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39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3.11 20:03
조회
24
추천
1
글자
13쪽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DUMMY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세계의 사령술사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물건이 아주 뭔지 몰라서 보이는 반응은 아니다. 인간과의 교류를 통해서 저게 뭔지는 대충 알고 있으니까. 그들의 기준에서도 '총'이라는 물건은 나름대로 쓸만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입장에서,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것 만으로 생명을 해칠 수 있는 무기는 사령술사들에게 있어 나름대로 독특하지만 고풍스러워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형태가 조금 이상하다. 탄환을 발사하는 총구가 굵기는 한데, 너무 짧은 것이다. 자신들과 접촉한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권총에 비해서도 짧고 뭉툭하다. 저래서는 단거리 위력은 좋겠다만 사거리가 지나치게 짧아지지 않을까?



그 이전에, 저 인간이 갑자기 총을 드는 게 의문. 조금의 마나라도 있었다면 특별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생명력이 넘치는 몸으로는 저 총이라는 것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창을 휘두르는 게 더 효율적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령술사들과 달리, 저 물건을 제대로 파악한 중국의 헌터들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저건 총이 아니라 조명탄 발사기니까. 그것도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헌터 팀이나 각국의 중앙 헌터 협회 직속팀들이 사용하는 최고급품. 열린 공간에서라면 그 어떤 마법적 방해도 뚫고 신호를 어떻게든 보낼 수 있는 물건.



시우의 손에 쥐어진 그 조명탄 발사기가 불꽃을 높게 내뿜었다.



.

.



손시훈은 지구 최강의 인간-일단은-이며 적합자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최고의 마법사는 아니다. 단순히 몸에 담을 수 있는 마나의 양과, 쓸 수 있는 마나의 양이 많다고 해서 최고의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평범한 마법사들이 긴 주문과 복잡한 손동작을 거쳐야 쓸 수 있는 마법을 가벼운 손동작 하나로 쓸 수 있기는 하다.



다만 그게 사람에 따라서는 긴 주문에 비해서 훨씬 더 귀찮고 짜증스러울 수 있는 법 카푸스 또한 손시훈의 그 손동작과 손가락이 서로를 부딪히면서 나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몹시 거슬렸다.



"작작 좀 해."

"벽 너머에서 자꾸 니 이름이 들려. 그럼 의심해도 되잖아?"

"여기 있는 내가 진짜 카푸스가 아니라 그 대역이다?"

"이른바 합리적 의심이라는 것이지."



합리적 의심



그 말이 손시훈의 입에서 나온 순간 카푸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단어는 '지랄' 그리고 그 다음으로 스처지나간 단어는 '혜안(慧眼)'이었다.



혜안



조금 더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초고속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지의 영역에 닿은 예측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 혜안의 소유자인 손시훈에게 어설픈 위장은 통하지 않는다.



인격을 뒤집어 쓰고, 하는 행동을 완벽히 복제해야지 1차적으로 눈을 속이는 것이 가능. 그것도 계속해서 꾸준히 유지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들킨다.



그러니까 지금 손시훈은 뻔히 여기있는 자신이 호수를 삼킨 마법사, 카푸스 본인임을 잘 알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도 일일이 마법을 쓰고 있는 건 그의 첫번째 생각대로 '지랄'에 가까웠다.



이를 평상시의 띠꺼운 표정으로 드러내든 말든 손가락을 튕기면서 마법진을 펼치고 있는 시훈. 그 모습과 소리가 굉장히 신경쓰여서 말을 거는 카푸스였다.



"벽 너머에서 하는 소리가 진짜로 들리기는 하냐?"

"당연히 들리지."

"귀도 참 밝으셔라. 이세계인인 내가 하기는 좀 그렇다만,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따로 없어."

"야, 이건 나만 특별한 게 아니야!



소리는 공기를 타고 퍼지는 파동. 그 파동이 벽에 닿으면 벽이 미세하게 떨리게 되어있다. 방음처리를 하지 않은 벽이라면 그 벽의 떨림을 통해서 소리를 충분히 엿들을 수 있다.



무림인과 무공사용자가 전음(傳音)을 사용하는 건 그 때문이다. 내공을 통해서 원하는 상대방에게 바로 의사를 전달하는 전음(傳音)은 도청의 염려가 훨씬 적고, 간편하며, 경제적이니까.



이런 소리를 하는 친구를 향해서 카푸스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이다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마법을 부리던 놈이 하기에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



바른 말을 이렇게 헛소리같이 하기도 참 힘들거다.



그런 친구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입을 여는 카푸스였다.



"됐고. 우리 좀 전 까지만 해도 중국측과 협상중이었잖아. 갑자기 무슨 일인데 저렇게 나가서는 우리를 기다리게 하는 건데?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냐?"

"너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

"대충 내 친척 아이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지."

"엿들으니까, 지금 중국 특수부대 헌터들이 너한테 포위당했다고 하는데?"



.

.



개인이 한 군대를 포위한다?



말도 안 되는 일. 그러니 일단 그보다 한 단계 낮춰서 생각해보자. 개인이 한 군대를 정면에서 섬멸한다는 수준으로 말이다.



물론 그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은 마찬가지다. 소수의 군대가 대군을 상대하는 것과, 개인이 대군을 상대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니까.



게이트가 열린 이후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적용되는 이야기. 그게 말처럼 쉬운 이야기였다면 손시훈이 그토록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별별 짓을 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오자. 개인이 한 군대를 포위한다?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그건 손시훈조차도 하지 못하는 짓. 하지만 대한민국 소속의 한 마법사는 할 수 있다. 그는 홀로 수 백, 수 천의 군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호수를 삼킨 마법사니까.



"진짜로 그 대마법사님이 이곳에 있는 느낌이야."

"그러게."



은근슬쩍 적들의 중심에서 빠져나와서는 전체적인 사태를 지켜보는 시우와 김송현.



하늘에 거대한 물방울들이 떠 있다. 사실 형태만 물방울이지, 사람이 수 십명은 여유롭게 들어갈수 있는 크기. 그 물방울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물로 빚어진 소녀들. 호수를 삼킨 마법사, 카푸스라고 하면 떠올리는 인공정령 운디네



인공정령이지만, 그래서 더 전투에 최적화되어 있다. 손에서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을 쥐고 해골 병사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는 겉모습만 가련한 소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해골 병사들을 부리는 사령술사들이 애를 쓰면서 대응하지만, 인공 정령이라는 특성상 제대로 먹히는 게 그다지 없다.



"그렇지! 인공 정령도 정령이니까!"

"정령이 사령술에 강했구나."

"어, 몰랐어?"

"송현아. 형 비적합자다..."



어색한 침묵이 시우와 김송현 사이에 흐른다.



이 둘을 두고 부질없는 저항을 하는 적들을 상대로 섬멸전에 돌입하는 운디네들. 그들의 모습은 진짜로 성전(聖戰)을 떠오르게 할 만큼 장엄하고 거룩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가 있었다.



"전부 사령술에만 특화된 마법사들이라서 다행이에요. 흑마법사가 있었다면 훨씬 어려웠을텐데."

"그런가요?"

"네"



고개를 끄덕이는 이의 모습은 그 누가 봐도 인간이 아니었다.



지구의 알비노 환자에 맞먹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피부. 알비노 환자와 차이점이 있다면 눈동자 색깔만큼은 진한 갈색이라는 점이다.



카푸스와 카닌의 가문원 중 하나다. 그 마법사의 일족에 걸맞게 그는 지금 이쪽이 압도하는 원인을 시우에게 분석해주었다.



"나름대로의 상성 관계가 있어요. 쉽게 요약하면 천사는 악마에게 강하고, 악마는 정령에게 강하고, 정령은 천사에게 강하죠. 만약에 저쪽에 악마술에 조금이라도 능한 흑마법사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악마술과 사령술은 많이 다른 건가 보군요."

"이미지가 워낙 달라서 그렇지 솔직히 마법학적으로 따진다면, 사령을 다루는 기술은 악마를 다스리는 기술보다, 천사를 다스리는 기술에 더 가까우니까요. 어쨌든 죽었던 사람이 돌아오는 거니까 '기적'이잖아요?"

"오우..."



종교적으로 참 위험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신다. 어차피 비적합자인 시우에게는 '그냥 그런 게 있다.'라고 얼버무리는 것도 충분할텐데 말이다.



카닌이라면 그렇게 말했을거다. 이런 점에서는 카닌이 은근히 정상인이다.



아무튼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니 멀리서는 카푸스로 충분히 착각할 것 같다고 느끼는 시우였다. 가까이에서 보면 머리카락의 색이 하늘색과 하얀색으로 다르지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분이 되겠는가?



머리카락 색도 구분이 잘 안되는데 눈동자 색은 더더욱 못 보겠지. 거기다가 쓰는 마법도 카푸스와 기본 형태가 같으니 궁지에 몰린 입장에서는 진짜로 그가 와 있는 기분일 것이다.



실제로는 그보다는 상당히 못한 그 일족 마법사들의 협공이지만 말이다.



"카푸스 할아버님은 우리 일족 뿐만이 아니라, 우리 종족의 역대급 천재이시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먹힐까 생각을 했습니다만..."



함정의 함정의 함정. 그걸 위한 마지막 카드



정작 그 카드들은 처음 이 작전에 살짝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카푸스는 그들의 말대로 일족을 넘어서 종족의 역대급 천재였으니까.



너무나도 천재였기에 자기들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그를 흉내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또한 나름대로의 천재들. 한명 한명이 카닌처럼 차기 당주 후보자, 혹은 새로 일족에서 독립해서는 방계 가문을 새로 세울만한 능력이 있는 유망주들이다.



그 중에는 전체적인 면으로 따진다면 카닌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카푸스를 흉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카닌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한 이도 있다.



10명이서 힘을 합친다고 해서 카푸스와 똑같은 일을 할수는 없지만, 카푸스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는 할 수 있다는 거다.



그 '보이게'가 지나치게 훌륭할 뿐. 처음 계획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포위를 한다는 것이지만, 일족의 유망주만으로도 포위 섬멸전을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지나친 성공이라 나머지 반쪽을 포기해야 할까 걱정할 정도다.



"이렇게 밀어붙이면 별동대로 유주영을 습격한다는 짓은 저지르지 않겠군요."

"그렇겠네요. 하지만 이미 '몽골 영토'에 '중국 헌터'들이 '이세계인 사령술사들과 함께 침공'했다. 이 정도쯤은 확인할 수 있지 않겠어요?"



도망치는 건 불가능. 설령 자살을 한다고 해서 묻을 수 있는 선도 넘었다. 저쪽에 있는 것은 죄다 살이 없는 해골들 뿐이니까.



여기에 마법사가 몇 명인데 시체를 복원하고 책임 추궁을 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할 수 있죠?"

"해본적은 없습니다만, 이론은 충분히 아니까요. 시체만 어떻게든 남아있다면 나름대로 복원을..."

"그르르르릉!"



말을 끊고 사납게 울음소리를 흘리는 적운흉풍이다. 그에 말을 끊긴 마법사는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적운흉풍을 향해서 표정을 찌푸리는 대신,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는 적의 진영을 보면서 표정을 찌푸리고 있다. 입이 달싹거리는 것을 보면 뭔가 욕을 하고 싶은 모양.



그리고 시우 또한 싸늘한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적합자라도 뭔가 심상치 않은 마법을 쓸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체가 어떻게든 남으면 복원할 수 있다고 하셨죠?"

"제물로 바치면 복원 못 합니다."



역시 카닌보다는 한 수 아래다. 카닌이라면 말이 씨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조용히 침묵을 유지할테니 말이다. 아니면 지금 해야 할 일을 대신 말하던가.



지금 엘프 장로와 함께 처음의 기습을 막아내고 있는 그녀가 그리워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시우가 그 감상에 길게 빠져있는 걸 허락하지 않고 있다.



허공에 생겨난 검은 구, 그 구로 빨려들어가는 해골들. 사이사이에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들이 섞여있는 게 시우의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검은 구에서 자잘한 뼈들이 엮어서 만들어진 팔이 쑥 하고 튀어오른다.



자신이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보고 있는 건 새로운 마왕의 탄생이리라. 본능적으로 이 결론을 지으면서 턱에 힘을 꽉 주는 시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눈도장 21.03.17 23 2 14쪽
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