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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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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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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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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罡) vs 강(剛)4

DUMMY

머뭇거리는 것은 유주영의 몸에 깃든 스승이라는 영혼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본인이 무림인이 아닌 무공사용자라며 폄하해도, 그 수준만큼은 무림의 어지간한 고수조차도 하찮게 만드는 괴물.



자신의 원래 몸이라고 해도 상대가 될리가 없는데, 아직은 연약한 제자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에 한 몸으로 걱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두 사람을 보면서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 손시훈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납득을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에 잠깐 속으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민하는 스승과 제자였다.



그런 두 사람의 앞에서 갑자기 풀썩 쓰러지는 손시훈이었다.



거기까지는 뭐... 지금까지의 기행이 기행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님이라면 '이번에는 또 뭘 하려는 거니...'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의사인 마경태는 바로 정색을 할만한 행동이었다. 지금 풀썩 쓰러진 손시훈의 육체에서 심장박동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산소호흡을 하는 생명체라면 당연히 일어나는 산소 호흡은 멈췄고. 아주 천천히 체온이 떨어지는 건 덤. 아직 사후 경직이 시작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생생한 시체.



진지한 시체놀이를 하는데 좋아하는 의사는 없겠지



정말로 느닷없이 시작된 상황에 얼어붙은 유주영과 그 영혼, 그를 일깨워준 건 뒤에서 툭툭 치는 무언가였다.



'이쪽'

'???'

'나-름대로 다 방법이 있지. 이 몸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시해선(尸解仙)으로 승천할 수 있는 몸인지라.'



시해선



신선 중에서는 가장 등급이 낮은 존재. 말은 그렇다만 살짝 흐릿한 그 모습은 신선보다는 유령에 더 가깝다. 그를 두고 다시 자신의 육체에 영혼을 집어넣어 죽은 몸을 소생시킨다. 그렇게 자신에게 나름대로 방법이 다 있다는 것을 영 좋지 못한 모습으로 증명하는 환생자님이다.



그런 모습에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리는 스승 쪽에게 손시훈은 능글맞게 말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에 해당되는 건 그대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이해해주길 바라는데?"

-"하아"

"그대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정말로 짧은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주영이나, 그 스승 쪽이나 개인 단련장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은근히 길게 느껴졌다.



그런 그들의 곁에서 이리저리 손가락을 튕기고, 각종 도구들을 놓으면서 준비를 하는 손시훈이다. 딱 봐도 거창한 준비를 마친 그는 팔을 넓게 펼치면서 유주영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말했다.



"영혼인 상태에서도 생명력을 끌어올 수 있게 됐으니까...준비는 끝. 그럼 분리를 하는 게 좋겠는데?"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했지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말



환생자도 영혼을 고정시키는 건 살아있는 육체다. 하물며 이미 죽은 영혼이 새로 빙의한 육체와의 연결을 분리하라니. 금새 형태를 잃고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에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키는 스승을 향해 제자인 유주영이 간절한 말을 건넸다.



'스승님. 굳이 들어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당이 생각한 상황과는 많이 벗어났으니, 여기서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그래도 나는 그를 믿고 싶구나.'

'스승님!'

'그가 이때까지 우리에게 해준 일을 생각해 보거라. 국제 헌터 연합이라는 단체에게 입을 맞추면 최고의 경쟁자인 우리를 쉽게 떨쳐버릴 수 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지 않았느냐?'

'...'

'물론 손시훈이라는 자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진지하게 나와의 비무를 원하고 있는 건 거짓된 마음이 아니야. 무림인으로써 어찌 그 순수한 소망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

'스승님...'

'나는 그를 믿는다. 그는 스스로를 무공사용자라고 말해도, 나는 그를 무림인으로 인정한다.'

'알겠습니다.'

'고맙구나.'



"승패를 떠나서, 자신이 모르는, 혹은 모를지도 모르는 무(武)라는 것을 접하는 건 여러모로 가슴이 뛰는 일이거든. 그럼 분리에 있어서 가벼운 도움을 주도록 하지."



말과 함게 유주영은 자신의 목과 가슴 사이을 치는 손시훈의 손바닥의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손바닥은 아니다. 정황상 뭔가 특별해보이는 얇은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이다. 그 손에 끼워진 장갑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분리된 유주영과 그녀에게 깃든 영혼이었다.



"흠, 무난하군."



그에 대한 손시훈의 소감은 그와 같았다. 그러나 분리된 그녀의 영혼을 본다면 그저 무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순수한 철부지인 김송현만 하더라도 '이런 미인에게 말이 심했던 게 아니에요?'라고 말할만한 모습. 유주영과 조합하면, 겉모습으로 봤을 때 청순한 언니와 순수한 동생의 조합이라는 감상이 나올만한 모습이다.



그런 상대방을 향해서 가볍게 자세를 잡고 있는 손시훈이었다.



팔꿈치와 등에서는 자연스럽게 홍류선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위에서 아래로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를 흩날리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 유주영의 몸에 깃들었던 영혼은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으면서 말했다.



-"아무리 일부라고 해도, 이렇게 본인의 기세를 드러내도 괜찮은 건가? 내 제자와 그대의 동생 간의 대결이 곧인데?"

"이미 소림사 달마당과 나한당의 구분을 할 줄 아는 시점에서, 그 정도쯤은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손시훈의 당연한 말에 머쓱한 표정이 돌아온다. 그 무안함을 날리고자 좀 전에 하지 못했던 자기소개를 하는 영혼이었다.



-"청성파(靑城派) 출신의 유혜라고 한다. 특별한 별호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청성파?"

-"뭔가 악연이라도 있나?"

"아니... 그런 건 딱히 아닌데..."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반응. 유혜는 빠르게 그 속에서 '왜 하필이면?'이라는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악감정보다는 당황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게 오히려 호기심을 더 키웠지만, 굳이 말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 자세를 다잡는 유혜. 그러자 그녀의 손에 검이 생겨났다.



깔끔한 중국 특유의 양날검. 다만 몸체가 살짝 얇아 보이는 것이 모습은 아름답다만, 실전성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이건?"

"영혼의 모습이 반영된 거지. 역시 검을 쓰는군"

-"벌써 그런 것까지 간파당했나. 그나저나 그대는 무기를 쓰지 않을 건가?"

"내가 자신 있는 무기가 극도인데, 검을 쓰는 상대에게 비무에서 그걸 쓰는 건 좀..."

-"그런가? 알겠다."



알겠다는 말. 그와 함께 유주영은 자신의 얼굴을 가볍게 때리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손시훈이 내뿜는 내공과, 유혜가 내뿜는 내공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두 사람의 살짝 맞지 않는 호흡에 맞춰서 충격파 또한 밀렸다가 당겨졌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서로가 만들어낸 압박을 뚫고 달려 나가서 격돌하는 두 사람이었다.



바람처럼 가볍고 빠른 칼날과 철퇴보다도 묵직한 주먹이 맞닿고, 부싯돌끼리 부딪힌 것처럼 불꽃이 튕긴다.



그리고 손시훈의 허리가 뒤로 살짝 빠지는 것을 보면서 주먹을 꽉 쥐는 유주영. 확실히 거기까지만 보면 유혜가 손시훈을 상대로 잠깐이지만 기선 제압을 했다고 여겨질만한 모습이다.



이런 유주영의 기대를 손시훈은 뒤로 살짝 빠진 허리를 앞으로 튕기는 것과 함께 유혜를 가볍게 튕겨내면서 깨트러버렸다.



"윽!"



큰 충격은 아니지만 온몸에 골고루 퍼져나가는 기묘한 타격감에 신음은 덤이다. 그래도 신음이 나오게 숨을 내뱉은 폐와는 별개로, 다리는 차분하게 튕겨져나간 몸을 수습해주었다.



그런 상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달려드는 손시훈. 이에 맞춰 당할수만은 없다는 듯이 유혜의 팔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튼튼한 가지를 쭉쭉 뻗은 소나무를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드는 빠르고 경쾌한 맹공이다. 헌터의 시선으로 보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순식간에 찢어진 종이처럼 만들만큼 무서운 공격



그에 대한 손시훈의 대응은 어지간한 몬스터보다도 더 괴기스러운 것이었다.



"금강불괴를 얻었다는 것을 그렇게 자랑하고 싶은 건가?"

"글쎄?"



장봉을 휘두르듯이 다리를 휘두르면서 유혜의 칼날을 걷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에 약간의 혼란을 겪는 유혜였다.



무림에서 발차기를 지금의 손시훈처럼 주력으로 쓰는 정말로 드무니까.



단순히 맨 몸이면 날붙이에게 베인다는 문제 때문은 아니다.



그것도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고수들이 발차기를 잘 쓰지 않으려는 건 균형과 제어의 문제. 다리를 높게 들어올리면 들어 올릴수록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파고드는 빈틈이 생긴다. 그렇기에 무림에서 주로 쓰이는 발차기는 안정적인 자세를 쉽게 잡을 수 있는 하단차기가 대부분.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근대 무술가인 황비홍이(黃飛鴻) 썼다는 무영각(武影脚)이 있겠다.



흔히 대중매체에서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공중 발차기로 묘사하는데 그 실체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낮은 하단차기였던 것.



태권도처럼 빠르게 연속 발차기를 날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다.



기껏 해봤자 소림의 각법이 있다만, 소림의 각법과 손시훈의 각법은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 소림의 각법이 다리를 크게 휘두르는 느낌이면, 손시훈의 발차기는 발끝으로 찌른다는 느낌



그렇게 유혜를 몰아붙이다가 살짝 뒤로 빼는 손시훈이다.



타이밍이 마치 미묘해 얼핏 보면 살짝 지쳐있는 것처럼 보이는 후퇴. 하지만 유혜는 허리에 반동을 실었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붕경(掤勁)



처음 검과 주먹이 맞닿았을 때도 저것으로 자신을 날려보내지 않았던가. 그걸 한번은 당해도 두번 당하지는 않는다. 박자만 무너트린다면 저 반격을 위한 붕경을 쉽게 분쇄할 수 있으리라.



이 생각과 함께 바짝 붙으면서 손바닥을 빠르게 내지른다.



그 손에 실린 내공으로 행하는 무공은 청성파의 장법 중 하나인 계황장(鷄黃掌). 이 속도로 내지르면, 허리가 완전히 앞으로 튕겨져 나오기 전에 가슴에 손바닥이 닿는다.


이걸로 유혜는 이겼다고 생각했다. 비록 상대방이 자신과 내공 수준을 맞춰 줬다지만, 아무튼 이긴 건 이긴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의 눈에 한쪽만 뒤틀리듯이 나오는 손시훈의 어깨가 들어온다. 이에 바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유혜였다.



하지만 그 함정도 정면에서 돌파하겠다고 마음먹자 그녀의 손이 빛나기 시작한다. 무림인이나 무공 사용자에게는 벽을 넘었다는 증표인 강기로 말이다.



그 강기가 손시훈의 가슴에 닿자 '틱' 거리는 소리가 났다.



금강불괴가 조금이지만 깨졌다는 걸 알려주는 소리



그러나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기에 '틱' 거리는 소리를 끝으로 유혜의 손바닥이 손시훈의 가슴에서 미끄러져 흘러내린다. 이렇게 그녀의 일장을 받아내면서 뒤틀며 밀어낸 어깨로 유혜를 들이받은 손시훈이었다.



.

.

.



-"역시 졌군. 몇 수를 내줬는데도."

"뭐, 좋은 시간이었어. 살짝 경계가 될 정도로."

-"설마 내가 내 모든 힘을 결승전에서 주영이에게 그대로 줄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전부가 아니라 5할 정도만 줘도 시우는 못 이기는데...? 설령 그대가 주지 않아도, 저 아이가 자연스럽게 끌어올 수 있는 양이 있잖나. 3할 정도는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아이만의 내공과 합치면 아슬아슬하게 강기를 쓸 수 있는 최소선이 만족되지."



그리고 중국 무술 협회가 그 정도는 알거라는 손시훈의 말에 바로 부정을 하지는 못하는 유혜. 그에 쐐기를 박는 손시훈의 말이 이어졌다.



"현대 중국에 사는 중국인이 당의 명령을 거스르기는 정말로 힘든 법이지. 그러니 그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하아"

"그런 현실이 안타까운 그대를 위해서 권유를 하나 하고 싶은데."

-"뭐지?"

"러시아로의 망명(亡命)을 추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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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2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233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7 2 13쪽
» 강(罡) vs 강(剛)4 21.02.19 16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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