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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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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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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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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미 경험한 것2

DUMMY

2페이즈라. 괜히 말해놓고 민망한 시우였다. 근처에 너무 오랫동안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 또한 영향을 받기는 받은 모양. 게임도 아니고 무슨 2 페이즈인가.



그래도 다행인 건 자신의 혼잣말을 들은 이는 적운흉풍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적운흉풍은 적당히 눈치로 '나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라고 해줄 수 있는데



'2페이즈라, 그렇군.'



자신의 형은 그럴 사람일지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만하면 충분히 강해진 것 같은데 아직도 영혼 사이의 연결이 되어 있는 게 상당히 찜찜하기도 하고...



옛날에 비하면 상당히 희미한 목소리지만, 연결이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좀 그렇다. 이렇게 찜찜해하는 시우를 두고 손시훈은 눈앞에서 형태를 바꾸는 마왕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반쪽짜리였군.'

'보면 아냐?'

'다리, 팔이였던 것 아니냐?'



자존심에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덩치가 커서 다리의 모습이 뻔히 보인다.



전체적인 구조야 인간이 아닌 마왕이라고 어떻게든 우길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발은 어떻게 변명할 수 없는 형태. 시우의 눈에도 지금 발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3개의 펼친 '손'인 게 보인다.



시훈의 말 그대로 팔였던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다리가 팔이였던 것을 짐작하는 것과, 마왕이 반쪽짜리였던 것을 짐작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인데, 손시훈쯤 되면 그건 상식이겠지.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시우는 바로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반쪽짜리였던 것이 왜 완전해진 거야?'

'학습한 거다. 눈 앞에서 자신의 신체가 아닌, 도구를 쥐고 싸우는 무언가를 보고 말이지. 만약에 마법으로만 주구장창 상대했다면 마왕이 되는 중의 짐승이었을 확률이 있지.'

'설마 내 잘못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그냥 사실을 말한 거지.'



덤으로 신화를 하나 이야기하는 손시훈



시우도 어렴풋하게 들어본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헤르메스는 태어난 날에 자신의 이복형인 아폴론의 소 50마리를 훔친 짓을 저지른 적이 있다.



즉 엄청난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신의 이야기지만 마왕쯤 되면 큰 분류에서는 신과 차이가 없으니 가능하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징론적의 입장에서 그런 거고. 전투력의 입장에서 보면 한쪽 팔을 날려먹었으니 여전히 반쪽짜리지.'

'잠깐만, 갑자기 잘려나간 팔이 살아 움직이는데?'



선선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건 아니다. 기분 탓으로 넘길 수 있는 꿈틀거린 수준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림자로 보자면 낙지나 문어의 다리 같은 촉수처럼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다. 그건 어깨에서 떨어져 나간 거대한 해골 덩어리가 움직인다고 보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그걸 동생의 눈으로 보고 시큰둥하게 말하는 손시훈이었다.



'마왕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다고?'

'흠, 일단 마왕의 넓은 정의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데...'



종족의 한계를 좁은 의미의 신이 되는 것으로 극복한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극복한 자들.



'표현은 뭐 다양하지, 승천이라고도 하고, 각성이라고도 하고, 해탈이라고도 하고...'



그래도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뭔가 격이 낮아 보이는 극복이다. 그에 왜 이런 설명을 하나 했던 시우의 의문은 형의 '나나 엘프들의 세계수들도 따져보면 유사 마왕'이라는 말에 해소되었다.



일단 세계수는 깔끔히 무시하고 손시훈에만 집중해보자.



각성까지는 손시훈과 나름대로 어울리는 단어다만, 승천은 좀 아닌 것 같고, 해탈은 더더욱 아니니까.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은 건 맞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팔이 반쯤 떨어져 나가거나, 눈이 뭉개진 부상을 입으면 불구가 되니까.



'아직까지 인간인 나도 그런데. 저 해골 덩어리야 오죽할까?'

'끄음.'

'그러니까 일단은 물러서서...'

'아니, 물러서지 않아.'

'?'



형에게서 느껴지는 건 목소리뿐이다.



하지만 시우는 지금 형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충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무슨 소리야?'라는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런 형을 두고 우선은 적운흉풍을 모는 시우였다.



체력이 모자란 건 아니니, 덩치가 큰 상대방을 상대로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편이 나으니까. 대충 상대방의 중심을 넓게 빙빙 도는 기동으로도 충분. 고삐로 내리는 그 명령을 순순히 따라주는 적운흉풍이다.



대충 눈치로 자신과 형의 영혼이 연결되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그런 적운흉풍을 두고 손시훈은 살짝 초조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수치상으로 하면 네가 저번에 싸웠다던 반쪽자리와 비슷한 전력이겠지. 하지만 상성이 완전히 달라.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네가 불리해.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위험부담은 안 하면 안 될까?'

'언제나 위험하게 사시는 분이 뭔 소리이신지?'

'그러지 말고. 이런 말 하긴 싫은데, 너하고 적운흉풍을 합해야지 1인분이 나오는 건 알지?'

'그 적운흉풍이 형보다 눈치가 더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리고 잠시 적운흉풍과 손시훈의 '인성'을 노골적으로 비교해주는 시우였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명색이 쌍둥이 형인데 너무 심한 게 아니냐' 싶은 말들. 그러나 아는 사람들에게는 '쌍둥이 동생인지 막내 동생인 시연보다는 형을 더 생각해 준다.'는 말들이다.



더 간편하게 설명하면 심하지만 맞는 말. 그리고 결론을 '형은 날 못 믿어도 적운흉풍은 나를 믿어준다.'로 내준다. 이에 대한 손시훈의 반응은 다음과도 같았다.



'레삐잇! 그런 심한 말은 그만두는 레후우!'



본인도 논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으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상한 드립과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절규를 하는 형을 내버려두고 고삐를 틀어쥐는 시우. 그에 맞서 두 다리를 엮어내서 일어선 마왕이 먼저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단순히 내려치듯이 휘두르는 게 아니라, 휩쓸듯이 채찍을 휘두른다. 나름대로의 이동경로까지 예측한 공격. 단순히 두 다리로 서는 것 이상의 지능 상승을 한 모양이다.



물리적으로 피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하다. 적운흉풍이 그런 생각을 더 크게 하는지 시우의 온몸에 급격히 차가운 감각이 퍼져나갔다.



마치 차가운 바람을 쐬는 듯 듯한 서늘함. 이어서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차가움이 시우의 몸을 휩쓴다. 이 적운흉풍의 허상화로 공격을 회피하자마자 바로 틀어쥐는 고삐를 마왕의 다리 쪽으로 모는 시우였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복잡한 곡선을 그리고 면을 칠하는 공격을 하는 무기의 단점은 안쪽으로 파고들었을 때 취약하다는 건 상식이니까.



이미 넓게 휘두른 채찍과도 같은 팔을 회수하는 것보다, 적운흉풍이 발목을 향해서 달려가는 게 더 빠르다.



'팔이 엮어져서 만들어진 다리인 건 알지?'



형이 그렇게 끼어들기가 무섭게 다리가 살짝 풀렸다. 그리고 시우를 확 낚아채기 위해 한 손이 발목에서 뻗듯이 날아온다.



어지간해서는 말이 씨가 된다고 할만한 상황.



하지만 평상시의 김송현과 다르게 괜히라도 손시훈의 탓을 할 수는 없다. 아무튼 이 인간도 유사 마왕이니까. '이렇게 할 것 같지 않음?'이 아니라 '나라면 그렇게 함.'인데 어쩌겠는가.



그렇기에 머리를 잠깐 채운 짜증을 바로 밀쳐내며 대응한다.



거대한 하나의 뼈와, 그 주변을 자잘하게 덮은 작은 뼈들로 이루어진 손. 저걸 상대하는 데 창을 쓰는 건 홍류선법의 힘을 쓴다고 해도 상당히 비효율적이겠지.



이 생각과 함께 길쭉한 창날이 단순하고 둥근 쇠뭉치로 변한다.



'괜찮은 선택이기는 한데, 철퇴 써 본 적 있니?'



뭐, 철퇴도 형이 걱정하는 대로 써 본 적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직접 써본 적이 없어도 단련된 육체는 자신의 팔에 실린 묵직한 무게에 맞춰서 움직여주었다.



망치를 휘두르는 감각하고는 살짝 다르게 휘두르는 것이 핵심. 무게 중심이 쏠려있는 망치와는 달리, 골고루 퍼져 있으니까.



최고 타격량의 조금 뒤떨어지더라도, 유연하게 휘두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을 살려서 살짝 틀면서 자신을 덮치는 손을 무지갯빛을 휘감은 철퇴로 후려쳐내는 시우였다.



'나이스'



시우 본인이 생각해도 만족스럽고, 손시훈도 담백하게 칭찬할 정도의 깔끔한 타격. 하지만 공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바로 철퇴를 검의 형태로 바꾸어서 크게 도려내듯이 베어낸다.



-!!!!!!!!

'괜찮았어. 인간이었다면 다시는 걷지 못했을 거야.'



부서진 뼈가 휘날리는 부분은 발뒤꿈치에 붙어 있는 힘줄 부위다. 아킬레스건으로 유명한 이 부위가 손상되면 제대로 걷고 뛸 수 없다는 건 상식.



뼈로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체중을 지탱하고 있다는 건 바뀌지 않기에 몸이 기울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렇게 두 다리를 만들고 일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기게 된 반쪽짜리 마왕이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일어서기 이전의 상태보다 훨씬 더 안좋다.



잘려나간 앞쪽의 팔 하나, 뒤쪽의 한쪽 팔은 반쯤 뭉개졌고, 또 다른 팔의 손은 손가락들이 뭉텅 잘려나갔으니까. 제대로 남아있는 다리는 5개. 아직 몸통은 멀쩡하다지만 균형이 무너진 걸 감안하면 반까진 온 것 같다.



'이런 점에서는 내가 비적합자인 게 좋지 않아?'

'응?'

'보고 배울 마법이 없잖아. 저기에 갈려나간 사령술사와 마법사가 몇인데 쓴 마법이라고는 해골 휘두르기, 해골 내밀기, 사령 브레스가 끝이니까.'

'내 영혼에서 자학 개그까지 배우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이미 보고 들은게 너무 많아서 말이지. 평상시에 잘 좀 하지 그랬어?'

'레휑-'



다시 기괴한 비명을 내뱉는 형을 무시하면서 기세를 탄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잖은가. 지금 이럴 때 자신 혼자서 확실히 박살을 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중국측의 별동대들을 막을 예정이거든'

'설마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는 건 아니겠지?'

'글쎄'



자신의 글쎄에 형의 말이 뚝 끊겼다. 보나마나 정색하고 있겠지. 그걸 느끼며 시우는 이번 기회에 형이 자신의 화법이 얼마나 엿같은지 뼈저리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충 형이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말이다. 마법에서 나오는 변수겠지. 아무리 감이 좋다고 해도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상 언제나 그런 위협에 노출이 되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도 그렇다.



"푸릉!"



달리다가 갑자기 제자리뛰기를 하듯이 높게 뛰는 적운흉풍. 그 발밑에는 뾰족한 말뚝이 어느새 솟아나 있다. 나름대로의 전조 없이 기습 공격을 가한 셈이다.



아무리 시우가 마법을 안 쓴다고 하도 나름대로 마법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 그래도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것. 자신이 유리하다는 점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손에 쥐고 있는 검을 처음에 만들었던 창의 형태로 바꾼다.



그렇게 차근차근 마왕의 뼈들을 부수고 깎아낸다. 마치 관리를 오랫동안 받지 않은 정원수의 가지를 쳐내는 것처럼 말이다. 짧지는 않은 시간동안 창을 그렇게 휘두르자 남아있는 것은 마왕의 머리와 몸통 뿐이었다.



징그럽다면 여전히 징그러운 모습. 처음이 거미같았다면 지금은 그 여덟 다리를 떼어낸 형태다. 그러나 절대로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마무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던 시우의 눈 앞에서 서늘한 푸른 빛이 빛났다.



'?'

'이렇게 될 것 같았는데...'

"아니, 무슨..."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온다. 꿈틀거리는 몸체. 그 모습이 마치...



'고치 같지 않아?'

"그, 뭔"

'혹시라도 네가 저것이 깨어나기 직전에 쓰러트릴 수 있을까 해서 냅뒀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3페이즈다.'



3페이즈라. 진짜 골 때린다. 하긴 저 정도쯤은 되야지 마왕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까지는 반쪽짜리라도 마왕이라기 보다는 괴수에 가까웠었다.



그 생각을 밀어두고 '3페이즈'의 앞에 나온 단어에 집중하는 시우였다.



'고치라고?'

'그래. 저 거대한 덩치는 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육체를 만들 때까지의 겉껍데기에 불과해.'

'그렇다면 저 고치에 손상을 주면?'

'이 시점에서 태어나는 건 막을 수 없어도 나름대로 치명상을 줄수는 있겠지. 그런데 고농도의 마나에 의한 충격이 있어야 해.'



이 말을 듣자마자 조명탄 발사기를 장전하고는 위로 쏘아올리는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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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8 2 13쪽
»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4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6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1 1 13쪽
225 증명8 21.02.15 15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5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8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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