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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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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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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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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미 경험한 것3

DUMMY

-조금만 더 일찍 신호를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살짝 묻어있는 목소리



헌터들의 기본 전술은 나름대로의 팀 플레이가 기본이다. 그렇기에 베테랑의 기준에서는 A랭크 적합자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게 그다지 흠이 되지 않는다. 그건 D랭크 수준이라도 뭔가 확실한 도움이 된다면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지만 로망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반쪽짜리라고 해도 마왕은 마왕. 그냥 우두머리하고는 천지차이다. 그것을 홀로 싸워서 이긴다는 건 나름대로 전설을 쓰는 행동이 아닐까?



그래서 그 아쉬움은 살짝이었다.



조금만 더 빨리, 강하게 몰아쳤다면 시우는 혼자서 마왕이 제대로 깨어나기 전에 박살 낼 수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아눕롤을 두고 시우가 혼자서 몰아친 것은 자만이 아닌 여유에서 나온 선택지였던 것이다.



이 여유가 사라지자마자 시우는 바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 신호는 절대로 늦은 게 아니었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팔을 전부 잃은 마왕은 아눕롤의 사격을 회피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생각과 계산을 그렇게 하면서 형태를 바꾸는 아눕롤이었다.



.

.

.



푸른 빛줄기가 날아온다.



딱 봐도 휘어짐이 느껴지는 포물선. 그 포물선의 끝이 닿은 곳은 뼈들이 엮어서 만들어진 이루어진 고치의 한 지점이다. 거기서 일어난 폭발은 말 그대로 공간을 밀어내는 듯한 충격을 사방에 퍼트렸다.



그것을 본 손시훈의 감상은 다음과도 같았다.



'저게 되게 귀한 건데...'



마나경화형 곡사포



원래라면 기체처럼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마나를 고체처럼 완벽하게 굳혀서는 사격하는 방식의 곡사포다. 착탄할 시 고체로 굳었던 마나가 해방되면서 충격파를 발산한다.



원래 군사적 목적은 일정한 공간에 방어력을 무시하고 골고루 충격을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물건



이런 걸 민간인이 가질 수 있나 싶다. 하지만 지구의 미국에서도 민간인이 2차 세계 대전에 굴러다니던 전차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자.



다만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가질 수 있다는 것과 가진다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심정을 드러내는 형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우였다.



'그런데 한 세게에서 다른 세계로 순례를 할 수 있는 순례자면 부자가 아닐까요?'

'보통 돈이 많다고 할만한 순례자들은 저거보다 한 단계 낮은 마나액화형 직사포를 쓰거든. 가격이 못해도 4배 차이는 나니까.'

'워우'

'나중에 아눕롤에게 가문이 어디인지 물어봐야겠네.'



그러니까 아눕롤은 키잔트헤임의 어지간한 부자도 평범하게 만들 정도의 진짜 부자라는 뜻이다. 키잔트헤임의 탄생에 기여한 칠현이 어느 가문 출신인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이걸 당사자에게 직접 들으면서 감탄을 하는 시우를 두고, 두 번째 마나경화탄이 마왕의 고치를 때린다.



자본주의의 맛이 무엇인지를 느껴지게 만들 만한 타격. 시우가 느끼는 건 충격의 정말로 일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살짝 얼얼하다.



그리고 금이 쩍쩍 갈라진 고치에서 깨어난 마왕의 모습은 딱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어땠을까.



평범한 민간인들이 보기에는 사신(死神)이라는 모습을 떠올려도 이상하지 않았을 모습이었을 것이다. 등 뒤에 펼쳐진 한 쌍의 뼈로만 이루어진 날개가 한기를 잔뜩 뿜고 있었을게 분명하니까.



아눕롤의 포격에 의해 그 날개는 반 이상 날아가버린 상태다. 해골로 이루어진 그 몸에는 피를 대체하는 녹색의 연기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우는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선명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A랭크라고 해도 만만치 않은 상대. 정상적인 경우에는 사신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던가? 약해진 지금도 평범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사신일 것 같다는 인상이다.



그 평범함 이들에는 비적합자는 물론이요, D랭크, C랭크 수준의 적합자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왠지, 자신은 적운흉풍 없이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시우였다.



"형은 어떻게 생각해?"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

.



"하아"



긴 한숨. 그 한숨을 내뱉으며 복잡한 생각에 빠진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는 카푸스는 여러 감상이 들었다.



처음으로 보는 혼란에 빠진 친구의 얼굴이다. 생각에 빠진 손시훈의 모습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런 혼란에 빠진 친구의 얼굴은 처음 본다.



그 모습은 카푸스에게도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신선한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모습.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환생자가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말인가. 그에 살짝 긴장하는 대마법사에게 손시훈은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연결이 끊겼어"

"연결? 그러니까..."



손시우와 손시훈 사이의 연결. 손시우의 영혼에 손시훈의 영혼이 일부분 복제가 되면서 생긴 관계다. 그 연결 관계가 끊겼다는 것은...



"정말로 일부분이긴 해도, 손시우가 순간적으로 너를 뛰어넘었다는 건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지."



늘 자신이 해왔던 것처럼 동생에게 한 방 먹었다고 말하는 손시훈이었다.



'적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부터 속여라'라고 했던가. 손시훈이 자주 주변 사람들을 향해서 해왔던 짓이다. 그것을 손시우는 손시훈에게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는 형을 '이겼다.'라고 인식하고 있겠지. 그 인식과 함께 무의식은 손시훈과 이어져 있는 영혼의 연결을 스스로 끊어낸 것이다.



그에 살짝 걱정되는 목소리를 꺼내는 카푸스였다.



"정신적인 성장이잖아. 지금 네 동생, 막 깨어난 마왕과 싸우려는 것 아니냐? 괜찮겠어?"

"괜찮을 거야..."



내공은 기본적으로 생명력을 다스려서 얻는 결과물. 하지만 생명력이 사고력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존재일까?



미생물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라고는 부르기 힘든 몬스터 수준의 짐승에서도 생명력과 사고력이 상당히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벽을 완전히 허문 단계를 무공 사용자들은 완극(完極)이라고 부른다. 스스로의 끝을 완성했다는 뜻이다.



손시훈이 씁쓸해하는 점은 시우가 정말로 빨리 그 벽을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 벽을 넘는 데는 몇 번의 삶이 필요했어."

"..."

"질투야 질투. 키잔트헤임의 칠현이 누군가를 재능을 가지고 누군가를 질투한다면 웃기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사람들도 그 벽을 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보다 한참 아래인 절정(絶頂)고수도 되지 못하고 죽지."

"그런가."

"그래. 네 일족을 생각해 봐. 네 종족 중에서는 천재들만 모여 있는 일족인데도 몇 백 년간 산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조금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당주가 된 네 형이 너를 보는 기분이 이랬을 걸?"

"하하..."



정말로 예전의 이야기지만 기억이 난다. '호수를 삼킨' 자신을 바라보던 형의 눈이



거기에는 지금의 손시훈과 같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거기에는 질투와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억누르는 응원이 말이다.



자신의 형과 손시훈의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은 형보다 확실히 뛰어났고, 손시훈은 동생보다 확실히 뛰어났다는 차이점이 있겠지.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범재가 남들보다 확실히 뛰어난 천재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리가 없으리라.



이 생각을 정리하는 카푸스를 향해서 손시훈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시우를 믿어. 나 없이도 그 녀석은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

.

.



이건 적운흉풍도 비슷하게 느끼는 바였다.



남들이 보면 기겁할 모습이리라. 뜬금없이 적운흉풍에게 내려서는 천천히 마왕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보면 뭔가에 홀려 있나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걸어가는 시우의 눈동자는 정말로 맑다.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무의식이 이끌어낸 극한의 집중이다. 그 상태에서 지금까지 내뿜었던 것과는 다른 홍류선법의 무지갯빛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손을 뻗는다면 흩어지지 않고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은 실체가 느껴지는 빛이 말이다.



그것은 강기(劍罡)였다.



손시훈이 저번에 시우에게 보여줬던 것하고는 조금 다르다. 그 때의 강기는 각도에 따라서 색이 다르게 보이는 별무리와도 같은 천의 느낌. 반면에 지금은 기름을 먹인 종이처럼 나름대로의 빳빳한 견고함이 느껴지는 종이와도 같은 느낌이다.



그 견고함과 함께 시우는 자신을 바라보는 마왕을 향해서 주먹을 날렸다.



소림-용화권(龍華拳)



붙은 이름에 아깝지 않을 정도의, 용과 같은 기세의 빛나고 찬란한 주먹이 마왕을 향해서 전진한다.



이에 맞서서 나름대로 마법을 발동시키는 마왕



날개는 반이 부숴지고, 온 몸에서는 금이 쩍쩍 갈라져서는 검푸른 연기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지만, 펼쳐지는 마법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변에 찬란하게 펼쳐진 마법진에 맞춰서 단단한 얼음이 뒤섞인 뼈의 군세가 일어서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카푸스의 일족이 펼친 얼음 마법을 나름대로 재해석한 모양



단순한 뼈로 만들어진 군세라면 흩날리는 뼛조각이 무색하게 돌파당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음으로 채워지자 그럭저럭 저지력이 보충된다. 그에 시우의 몸이 잠깐 멈칫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먹을 꽉 쥔 손모양을 바꾸는 시우다.



소림-용조수(龍爪手)



얼핏 보면 주먹을 쥔 손에서 엄지와 검지, 중지만을 살짝 펼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뭐가 달라지냐고 말하는 건 참 안목이 모자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따진다면 검이든 도든 창이든 도끼든 다 똑같은 날붙이가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



이것을 알려주겠다는 듯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해골의 숲을 낫으로 잔가지들을 해치듯이 세 손끝으로 걷어내며 전진하는 시우다. 그런 시우를 위해서 막 깨어난 마왕이 처음으로 외친 말은 다음과 같았다.



-핏덩어리!



피는 둘째치고, 근육도, 피부도, 한 줌의 머리칼도 없는 해골에게는 나름대로 일반인을 향한 모멸적 표현이 되겠다. 그 표현과 함께 뼈로 된 채찍을 휘두르는 마왕



고치에서 깨어나기 전에 잘려나갔던 한 팔을 휘두르던 기억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 기억으로 휘두른 채찍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일반적인 채찍만 하더라도 회피가 꽤나 난감한 물건. 그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나름대로 적들을 추적해서 움직인다. 그걸 지금은 사령마에서 내린 상태니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 회피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내지른 마왕이다.



이 마왕의 앞에서 시우는 담담히 맞아준다는 대응책을 보여주었다.



평범한 인간라면 바로 팔과 다리가 이리저리 떨어져서 몸에서 분리되고도 남을 공격. 어지간한 적합자라고 하더라도 근육이 뭉개지는 걸 넘어 뼈까지 타격이 갈만한 공격이지만 시우에게는 금강불괴가 있으니까.



채찍을 맞는다고 해서 굴러가는 바위가 멈추지 않듯이 묵묵히 나아간다. 그에 질겁을 하면서 뼈가 엮인 채찍을 몇 번 더 후려치는 마왕이지만 시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에 최후의 일격으로 마법을 준비하는 마왕이었다.



무공은 처음 접하지만 처음의 꽉 쥔 주먹과 둘째로 반쯤 펼친 손가락에서 겹치는 용(龍)의 모습. 그 모습에서 즉석으로 저주를 구축해낸다. 어떤 용이든 비늘을 벗겨내고 힘줄과 날개에 들어간 긴장을 쫙 푸는 저주를 말이다.



그것이 어느정도 먹히는지 꽉 쥐여졌던 시우의 손에 힘이 살짝 풀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다시 채찍을 후려치자 시우의 몸이 크게 흔들린다.



이것에 자신감을 받아서는 다시 뼈의 채찍을 위로 올려치듯이 휘두르는 마왕. 그러나 좀 전의 흔들림은 그저 놀라서 그랬던 것처럼 담담히 채찍을 낚아채는 시우였다.



"잡았다."



그 목소리에 뒤늦게 마왕은 전이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잡았다'는 말에 맞게 시우와 연결되어 있어서 전이마법이 발동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시우의 손끝이 다시 바뀌었다.



두 손끝을 쭉 뻗어 단검처럼 곧게 내지르는 자세. 그 자세에 깃든 기세는 용이 아닌 금강(金剛), 그 어떤 번뇌에도 깨어지지 않는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깨달음이 깃들어 있다.


소림-대력금강지(大力金剛指)



그것이 단단한 뼈들로 둘러싸인 마왕의 가슴을 꿰뚫고, 단숨에 핵을 깨부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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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4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8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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