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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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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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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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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색다른

DUMMY

-... 흠!



상황은 종료. 이렇게 좋게 끝나나 싶은 시우와 하늬에게로 아눕롤의 작은 기합소리가 들린다.



살짝 불안한 기합소리다. 일단 로봇에게 기합은 필요하지도 않은 데다가, 그 기합은 손시훈과 블루베리가 뭔가 한 소리를 하기 전에 종종 내뱉는 신호니 말이다. 그런 시우와 하늬의 생각대로 뭔가 한 소리를 하는 아눕롤이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격을 쌓으신 두 분이 필요한 곳에 힘을 사용하는 것에 불필요한 수준의 거부감은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

"...."

-혹시 제가 칠현님과 시를라 틴 캅생트 공을 닮아간다는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잠깐 자신의 주변에 널브러진 상태로 꿈틀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뜨끔한 시우와 하늬였다.



일단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현대 지구의 기준에서 봤을 때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이도 없다. 뼈가 부러진 이들은 있지만 치료만 잘 받으면 회복할 수 있을 거다.



다짜고짜 칼을 휘두른 도적이나 마찬가지인 상대로는 관대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곳은 사막 어딘가. 그 상태에서 뼈가 부러진다는 부상을 입은 것은 지금 죽지 않았을 뿐, 곧 죽을 것이나 마찬가지인 부상을 입은 상태다.



시우가 하늬가 이들을 떠난다면, 몸을 추스른 도적들은 망설임 없이 부상자들을 버리고 떠날 테니까.



어떤 관점에서는 낮에 내리쬐는 사막의 열기에서 말라비틀어지거나, 그와 정반대로 싸늘하게 얼어붙는 밤의 냉기에 스러지게 했다는 점에서 더 잔인한 처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에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우와 하늬를 향해서 아눕롤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칠현님이라면 더 잔혹한 처분을 하셨을 겁니다. 예를 들면 도적이니 처형을 한 다음, 언어를 알아내서는 '주제도 모르는 머저리들의 최후'라는 명패라도 거시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두 분이 칠현을 닮아간다는 말을 들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삐졌어요, 아눕롤?"

-가족이신 칠현님 만큼은 아니지만, 마음에서 나온 살짝 어설픈 대처를 보니 저 또한 걱정되는 것이지요. 실력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마음은 아니니까요. 거기다가 두 분께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본체와 단절이 되어있는 분신체인 저밖에 없지 않사옵니까?



차라리 진짜 손시훈이 그러는 것처럼 깔끔하게 몰살시켰다면 '-흠흠!'수준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래도 손시훈은 손시훈, 우리는 우리라는 식으로 시우와 하늬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려는 도적들을 내버려 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사막에서 혹시나 부상을 입은 도적들이 죽는다면, 그것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탓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일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 해야 할 일이 많으니 바로 앞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은 이 사막에서 탈출을 하는 게 우선이겠지. 그렇기에 주변 확인을 위해 높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하늬다.



그리고 바로 방향을 잡은 하늬를 따라간 시우는 상당히 독특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거미줄처럼 넓고 가늘게 퍼져있는 개울,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밭. 그 중심에는 오아시스 대신에 거대한 원통같은 건축물이 있다.



바깥에서는 안쪽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창문들에, 입구라고는 바위로 되어있는 문 하나 뿐. 이만하면 일반적인 성보다도 방어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 요새에 가깝다.



이를 보면서 자신의 소감을 말하는 아눕롤이었다.



-흠... 사막의 토루(土楼)인가요

"토루?"

-외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폐쇄적으로 만든 공동주택이지요. 지구의 경우에는 중국의 산악지대에 분포하고 있사옵니다.



산악지대와 사막지대. 완전히 다른 지역 같지만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땅은 넓은데, 행정과 공권력이 얇게 퍼져있다는 것. 그 때문에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적대적 요소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



좀 전에 도적들과 싸운 시우는 여기까지의 설명을 듣고도 구조를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토루 안에는 밭에 물을 공급하는 오아시스가 있을 거고, 토루의 높이는 안쪽에서 밭을 지킬 수 있게 활이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을 쏠만한 거리까지 솟았겠네요."

-아마도 그럴 것으로 추측되옵니다.



아눕롤의 대답을 들으며 감각을 끌어올리자 시선들이 느껴지는 시우다.



현재 자신의 위치는 녹색의 밭 안쪽이다. 충분히 서리를 할 수 있는 위치. 자신이 허리를 숙이는 순간 무언가가 작은 창문 같은 틈새 사이로 날아올 수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밭에 무단 침임을 하고도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은 자신이 혼자이기 때문이리라. 아마도 일행이 3-4명 정도만 있었어도 뭔가 경계를 하는 소리 정도는 들었으리라.



-우선은 하늬 양을 땅으로 불러서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매가 갑자기 사람이 되면 수상하지 않을까요?"

-특별히 자재를 구할 수 없는 이 사막에서 저런 건축물을 지으려면 마법을 써야 하지요. 마법을 대놓고 사용하는 세계에서 평범한 마법사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손님이옵니다. 그리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마법사는 평범을 뛰어넘은 마법사지요.



일리있는 말에 휘파람을 부르면서 하늬를 부르는 시우. 안쪽에서 한층 더 경계하는 기색이 느껴지지만, 아눕롤의 말대로 하늬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자마자 적대심이 살짝 변하고 있다.



그게 불편함으로 변한 것이 마냥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들과 대화를 하려는 의지는 조금 느낄 수 있다. 시우의 그 느낌대로 바위로 만들어진 문이 곧 열리면서 몇몇 사람들이 나왔다.



가운데는 마을의 촌장, 혹은 장로로 보이는 늙은이 하나. 그 뒤에는 건장한 청년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지만, 그 너머에는 활을 들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공통점은 시우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 아무래도 시우를 나름대로 강력한 몬스터인 하늬를 다루는 마법사로 생각하는 듯 하다.



"마법사님께서 이 마을에는 무슨 일이신지..."

"어..."



막상 이렇게 되니까 말문이 살짝 막힌 시우. 그러던 시우는 아눕롤이 빨리 읊어주는 대본대로 말했다.



"길을 조금 잃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마을을 보게 되었는데 조금의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지요?"

"당연히 드려야지요."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 하지만 뒤쪽의 건장한 청년들에게서는 살짝 암울한 기색이 느껴진다. 주제에 마법사라고 이것저것 요구를 하면 어찌하나 걱정하는 분위기다.



어지간해서는 기분이 나쁘겠지만, 딱 봐도 여유가 없어 보이는 모습들은 시우에게 대신 안쓰러움을 선사했다. 좀 전에 마주친 도적들도 그렇고, 험한 동네니 인심도 흉흉한 건 어쩔 수 없겠지.



그렇기에 최대한 정보만 간단히 얻어내고 나오기로 생각한 시우였다.



.

.



"오빠."



살짝 화가 난 하늬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시우는 하늬를 볼뿐이다.



화려하다면 화려한 모습



이에 대해서 언급하기 이전에, 일단 하늬의 평상시의 모습이 어떤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그다지 초라한 모습은 아니다. 정말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또래의 10대는 물론이고 다른 나이의 사람이 봐도 그럭저럭 좀 입었다고 할만한 모습이다.



심연의 가호가 만들어주는 옷은 가호를 받은 이의 사고방식이 적용된다. 여기까지 감안을 하면 하늬의 패션센스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볼 수도 있겠지.



이런 입장에서, 전통적인 의상을 덕지덕지 온몸에 두른 모습은 당사자에게 충분히 '촌스럽다'라고 생각할만한 모습일 거다.



가뜩이나 심연의 가호로 자신이 상상하는 옷을 대충 만들수 있는 입장에서는 더 성가실 것이다.



그래도 시우에게는 그 성가신 하늬의 모습도 충분히 예뻤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지는 않은가. 온몸이 가려져 있지만 얼굴은 드러나 있기에 충분히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지금의 하늬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오빠?"

"응 응, 하늬야 예뻐. 안 그래요 아눕롤?"

-예쁘긴 하옵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과 금상첨화(錦上添花)라 하여 비단 위에 꽃이라는 말의 조화가 이런 것이겠군요.

"사진 찍었죠?"

-찍었지요. 안타까운 건 마경태군에게는 비밀로 숨겨야 할...



아눕롤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싸늘한 하늬의 표정이 아눕롤의 카메라를 넘어 사람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사고 회로까지 닿은 탓이다.



시우도 그 표정에 딱딱히 굳어서 순간적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을 정도다. 그런 시우에게 살짝 차가운 하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빠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평상시에 쌓인 걸 나한테 푼다는 느낌이 들어..."



딱히 할 말은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야기하자면 딱 그런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시우가 받는 대우는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 하늬가 받는 대우는 더욱더 거창해지고 있다.



"이상해. 분명히 오빠도 뭔가를 보여주기는 보여줬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처음 토루 같은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 시우는 꽤나 많은 일을 했다.



그것도 눈에 딱 띄는 일이다. 평범하게 건장한 남성들이 몇 명은 달라붙어야지 해낼 수 있는 힘든 일을 홀로 해내는 게 있겠다.



예를 들면 막대기가 부러진 거대한 맷돌용 바위를 홀로 들어 올린다던지, 모래에 완전히 푹 빠져버린 수레를 힘으로 빼내는 일 말이다.



이 외에도 마을 근처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나 도적들을 퇴치하는 데 있어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게 있겠다.



-그래도 하늬 아가씨...



핏-킹이라는 효과음이 날 것 같이 하늬의 눈동자가 빛난다. 그에 수식어를 살짝 정정하는 아눕롤이었다.



-흠흠, 하늬양의 활약이 압도적이지 않았사옵니까. 시우 도련님의 활약이 사람에게 주어진 영역에서의 활약이었다면 하늬 아가씨의 활약은 초월적인 영역에서의 활약이었사옵니다.

"그, 그래!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천재지변은 어떻게 할 수 없잖아?"



사막에서의 예시를 들다면 첫 번째는 거대한 갈색의 해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모래폭풍



둘째로는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착각을 하게 만들만한 폭우가 있겠다.




모래폭풍은 그렇다고 쳐도, 폭우는 뭐가 문제냐고? 사막에 내리는 비는 축복이 아니냐고?



이 지방의 모든 건축물은 모래로 만들어져 있다. 아무리 마법을 썼다고 해도 모래라는 기본적인 자재의 특성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법.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생각할만한 비는 말 그대로 어지간한 마법사도 수습을 할 수 없는, 생활 기반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는 재앙인 것이다.



그리고 하늬는...



"비, 비적합자인 나는 꿈도 못 꿀 일을 해냈으니까! 사람들이 '진짜' 신령님으로 모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

"'진짜' 신령님? 그리고 지금의 나든, 이전의 나든 오빠가 비적합자인 것으로 뭐라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 그건 옛날이든 지금이든 고마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보다는 네가 뭔가 압도적으로 대단한 걸 보여준 건 사실이잖아!"



최소한 A랭크 최상위권의 전문 마법사는 돼야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하늬는 주변의 바람을 다스리는 능력으로 여러 마을을 구했다. 충분히 살아있는 신령님으로 모시며 고운 옷을 잔뜩 입히고 맛난 음식을 먹일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자해와도 가까운 말을 꺼내는 시우였다.



"내가 이때까지 받은 특별 대접은 말이야. 남의 위세나 그저 보이는 모습이 전부였잖아? 안 그래?"



가령 손시훈이 이미 정리한 세계에서 그 위세를 빌린다던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볼 수 없는 광배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던지...



이에 비하면 바람을 다스리면서 사람들을 재앙으로부터 구해준 하늬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시우가 살짝 물러나 있는 느낌을 주는 건...



"진짜로! 내가 비적합자인 이상 1주일 안에 뭔가 눈에 띄는 일을 하기 힘들다고!"

-그렇지요. 그러다 보니까 하늬 아... 아니 하늬양의 활약이 도련님에 비해서 자연스럽게 눈에 띄게 된 것이지. 절대로 도련님께서 제 계약자처럼 뒤로 살짝 빠진 것은 아닙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한데, 느낌이 영 그런지라 자신 스스로도 변명하는 느낌이 든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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