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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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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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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공범자들2

DUMMY

뿌연 색의 대지, 희미한 색의 하늘. 정말로 간만에 오는 카푸스와 카닌의 고향 세계다. 그를 잠시 감상한 시우는 계속해서 기선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비적합자. 마나가 없는 저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만... 조심해주시길. 마나의 변화에 따라서 이 세계는 변화를 하니까요."

"흥! 그 정도는 기본이라네! 우리 종족도 나름대로 마나 없이 싸우는 것에 익숙해져 있거든! 나름대로 기술이 있다고 너무 무시 하시진 말게나!"

"..."

"왜! 드워프라고 해서 마법을 아-주 못 쓸 거라고 생각하나?"

"비적합자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어지간한 종족이라면 드워프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드워프는 마나에 대한 적합성이 지구의 인간은 물론이고 다른 이세계인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니까, 어지간해서 이런 꼽을 주는 건 그들이 다른 종족에게 하는 짓이다. 우리는 마나 적합성이 낮니, 마법을 쓸 줄 아니...



그리고 이어지는 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힘과 기술로 이를 극복했다면서 뻐기는 것이 드워프들이다. 만약에 그보다 힘과 기술이 앞서는 비적합자가 있다면, 종족을 가리지 않고 카운터라고 할 수 있겠지.



이런 거창한 생각은 내던지고, 지금은 개인과 개인의 승부라고 생각하면서 자세를 다잡는 시우. 그를 향해서 드워프의 대표가 말했다.



"보아하니 창을 쓰는 것 같던데, 나는 창을 쓰지 않고 상대할만한 상대란 건가?"

"..."

"와. 벌써부터 무시하다니, 벌써부터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

"이봐! 뭐라고 말이라도..."

"..."

"젠장."



끝까지 묵묵부답.



딱히 무시를 하는 건 아니다. 제대로 금강불괴를 쓰는 상태에서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그에 시우에게 말을 거는 대신, 만족이 섞인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드워프였다.



체격은 작지만, 그 대신 체급은 앞서는 자신을 상대로는, 거리를 최대한 좁히는 게 더 나으니까.



그걸 바로 분석해내는 것은 나름대로의 역량이 있기에 가능한 행위. 그런 판단을 해낸 시우를 존중하면서 크게 외치는 드워프였다.



"우리 부족을 굽이 살피는 전사신 카르시스여! 저 용맹한 인간 전사와의 결투에 영광이 깃들게 해주솝소서!"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빠르게 드워프 대표에게 달려드는 시우였다.



오른손은 쭉 펼쳐서 뽑고 있고, 왼손은 꽉 쥔 자세. 무엇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간단하게는 호랑이를 사냥하는 무언가라고 할 만큼 흉폭한 동시에 절도가 깃들어 있다.



처음 카푸스에게서 항마복호장(降魔伏虎掌)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속으로 비웃은 자신을 꾸짖는듯한 자세



이에 급히 방패를 들어 올린 드워프 대표의 방패를 거침없이 내려찍는 시우의 손바닥이다.



"크으읏!"



어마어마한 충격량에 입에서 기합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괜히 이 무공에 거창한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격. 만약에 지금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말을 해 줄 수 있다면, '방심하지 마! 멍청아!'라고 알려줄만한 공격이다.



그것이 닿은 곳은 드워프가 들고 있는 방패의 테두리였다.



의도는 뻔하다. 앞으로 내세운 방패를 걷어내기 위한 것. 아직 갑옷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방패를 걷어낼 만한 일격을 그보다 얇은 갑옷이 버텨낼 리가 없다.



다음 일격은 완전히 비어있는 자신의 가슴이리라. 그를 느낀 드워프는 이를 악물면서 자신이 쥔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금강불괴를 쓰고 있다고는 해도, 최소한의 회피는 해야 되겠지.



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시우의 몸은 꽤나 날카롭게 휘두룬 드워프의 도끼를 갑옷을 입은 것처럼 받아낸다. 그와 함께 손끝을 상대의 목 앞에 두는 시우였다.



드워프에 비하면 여린 인간의 손가락이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 겉모습 뿐. 저 손가락은 곡괭이처럼 바위도 찍어버릴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드워프는 자신이 졌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젠장!"



곱게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러자 누군가가 작게 혀를 찼다.



"누구야?"

"나다."



괜히 엘프와 드워프의 사이는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말하는 엘프. 그에 발끈하려는 드워프들을 제지하는 카푸스였다.



"비웃음을 당하기 싫다면 성의를 좀 더 보였어야지. 나는 미리 말했소. 형이 너무 괴물일 뿐, 시우 군 또한 재능이 있다고. 시험을 하려면 종족의 대표나 차기 후계자는 아니어도, 최소한 유망주는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래놓고 다른 종족에게 마법을 믿고 잘난척한다는 말을 하는 거요? 자신들은 상대가 비적합자니 적절한 수준의 사람을 내보냈으면서?"

"..."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만, 반박은 할 수 없어서 물러나는 드워프. 그렇게 물러나는 드워프를 보면서 혀를 한번 더 차는 엘프는 시우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야기는 좀 들었다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손시우 '강사'. 반갑네"



강사라



N이 다니는 학교 학생의 가족인 듯 하다.



"우선 뒤늦은 감사 인사를 하겠네. 전의 게이트 테러 사건에서 자네가 구해준 학생들 중에는 우리 일족의 아이들도 있었지. 자네 형보다는... 사람이 더 됐구만"

"아, 참고로 지금 저 장로님이 속한 일족의 학생 중에는 해골장미 대원과 해프닝이 있었던 사람도 있어."



잠깐 끼어드는 카푸스. 그에 '?'를 얼굴에 띄운 시우에게 엘프가 말했다.



"자네 형의 제자가, 테러리스트의 관심을 돌린다고 좀 험한 방법을 썼지. 뭐 그 아이가 좀 남성스럽긴 하다만, 진짜 여자인지 확인하겠답시고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오라고 했었지?"

"죄, 죄송합니다!"



금강불괴를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이 깨진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건 좀 선을 넘었던 일이었으니까.



"아닐세. 다만 약간의 의문심을 품었던 건 사실일세. 자네의 형, 혹은 그 제자인 해골장미들과 비슷한 성향이 있지 않을까... 자네의 강의를 들은 내 손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람은 직접 만나기 전에는 모르니까."

"말했을 텐데. 시우군은 그 '인간이지만 사람은 아닌 것 같은 새끼'인 그 녀석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확실히 그렇군. 그런데 손시훈은 당신의 친구 아니었소?"

"친구는 친구고, 이거는 이거지."



끼어든 카푸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시우였다. 카푸스의 말대로 손시훈은 인간이지만 사람은 아닌 짓을 좀 자주 저지르니까.



자업자득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해골장미들이 가끔 나사빠진 짓들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아무리 남성스럽다고 해도 여자에게 병원 가서 진단서 떼오라고 한 건 진짜 레전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시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엘프의 장로와 카푸스였다.



"그래서 그대가 직접 나서려고?"

"안될 건 뭐가 있겠나? 손시우가 인격적으로 훌륭한 인간이라는 것과, 함정을 같이 팔 공범자로써 신뢰가 있냐는 별개의 일이지."



말과 함께 손에서 꽃을 피워내는 엘프의 장로. 그 꽃은 순식간에 덩굴이 되고, 마법 지팡이가 된다. 이 하나의 지팡이의 곳곳에서 피어나는 마법진들. 이걸로 시우는 대충 이 장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과연 자신이 전문적으로 마법을 쓸 중국의 적합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그걸 바로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금강불괴를 위한 내공을 전부 홍류선법의 무지개빛을 위한 것으로 바꾸는 시우였다.



"이건...! 생명력을 대기에 떠다니는 마나와 바로 반응시키는 건가? 대단하군!"



진짜로 대단한 건 저 장로님이 아닐까



아직 홍류선법의 무지갯빛이 저 지팡이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자잘한 마법은 발동을 못하는 것을 알고는 자잘하게 펼쳤던 마법진들을 몇 개로 집중시키고 있으니까.



그리고 선수필승의 원칙에 충실하게 먼저 마법을 날리는 장로. 마법진이 하나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시우의 발밑이 푹하고 꺼진다. 그걸 보자마자 크게 외치는 드워프들이었다.



"졸렬하다! 귀쟁이놈!"



좀 그렇긴 하다. 단순한 마법도 아니고, 마법을 이용한 지형 조작이니까. 드워프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다른 이세계인들도 혀를 차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의 눈은 침착하기만 할 뿐. 늪 속에 단단한 무언가라도 밟은 것처럼 위로 솟구치듯이 뛰어오른다. 이어서 늪 사이사이에 박혀있는 바위를 밟듯이 깡충깡충 뛰면서 장로에게 접근하는 시우.



그리고 무지갯빛을 휘감은, 좀 전의 드워프의 목덜미를 겨누었던 손가락을 엘프의 장로에게 똑바로 겨눈다. 그러나 똑같은 자세여도 상당히 다른 느낌. 그때의 손끝이 짧게 들어가는 단검의 끝 같았다면, 지금의 손끝은 밀어 넣듯이 길게 내지르는 창끝 같다.



이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두 번째 마법을 발동시키는 장로. 처음의 변칙적인 공격인 지형조작과는 대비되는 화염구들이다.



조금 깨는 게 있다면 자연, 특히 식물과 친화력이 있는 엘프가 불의 마법을 쓴다는 것. 그에 시우도 속으로 살짝 고개를 가웃거린다.



이런 속과는 달리, 손은 재빨리 모양을 바꿔서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불꽃의 공들을 빠르게 쳐내고 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게 마치 달리는 사람이 하고 있는 움직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지경.



그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장로의 코앞까지 다가가는 시우다. 그러자 세번째로 마법진이 사라지면서 마법이 발동되었다.



어떻게든 저지를 하려는 것인지 늪과도 같은 땅을 헤치면서 솟아나는 덩굴의 벽. 하지만 얇은 덩굴을 꼬아서 만든 벽으로는 어지간한 날붙이보다도 날카로운 시우의 손끝을 막기에는 영 부실해보인다.



충분히 승부가 끝나는 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그렇게 느낀 한 드워프가 소리친다.



"꿰뚫어버려!"



마치 자기 일처럼 외치는 말. 그 말이 시우의 정신을 살짝 깨워줬다.



아직 거리가 남아있는데 굳이 방어에 마법을 쓸 필요가 있을까? 홍류선법을 딱 보자마자 마법 저해 능력이 있다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인데?



그와 함께 떠오르는 것은 먼 과거의 기억이다.



적운흉풍을 타고 한 카푸스와의 첫 실전. 그 때는 별 생각없이 카푸스로 보이는 분신에게 전력 질주를 하고는 뒤를 잡혔다.



여기까지 떠올린 시우의 발이 하는 행동은 급제동. 그리고 희미하게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크게 다리를 휘두르자 '우직!'거리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진다.



동시에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엘프의 장로다.



지팡이로 간신히 방어를 해낸 모습. 그래도 지팡이가 살짝 망가진 일격을 받아낸 만큼 화들짝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 얼굴을 놓치지 않은 드워프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렇지!"

"뭐가 그렇지야?"



겉모습은 미소년이다만, 마나와 함께 끌어올린 압박감은 미소년이 아닌 '호수를 삼킨 마법사'의 것. 이 압박감을 흩뿌리면서 살짝 들뜬 분위기를 강제로 진정시키는 카푸스



그런 카푸스를 향해 시우는 엘프의 장로가 은근슬쩍 숨겨서 낸 문제와 정답을 말했다.



엘프 장로의 첫번째 공격은 지형 변화를 통한 공격. 그를 통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일관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다.



둘째 공격은 일반적인 마법 공격. 그를 통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적합자와 똑같이 상대의 마법에 대응할 수 있냐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마법을 통한 속임수를 간파할 수 있냐는 것. 엘프 장로가 원하는 것은 이미 속은 상태에서도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시우는 속지도 않고 간파를 해냈다.



이를 평가하는 카푸스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너'는' 합격이야. 너는 합격인데..."



냉철하게 따지면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걸 알려주는 카푸스의 말을 듣는 시우는 드워프쪽을 향해서 돌아가려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딱딱하게 굳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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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 공범자들2 21.03.03 20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2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5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7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6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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