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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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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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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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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아닌데

DUMMY

"또 얼떨결에 무림인을 꼬셔버렸군요, 주인님."



평상시의 블루베리가 아닌, 시를라 틴 캅생트의 태도. 그 태도에 맞춰서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적운흉풍



그나저나 '또' 무림인을 꼬셨다고 했는가? 시종의 이 질책에 대한 주인님의 대답도 참 걸작이다.



"왜 내 지랄을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무림인이 있는 걸까? 거기다가 걔는 이제 순수한 무림인도 아니란 말이야."

"네 네, 그러시겠죠."

"아니, 들어봐."



자신의 뇌피셜로 유혜에 대한 이야기를 주르륵 말하기 시작하는 손시훈



그 이야기는 시작부터 병으로 인한 요절로 시작되는 조금 자극적인 내용. 물론, 영혼의 모습이 젊은 걸 보니 여기까지는 다른 이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은 그냥 상상하기도 힘든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의 유품에 머무르던 영혼이, 게이트에 빨려들어가서 이세계의 이런저런 사람들과 엮이면서 소설 몇 권 분량정도의 여행을 한 다음, 다시 지구로 귀환을 했다고요?"

"그래. 하는 행동을 보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어. 예를 들면 말이야..."



뇌피셜 치고는 왠지 모르게 그럴듯한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대형 모니터와 스피커로 손시훈의 뇌피셜들을 들은 유주영이 내놓은 소감은 다음과도 같았다.



"어쩌면 진짜 천생연분일지도..."

"예?"

"스승님께서 저에게만 해주신 이야기들과 맥락은 대략 맞습니다."



그리고 잠시 그들이 있는 공간에 고요한 정적이 돌았다. 그 정적을 깨트린 건 이 모든 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라자르였다.



"정신 나갈 것 같에..."



이해해주자. 지금 그는 3중으로 벌어지는 난장판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는 김송현, 조미선, 블루베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손시훈, 다른 하나는 중앙 헌터 협회와 시우가 유주영과 상담을 하고 있는 이 자리, 마지막 하나는 시연과 해골장미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유혜



이 모든 게 유혜와 유주영의 대한민국 망명 선언을 수습하기 위한 짓거리다.



"일단, 한가지만 물어 봅시다. 우승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망명하겠다고 한 거, 그쪽의 생각이에요, 그쪽의 스승님 생각이에요?"

"제 생각입니다."

"진짜로? 믿을 건 같은 무림인이라면서 그쪽 스승님이 밀어붙인 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스승님이 제 형에게 미움받을까봐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고?"

"네, 그렇습니다. 제 의견이 더 강합니다. 스승님은 그저... 전이마법을 써 준 그... 친절이라고 하나? 그 모습에 손시훈씨에게 갑자기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유주영의 말에 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는 시우



우승 인터뷰 이후의 분위기는 얼음물, 아니 그냥 드라이아이스보다도 더 차가웠었다. 일행 모두가 지금까지의 견제는 장난이었다고 느낄 정도의 살기를 사방팔방에서 느꼈을 정도로 말이다.



그에 손시훈이 어쩔 수 없이 단체 전이마법을 써서는 도주를 해야만 했다. 그러자마자 유혜가 한 짓이 뭔지 아는가?



유주영에게 빙의해서는 손시훈의 팔을 감싸 안은 것이었다.



이래 놓고는 이 모든 게 유주영의 생각이었지, 유혜의 의견은 없었다고? 그저 친절한 모습에 갑자기 매력을 느꼈다고?



그런 심정을 담아서 싸늘하게 유주영을 쳐다보는 시우. 그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든, 부협회장이든, 다른 팀장급 헌터들도 그녀를 싸늘한 눈으로 쳐다본다.



유주영이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무공에만 한정된 일. 마나와 관련된 적합자의 재능은 평범한 헌터 그 자체. 그래서인지 쏟아지는 마나의 압박에 몸이 가볍게 부르르 떨리는 모습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스승님을 꿋꿋이 감싸고 있다.



"게이트 사태 이전, 북한의 탈북자들을 중국의 공안은 북한으로 돌려보냈죠. 게이트 사태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조금은 나빠졌다고는 해도, 우리로써는 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스승님이 망명을 선택한 곳이 대한민국인 것은 이기적인 동시에 현명한 선택 아닌가요?"



그뿐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중앙 헌터 협회를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러시아의 불곰이나 해골장미까지는 아니어도, 대한민국의 헌터들 또한 정예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 둘을 지킬 자신이 없다는 거군요."

"그래도 미리 상의를 좀 더 하고..."



.



"그래도 미리 상의를 좀 더 하고..."

"그럴 순 없었어! 내가 아는 공산당놈들은 스승이나 제자의 인격 중 하나를 지우고, 남은 하나를 세뇌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놈들이란 말이다! 이미 게이트 이전에도 달라이 라마나 판첸 라마에게 한 짓도 있어! 너희들도 조금이나마 경험해 봤잖아!"



.



하필 한 팀장이 말하는 것에 맞춰서 조미선 또한 똑같은 질문을 손시훈에게 던진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그건 진짜 어쩔 수 없었다는 손시훈의 목소리. 그에 의기양양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떳떳해진 유주영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라자르였다.



이 상황에서 질문을 하는 건 정말로 실례겠지. 그래도 확인을 해야 할 게 있기에 시우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방금 그 말... 유혜가 있는 곳에는 전해지지 않았겠죠?"

"네. 이미 그, 콩깍지가 단단하게 씌인 상태라서. 이런 일이 바깥에서 또 벌어지다니..."



'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는다.



좀 전에 블루베리의 '또'는 적어도 이 지구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구에 더 이상 남은 무림인이라고는 없으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세상의, 아-주 옛날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반면에 라자르의 '또'는 이 지구의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뭐, 누구의 이야기인지는 힘들게 짐작할 필요도 없는 일. 바깥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럼 안쪽은 누구겠는가. 자기네들이지.



그리고 그 해골장미 소속의 여성 대원들은 지금 유혜를 나름대로 심문하고 있다. 이에 한 팀장이 무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벌써 경쟁자를 처리하려고 하다니... 무섭다, 해골장미..."

"뭔 놈의 경쟁자고! 뭔 놈의 처리입니까!"

"좀 전에 또 벌어졌다고 말씀하신 건 누구인데요?"

"작은 소동이 있기는 했었지만, 진압됐습니다! 카리나와 비탈리아는 진압한 쪽에 있었구요!"



카리나와 비탈리아가 그런 쪽이 아닌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진압이라는 표현이 과연 작은 소동이라는 일에 쓰는 표현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시우는 자신에게 시선이 몰리는 것을 느꼈다.



뭐, 어쩌라는 건가. 설마 이 일에 자신의 책임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건가?



살짝 우물쭈물거리는 표정을 봐서는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등골이 오싹거리는 것이 예감이 영 좋지가 않다. 그런 시우를 두고, 중앙 헌터 협회의 팀장들은 자기네들끼리 시선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대를 맸다는 듯이 중앙 헌터 협회장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불길한 예감이 느껴지지는 않나? 이 일이 길게 이어질 것 같다는 예감..."

"그래서요?"

"시비를 거는 건 아니고, 질문이야 질문. 왠지 이런 쪽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이 자네인 것 같아서..."



이 말이 더 시비같이 느껴지는 시우였다.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면 어쩔건가.



자신은 엄밀히 따지면 손시훈의 동생이기 이전에 민간인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나름대로 공무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고



여기까지만 생각했는데도 세금이 살살 녹는 소리가 들리는 듯 것 같은 시우. 이런 분위기를 좀 읽어줬으면 좋으련만, 유주영은 속 터지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제가 나름대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뭔 수로?"

"그... 호수를 삼킨 마법사 정도라면 스승님을 위한 빙의용 육체를 만들수 있지 않겠습니까? 비용은 어떻게든 제가 이 몸으로 벌겠습니다."

"뭔가 표현이 이상한 것 같지만, 난 좋은 생각 같네. 협회장으로써도 중앙 헌터 협회에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



.

.

.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

"네. 일단 사람들이 많아서 얼굴로 욕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별별 소리를 다 하더라구요."



적합자는 아니지만 S랭크 급의 전력. 그런 사람이 육체를 가지고 부활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전력이 보강되지 않냐는 논리다.



말이야 영 틀린 소리는 아니다만...



"명색이 중앙 헌터 협회의 협회장인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괜찮은 건가? 아직 대한민국인 S랭크 적합자는 한 명도 없는데, 3번째 S랭크 급 전력도 대한외국인으로 하겠다고?"

"첫 번째가 형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너희 형 환생자잖아."

"고향이 한국이니까 아무튼 한국인 S랭크지 않냐고 하던데요."

"완전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건가. 너도 참 고생이 많다."



빈말이 아니다.



맨날 믹스커피만 마시며 커피가 다 똑같은 커피가 아니냐고 하던 사람도 '이건 특별하다!'라고 말한 만큼의 오묘한 향을 가진 커피를 대접해주는 카푸스.



나이를 평범한 인간보다 먹은 건 똑같은데, 왜 이렇게 정상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사람이 있는 걸까?



이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의 눈치를 조금씩 살피다가 말하는 카푸스였다.



"만약에, 두 사람이 진짜로 이어지면 어떨까? 그렇다면 빙의용 육체를 만들어 줄 수 있다만."

"농담이죠?"

"아니, 난... 그러니까 결혼이라도 하면 너희 형이 조금은 더 몸을 사리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고 있는 거지. 군대 가면 정신 차린 다는 말은 헛소리인 것 같다만, 누군가를 사랑하면 정신을 차린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 같거든. 내가 그랬으니까. 내가 좀 이기적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잖아."

"그랬었죠."

"왜, 의사회 책임자라는 마경태의 경우도 있으니까. 나는 종종 그 녀석이 정신을 못 차려서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결혼을 하면 정신을 확실히 차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거든. 너도 한 번쯤 그런 생각 해 봤잖아?"



계속해서 차분하게 말하니 뭔가 또 일리가 있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개소리를 들었다지만, 확실히 이런 관점은 조금 정상적인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발상같다.



그런 시우에게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하면서 자신이 정상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카푸스였다.



"물론 꾸준한 관찰을 해야겠지.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곱하면 플러스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마이너스에 마이너스가 더해져서 안 좋은 쪽으로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내가 말한 맺어진다는 건, 어디까지나 유혜라는 여자가 너희 형을 조금 진정시킬 기미가 보일 때의 이야기야."

"그런 생각은 저희 러시아에서도 한 생각입니다만."



살짝 끼어드는 카리나. 그리고 카푸스와 초면이라 낯가림을 하는지 고개만 끄덕이는 비탈리아. 확실히 이런 모습을 보면 힘의 카리나니, 기술의 비탈리아니 해도, 누가 사회화가 더 잘 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아직까지 굳어있는 동생을 두고 차분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카리나였다.



"선생님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의 가치를 내려둘 수 있는 분이죠. 그래서 러시아의 국익을 추구하는 쪽이나, 선생님을 진짜로 소중하게 여기는 쪽이나 선생님의 과격성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 '정착 계획'이었죠."

"사람 사는 곳이 거기서 거기라는데, 어느 나라나 생각하는 건 다 똑같구먼."



이세계인인 카푸스의 일족에게도 비슷한 제안이 들어왔었다. 결혼을 하는 대가로 시민권을 주겠다는 제안. 하물며 같은 인간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치 않다.



"처음에는 블루베리 선생님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획을 진행했는데.. 뭔가 계획을 진행하면 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지더군요. 저희는 선생님을 오빠나, 삼촌처럼 좋아하지, 이성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후보로 나설 건 많아봤자 세-넷 정도로 예상했는데.."



여성 해골장미 대원들만 해도 1/4이 후보로 나서버린 것이다.



"라자르에게는 작은 소동이라고 들었는데."

"전혀요. 선생님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저희들 뿐만은 아니잖아요. 물론 가장 많이 후보로 나선 집단은 저희 해골장미였지만, 불곰쪽에서도 후보가 꽤나 있었고, 정치계,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и, 러시아 재벌)에서도 접촉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선생님을 두고 소규모 내전이라도 벌일 기세였네요."

"내전?"

"해골장미와 불곰이 동맹을, 그에 맞서서 정치계와 올리가르히가 손을 잡을 정도면 내전 일보직전 아닌가요? 말했잖아요. '진압'했어야만 했다고."



그래도 각 집단에서 내부 단속의 단계에서 끝났기에 평화적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이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무림인이라는 여자가 선생님을 채 갔다가는..?"

"와, 그건 좀 아닌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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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이미 경험한 것3 21.03.16 19 2 13쪽
245 이미 경험한 것2 21.03.15 19 1 13쪽
244 이미 경험한 것 21.03.12 32 1 13쪽
243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5 21.03.11 25 1 13쪽
242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4 21.03.10 15 1 14쪽
241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3 21.03.09 18 1 13쪽
240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2 21.03.08 20 1 13쪽
239 함정의 함정의 함정의... 21.03.05 22 1 14쪽
238 공범자들3 21.03.04 25 1 13쪽
237 공범자들2 21.03.03 19 2 13쪽
236 공범자들 21.03.02 22 2 13쪽
235 아닌데3 21.03.01 19 1 13쪽
234 아닌데2 21.02.26 18 2 13쪽
» 아닌데 21.02.25 14 2 14쪽
232 강(罡) vs 강(剛)7 21.02.24 17 2 13쪽
231 강(罡) vs 강(剛)6 21.02.23 16 2 13쪽
230 강(罡) vs 강(剛)5 21.02.22 17 2 13쪽
229 강(罡) vs 강(剛)4 21.02.19 16 1 13쪽
228 강(罡) vs 강(剛)3 21.02.18 16 1 14쪽
227 강(罡) vs 강(剛)2 21.02.17 18 1 13쪽
226 강(罡) vs 강(剛) 21.02.16 22 1 13쪽
225 증명8 21.02.15 16 2 13쪽
224 증명7 21.02.12 13 1 13쪽
223 증명6 21.02.11 16 1 12쪽
222 증명5 21.02.10 26 2 13쪽
221 증명4 21.02.09 16 1 13쪽
220 증명3 21.02.08 16 1 13쪽
219 증명2 21.02.05 19 2 13쪽
218 증명 21.02.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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