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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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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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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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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공범자들

DUMMY

분위기만 살핀다면 마치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시우의 모습에 긴장감으로 가득 찬 사무실. 그러나 시우를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다.



누구에게 전화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무실 직원들에게는 자기 일이 아니니까. 이는 마경태도 포함된 이야기라서 그는 '나는 이제 모르겠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과 함께 눈을 감고는 나름대로의 심정 정리를 하는 마경태



표정만 보면 세상 다 산 사람과도 같다. 대략적인 속마음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확실히 시우를 만나고 난 이후 많은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긴 한데, 그걸 몇십 년의 기나긴 세월을 거친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까.



스스로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눈을 뜬 마경태는 기묘한 상황을 마주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 가운데, 자신을 바라보는 건 시우와 카닌 둘 뿐. 그런 상황에서 마경태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김송현이 뛰어내린 창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막는 카닌의 운디네 나이트와 시우의 금나였다.



"경태형, 문으로 나가야죠."

"송현이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총책임자님은 무공 배우기 전부터 가능했잖아요. 명색이 B랭크의 베테랑 헌터인데"

"그래! B랭크! 시우 너는 이제 나마저 뛰어넘은 A랭크 수준의 무공 사용자고! 카닌은 처음부터 A랭크였지! 이제 내 도움은 필요 없지 않을까?"



그와 함께 뭔가 거창한 소감을 늘어놓는 마경태. 좀 전에 속으로 했던 생각을 겉으로 마음껏 드러낸다.



평범한 때에 들으면 괜히 듣는 사람도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빨개질만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안에서 마경태를 한심하게 보는 눈은 아무도 없었다.



마경태가 좀 전에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 있었을 때, 그들은 시우의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 카푸스의 심각한 목소리를 들었으니까.



곧, 무시무시할 이야기를 들을 사람에게 험한 태도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연히 그를 직접 끌고 가야 하는 시우와 카닌은 더더욱 마경태를 험하게 대하기 힘들다.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마경태가 도주하지 않게 막는 것뿐. 설득은 말로 이루어져야만 했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는지, 전화를 한지 한참 지나서 온 시우를 탓하지는 않는 카푸스. 그리고 카푸스와 함께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이세계인들이다.



분위기만 봐도 딱 한 종족의 대표, 혹은 그만큼은 아니어도 높으신 분들쯤 되는 것 같다. 이런 구도에 마경태는 시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전음을 건넸다.



'나 같은 소시민을 갑자기 반란 계획에 끌어들이려고?'

'반란이라뇨. 우리 형이 있는데 무슨 소리세요'

'너희 형의 오른팔이 이세계인이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반란 아닐세, 마경태군. 이 사람까지 보면 반란처럼 느껴져도 할 말이 없다만."



이 사람



그에 고개를 돌리니 존재감이 희박하게 살짝 쭈그려진 상태의 협회장님이 보인다.



외부의 유력자들과 내부 고위층의 협력이라. 이건 진짜 반란의 구도가 아닌가. 상당히 협회장님의 모습이 상당히 쭈그려있는 상태만 아니었다면 진짜로 그렇게 착각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우리 형 이길 자신 있어요?'라는 질문을 할뻔한 시우. 이 질문을 힘겹게 참고 있는 시우를 향해 카푸스는 선수를 치듯이 면접을 하는 것처럼 시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어서 각 종족의 높으신 분들도 시우의 대답에 맞춰서 질문을 한 마디씩 건넨다.



졸지에 생각에도 없던 면접을 치르는 꼴인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침착하게 대답을 하면 할수록 협회장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위안 삼으며 대답을 하는 시우. 대답을 하자마자 질문의 내용을 잊고 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기는 하다.



시우의 그 생각이 맞는지, 질문이 끝나자마자 주변의 이세계인 대표들에게 말하는 카푸스의 목소리는 살짝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 밝은 목소리와는 달리,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시작부터가 협회장이 살짝 불쌍하다고 느껴질 만큼 까는 내용이었으니까.



"대한민국은 충분히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 헌터들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협회장의 역량은 살짝 부족한 편이지만, 앞으로 그 자리로 올라올 젊은이는 보시다시피 훌륭한 성장을..."



어지간하면 괜히 자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말



하지만 자신의 형과 관련된 결혼 소동, 그리고 마경태에게 보낸 메일 때문에 덤덤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시우였다. 너무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마경태의 '꼴좋다.' 하는 표정에 비하면 양반이지 않은가



이런 카푸스의 말이 끝나자 잠깐 논의를 하겠다면서 따로 이동하겠다는 몇몇 이 세계인들의 대표들. 그렇게 일행이 있는 방에 남은 건 카푸스와, 그 친척으로 보이는 사람들뿐이다. 그제야 드디어 먼저 말을 꺼낸 시우였다.



"형에 맞서서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당연한 거 아니냐? 종족, 일족 단위에서 신과 맞서는 건 그렇다고 쳐도, 개인 단위에서 신을 일방적으로 죽이는 게 말이 되는 짓이야?"

"그렇다고 해서 형을 위해서 반란을 일으킨다. 그런 건 아니겠죠?"

"나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만, 이 양반은 그걸 유도해서 말이지."



대놓고 협회장을 향한 손가락질



"이미 우리는 이 양반이 유혜와 손시훈의 결혼을 추진한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사적으로는 그 녀석이 결혼하면 정신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고, 공적으로는 S랭크, 그것도 S급에서 S+급 이상의 능력을 가진 데다가 무공까지 가르칠 수 있는 존재가 대한민국의 전력이 되지."



문제는 그 사람을 중국에서 거의 억지로 빼왔다는 점. 그리고 중국은 언제든지 상식을 벗어난 짓거리를 해서 유혜를 회수하고도 남을 국가라는 거다.



"거기다가 중국은 이미 한번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지."



카슈미르의 정령용



그건 따져보면 중국이 괜히 정령계에서 그럭저럭 살고 있던 N을 건드려서 폭주시킨 일이다. 그리고 N이 폭주를 시작했던 곳은 중국 영토지만, N이 제압된 곳은 인도의 영토. 심지어 N의 마음을 완전히 꺾은 건 손시훈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자신들이 카닌에게 N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N과 유주영이 한 곳에 있다면...?"

"노리겠지. 이미 조사는 다 했다. 중국은 이미 그런 식으로 인접 국가에서 인재들을 강탈한 전적이 있어."

"협회장님의 제안은 그걸 역으로 노리자는 거였군요. 우리들을 미끼로 삼은 함정을 만들겠다는 거네요."

"그래. 욕해도 돼."



욕을 넘어 바로 협회장에게 물맛을 보여주는 카닌. 본인이 선을 넘은 건 아는지 묵묵히 그 물을 마셔주는 협회장님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용서가 되는 건 아니기에, 물을 마시고 있는 협회장에게 카푸스는 쓴소리를 이어갔다.



"일반적인 국가라면 네 생각도 나쁘지 않아."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어지간하면 한 국가 옆의 다른 국가들의 수준도 고만고만한 게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다가는 진작에 망해서는 다른 나라에 흡수됐을 테니까.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에 인터넷에서 많이 돌았던 농담이 그거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한국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국가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같이 강대국이 감싸고 있는 상대적 약국이라고 말이다.



국력의 차이가 한 둘이 아닌데, 어설픈 함정을 짰다가는 박살이 날거다.



"그래서 확실한 함정을 짜려고 하는 거지."

"그냥 함정을 짜지 않으면 안 되나요? 위험은 피하는 것이 제일 좋잖아요."

"우리는 그럴 여유가 있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거든."



카푸스의 일족은, '종족'이 아닌 한 '일족'만으로도 어지간한 국가의 전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시우는... 말할 것도 없다. 지구뿐만이 아니라, 그와 접촉하는 수많은 세계 단위에서도 혼자서 신을 상대하고, 압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런 사람이 자신의 형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케이스가 아니다.



"너도 알다시피, 중국은 이전부터 자국 내의 소수민족을 탄압해왔어, 이미 그랬는데, 자기네들이 새로 진출한 이세계인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는지는 뻔하지. 이미 카슈미르 지방과 그 지역의 이세계인, 정령들을 내쫓고 있잖아?"

"그렇다고..."

"인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야. 인도는 그나마 중국과 맞설만한 국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나라, 다른 국경지대의 게이트의 이세계인들은 일방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어."

"..."

"저들에게 있어서 확실한 희망은 네 형이다. 이 지구에서, 한 국가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개인은 너희 형 밖에 없으니까. 동시에 지구의 기준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카푸스의 그 말에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는 시우.



그러고 보니 자신도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러시아에 망명을 권유했지만, 결국은 유혜를 한국에 받아들인 이유라던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이라던지. 자신의 형은 그런 사고방식과는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대답도 그랬으니 딱히 부정할 수 없는 시우는 한숨을 내쉴 뿐. 그리고 그다음에 꺼낸 말은 앞으로의 일을 묻는 간접적인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수많은 이세계인들을 전부 받아들일 수는 없을 텐데요."

"저들도 바로 한국에 정착을 원하는 건 아냐."



단지 '손시훈'의 모국인 '한국'과의 동맹, 그리고 영주권만을 원할 뿐. 물론 거기까지만 해도 일이 상상 이상으로 커진 가라서 말하자 협회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난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이 징징거림은 무시하자. 본인이 괜히 함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생각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젠장..."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일은 우리의 몸을 지키는 것이니까."



정확히는 카닌과 N을 지키는 일. 하지만 그게 그거다. 카닌도, N도 이제는 친구나 동료라고 할만한 사이니까.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였다.



그러자마자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서 돌아오는 이세계인의 대표들. 그리고 그 중 대표라고 할 만한 한 사람이 시우에게 말했다.



"손시우씨."

"네."

"우리 종족은, 그리고 우리들은 당신의 형은 물론이고, 카푸스의 일족과 비교해봐도 객관적으로는 강하다고 말할 수 없소. 우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지."

"..."

"하지만 어지간한 강자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수도 없는 일이요. 좀 전의 질문에서 일단은 손시우씨가 그걸 이해할만한 지혜는 있다는 확신을 가졌소."

"그리고 지혜와 힘은 별개다. 그 말이군요."

"그렇소."



어눌한, 하지만 의미전달은 확실한 한국어. 카푸스의 말대로 이 사람들도 나름대로 진지하다. 그렇기에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시우였다.



"중국에 맞설 함정을 짤 계획인 것 같군요. 그걸 명분으로 형과의 동맹을 주장하려고 하시고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딱 1인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합니다. 저는 제 형이 아니니까요."

"그 1인분의 역할이라는 게 손시우씨가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게 똑같은지를 알고 싶은 거요."



잠깐의 침묵



예전의 자신이라면 살짝 부담감에 젖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이라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무례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에 조심스럽게 카푸스에게 시선을 향하자 보이는 건 끄덕이는 고개. 그에 자신감을 얻고 말하는 시우였다.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하는 건 여러분이 아니라 제가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만."



바로 느껴지는 것은 불쾌감과 분노, 그리고 술렁거리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말을 이어나가는 시우였다.



"최근에 저는 제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국이 개최하는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죠. 경기를 제대로 봤다면 제가 규칙을 존중해서 패배를 받아들인 것이지, 실전이었다면 제가 이겼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거꾸로 침묵에 빠져드는 대표들. 그를 향해 시우가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제 형과 블루베리가 저에게 종종 하던 말이죠.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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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 공범자들 21.03.02 22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7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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