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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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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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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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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DUMMY

"그래도 심문을 할 필요는 있어. 약간의 위협을 담아서 말이야."



약간의 위협.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을 뛰어넘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실 해골장미 대원의 발밑에서 연기처럼 퍼져나가는 어둠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크나큰 위협이 될 거다.



장소는 탁 트이고 밝은 햇볕이 내려오는 초원이다만, 이 어둠 덕분에 깊숙하고 어두운 지하실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 상태에서 구속된 약탈자들은 덜덜 떨면서 어둠을 퍼트린 세묜에게 심문을 받고 있다.



약간의 타협.



그 타협의 결과물에 표정을 약간 찌푸리는 시우였다. 그에 마경태는 자신도 이것을 '필요'하다고 여기지 '좋다'라고 여기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이미 몇 번이나 봉사-구호단체가 습격받은 적이 있어. 그중에는 호위 헌터들이 있는데도 습격을 한 경우가 있었지. 하지만 이세계인 용병들까지 있는데도 습격한다? 그것도 근처에 있는데?"



확실히 그렇다.



보통 이런 습격은 호위 없이 멀찍이 나온 사람들을 목표물로 삼는다.



그런데 드워프들이 근처에 있는데 습격을 한다? 비록 그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고는 하나, 그게 충분한 방심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습격자들 중에는 명백히 인간과 다른 이세계인들도 있었으니까.



오히려 더 경계를 했어야 한다.



밤의 술판이라면 모를까, 낮의 술판. 거기다가 초원에 적응할 시력이면 분명히 술판에서 누군가가 '교대'하는 모습도 봤으리라. 그런데도 그들은 담대하게 습격을 실행한 것이다.



그걸로 1차적인 결론을 내리는 시우였다.



"누군가가 저 녀석들이 우리를 공격하게 유도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당연히 중국이겠죠. 하지만 저 사람들은 죽어도 그걸 모를걸요. 그저 재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시우의 말대로 사주받은 게 아니라 유도당한 거니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하지만 마경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무엇에 유도당했는지를 알아야 해. 어지간한 나라라면 마지막으로 한탕하고 뜬다는 생각으로 저질렀겠지. 왜 그런 거 있잖아. 옛날 미국 영화 보면 범죄자들이 멕시코나 캐나다로 도망치는 거.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그게 좀 아니잖아."



마경태의 말대로 러시아나 중국이나 범죄자들의 인권은 그다지 존중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람을 그다지 풀어두지도 않는 나라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갑자기 크게 한탕하고 뜨려고 마음먹은 이유를 찾아내기는 해야 한다.



지금 상황은 서로가 서로에게 함정을 파둔 상황이니 말이다. 그에 옆에서 듣고 있던 유주영은 머리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지. 상대방의 동작을 보고 바로 형태를 분석해내는 재능과, 전략 싸움은 완전히 별개니 말이다.



그렇다고 생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게 자신들의 망명이라는 사건에서 시작된 일.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함정을 판 중심에 자신이 있다.



그래도 딱히 기죽지 말자의 의미에서 격려의 말을 건네려는 시우. 그 격려를 위해서 시우는 잠깐 숨을 크게 두어 번 내쉬었다 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자신이 쓰려는 건 남이 하는 걸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형의 논리니까.



"깊게 생각을 하는 건 좋지만, 딱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주영씨의 잘못은 없어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잘못이지."

"...!"



유주영의 눈동자가 크게 떠진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마경태의 입이 벌어졌다. 시연만큼 크게 표현하는 건 아니지만, 시우 또한 손시훈을 사람으로는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손시훈의 논리와 표현을 썼다는 건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거다.



이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사 인사를 한다. 그리고 다른 의사회 직원이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옮기는 유주영.



그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철부지가 끼어들었다.



"갑자기 유주영을 왜 꼬셔?"

"뭐?"

"시우야. 방근 전의 그 말은 형이 생각해도 조금 꼬시려는 느낌이 났어."

"뭔 소리예요. 얼굴 안 붉혔잖아요."

"지금은 그렇지."

"그런데 그게 반복되다 얼굴을 한 번 붉히게 되고, 몇 더 붉히고 그러다가... 사랑이란 감정을."

"더 말도 안 되는 식으로 손시훈에게 콩깍지가 씐 무림인도 있는데, 뭐."

"이..."

"시우씨, 제 입장이었다면 말이죠...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을지도?"



원래부터 철부지였고, 아직도 철부지인 김송현. 블루베리의 교육에 조금은 나아진 마경태. 거기에 이어서 카닌도 살짝 끼어든다.



잊지 말자. 카닌은 한참 이런 사랑 이야기에 민감한 10대의 청소년. 어떻게 보면 김송현보다도 훨씬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다. 손시훈과 유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건 그들이 카닌에게 있어서 할아버님, 할머님의 존재여서일 뿐, 시우쯤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빛내고 있는 포위당한 시우.



세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데, 진짜로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기분이 든다. 그에 머리를 싸메는 시우에게 갈리나가 쐐기를 박는 말을 했다.



"쌍둥이는 쌍둥이네요."

"아니"

"이해해요. 그럴 의도는 없다는 거. 시우씨가 말한 것은 그저 친구의 입장에서 말한 거고요. 선생님이 우리에게 말한 건 그저 선생님, 혹은 아빠나, 오빠의 입장에서 진정을 시키고자 말한 거겠죠. 그런데... 좀 잘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저기. 카닌과 같이 쉬러 가시지 않을래요?"

"전 하늘을 나는 매도 좋고, 하늬는 더 좋습니다만, 살다 보면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그건 확실히 알아줘서 기쁘다만... 지금만큼은 몰라줬으면 좋겠다.



이런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시우는 심문 결과를 알려주러 오는 세묜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사자성어로 새옹지마라고 하던가요?"

-맞는 말 입니다만, 정말로 귀신같은 타이밍이네요.



아눕롤의 말에 이 상황이 이렇게 끝나서 아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김송현, 마경태, 카닌이다. 그를 진짜 어른답게 깔끔히 무시하며 세묜과 정보교환을 시작하는 아눕롤이었다.



-중국 이민국에서 특별한 정책 변경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음지적 요소가 생겼나요?

"그런가요? 최근 이세계인이나 국경 지대 난민의 합류 수는요?"

-공식적으로는 더 감소했습니다. 정말로 약간이지만요.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신분 세탁 비용이 더 증가했거든요."



신분 세탁 비용. 조금 더 짧고, 쉽게 표현하자면 '뇌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 나름대로 선진국이었던 미국에서도 멕시코 국경지대에서는 밀입국과 관련된 뇌물이 오고 가고 했으니 말이다.



"전문적인 브로커가 있다고 하더군요. 단순한 낡은 트럭이나, 유목민들의 생산품,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스마트폰 이상의 물건까지 거래가 가능할 정도로."

-전문 의료용품 같은 거래도 가능할 정도로?

"네"



그 정도면 장물아비의 선을 확실히 넘어섰다. 비타민이나 포도당 같은 영양제도 아니고 세픽심(Cefixime)이나, 클라리트로마이신(Clarithromycin)같은 항생제를 누가 장물아비에게서 사고팔고 하겠는가.



겉보기에는 평범한 알약 같다만, 통의 복잡한 영어를 보면 딱 봐도 이게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약이라는 것을 알 거다.



그나마 항생제는 좀 낫다만, 진통-마취제 계열의 위험한 약들도 있으니까. 이런 위험을 뚫고 거래를 할 수 있다면 확실히 브로커라고 부를 만하다.



"받은 정보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오면 '지원이 빵빵한 봉사단체가 온다.'라고 하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일단 딱 봐도 의사회와 평화유지군은 여유로운 티가 보인다.



거기에 대부분이 시베리아에서 괴물 중의 괴물들을 상대하는 해골장미의 지원까지. 날벼락을 맞고도 '속았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모습 아닌가?



그저 신세를 한탄할 뿐. 그런 약탈자들을 힐끗 본 다음 세묜을 향해서 정신을 차린 마경태가 말했다.



"중국 정부와 선이 닿아있다는 건가?"

"공무원의 부업쯤 되겠죠. 러시아도 선생님이 한번 정리하기 전까지는 정부 공무원이 부업으로 이런 일을 했으니까요."

"아무리 뇌물이란 게 있다지만, 이만하면 슬슬 걸릴 것 같은데. 아무리 중국이 넓고, 국경지대라고 하지만 감찰이란 게 있잖아요?"

"신분 세탁 비용이 증가했다고 했잖아요. 그 증가분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에이. 내가 의사회에 들어오고 온갖 개발도상국을 돌아다녔지만 감찰관까지 뇌물 받아먹는 경우는 잘 없었다고요."



.

.



"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 아닌가."

"이견이 있겠습니까, 황 감찰관님"



살집이 늘어진 중년과 그 옆의 살짝 비실거리며 아부를 하는 중년의 조합. 이미지도 그렇고 대화도 그렇고 편견은 나쁘다지만 정의하고는 거리가 먼 인상을 풍긴다.



이 인상을 굳혀주듯이 아부를 하던 남성은 살집이 늘어진 중년의 남성이 주머니를 뒤적거리자마자 미리 라이터를 꺼냈다.



그럴 필요가 있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는 담배갑부터가 뭔가 달랐다. 단순한 디자인에 금테가 둘러져 있는 것이 약간 촌스러움에도 중앙에 그려진 두 마리의 판다에서 귀티가 난다고 할까.



그 담배갑에서 꺼내진 담배가 미리 불이 붙여진 라이터에다가 옮겨진다. 그러자 담배의 필터에서 마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중국 최고급 담배 중 하나이자 뇌물의 상징이기도 한 판다담배(熊猫香烟, 슝마오샹옌)의 위조장치 중 하나다. 그걸 확인한 살집있는 중년 남성은 만족한 표정과 함께 있는 힘껏 연기를 들이키면서 느긋한 목소리를 꺼냈다.



"우리 임 처장이 구해준 담배라서 그런가. 진한 연기에 성의가 넘치는 것 같아."

"아닙니다. 어찌 제 성의만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인민이 되고자 하는 오랑캐들의 성의도 들어가 있지요."

"허허"



대충 보면 그들 사이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하지만 자세히 보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정부패에도 나름대로의 기술이 있다. '성의'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를 언급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 마법이 발전한 세상에서는 아무리 암묵적인 말이라도 그걸 부정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전이라면 '그런 뜻이었어요? 전 몰랐습니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거짓말이 안 통하니까. 특히 인권 같은 것을 덜 따지는 나라일수록 사람의 정신에 간섭을 하는 쪽의 마법에 더 관대하기 마련이다.



중앙도 한통속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이 커지지 않았을 때의 경우. 몸통에 가까우나 머나 꼬리라는 점은 똑같지 않은가?



자신 또한 일이 커졌을 때는 잘려나갈 몸통에 가까운 꼬리. 이를 부정할 수 없는 살집 있는 남자는 담배 연기와 함께 헛기침을 흘렸다.



"흠흠..."

"참 힘든 일입니다. 뭐,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만, 봉사-구호단체까지 습격하다니요. 시대가 바뀌어도 오랑캐는 오랑캐입니다."

"오랑캐?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본성은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 봉사단체라고만 말하면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그게 전부인가?"



방금 전까지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서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임 처장이라는 사람의 목소리는 투덜거리는 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게 전부지요. 낯 부끄러운 걸 감수하고 이번에는 국경지대에 이런 봉사단체가 오니까 의료 혜택을 받으라고 말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중국 측에서는 자신들은 그저 국경지대라서 지원을 많이 할 수 없으니 봉사단체를 소개시켜 준 것. 그런데도 오랑캐놈들은 습격이라는 참 건방진 짓을 저질러 준 것이다.



머릿속에 이런 핑계를 갖춘 황 감찰장은 바로 사람 좋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허허 참 곤란한 일이군. 역시 임 처장 말대로 본성은 어쩔 수 없어. 그런 오랑캐들을 어찌됐든 우리 인민의 품으로 만들다니. 임 처장의 수고가 많네."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비용을 재량껏 처리하는 건 어쩔 수 없지. 다시 말하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황 감찰장님"

"하지만 사람이 먹고 살기만 위해서 일을 하는 건 아니지."



다시 의미심장한 목소리. 그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긴장하는 임 처장을 향해서 황 감찰장이 말했다.



"자네가 조금 더 수고를 해야 할 일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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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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