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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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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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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증명7

DUMMY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딱 그런 속담이 무슨 말인지 체감이 된다. 그건 딱히 시우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니, 신변의 위험을 시우가 느끼는 것보다 몇 배로 느끼고 있는 모양. 조미선과 김송현은 시우가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로 일과시간에 달라붙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구는 24시간 내내 달라붙는 보디가드가 있는데, 우리는 없거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눕롤과 함께 올 껄, 괜히 나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우겨서... 보고 싶어 누나!"

"그래도 이건 좀..."



평상시의, 머리만 동동 드러내는 수준이 아니라, 전신을 드러내고 있는 적운흉풍이다. 그 상태로 그는 시우에게 이게 진짜로 맞는 행동인지 물어보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이런 시선과, 필요하다는 김송현과 조미선의 시선에 시우는 잠시 자신들의 상황을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해봤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탈락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선수단 숙소와 식당이 비어가면서 악의가 담긴 시선의 수가 줄어들고는 있다. 그러나 악의가 담긴 시선의 수는 줄어도, 악의의 농도는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실질적으로 시우에게 다가오고 있다. 소소하게 일어난 일이 워낙 많아서 딱히 콕 집기도 어려울 지경



복장의 세탁 처리가 늦어진다던지, 음식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던지...



어지간해서는 중국이 발전은 많이 해도 선진국은 아니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이때까지 중국이 국제 행사를 할 때 뭔가 실수가 있었던 게 한두 가지였던가?



이름만 듣는다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에서도 비슷한, 혹은 더 심각한 사고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행이 따로따로 있을 때의 사고 발생율고, 일행이 함께 있을 때의 사고 발생률이 좀 차이가 난다면. 그리고 적운흉풍이 대놓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사고 발생률이 0에 가깝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걸 그냥 사고나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참고로 적운흉풍이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돌아다닌 지 3일. 시우네 일행은 중국어로 다양하게 '죄송합니다.'를 표현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 그게 증거야! 아직 뭘 하지도 않았는데, 적운흉풍을 쓱 보고는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면 뭔가 나쁜 짓을 하려고 했다는 건 뻔하지 않아?"

"이건 나도 송현이의 말에 동의해. 이미 적운흉풍이 손시훈씨나 블루베리보다도 정상적이다는 사실이 퍼져있는데도 이런 반응이잖아. 평범한 사람이라면 경찰이 지나가는데 몸을 움츠리면서 죄송하다고 하겠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야."

"푸르르릉..."



씁쓸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울음소리를 흘리는 적운흉풍. 그러자 옆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한 청소부가 넘어져 있다.



그것만 보자면 이 또한 작은 실수라고 할 수 있겠다만... 넘어진 자세가 굉장히 부자연스럽다. 일을 하다가 미끄러운 것을 밟아서 넘어졌다기보다는, 뭔가 깜짝 놀라서 넘어진 것이다.



조미선이 말한대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반응. 김송현의 말대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게 뻔하다. 그걸 바로 보여주는 모습에 한숨을 나란히 쉬는 시우와 적운흉풍의 틈 사이에 끼어드는 손시훈이었다.



-"별 거 아냐. 가벼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고 했을 뿐이지"-



한국어와 중국어가 겹쳐서 울려퍼진다. 딱히 악의가 깃들지는 않았지만, 내용만으로 충분히 위협이 가능한 말.



이 말에 청소부는 저 멀리 도망쳐 버렸다. 부들부들 떨면서 주체를 못 하는 뒷모습이 오히려 이 쪽에게 걱정을 줄 정도로 말이다. 일행이 그 뒷모습을 안쓰럽게 보는 가운데, 시훈은 언제나의, 쓸데없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송현이는 그렇다고 쳐도, 미선씨는 시우에게 너무 붙어있기 좀 그렇지 않나요? 명색이 유부녀잖아요? 남편분이 뭐라고 안 해요?"

"제 남편이 가능하면 적운흉풍이나 시훈씨 근처에 있으라고 하던데요? 물론 남편만 그런 말을 한 건 아니고요."

"어"

"나도 비슷한 말들을 좀 들었는데. 그런데 누가 자꾸 자리를 비우지?"

"송현아. 그건 내 잘못이 아냐. 대회가 개판이라서 그런 거야!"

"이젠 그 소리를 몇번째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먼저 사라지냐? 정확히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불려 가는 거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냥 대기를 하고 있다가도 중국 무술 협회나 국제 헌터 연합이 손시훈을 부르는 것은 일행도 봤으니까.



대회의 시작 전부터, 한참 진행을 하는 지금까지. 손시훈은 거의 심판일을 무료 봉사로 해주는 중이다. 그것을 또다시 어필하는 손시훈의 눈동자는 광기가 점점 차올라 희번뜩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상식적인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어.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중국이라는 거지. 내가 중국 무술 협회한테 우리 팀을 감시-방해하는 공산당에 맞서 혁명이라도 일으키라고 말할까?"

"목! 목소리! 목소리 낮춰!"

"들으면 어쩔껀데? 중국 공산당에 배를 째는 게 내가 선을 안 넘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인데? 그래 선을 못 넘기는 하겠다. 내가 명색이 키잔트헤임의 칠현이니까. 만약에 내가 그런 것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대만과 홍콩에 군자금을 쏟아부어서라도"



결국 물리적으로 달려들어서는 입을 틀어막는 일행. 그러자마자 그들은 기괴한 꼴을 하고 있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표정은 무표정이다만... 참 한심한 것을 보고 있다는 기색이 눈동자에 희미하게 스쳐 지나간다. 더 슬픈 것은 이런 자신들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 보다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는 거다.



"형이 좀 전까지 씨부리고 있던 거. 못 들었겠지?"

"들으급! 들으르그급!"

"일단 우리 환생자님은 진정하시고"



팀 내 최연장자인 조미선이 말해도 도저히 진정히 되지 않는다. 결국 간절한 표정으로 적운흉풍을 보는 일행. 그에 적운흉풍은 고개를 살짝 젓고는 주인의 머리를 덮썩 물어버렸다.



명색이 블루베리보다도 선배이신 가신인데, 난동을 부리지는 않겠지.



그 예상은 맞았다만, 대신 치사하게 정신 공격을 시전 하는 손시훈이었다. 가뜩이나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인데, 팔다리에 힘을 쭉 빼버리니 진짜로 몬스터에게 머리가 물려서 비참하게 죽어버린 시체 같다.



이게 상당수는 자기 잘못인데 적운흉풍을 나쁜 놈처럼 보이게 만들다니...



일행이 자연스럽게 정색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자신들만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린 일행은 어색한 웃음을 자신들을 바라보던 소녀에게 향했다.



다행히도 일행의 바보 같은 웃음이 먹혔는지, 자신의 가던 길을 가 주는 소녀. 아직도 시체놀이를 하며 정신 공격을 하고 계신 주인님의 머리를 놔주는 적운흉풍을 보며 김송현이 말했다.



"방금 그 모습 보고 신고하지는 않겠지?"

"명색이 중국이 밀어주는 우승 후보인데 그런 치졸한 수를 쓸 리가"



가볍게 내뱉는 말.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게 내뱉을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방금 전의 그 소녀가 우승 후보라고? 다들 그런 반응을 보이자 손시훈이 드물게 당황하는 반응을 내비친다.



"몰랐어? 야. 아무리 대회가 개판이라지만 다른 팀에도 신경을"



한번 더 덮썩. 양심이 있다면 지금 시우네 팀이 다른 팀의 사정을 살필 겨를이 없다는 걸 인정해줘야 한다. 그걸 종자가 두 번이나 머리를 물고 나서야 인정해주는 환생자님



그리고 그제야 그는 저 소녀가 왜, 어떻게 중국에서 우승 후보로 밀어주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빙의가 된 건 분명해."

"빙의가 된 건 분명하다라. 그럼 뭐가 분명하지 않다는 건데?"

"흠... 따지자면 좀 많은데..."



중국 무술 협회 측의 주장으로는 한국에 빙의자 손시후가 있다면 이쪽에는 빙의자 유주영이 있다나



"빙의라며? 형은 환생자잖아?"

"거기서부터 개판이지. 마치 이 대회처럼."



우선 환생과 빙의에 대한 차이부터 명확하게 언급하자. 환생은 이미 몇 번의 생을 경험한 영혼이 영혼이 없는 새로운 육체에 깃드는 것이고, 빙의는 이미 영혼이 있는 육체에 새로 영혼이 깃드는 것이다.



손시훈은 명백히, 난자와 정자가 수정을 한 다음, 아직 영혼이 깃들기 전의 육체에 영혼이 깃들었다. 반면에 유주영은 이미 영혼이 깃든 육체에 새로 영혼이 깃든 사례다.



여기서부터 자기 자신이 누구냐에 대한 엄청난 차이가 있다만, 중국 무술 협회는 같다고 우기고 있다.



"이 뭔. 아니다. 이건 누가 봐도 노망이 난 영감인데... 아니다, 그래서 빙의라고 착각하는 건가?"

"세우야... 그래도 난 니 쌍둥이 형이다! 흠흠... 아무튼 웃긴 게 뭔지 알아? 당사자는 말이야, 조상과 후손, 스승과 제자 관계라고 명백히 주장하고 있거든? 그런데 중국 무술 협회는 제자의 인격을 부정하려고 노력중이야."



누가 봐도 기본 베이스는 소녀, 심지어 손시훈이 인격의 주도권은 후손, 제자 쪽이라고 인정해줬는데도 말이다.



시훈과 시우 형제를 기준으로 비교해보자



시훈의 경우에는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걸 오히려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가벼운 광기와 함께 행동을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시우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상대적으로 침착한 행동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침착함에 비해서 경험이 살짝 모자란 판단이 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그 장단점이 상당히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하지만 유주영은 그렇지 않다.



때때로는 침착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소녀의 행동을, 때때로는 무식하게 앞서는 것 같지만, 지혜가 깃들어있는 늙은이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손시훈 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눈치가 좋은 일반인이 봐도 가벼운 위화감을 줄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있다.



"하지만 그 빙의한 영혼이 과연 무림인, 혹은 무공사용자냐... 라고 하면 애매하단 말이지."

"그랬다면 진작에 제대로 된 무공을 썼을 테니까?"

"그래. 아직까지 유주영은 제대로 된 무공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말이 많아."



만약에 그랬다면 아무리 자기 주변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일행도 모를리가 없었겠지.



"여기서 나의 혜안이 또 드러나는 부분이지"

"뭔 소리를 하시려고."

"내가 계속해서 불려가는 것 중에 저 꼬맹이 때문이 1/3이야. 뭔가 독특한 행동을 할 때마다 저게 사실 마법이 아니냐를 판별해달라는 부탁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패를 죄다 공개해서 그럴 일이 없잖아?"



확실히 그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남들은 인챈트를 쓰지 못하는데, 홀로 인챈트를 쓰는 것 같이 전기의 불꽃이 파박 튀는 검을 막 휘두를 수 있게 됐으니까



다른 이들이 비장의 한수라고 뭔가를 꺼내들었다가, 판정이 길-게 이어지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유주영 또한 잠재적으로 그럴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 출전할 때 유파는 뭐라고 했는데?"

"우슈 장권(武術 長拳). 우슈라고 하니까 있어 보이는데, 그걸 한글 발음으로 옮기면 '무술'이거든?"

"제 산동성 정파 검법이란 말과 다를바가 뭐가 있나요?"

"산동성 정파 검법에 비해서도 많이 허접하단 거? 무공의 입장에서 우슈는 그저 쓸만한 겉 껍데기만을 기워서 만든 거거든요. 아무리 본체를 존중한다고 자신의 무공 대신 그걸 적어서 내놓는 입장에서 잘해봐야 2류 쯤 되는 사람이 아닐..."



조미선과 비교하며 은근슬쩍 까는 말을 늘어놓던 주인님의 얼굴을 적운흉풍이 급하게 문다. 그에 일행은 적운흉풍을 말리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좀 전에 사라졌던 것 같은 소녀, 유주영이 두 눈을 번뜩이며 손시훈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도 한국어를 배운 모양. 말은 하지는 못해도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를 한 것 같다.



"적운흉풍"



여기서는 무조건 사과를 해야겠지? 시우가 그를 위해서 명령하자 주인의 머리를 물었던 적운흉풍이 입을 열어줬다.



-"증명해! 제발 증명해! 제발 너 가지고 내가 그만 왔다갔다 하게 만들어!"-



그러나 모두의 기대를 자연스럽게 져버리는 주인님의 행동에 적운흉풍은 다시 그 머리를 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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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눈도장 21.03.17 23 2 14쪽
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4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1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6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5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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