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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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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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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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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공범자들3

DUMMY

.

.


"그래도 일단은 이걸로 해결이 돼서 참 다행이야."



마경태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진짜로 다행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소망이 담겨있는 기도에 가까운 말이었다.


.

.


그럼 기도는 왜 할까?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까. 멀쩡히 돌아갈만한 일이라면 기도를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 걸맞게 '함정'을 파고 있는 시우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전혀 괜찮은 모습은 아니다. 명색이 해골장미 전투력 서열 약 5위가 술과 드워프들을 억누르고 있는데 뭐가 괜찮고, 뭐가 다행인가.



끊기지 않는 담배 연기와 진하게 풍겨져나오는 술냄새



바로 옆에 그 5위를 돌보는 '덩치'들이 있는 이상, 조금은 미안해야만 하는 구도인 것이다. 물론 저 모습에 시우의 잘못은 하나도 없지만, 분위기라는 것이 그렇다. 그렇게 조심히 눈치를 살피는 시우를 향해서 술주정이 들려왔다.



"그-니까. 너희 도련-님이 그... 훌륭우웅한 사람이긴 해! 단지 재미가 좀 없을 뿐이지! 당쉰들의 스-승? 아닌데. 뭐였더라? 그래! 선생님인 횽은 너어무 재미를 추구하고. 동생은 너어무 진쥐해. 적당하게 섞으면 조-을텐데"



혀가 완전히 술에 찌들어서 이리저리 비틀렸다. 그 소리를 내뱉는 드워프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우는 자신의 양 어깨를 휘감는 손을 느낄 수 있었다.



해골장미 무력 서열 약 5위, 갈리나 소콜코프를 보조하는 덩치들이다.



물론 덩치와 인상만 험악할 뿐, 실질적인 무력으로만 따진다면 시우는 충분히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 험상궂은 겉모습과는 달리, 그들은 긴 가방끈에 비해서 마나적인 능력은 약한 적합자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우가 지금 쩔쩔 메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정신적인 이유 때문



그 정신적인 압박을 떨쳐내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험한 소리를 내뱉고 만 시우였다.



"새끼들아. 지금 너희 대장이 드워프와 술 들이켜고, 담배 피우는 게 내 책임이야?"

"그럼 누구 책임인데?"

"갈리나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새끼 책임이지. 그 새끼가 뒤늦은 사랑에 빠진 무림인을 어떻게든 러시아로 보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그 선생님은 네 형 아니냐? 그것도 쌍둥이 형"

"내 형이 한 일을 왜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건데? 내 형이 뭐 극악한 범죄를 지르는데 내가 뭐 도움이라도 줬냐? 막을 수 있는데도 방치했어? 응?"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가방끈이 긴 사람들



논리적으로 시우가 하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험상궂은 얼굴을 꿈틀거리는 게 전부. 그에 맞서서 시우는 내공을 끌어올리며 물리적인 압박감을 내뿜는다.



화기애애하다면 화기애애한 드워프들과 갈리나와는 정 반대되는 분위기다. 그를 중재하기 위해서 끼어드는 이가 있었다.



"날씨도 좋은데 분위기도 밝게 갑시다."



목소리가 말한 대로 날씨는 좋다. 햇볕은 화창하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그런데 여기 거의 1년 내내 이렇다. 여름에 잠깐 비가 오는 경우가 있다곤 하나 워낙 내륙지방이라 하늘이 늘 맑다.



이런 관계로 태양빛이 치명적인 사람들에게는 1년 내내 '좋은'날씨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세묜 야코블레프는 거의 파라솔 수준의 대형 양산을 들고 있었다.



솔직히 그건... 좀... 오버하는 감이 있다. 들고 있는 파라솔은 남태평양의 바닷가에 어울리는 곳인데, 이 장소는 몽골-러시아-중국의 국경선이 근처인 내륙지대의 초원. 심지어 복장은 새카만 정장이다.



부조화의 극치가 있다면 딱 이런 모습 이리라.



몇 번을 봐도 적응이 힘든 모습에 일단 시우와 덩치들의 기싸움이 멈추긴 했다. 그와 함께 기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들에 살짝 발끈한 세묜이었다.



"네! 있는 놈이 더한 모습인 건 압니다! 저는 뱀파이어나 구울처럼 햇볕에 닿는다고 바로 '끼에엑!' 거리면서 죽지는 않으니까요. 무방비한 상태로 햇볕에 던져지면 한 몇 시간은 지나야 죽겠죠. 마치 비가 그친 맑은 다음날의 지렁이처럼 말이죠!"

"이해해요. 단순히 말라죽는 지렁이와는 달리, 그 과정에서 천천히 몸이 찢겨서 더 고통스럽다는 거."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런 겁니까, 도련님?"

"일단, 밖에서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 좀 그만 해줬으면 좋겠고. 세묜을 위해서 마법을 써주겠다고 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었던 것 같은데."

-도련님이란 호칭이 뭐가 문제이옵니까?

"문제 많아요, 아눕롤."



다시 마법 이야기로 돌아오자. 마법을 써주겠다고 한 사람 중 대표가 있다면 카닌이다.



물의 마법을 쓰면 적절하게 햇볕을 반사하고 흡수하는 보호막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효과가 있냐고?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지구에 오존층이 없던 먼 옛날, 자외선이 직접 땅을 내리쬐는 시기에도 바다에는 생명체가 존재했으니까. 마법의 보조를 받는다면 얇은 막으로도 해로운 파장만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각종 마법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들이 있었다. 이런 제안들을 죄다 거절하고 파라솔 수준의 양산을 들고 다니는 이유를 늘어놓는 세묜이었다.



"양산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마법을 쓰는 게 더 유난을 떠는 거라니깐요?"

"어디가! 비적합자인 나도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것 같은데."

"이건 비적합자냐, 적합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도련님이나 도련님 옆의 덩치들처럼 그렇게 효율성을 따질 정도로 합리적이지 않아요. 당장 갈리나만 하더라도 제가 카닌에게서 마법을 받으면 잘 버티다가 갑자기 유난을 떤다고 말할 겁니다!"

"그건 갈리나가 카닌과 나이차도 가리지 않는 친구니까 괜히 귀찮게 한다고..."

"굳이 카닌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법을 쓰지 않는 해결방법이 있는데도 B랭크 수준 이상의 마법을 쓰는 것 자체가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겁니다."



글쎄...



시우는 잘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보니 험상궂지만 가방끈은 긴 덩치들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살짝 절망하는 세묜에게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일반인이라면 살짝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묵직하고 빠른 투척. 하지만 평균적인 해골장미 대원에게 있어서는 멀리 있는 물건을 그저 가볍게 던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세묜 또한 그런 해골장미 대원이기에 부드럽게 자신을 향해서 날아온 물건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 물건을 확인하자마자 세묜이고, 시우고, 가방끈이 긴 덩치들이고 표정이 일제히 굳었다.



아직 따지 않은, 하지만 언제라도 마실 수 있게 시원하게 식혀져 있는 맥주병이다. 그걸 본 일행의 생각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똑같았다.



참 가지가지하는구나...



함정이라고 해도,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는 '의료봉사'와 '평화유지군'. 여기서 특별한 경우도 아닌데 대낮부터 술을 쳐마신다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거다.



그런데 남에게 권유까지 하고 있다. 그에 저절로 한숨을 쉬는 시우와 덩치들을 두고 세묜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교대하도록 하죠. 원래 이것 때문에 온 거였으니까요."

"세묜."

"뭐, 전 갈리나만큼 육체가 튼튼하지 않아서 술을 마구잡이로 퍼마시면 취하긴 합니다. 그런데 도련님, 마법은 이럴 때 쓰는 거예요. 아시겠습니까?"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시우와 가방끈이 긴 덩치들을 두고 맥주병의 병따개를 따는 세묜. 그리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면서 걸어간 세묜은 자신을 향해서 걸어오는 갈리나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렇게 세묜과 교대를 한 자기네들의 대장에게 한 마디를 하려는 한 덩치였다.



"대장"

"괜찮을거야. 세묜은 나만큼 튼튼하지는 않지만, 마법은 나보다 조금 더 잘 쓰니까. 그리고 숙취 조절 마법은 그렇게 어려운 마법도 아니잖아"

"대장"

"최소한 햇볕을 차단하는 마법보다는 쉬운 마법이잖아. 양산도 있는데 마법으로 햇볕을 차단하라는 유난은 떨면서, 왜 술을 깨는 데 마법을 쓰는 건 안된다는 건지 모르겠어."

"하아... 대장... 쉽고 안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어른이 아이에게 하듯이 길게 설교가 이어진다.



그에 시우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갈리나. 하지만 시우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덩치들과 비슷한 생각이라서 차가운 표정을 유지할 뿐이다.



세묜이 마법을 통한 햇볕 차단을 거부하고 파라솔 수준의 양산을 들고 다니는 것과 술을 마셔도 된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니 말이다.



그렇기에 길게 설교가 이어지는 와중에 '삐익!'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시우



고개를 돌리니 매와 비슷하게 생긴 테이밍 몬스터인 크호콘펠 '하늬'를 팔에 올리고 있는 카닌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니 설교에 어두워졌던 표정이 순식간에 환해지는 갈리나의 얼굴이 보였다.



옆에서 갈리나의 표정이 밝아지는 만큼 어두워지는 덩치들의 표정은 덤.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현명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카닌이었다.



"갈리나. 확실히 언제, 어떻게 튀어오를 지 모를 드워프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건 이해해. 그래도 남들에게 술까지 대놓고 권하지는 마.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여기 주민들은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친근함을 느끼겠지만, 호위 역할의 헌터들은 분위기가 흐트러진다고 싫어한단 말이야. 모두가 너희 해골장미처럼 명령에 바로바로 마음을 다잡고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야."

"알...겠어."

"좋아. 지금까지 칙칙한 아저씨들과 밍밍한 맥주마시고 있었으니 맑은 바람이나 쐬자."

"맑은 바람? 저기 그럼..."

"아주 끊으라는 말은 안 할게. 그래도 담배는 좀 줄이자. 응?"

"응..."



그리고 '삐-익!'거리며 높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늬를 따라서 달려나가는 두 소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시우는 씁쓸한 표정을 힙겹게 억누르면서 중얼거렸다.



"다 잘 될거야..."

"잘 되야죠. 겉모습만 샌님이지, A랭크 급의 강자인 그쪽보다는 겉모습만 험상궂지, 사실상 샌님인 우리들이 사건 터지면 더 잘 쓸려나가지 않겠어요?"

"...'잘 되야죠' 까지만 말하면 안 됩니까?"

"그"

-@@@@@@@@@@@@@@@@!



한 덩치의 목소리를 삼켜버리는 사이렌 소리. 그와 함께 발이 덜덜덜 떨려온다.



동시에 저 멀리서 뿌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그 흙먼지의 틈 사이에서 보이는 것은 무언가를 탄 사람들과 트럭들. 이 근처의 게이트에서 출몰해서는 근처 민간인들을 약탈하고 있는 이세계인들. 짧게 요약하면 약탈자라고 할 수 있겠다.



약탈로 구한 트럭의 운전은... 대충 악셀을 밟고 있겠지.



현대판 오랑캐가 있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니겠는가. 시우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찢어지는 사이렌 소리에 대항하는 요란한 함성소리와 경적소리가 울려퍼진다.



중국인들이 왜 흉노(匈奴)니 북적(北狄)이라고 부르며 이민족들을 정색했는지 알만한 짓거리.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 소란이 또 끼얹어진다.



"가즈아!"

"가자!"

"전사신과 선조들이여! 이 전투에 영광을 주소서!"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마시면서 대기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함성을 외치기 시작한다. 시우로써는 뒷목을 딱 잡고 싶은 상황.



명색이 정예, 거기다가 신체가 굳건하니 마냥 당하지는 않을거다. 혀는 꼬여도 기가 막히게 도끼와 망치를 휘두르는 게 드워프니까. 문제는 기병과 차량화보병으로 가득 차 있는 적을 상대로 알보병으로 꼴아박는 짓거리를 한다는 것.



이에 아득해지는 시우의 정신을 차가운 한기가 깨웠다.



"그래. 기병에는 역시 기병이겠지."

"푸르르릉"



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적운흉풍. 그를 향해서 내미는 도련님의 팔을 낚아채는 적운흉풍이다.



정말로 간만에 하는 동작. 하지만 한번 자전거에 익숙해진 사람이 간만에 자전거에 타도 익숙하게 타는 것처럼, 시우 또한 자연스럽게 적운흉풍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허벅지로 치는 기수의 신호에 맞춰서 달려나간다. 자욱하게 안개처럼 이는 흙먼지에 맞서는 일자로 선명하게 솟아오르는 흙먼지.



혼자지만 그 묵직함은 단체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묵직함을 창에 실어서 크게 팔을 휘두르는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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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8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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