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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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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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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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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닌데3

DUMMY

"남자든 여자든 간에 스승은 똑같이 사부(師父)님이지."



그리고 남자 스승의 아내를 사모(師母)님, 여자 스승의 아내 사부(師夫)님이라고 부른다.



'이런건 무협이 아니야!'라는 말의 시작점, 무협 매니아답게 그런 명칭 관계를 정리해주시는 아버님. 의외로 복잡한 호칭에 살짝 정신이 어질 하지만,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 사람이라서 시우와 시연은 끝까지 다 들을 수 있었다.



이런 태도가 살짝 불만인지 손시훈은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



"그런데, 이걸 굳이 아버지에게 들을 필요가 있냐? 나는 그 시대에 직접 살고 쓴 사람인데?"

"무슨 소리야. 그냥 간만에 밥을 먹다 보니까 나온 이야기인데."

"내가 아무리 '너'가 싫다지만"

"시연아"

"내가 아무리 오빠가 싫다지만 오빠에게 들을 수 있는 정보를 굳이 아버지에게 들을 정도로 속좁지는 않거든?"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은 거짓말. 살짝 순진한 어머님 말고는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식탁 위의 분위기는 살짝 기묘했다.



눈을 가늘게 뜨는 시훈과, 그를 깔끔하게 무시하면서 식사를 하는 시우와 시연. 그리고 눈길로만 조용히 주의를 주는 아버님까지.



어떻게 보면 모두가 나름대로의 침착함을 가지고 있는 게 기묘해도 가족다운 분위기이기는 하다. 거기서 가족 중 그 나름대로의 침착함을 가지지 않고 끼어드는 어머님이었다.



"여보, 그럼 우리 시훈이와 유혜가 결혼하면 시우를 사숙(師叔) 시연이를 사고(師姑)로 부른다는 거예요?"

"커헉! 커흡!"

"푸으읍!"



밥을 잘못 삼켜 시우의 목이 막히고, 물을 마시던 시연이 사레에 들린다. 손시훈도 조금은 마땅찮은지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



자식들이 모두 그런 반응을 드러내는 가운데, 아버님은 아내에게 침착히 답을 해 주었다.



"그냥 숙부님과 고모님이지. 사숙, 사고는 문파 내에서 묵여 있는 인연을 말하는 것이니까."

"아빠..."

"그냥 그렇다는 거란다, 시연아.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지. 뭐, 네 오빠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구나."



말만 안 할 뿐 깨작거리면서 티를 일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 시훈에게 뭐라고 어머님이 한마디를 하기도 전에 선수를 치는 아버님이었다.



"뭐. 네 인생은 기니까, 억지로 우리가 살아있을 동안에 결혼을 할 필요는 없겠지. 그 키잔트헤임의 해방을 했던 삶에서 네가 몇 살까지 살았다고 했더라?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서 가물가물한데."

"824살요."

"그래. 블루베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대충 700년에서 900년쯤 까지는 산다며? 요즘 100세 시대에 나이 30에 결혼하는 것도 이르다고 하는데, 아직 300살도 안 된 네가 우리 때문에 결혼이라는 중대한 일을 함부로 결정하는 건 아닌 것 같구나."



아버님의 이런 속 깊은 말에 두 사람의 희비가 교차한다.



깨작거리는 건 여전하지만 표정이 확 밝아진 시훈. 그리고 살짝 못마땅한지 남편을 흘겨보는 어머님. 그런 어머님에게 추가타를 날린다.



"아직 애들 다 나이가 서른도 안 됐잖아."

"요즘은 다시 다들 결혼을 일찍 한다는데..."

"전쟁 나고 사는 게 불안해지면 사람들이 결혼 일찍 하는 것과 같지. 시훈이와 시연이의 노력 덕에 다시 살만한 세상이 되고 있는데, 그럼 거기에 기준을 맞춰주는 게 좋을 않을까?"

"손자 얼굴 빨리 보면 좋잖아요."



손자라는 말에 손시훈의 표정이 다시 살짝 뒤틀린다.



거기까지는 평상시의 방정맞은 20대와 비교해봐도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깊숙해지는 것이 기나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눈동자의 변화를 이해했는지 질문을 던지는 어머님이었다.



"그, 블루베리에게 들었는데, 빙의용 육체라도 손자, 손녀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니? 뭔가 문제라도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먼 친척인 유주영이 있으니까, 충분히 그런 빙의용 육체를 만드는 건 간단해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비용이 문제. 하지만 여기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내 자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유혜에게 대할 마음가짐 사이의 괴리가 문제지."



자기 자식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유혜에게는 차마 그럴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잘 대하려고 노력을 해도 정략결혼의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거라나.



이럴 때는 차라리 양쪽 모두 정략결혼을 하는 느낌인 게 더 낫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전략적 '파트너'로써 서로를 사랑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현재 상황은 유혜가 일반적으로 손시훈을 좋아하는 쪽이다. 반면에 이쪽은...



"손시연, 네 상사가 문제다."

"갑자기.... 는 아니구나."

"그래! 알기는 아는구나!"


유주영과 유혜의 한국 망명은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에 있어서 엄청난 부담. 까놓고 말해서 대한민국이 러시아처럼 순수 국력으로 중국에게 맞설 수 있는 국가는 아니잖은가. 괜히 손시훈이 러시아로 망명을 추천한 게 아니다.



지금도 TV의 뉴스 전문 채널을 틀면 중국 측의 협박이나 다름없는 발언과 관계된 뉴스가 나올 게 뻔하다.



딱히 한국 측이 떳떳한 것도 아니기도 하고. 그렇기에 현재 국제적으로 한국에 호의적인 국가는 중국과 사이가 아-주 나쁜 인도와 대만 둘 뿐. 그 외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차가운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냐고? 러시아도 '이건 좀'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이런데도 웃으면서 '결혼해도 괜찮아!'라는 협회장님이신데...



"내가 이게 자꾸 '결혼하면 괜찮아!'로 들리는 것 같거든? 내가 예민한 거냐?"

"아니. 미안"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지라 정말로 드물게 오빠에게 사과를 하는 시연. 아무튼 손시훈은 러시아로 가라는 말을 확실히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객관적으로 유혜가 어떻든 간에, 나한테는 상대적으로 순진한 어린애처럼 느껴진다고요. 그런데 그런 아이가 외부적 환경 때문에 불안해하는 틈을 타서 정략결혼을 하는 건 좀 아니잖아요."

"그럼 5-6년 뒤에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안 될까요, 어머니? 아버지 말씀대로 저는 못해도 500년은 넘게 살 생각인데요."

"500년이라. 하긴 수명도 생각해봐야지. 엄마는 이세계인이라도 괜찮다. 법이야 니가 바꿔버리면 되겠지."



수명과 법이란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는 것도 참 대단하다.



그렇게 장남의 결혼 이야기를 끝마친 어머님. 하지만 장남의 이야기는 끝났어도, 자식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돌리고 계신다.



이 시선을 피하고자 재빨리 반찬을 향해서 눈동자를 돌리는 자식들을 보며 아버님이 말했다.



"아직 애들 서른도 안 됐다니까."

"결혼은 일러도, 연애는 할 나이잖아요?"

"연애도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하지."

"시간과 여유라는 말에서 왜 저를 보시죠, 아버지?"

"시연이는 그렇다고 쳐도, 너는 시우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잖니, 시훈아."



빈말로도 쌍둥이 동생을 그냥 내버려 둔 적이 없다고는 할 수는 없는 형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괜히 '여자 친구 소개해줄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

"안 해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주변에서 계속해서 말이 들어오면 너는 관심을 돌린다고 시우에게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하면서 제안을 건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거든."



바로 떨리는 눈썹. 한 사람이 아니다. 손시훈과 어머님의 눈썹이 동시에 떨리고 있다. 일석이조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걸 거다.



물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건 이쪽이기에, 꿋꿋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아버님, 손영철이었다.



"일단 너하고 엮이는 순간 그게 정략적 연애, 정략적 결혼 아니겠니?"



.

.

.



정략적 연애, 정략적 결혼



"흐음. 억!"

"카닌은 정략적 연애 운운하기 이전에 아직 미성년자다."



이 단어들에 살짝 진지하게 신음을 내뱉은 김송현의 머리를 거침없이 후려치는 마경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사회 사무실의 모두가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압박감에도 굴하지 않는 철부지였다.



"하지만! 좀만 있으면 어른이잖아요! 사람이 평생 앱니까?"

-우리 계약자는 평생 애일 것 같아서 참 걱정이구나.



만약에 그녀에게 혀가 있었다면 혀를 찼을 것 같은 말투. 이 말투와 함께 자신의 철부지 계약자를 몰아치는 아눕롤이었다.



-설령 유혜가 칠현님과 혼인을 올리든, 카닌과 도련님이 사귀기 시작하든 계약자가 알바는 아니지 않으냐?

"그래도 나도 나름대로 어른이고, 사회인이니까 축의금은 낼 의향은 있는데.."

-그 생각은 나름대로 기특하다만, 당사자들은 별 생각도 없는데 네가 왜 들떠있는지 모르겠구나.

"나만 들뜬 건 아니잖아. 솔직히 경태형이 나를 때리는 건 이해하는데, 당신들! 당신들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상당수의 사무실 직원들을 향해서 눈을 번뜩이는 김송현. 그 시선을 마치 호랑이의 시선을 피하는 강아지들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걸로 기세를 얻자마자 바로 카닌을 향해서 뭐라고 외치려는 김송현이다. 그렇게 철부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카닌은 먼저 깔끔하게 선수를 치듯이 입술을 열었다.



"시우씨가 어떠냐, 마경태씨는 어떠냐. 뭐 이런 질문들을 들은 적은 있는데요. 시우씨와 함께 있을 때 그런 질문을 한 건 송현씨가 처음이네요. 아눕롤도 몇 번을 말했지만, 내가 누나인지, 그쪽이 오빠인지 정말로 헷갈린다니깐요."

"내가 나하고 너를 엮지는 않잖아!"

"엮었다가는 어떻게 될까요?"

"아눕롤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배가 터질 때까지 물을 마시겠지...."

"최소한의 생각이라는 게 있기는 있네요."



지금은 가볍게 손끝을 들어 올린 상태. 하지만 저 손끝에서 마법진이 펼쳐지면서 한 사람을 삼키는 것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원한다면 의사회 사무실의 모든 사람에게 죄다 물맛을 보게 하는 것도 가능.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에 김송현이 슬금슬금 창문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A랭크 적합자에도 밀리지 않는 순발력을 보여주는 철부지. 그 순발력으로 한 짓을 보면서 마경태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야. 저 녀석도 성장하기는 하는구나."



방금 전 김송현이 뛰어내린 그 자리는, 원래라면 시우가 김송현을 금나로 집어던지는 자리. 언제나처럼 집어던지기 전에 본인이 먼저 뛰어내리면서 탈출한 거다.



살짝 겁쟁이인 김송현의 성격을 감안해보면 이제는 여기서 뛰어내린다고 해서 다치지 않을 자신도 있다는 거다. 마경태의 말대로 김송현은 확실히 성장하기는 했다.



"끼야아아아악!"



물론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눕롤의 본체를 이길리는 없지만 말이다. 성장을 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입장. 이 녀석은 아직 마경태나 조미선도 이기지 못한다.



그렇게 자신의 계약자를 조용히 제압하고 분신체로 보고를 하는 아눕롤이었다.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그래도 무술 대회에서 한 게 있으니까. 며칠은 좀 쉬게 해주죠. 어찌됐든 성장은 했으니까요."

-알겠사옵니다.



이걸로 있어도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는 철부지는 제거, 아니, 처리, 아니...



사람에게 쓰기는 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만, 뭐가 됐든 간에 방해물이 없어졌다. 그렇게 되자마자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마경태였다.



"그래서 유혜의 빙의 의식인가? 그거 금방 하는 거냐?"

"형도 관심 있어요?"

"유사 소집령이 떨어져서."



소집령 : 특수 상황에서 중앙 헌터 협회에서 B랭크 이상의 헌터에게 내리는 강제 명령



소집령이라면 소집령이지, 유사 소집령은 또 뭔가. 그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시우를 보고 변명하듯이 말하는 마경태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봉사 파견 계획이 없냐. 그런 메일이 왔거든? 그리고 없다면 의료 봉사에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문의가 있었는데."

"있었는데"

"중앙 헌터 협회장님이 좀 피곤하신지, 공용 메일이 아니라, 사적 메일로 보내셨네?"



마경태의 말에 반사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시우. 그와 함께하는 고민은 자신의 동생과 형 중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공용 메일로 온 내용은 N이나 카닌도 파견이 가능하냐는 거였어."



여기까지 듣고 시우의 몸이 내린 결정은 카푸스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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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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