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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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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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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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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罡) vs 강(剛)

DUMMY

엄청나게 단단한 것, 그리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단한 것



그 둘이 엄청난 힘과 속도로 부딪히면 보통은 덜 단단한 쪽이 깨진다. 실력차가 나는 검과 검이 부딪히면 깨지는 것은 상식의 범위 안에 있는 일. 그건 이미 이 대회를 진행하면서 많이 일어난 일이었다.



정확히는 검과 검이 부딪혀서 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금강석만큼 단단한 시우의 몸이 수없이 많은 날붙이들을 부숴왔을 뿐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무언가가 깨지면서 나는 날카로운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었다. 그런 준비가 무색하게, 경기장에는 침묵만이 계속해서 유지된다.



이 침묵 속에서 얇은 칼날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걸 시우가 몇 번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낚아챈 유주영이었다.



.



-잠깐... 음향기기에 문제가 있나요?

-그러게요. 소리가 잠깐 끊긴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깔끔히 잘렸는데 아무런 소리가 안 날 리가 없거든요.



.



중계석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TV나 인터넷으로 중계방송을 보는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고요함. 그 고요함은 유주영이 잘려나간 레이피어의 칼날을 떨어트리는 것과 함께 끝났다.



칼날과 바닥이 부딪히며, 음향기기에 문제가 없다는 땡강거리는 소리가 퍼진 것이다. 그건 이 승부가 완전히 끝났음을 알려주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긴장을 풀지 않은 유주영은 자신이 쥐고 있는 검을 상대에게 향한다.



그 검에는 얇게 유리가 칠해져 있는, 평범한 검기 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덧씌워져 있었다.



.

.

.



-마지막은 저만의 힘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하고 있는 스승님의 힘...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서는 탈락시켰어야 했는데."



경기가 끝나고, 재방송으로 나오는 유주영의 인터뷰를 보면서 투덜거리는 손시훈. 그 말은 치졸하기도 했고 나름 합리적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휘두른 깔끔한 검강(劍罡). 그건 절대로 유주영의 기량으로 휘두른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걸 대놓고 스스로 인정한 모습은 대담함을 넘어서 뻔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빙의 중인 사람은 실질적으로 1+a의 몫을 한다는 건 알음알음 퍼진 사실이니까. 치열하게 인격의 주도권을 다투는 상태가 아닌 이상, 영혼의 양이 많으면 전반적인 능력이 증가한다.



"근데 그건 나도 비슷하지 않아?"

"완전히 달라."



얼핏 보면 시우도 영혼의 일부분이 손시훈의 것으로 복제가 되었으니 비슷한 처지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손시훈의 말대로 완전히 다르다.



아무리 손시훈의 영혼이 복제됐다고 하더라도 시우의 영혼은 어쨌든 1인분이니 말이다.



"나하고 너하고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실시간으로 내공이나 마나를 보충해주냐?"

"아니"

"그렇다면 니 행동 하나하나에 보정을 걸어주냐?"

"아니"

"너는 그냥 출발선이 갖추어졌을 뿐이야. 뭐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만, 쟤가 받는 혜택은 너와 비교할 게 아니라고."



까놓고 말하면 영혼의 합체라서 겉으로 보이지만 않을 뿐, 김송현이 아눕롤과 합체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 투덜거림을 늘어놓는 순시훈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딱히 바뀌는 건 아니었다. 유주영의 인터뷰 이후, 이탈리아팀도 비슷한 항의를 했지만 이미 기각이 됐던 것이다.



어-찌 됐든 그녀와 그녀에게 깃든 영혼이 쓴 검강은 무공이었으니까. 그 논리와 함께 중국 무술 협회는 유주영에게 작은 경고조차도 주지 않았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갑자기?"

"호법소녀 안나 김이었다면 여자애에게 들린 잡귀 따위는 진작에 퇴치를 했었다고! 그게 호법소녀의 일이니까!"



일단 이 억지는 무시하자.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미 지나간 일. 인생은 원래부터 후회의 연속이니 여기까지만 하자. 계속해서 뒤만 돌아보고 있다면 앞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이런 생각과 함께 나름대로 앞의 일을 생각해서 말하는 시우였다.



"유주영, 정확히는 그녀에게 깃든 영혼의 검강과 내 금강불괴가 부딪히면 어떻게 되지?"

"굳이 부딪힐 필요가 있을까?"

"?"

"전기새마(田忌賽馬), 삼사법(三駟法)이라는 말이 있지"



손자병법을 쓴 손자의 후손이라고 전해지는 손빈(孫臏)이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전기(田忌)를 위해서 짜준 전략이다.



상황은 1등마, 2등마, 3등마를 가지고 하는 경마 승부. 거기서 상대방의 1등마를 자신의 3등마와 상대하게 하고, 상대방의 2등마는 자신의 1등마로, 상대방의 3등마는 자신의 2등마로 상대하게 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현대에도 꾸준히 전해지고 있으며, 이 대회에서 시우네 팀도 몇 번 쓴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부를 하는 김송현이었다.



"나를 귀신들린 여자애한테 승리의 제물로 바치겠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똑같은 선수야. 이미 몇 번 했잖아? 그리고 우연이지만 이긴 적도 있고."

"그건 상대방이 다들 1인분이었으니까! 니 입으로 저쪽은 1+a라며!"

"그러니까! 굳이 시우를 내보내서 위험을 겪을 필요가 있겠냐?"

"그런 건 무협이 아니야!"



여기서 그 말이 나오다니... 그에 뭐라고 끼어드려다가 할 말을 잊어버린 시우와 조미선이다. 그를 두고 김송현은 나름대로 그 답지 않게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았다.



"형들 아빠에게 무협 이야기를 좀 들었거든? 협객은 행동은 반드시 과감하다고 했는데, 겁쟁이처럼 사리는 게 무협의 자세냐? 아, 이런 말도 들었어! 이미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준다고!"

"약속한 일이라. 우리가 아빠한테 무슨 약속을 했더라?"



무술 협회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무와 협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할 것. 그런 약속을 했었다.



지금까지는 삼사법을 잘 써왔다고 해도, 진짜 무공을 쓰는 사람을 상대로는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시훈이 처음으로 내비친 건 한탄을 내뱉는 것이었다.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지금 이 형, 형네 아빠가 나한테 괜한 소리 했다고 뭐라 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다. 오히려 이건 고마워해야 할 일 같은데."



삼사법을 써먹는다면 무난하게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조금의 잔소리를 듣겠지. 그렇게까지 이길 필요는 있었냐고 말이다.



반대로 삼사법을 쓰지 않고 시우가 유주영에게 진다고 해서 뭐라 소리를 듣지도 않을 것이다. 유주영이 1+a라는 사실은 지금 일행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사실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시우와 싸웠던 참가자들이 '졌지만 잘 싸웠다.'소리를 들었듯이, 시우에게 나올 평가도 비슷할 거다.



그리고 삼사법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엄청나게 불리한 것도 딱히 아니다. 이를 지적해주면서 손시훈을 달래주는 조미선이었다.



"유주영의 팀을 좀 분석해 봤어요. 유주영까지 포함해서 적합자로의 능력은 전부 B+급. 저는 무난하게 이길 수 있고, 송현이에게도 나름대로 승산이 있어요."

"그건 알다만... 49% 대 99%의 차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조미선씨"

"저까지 이런 말 하기는 싫은데, 그런 마음가짐, 무협이 아니잖아요? 스승님"



강세를 줘서 말하는 '스승님'. 그 단어에 끄으윽 거리는 손시훈이었다.



딱 봐도 불만이 넘치는 표정과 태도. 그래도 이걸로 나름대로 마음이 꺾이긴 해서 정말로 다행이다. 그렇게 환생자님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조미선의 눈동자는 막내인 철부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는 왜요?"

"일이 이렇게 됐으니 너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지?"

"예?"



던지는 패라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시우와 조미선이 이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시우의 승리가 불분명하게 된 이상, 김송현이 그 몫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



".... 생각해보니까 삼사법을 쓰는 게, 아아아아!"



끝난 이야기라는 말도 없이 김송현의 귀를 붙잡고 끌고 가는 조미선.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시우는 다시 형에게 아까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검강에 대해서 알려줘"



.

.

.



"이것이 강기(罡氣)다."



검강은 아니다. 검에 쓰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시우는 유주영의 검에 덧씌워진 것이나, 형의 팔을 감싸고 있는 것이나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얇게 유리를 덧씌운 모양새. 단순하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얇은 수정가루를 뿌린 듯한 광채가 희미하게 엿보인다. 시우의 눈동자가 그것을 잡아냈다는 걸 알아내자 손시훈의 설명이 이어졌다.



"강기의 강(罡)은 북극성 강이지. 하지만 여기서는 '별', 혹은 '별무리'라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되겠군."



말을 하자마자 팔을 덮고 있는 내공의 형태가 변했다.



처음으로 변한 내공의 형태는 모습은 얇게 금속의 가루로 분칠을 한 형태. 은은하지만 고급스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 강기는 마치 백금같이 깔끔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변화한 형태는 독특한 색감을 가진 암석의 느낌이었다. 투명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고유의 색이 드러난다. 매우 고운 사포로 문질러서 반질반질하게 빛이 나는 느낌의 보석같다.



이어서 나타난 느낌은 시우에게 있어서는 조금 익숙한 느낌. 단단하게 압축된 결정, 그 중 최고를 말하자면 역시 다이아몬드가 아니겠는가.



이런 소감과 형의 설명을 통해 강기의 핵심을 잡아내는 시우였다.



"내공을 압축하고, 압축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가하는 것. 그게 강기의 핵심이구나."

"그래, 그리고..."



마지막 변화



이건 진짜로 시우에게 익숙한 빛이다.



홍류선법 특유의 무지갯빛. 그것이 조금 더 선명하게 형태를 구축한다. 평상시의 홍류선법이 단순히 잡히지 않을 무지갯빛의 물방울이 옅게 흩날리는 형태라면, 지금의 빛깔은 확실하게 잡힐 것 같은 빛나는 천이 힘차게 펄럭이는 형태다.



그 빛은 보는 것만으로는 정말로 부드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조금의 힘이 실린다면, 스치는 것 만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리라.



자신의 금강불괴신공이 바위와 바위를 부딪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저것은 바위를 진흙처럼 파내버리지 않을까. 그런 감상에 그저 감탄의 신음만이 시우의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감상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방금의 손시훈은 굉장했으니까.



이건... 단순히 수많은 삶을 살아왔다고 해서 보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수많은 형태의 강기를 용케 다 기억하고 있네?"

"흠.,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걱정이 드는데."

"강(罡)에서 별은 내공의 압축을, 별무리는 내공의 끊임없는 변화를 의미하지. 처음의 유리와 알알이 박힌 빛깔은 그 중간적인 이미지야. 금속의 흐릿한 빛은 별무리에 집중한 느낌이지. 그리고 고운 사포로 가공한 암석과 다이아몬드 같은 맑은 결정의 느낌은 별에 집중한 느낌이고"

"홍류선법은?"

"너무 뻔하지 않아?"

"..."

"홍류선법은 끊임없는 빛깔의 변화가 나타나. 그게 강기로 이어지면 당연히 '별'보다는 '별무리'의 개념에 더 가깝겠지."

"제대로 이해했구나..."

"미선의 누나의 경우가 있으니까."



제갈세가의 천성검법(天星劍法)



소천성검법(小天星劍法)은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를 빠르게 찍어내는 검법이다. 그에 반해 대천성검법(大天星劍法)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별의 움직임에 따른 변화까지 반영된 움직임을 요구한다.



시우는 거기서 힌트를 얻어낸 것이다. 손시훈은 그에 대한 칭찬을 잠깐 해주고 싶었다. 그만한 재능은 자신의 피와 영혼이 직접적으로 흐르고 있는 직계 자손들, 그 중에서도 상위권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걸맞은 재능이니까.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유주영과의 결전에서 시우의 승률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지금은 잠깐 칭찬을 아껴야 한다.



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최대한 가볍게 끌어올린 분위기로 말하는 손시훈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시작부터 몸으로 알려준다고 딱히 탓하지는 않겠지?"

"그럼 나야 고맙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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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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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8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7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19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4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8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7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5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5 2 13쪽
224 증명7 21.02.12 12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5 1 13쪽
219 증명2 21.02.05 18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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