝 짓밟힌 것 같은 순수한 분노



이건 정말로 예상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아버지와 형의 구도는 일방적으로 아버지가 형을 꿰뚫어 보는 구도가 아니었나? 이렇게 의견이 일치할 수 있다고?



시연 또한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눈동자는 당황에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물러나버린 시연의 입에서 나온 건 질문이었다.



"진짜와 가짜가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그런 건 무협(武俠)이 아니야!"



이번에도 시연의 질문에 동시에 대답하는 시훈과 아버님이었다.



과연 그런 쪽으로 공감대가 있었다는 건가. 지금만큼은 나름대로의 상하관계가 완전히 뒤집힌 상태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한쪽은 소설로만 읽어온 이야기라도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로망을 품고 있는 어린아이, 다른 한쪽은 그 이야기를 몸으로, 영혼으로 직접 경험해본 백전노장.



뭐, 일반인과 환생자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어지간하면 이런 식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는 하겠다. 그것을 부자는 왜 무협에서 '진짜와 가짜'를 따지는 것의 의미 없는지에 대한 장연설을 힘을 합쳐 펼치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죄송... 합니다..."



기세가 완전히 말려서 사과를 하는 시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훈과 아버님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재 이 상황이 무협의 분위기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라 무림의 일과 관은 별개라는 말도 있단다. 정부의 지원을 대대적으로 받는 건 절대로 무협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협객의 도리에는 사생존망의 위급함을 겪었어도 그 능력을 뽐내지 않는 것이 있는데, 자기네들의 이름을 드높이려고 대회를 연다니. 심지어 그것도 자기네들과 다른 세력의 지원을 받아서? 웃긴 소리지"



평상시 하고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



확실히 잘못 건드렸다. 이건 좀이 아니라 상당히 위험하다. 그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시연은 필사적으로 눈동자를 굴리면서 작은 오빠에게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결국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서 속으로 한탄하는 시우. 그렇다고 바로 덥석 물어버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선 아버지부터 다시 제정신으로 되돌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입술을 열었다.



"형은 그렇다면 진짜 그 대회에 참석해도 상관없겠어. 어차피 형이 그 대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특별히 떨칠 이름은 없을 테니 말이야."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안나 김으로 출전하는 거지"

"그래그래,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그런데 그런 입장에서 따지면 내가 그 대회에 참여하는 건... 좀 무협스럽지 않은 행동이 아닐까? 형이 방금 그런 말을 했잖아. 협객의 도리에는 사생존망의 위급함을 겪었어도 그 능력을 뽐내지 않는 것이 있다고."



시연의 눈동자가 방금 전까지 덜덜 떨렸던 것처럼 시훈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 떨림은 아버님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걷히면서 맑아지는 것과 함께 더 심해졌다.



그리고 '믿고 있었다고!'라고 할만한 반응이 아버님의 입에서 나왔다.



"시우가 봉사단체인 의사회의 헌터였지? 협객도 협객이고, 그런 입장에서 사적인 대회에 출전한다는 건 좀 그렇긴 하구나."

"아, 아버지?"

"그럼 수수께끼의 협객, 호법소녀만 출전하는 걸로 하자."



흐릿하게지만, 형의 얼굴에서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을 읽은 시우였다.



당연하겠지. 진짜와 가짜를 논하는 무와 협의 도리니, 세계 헌터 연합과의 미묘한 신경전이니, 그런 건 손시훈에게 있어서 정말로 사소한 문제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그보다 중요한 건 현생에서 얻은 가족이다. 집을 나간 지난 세월동안 지구를 위해서 헌신했으니, 이제는 뭔가 받아야 할 게 있어야 된다는 보상심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 대회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단으로 느껴졌으리라. 전반적인 수준은 딱히 기대가 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으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는 있을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인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수 있겠지.



최근에도 그렇게 자신의 약점들을 찾아내지 않았는가.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이것은 억지로 만들기도 힘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필수적이지는 않다. 거기다가 고맙게도 적절한 핑계를 미리 말해주기까지 했는데,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치겠는가.



"해골장미 표식이 새겨진 손으로 무뢰배들을 때려눕히는 호법소녀의 모습을 눈에 꼭꼭 새겨둘게. 분명히 이런 대회라면 당연히 인터넷 중계 같은 것도 하겠지? 다중 시점 지원도 할거고."

"어...어... 그래도 니가 직접 배우는 쪽이 낫지 않을까?"

"그럼 그 개같은 모습 당장 때려치워."



사람은 때때로 포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적절하게 타협점을 찾는 시우였다. 그런 말 있지 않은가. 물이 컵에 반 밖에 안 남았네 보다는 물이 컵에 반이나 남았네가 더 낫다고 말이다.



비슷하게 자신이 그 웃기지도 않는 대회에 안 나가거나, 안나 김의 모습을 더 이상 안 봐도 되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자.



아버님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신다. 하긴 논리적으로는 대의를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큰 아들이 여장을, 아니, 아예 여자로 변신해서 공식 대회에서 깽판을 치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겠는가.



"둘 중 하나만 하렴."

"아버지, 그렇게 못을 박으셔야 되겠어요?"

"안 그러면 너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거잖니."



이제 완전히 평상시의, 환생자를 꿰뚫고 있는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버틸 수 있을리가 없다.



남은 것은 손시훈의 타협 뿐이다.



"이렇게 합시다. 대회 준비는 호법소녀 안나 김과 함께 하는 것으로. 대회 참여는, 혹시 모를 외부 개입이 필요한 때에만 할게요. 누군가가 끼어들어야 하지만, 손시훈이 직접 나서기에는 애매한 수준에서 말이죠."

"보아하니 여장이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자신까지 괴롭히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겠니?"

"윽, 담배 같은 것보다는 낫잖아요."

"글쎄다... 담배는 주변 사람들의 몸을 아프게 하지만, 네 변신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은데..."



아버님의 합리적인 분석에에 입을 삐죽 내미는 안나 김. 그리고 시우-시연 남매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아버님은 더 이상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도 철이 못 든 큰아들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성실한 작은 아들에게 부탁의 말을 건넸다.



"시우야. 저 웃기지도 않는 무술 협회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무와 협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해주렴."



감정이 담겨 있다. 진짜 무협 매니아의 진심에서만 나오는 감정이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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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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