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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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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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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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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증명5

DUMMY

산동성 정파 검법이라



손시훈이 국제 헌터 연합과 중국 무술 협회의 지랄이 가지가지라고 생각하듯이, 왕용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넓은 나라. 그러니 지방이라고 하더라도 산동성의 크기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객관적으로도 그렇다. 산동성의 크기는 남한 지역보다도 확실히 더 크니까. 그런데 그 넓은 땅의 무공들을 그저 뭉뚱그려서 정파 검법이라고 말한다?



오만도 그런 오만이 없다.



그래도 혹시나 했던, 의족에 무언가를 숨기는 꼼수는 하지 않았다며 눈 앞의 여자에게 나름대로 고평가를 하는 왕용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 상대를 두고, 조미선은 손시훈이 따로 해줬던 교육을 떠올리고 있었다.



.

.



"좋습니다. 명색이 대회니까요. 조금 더 진지하게 해 봅시다.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말을 확실히 놓아주세요."

"음?"

"비탈리아씨도 훈련 중에는 시우에게 말을 확실히 놓았죠. 그쪽이 위라는 인식을 주고, 조금 더 진지하게 조언을 들을 수 있게 되니까요."

"흠"

"어차피, 따져보면 여러모로 연상이잖아요?"

"좋아."



처음에는 살짝 부담감이 어린 표정. 그래도 목소리는 금방 풀어졌다.



"우선 내공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는 거다. 훈련이라면 모를까, 실전에서도 내공에 집중한다고 마나를 억누를 필요는 없어."



.

.



마나를 다루는 사고력과 내공을 다루는 생명력은 분명히 다른 힘이다. 그러나 그것을 다루는 것은 같은 육체. 둘 다 쓸 수 있다면, 한쪽을 끌어올렸을 때, 다른 한쪽도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마나를 끌어올리는 조미선의 귓가로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와 함께 보이는 건 자신과 반대로 마나를 억누르면서 자세를 다잡는 모습이다. 어떻게든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자존심을 세워보려는 모양이다.



딱히 신경 쓸 모습은 아니다. 어차피 저런 식으로 억누른 마나는, 싸우다 보면 저절로 치솟기 마련. 괜히 저런 만용에 맞춰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조미선은 뽑아 든 검을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검을 내지르기 보다는 붓으로 점을 찍는 움직임에 가깝다. 허공에 그 짓거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가지가지한다고 생각한 왕용은 자신이 쥐고 있는 기다란 봉인 오랑팔괘곤(五郎八卦棍)을 거칠게 조미선에게 휘두르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넋을 놓은 상대에게 일침을 가하는 공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미선의 눈은 처음부터 왕용을 향해서 빛을 내고 있는 상태. 허공에 천천히 점을 찍던 검은 순식간에 속도를 몇 배로 올려서는 왕용에게 향한다.



그건 마치 맑은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이 그대로 쏟아지는 것 같은 맹공이었다.



분명히 기본 동작은 좀 전의, 허공에 점을 찍는 듯한 것과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속도와 실려있는 감정 뿐.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이 당황과 함께 왕용은 자신을 향해서 쏟아지는 맹공을 오랑팔괘곤으로 힘겹게 받아넘긴다. 그런 왕용에게 팀원들은 멀리서 한 마디씩을 던지고 있었다.



"뭐 해, 왕형!"

"거리를 살려! 봉을 쓰잖아! 어떻게든 떨쳐내!"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다. 분명히 거리만 조금 더 벌리면 봉과 검의 거리 차이로 일방적인 농락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잘 안돼서 서서히 짜증이 치솟던 그는 미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걸 볼 수 있었다.



.

.



"산동성의 정파 검법으로 가자고 하셨죠?"

"그래"

"그쪽 지역의 검법이 뭔가 특별한가요?"

"아니. 검법으로만 따지고 보면 사실 많이 뒤떨어진 지역이야."



산동성에 자리 잡은 세가는 황보세가, 제갈세가, 산동악가 이렇게 셋이다.



여기서 산동악가는 아예 전문적인 검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가. 그리고 그나마 검법이 있는 두 세가도 검으로 강하다고 말하기에 좀 그런 세가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거꾸로 더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거군요."

"엑사크타. 바로 그거다. 그리고 무공의 단위에서 보자면 뒤떨어지는 편이지만 무술의 범위로 넓게 살펴보면 굳이 그렇지도 않아."



.

.



천성검법(天星劍法), 하늘에 수없이 많은 점처럼 펼쳐진 별들을 검으로 구현하는 제갈세가의 검법 중 하나. 얼핏 보면 속도로 밀어붙이는 것 같지만, 정확히는 양으로 밀어붙이는 검법이다.



이렇게 이름도 거창하고, 장점도 거창하다만, 그에 만만치 않은 단점도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엄청난 양의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 다른 무기나 무공도 적정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천성검법은 수많은 변수가 더해지는 실전에서 쓰기에는 좀 난감할 정도로 심하다.



애당초 이 검법은 제갈세가의 천문관측인들이 만들어낸 호신용 무공. 제한된 환경에서의 빠른 제압만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실전성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버렸다.



그런데 처음부터 제한된 환경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몇 수 까지 받은 상태라면?



일반적인 무공을 쓰는 것보다도 상대를 훨씬 더 압도적인 기세로 몰아붙일 수 있다. 그런 물리적의 압박에 심리적인 압박까지 내주기 위해서 나지막이 '중국어'로 말하는 조미선이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어야지."

"이...!"



속에 열불이 치솟게 만드는 말



그러나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말문이 턱 막힌다. 조미선의 말대로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도 이 궁지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현재 수세에 몰린 왕용이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단 하나. 단순하게 마나를 엄청 끌어올린 다음 내뿜어서 거리를 확보하는 것.


완전히 규칙 위반은 아니다.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자연스러운 마나 방출까지는 아슬아슬하게 허용되어 있다



어지간한 경우라면 바로 그 수를 골랐을 겠지. 하지만 '중국에서 개최한 대회'라는 상황에, 공격 횟수는 그대로인데 마나의 양이 서서히 떨어지는 조미선의 모습은 왕용이 그 수를 고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떨쳐내! 왕형!"

"거리를 벌려!"



그건 뒤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라도 상대방은 마나를 서서히 가라앉히고 있는데, 자신은 감히 마나를 끌어올릴 엄두가 나지 못할 테니까.



떨쳐내니, 거리를 벌리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할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왕용이 궁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조미선이 먼저 뒤로 빠져나오면서 거리를 벌린 덕분이었다.



"계집이! 지금 나를 조롱하는 것이냐!"



그에 왕용은 열이 잔뜩 받힌 소리를 터트렸다. 한참 우위에 있던 상황에서 먼저 물러서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거기다가 자세까지 완전히 바꾸는 것이 이리저리 시험을 해보겠다고 느껴진다고 여겨져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그 오만을 전력으로 부숴주겠다고 생각하며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왕용.



자신이 이렇게 힘을 끌어오고 있다면 상대도 힘을 끌어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비웃음을 들을 수 있었다.



'뭘 기대하고 있냐?'라는 내용의 말 말이다.



어린아이를 놀리는 것 같은 말에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 살펴볼뻔했다. 그러나 그에 신경 쓰기에는 눈 앞의 상대가 너무나도 담담하다.



자신과 반대로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마나는 D랭크와 C랭크 사이의 경계선에 머무를 정도의 미약한 양.



이만하면 방심도 너무 심하다. 그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야 했던 건 그쪽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왕용은 힘이 잔뜩 실린 봉을 휘두른다.



그 봉이 조미선이 든 검과 부딪히는 순간 왕용은 마나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묵짐함에 팔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세가 달라지긴 했다만, 그를 감안해도 처음에 쓴 검법과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검법. 그것이 엄청난 공격 횟수로 밀어붙이는 검이라면, 지금 조미선이 휘두르는 검은 느릿느릿한 대신 한 사람이 아니라 몇 사람이 달라붙어서는 휘두르는 것 같다.



과연 저 힘이 실린 검이 저 마나로 가능한 짓인가?



생각하는 머리는 믿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느끼고 있는 몸은 그렇다고 느낀다.



"크으으윽!"



그 결과 이를 꽉 물면서 기합을 주자 신음과도 같은 기묘한 소리가 이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걸로 어찌어찌 받아내고는 있다만 한 눈에 봐도 영 힘들어보이는 모습.



이런 왕용과는 달리 조미선의 모습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게 그녀는 소가 쟁기를 끌듯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 왕용을 경기장의 끝까지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려주는 조미선. 그를 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는 형을 보면서 시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냐? 도대체 그 사이에 미선이 누나한테 뭘 가르친거야."

"좋긴 한데, 조미선씨에게 상대방을 능욕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았어."

"완전히 능욕하고 있잖아."

"야, 명색이 그 마경태씨의 친구인데 그걸 순순히 받아들였겠냐?"

"그럼 왜 저러고 있는데?"

"합리적인 작전에서 나오는, 불행한 결과물이지 뭐..."



.

.



"초반에는 있는 패를 많이 공개하라고요?"

"그래."

"보통은 최대한 숨기는 게 좋지 않나요?"

"한 세가, 문파 안의 무공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너는 두 세가의 무공을 쓰잖아? 성격도 완전히 다르고"



제한된 상황의, 머리를 쓰는 호신용의 제갈세가의 무공, 범용성이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황보세가의 무공



"심지어 그 안에서도 특성이 다르다. 제갈세가의 천성검법은 첨검(尖劍)이다만, 거기서 세부적으로 나누면 소천성검법(小天星劍法)은 첨검(尖劍)이고 대천성검법(大天星劍法)은 변검(變劍)이야. 황보세가의 오대부검(五大夫劍)은 둔검(鈍劍)이고, 뇌진검법(雷震劍法)은 패검(覇劍)이다."



그리고 조미선의 숙련도는 다들 비슷하다.



그걸 이용하는 것이다.



"많은 패를 미리 공개하면 분명히 이런 팀이 나온다. 그게 제발 제일 열심히 수련했기를 바라고 하나를 빡세게 준비하는 거지."

"그럼 그걸 역으로 카운터를 쳐서 제압하는 거군요."

"그래"

"일리는 있습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흠... 이건 외적인 이유 때문인데..."



이런 너무나도 다른 검술을 쓰면 말이 나오게 되어있다.



"그래서 미리 산동성 정파 검술이라는 1차적 핑계를 사용했지. 산동성만 하더라도 남한보다 큰 지역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우기면 그만이야. 그래도 나올 반발을 최대한 초반에 전부 패를 공개하는 방법을 통해서 전부 받아들이는 거다."

"좀 졸렬한 것 같은데요..."



.

.



"내가 봐도 좀 졸렬한데? 송현아. 혹시 나나 미선이 누나가 예민한 걸까?"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긴 해도! 능욕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았잖아? 지금 저 녀석이 능욕당하고 있는 건 합리적인 작전에서 나오는 피치 못할 결과물과, 저 녀석의 자만 탓이야!"



빽빽 소리를 내지르는 손시훈. 그 너머에서 조미선은 다시 자세를 바꾸었다.



처음의 천성검법을 다시 쓴다고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에 한 번 당하면 당했지, 두 번은 당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먼저 적절한 거리를 잡고는 제대로 오랑팔괘곤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왕용.



그에 처음은 살짝 밀리는 조미선이었다. 이제 와서 나오는 모습이지만, 역시 검으로는 기다란 봉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런 상대방을 향해 왕용은 기세 좋게 외쳤다.



"전력을 다 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마나를 끌어올려라!"



그 말들 중 조미선이 알아들은 건 '전력'이라는 단어 하나. 왕용에게는 불행히도, 그녀는 그저 몇몇 도발을 위해서 중국어 문장을 통째로 외운 거라 아무런 느낌도 없다.



그저 침착하게 이리저리 휘두르는 봉을 피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할 뿐이다.



명색이 대표는 대표인지 그 사이에 처음 썼던 천성검법에 대충 움직임을 맞춘 움직임.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소천성검법에 맞춘 움직임이지, 대천성검법에 맞춘 움직임은 아니다.



소천성검법의 초식이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최대한 빠르게 찍어내는 것이라면, 대천성검법의 초식은 그 별들이 1년에 따른 변화를 그려내는 초식



그런데 소천성검법에 맞춰서 봉을 휘두른다?



"!!!"



궤적을 가볍게 바꿔서는 목에 칼날을 들이밀기 딱 좋다.



"이..!"



그래도 포기를 하지 않는 왕용. 그렇게 맨 주먹으로 달려들려고 하는 왕용의 가슴에다 손바닥을 꽂아넣는 조미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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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눈도장 21.03.17 23 2 14쪽
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8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4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1 1 13쪽
225 증명8 21.02.15 15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8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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