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41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2.22 20:03
조회
16
추천
2
글자
13쪽

강(罡) vs 강(剛)5

DUMMY

-"망명?"

"그래. 중화의 입장에서 북적들이 사는 땅보다 훨씬 더 위쪽에 있는 나라지."

-"나보고 내 고향에서 도망치라는 소리인가?"

"저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게 좋을걸."



어깨를 으쓱이면서 가볍게 말하고는 유주영에게로 걸어가는 손시훈. 그런 그에게 유주영은 바로 거부반응을 드러냈다.



"스승님은 몰라도 저는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잘 압니다. 당신의 제자들로 가득한 곳 아닌가요?"

"그래서 좋지. 다른 나라면 무림인의 영혼이 빙의되어 있어서 이런저런 실험 대상이 될 텐데, 내 제자들은 워낙 독특한 사람이 많아서 그럴 우려가 적거든."

"그래도..."

"러시아의 망명은 너를 위한 것도 있지만, 네 스승을 위한 것도 있어. 내가 아는 공산당은 네 스승의 자아를 언젠가는 삭제할 집단이거든. 이것도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못하겠지?"

"..."

"시간은 좀 있으니까 천천히 고민해봐. 그럼 이만"



.

.

.



"..란 내용의 이야기를 했어. 괜찮아, 들키지는 않았으니까."



능글맞은 손시훈의 목소리에 일행의 첫 반응은 싸늘한 침묵이었다.



현재 일행이 처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전에도 감시의 시선이 느껴졌다만, 그때는 최소한의 눈치는 살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보든 말든 감시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무슨 짓을 했냐고 물으니 망명 권유를 했단다.



어지간한 곳도 아니고 일당 독재를 하는 나라에서 망명 권유라니. 속 터지지 않는가?



"야! 거꾸로 생각해봐. 들켰다면 감시가 더 심해지지 않았겠냐? 딱 몰래 이야기를 한 수준으로만 들켰다니깐!"



그래, 그런 것 같기는 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권유를 했다는 걸 구체적으로 들켰다면 손시훈의 말대로 더 심한 짓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몰래,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는 걸 용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걸 일행의 연장자로서 지적하는 조미선이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전이 마법으로 도주하실 수 있는 분이... 그런건 좀 결승전 끝나고 하셨으면 되지 않았을까요?"

"결승전에서 혹시라도 시우가 이기면 높은 확률로 끌려갈 텐데? 유주영의 인격을 봉인하던가, 유혜의 인격을 봉인하던가. 둘 중 하나는 시도하겠지. 그때는 조금 늦어."

"설마..."

"당사자들은 내 추측을 쉽게 반박하지 못하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됐다."



언제나의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지란 태도



그에 다시 정색하는 일행을 두고, 손시훈은 적반하장식의 태도로 성을 내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결승전 준비가 이래서 되겠어! 내가 유혜와 나눈 이야기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왜 대련의 내용에는 관심이 아예 없는 건데?"

"이걸로 무협이 아니다를 몇 번째나 말하는 거지?"

"몰라요. 그냥 세지 마요, 누나."

"아니, 무슨 무공을 쓰냐. 이런 건 묻지 않아도, 최소한 얼마나 강하냐! 이런 것 정도는 물어볼 수 있잖아? 왜 그렇게 관심이 없어?"

"관심은 가지만, 그러면서 은근히 힌트를 주니까 그렇지."

"내가 선을 넘은 힌트를 준 적이 있냐?"

"그 선이라는 게 형과 유혜만의 선이라는 게 문제라고."



당사자들끼리는 기묘하게 훈훈한 분위기. 그건 이미 해골장미들의 사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시우의 말대로 그 훈훈한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당사자들 사이의 이야기.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눈살만 찌푸려지는 선에서 끝나면 다행인 수준이다.



이미 유주영의 차가운 시선을 한번 받았는데, 그런 시선을 또 받기는 싫은 일행



그런 그들에게 매우 유감스러운 말을 하는 손시훈이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내 이야기를 완전히 무시할 것을 고려하고, 사전작업을 진행하였다."

"아, 제발! 그러지마, 형! 형의 쌍둥이 동생인 시우형이 불쌍하지도 않아?"

"새끼가 진짜."

"시우야. 지금이라도 경태한테 전화해서 정신과 예약 잡을까?"

"괜찮아! 괜찮아! 사전작업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유혜가 고수라는 것을 전제로 뒀으니까. 그러니 당사자는 절대로 기분 나쁠 리가 없다고! 오히려 나름대로 공부가 됐다고 느낄지도 몰라."

"조졌네..."



진짜 조졌구나...



.

.



-손시우 선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아요.

-감독 겸 코치인 손시훈 선수 빼고 다들 표정이 좋지 않죠?

-상대방이 사실 1인분이 아니라 그 이상인데 긴장이 당연히 되겠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대결은 굉장히 힘든 대결입니다.

-김송현 선수에게는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유주영 선수를 상대로 김송현 선수를 내미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왜, 그런 말 있잖습니까.

-아, '그런 건 무협이 아니야!'말인가요?

-네, 그런건 무협이 아니죠. 그래도 나름대로 준비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손시훈 선수입니다.



.

.



'란나찰과는 다릅니다, 스승님'

'형태로 보아하니 소림의 것이기는 한데,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도 그럴 게 시기가 맞지 않는다.



시우가 잡은 자세는 소림곤법천종(少林棍法闡宗)이라는, 소림의 봉법. 정확히는 소림의 승려가 외부에서 익혀 소림 내부로 들어온 창법이다.



시기는 대충 1500년대의 일. 그리고 유혜가 살았던 시기는 1100년대. 자기가 죽은 지 몇 백년은 지나서 들어온 무술을 알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만으로 소림의 것임을 알아낸 유혜의 안목이 그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것이 어렴풋하게 대응하는 유주영의 자세로 드러나자 시우는 자연스럽게 이를 물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유혜와 손시훈 사이의 일을 알면 뭐 어쩔 건가. 이 대결은 어쨌든 유주영과 자신의 싸움인데 말이다. 자신이 형의 영혼을 통해서 재능을 깨웠듯이, 상대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그만



이 생각으로 미련을 날려버리며 낮게 파고드는 시우였다.



.

.



-의외입니다? 처음부터 몰아붙이고 있어요!

-그러게요. 지금까지 손시우 선수의 전법은 큰 맥락에서는 같았거든요.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주고, 반격인데 아마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지만 뒤로 밀리고 있는 유주영 선수입니다.

-이렇게 꼼짝도 할 수 없게 밀어붙이는 기세를 유지해야 돼요.



.

.



황소를 떠올리게 하는 공격. 머리를 숙였다가 위로 치켜올리면서 뿔로 들이받듯이, 시우의 봉끝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유주영을 압박한다.



막으려면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된다. 그렇기에 주춤거리면서 뒤로 밀려나는 유주영의 모습은 얼핏 보면 해설이 말하는 대로 꼼짝도 할 수 없이 밀리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바쁘게 봉끝을 쳐내는 팔과는 달리,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덤덤하다. 그와 함께 유주영은 스승인 유혜에게 말을 건넬 여유까지 갖추고 있었다.



'역시 처음에는 먼저 달려들어서 몰아붙일 것이라는 스승님의 분석이 맞았군요.'

'이 정도의 분석은 당연히 해주지 않았겠느냐. 명색이 무를 가리는 승부인데 장외패로 끝을 볼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런 것까지 분석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에게 약간 실망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어떻느냐? 보이느냐?'

'네.'



말과 함께 자신을 향해서 치솟는 시우의 봉에 맞춰서 자신의 팔을 움직이는 유주영. 그리고 유주영이 쥐고 있는 검은 완벽하게 위로 치솟던 봉대를 누르며 바닥을 치게 만들었다.



그걸 빠르게 회수해서 옆쪽에서 허리를 향해서 내지르는 시우의 봉. 그러자 이번에는 칼끝으로 쳐올리면서 봉이 허공을 가르게 만든다.



이 두번의 방어와 함께 조금씩 뒤로 물러나던 유주영의 뒷걸음질이 멈췄다.



"지금... 시우가 할 동작을 미리 안 것처럼 동시에 움직인 것 맞죠?"

"왜 쟤도 천재지?"



살짝 넋을 놓은 조미선의 질문에 순수하게 의문이 담긴 목소리를 흘리는 손시훈. 그런 그의 눈동자에는 동시에 손바닥을 날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쳐져 있었다.



손바닥만 보면 그저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자연스럽게 한 것 같은 모습.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밀쳐지면서 나는 소리는 엄청나게 크고 넓은 두 철판이 부딪힌 것처럼 요란한 소음이다.



절대로 사람 사이의 손뼉 사이에서 났다고는 믿기 힘든 소리



그건 상당수의 관객이 자신의 귀를 잠깐 막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에 김송현은 시훈을 향해서 바로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대련에서 뭔 짓을 한 거예요?"

"내가 유혜와의 대련에서 한 걸 보고 배웠다기 보다는, 쟤가 그냥 천재인거야."

"무슨 소리를..."

"시훈씨의 말이 맞아."



어이가 없어하는 김송현을 두고 시훈의 말을 거들어주는 조미선이었다.



"아마도 중국 측에서 나름대로 복원한 소림 무술, 그리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대회 영상을 보고 분석을 한 거겠지. 소림 무술이라는 특색은 같으니까, 나름대로 익숙하게 움직일 수 있는거고."

"아니, 아무리 분석을 하고 익숙하다고 해도 시우 형의 공격과 동시에 움직여서 방어를 해낸다니. 그게 말이 돼요?"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말이 안 되니까 시훈씨가 천재라고 말하는 거겠지. 그나저나 어쩌죠? 사전작업 제대로 한 거 맞아요?"

"어... 사전작업을 제대로 했다면 효과는 오히려 더 확실하게 나오는데... 나오는데..."

"나오는데?"

"그 효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우가 장외패로 질지도..."



말을 하기 무섭게 유주영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시우의 기세가 소와 비슷했다면, 유주영의 기세는 마치 맑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과도 같은 기세. 그 기세에 시우는 압도적인 길이를 가진 봉을 들고 있는데도 뒤로 쭉 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로 역전된 상황에 살짝 애가 탄 목소리를 꺼내는 김송현이었다.



"시우형! 홍류선법이나 금강불괴를...!"

"금강불괴를 지금 썼다가는 장외패 당하고, 마나도 억제된 상태니 지금 쓰는 홍류선법은 위력이 제대로 안 나오겠지. 둘 다 지금 썼다가는 미래가 없어."

"효과가 나오기도 전에 장외패를 질지도 모른다면서요?"

"지금 아껴두면 질지도 '모르는' 거고, 쓰면 나중에 '그냥 지는' 거고."

"그럼 어떻게 해요?"

"버텨야지 뭐. 이쪽에게도 유리한 예상외의 변수가 있거든... 1차적 분기점은 그거다. 그 변수를 시우가 쓸 수 있느냐, 쓸 수 없느냐..."



유주영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유혜는 그 말을 들었다.



'이쪽에게도 유리한 예상외의 변수'



하지만 쓸 수 있니, 없니라는 말로 보아하니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다. 그에 치솟는 불안감을 억누르고 제자의 모습을 잠시 감상하는 유혜였다.



진작에 무공을 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빌어먹을 '당의 명령'때문에 '기밀 유지'를 해왔던 것이다. 그랬던 아이가 자신이 알려준 청성파의 무공을 써서 똑같이 무공을 쓰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있다.



힘겹게 방어해내고 있다만 계속해서 뒤로 밀리면서 자잘한 실수를 흘리는 것을 보니...



자잘한 실수...



자잘한...



'스승님...? 제 기분 탓인가요?'



좀 전의 유주영이 시우와 동시에 공격을 한 것의 반대 상황. 아니 그 이상. 자잘한 실수들은 시우는 유주영의 공격을 예측하고 먼저 움직일 때 생겨난다. 그 반응은 마치 청성파의 무공을 한 번 경험한...



그와 함께 유혜는 머리를 땅 치는 충격을 느꼈다. 지금 그녀는 왜 시훈이 자신이 '청성파'의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조금이지만 당황했는지를 알아차린 것이다.



손시우는 잠깐이지만 청성파의 무공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단순히 상대를 한 것이 아닌, 배우고 약간이나마 써 왔던 수준. 자잘한 실수들은 그것을 떠올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자세한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조미선과 김송현은 당사자인 것처럼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그들을 향해서 손시훈이 궁색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설마 이것도 내 탓이라고 하지는 않겠지? 블루베리가 지금 유주영이 쓰는 칠십이파검(七十二破劍)등의 몇몇 청성파 검법들을 맛보기로 가르쳐 준 건 내가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고."

"허어"

"그것도 진짜로 잠깐이었어 잠깐! 시우가 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어서 천천히 떠올릴 만큼 말이야!"

"뒷 사정을 아는 우리도 이 상황이 좀 어이없는데, 저 사람들이 거기까지 이해해 줄까요?"

"둘 다 천재니까 이해할 수밖에 없을걸?"



'이 뭔 개같은 일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눈도장 21.03.17 23 2 14쪽
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 강(罡) vs 강(剛)5 21.02.22 17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