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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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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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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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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4

DUMMY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못-뙨 남자



이런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자신과 하나였다가 갈라져 나온 쌍둥이 형이라면? 지금 시우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이젠 형의 기행을 반쯤 포기하기로 했어."

"포기라니 형에게 무슨 말버릇이"



시우뿐만이 아니라, 아눕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이 자리에 하늬는 없다는 것. 나중에 마경태가 오면 뒤늦게 합류하도록 조치를 했다.



그래도 쏟아지는 악의의 농도가 장난이 아닌지라 잠깐 멈칫한 손시훈. 하지만 그는 이내 평상시의 태도를 회복하고는 선심을 쓴다는 듯이 말했다.



"마경태를 데려오라는 부탁은 하지 않을게."

"정말 고맙다."

"그럼"



장소는 의사회 한국 지부가 있는 건물의 지하. 다른 헌터들도 사용하는 대형 단련실의 한가운데. 거기서 손시훈은 양반다리로 앉아서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앞에서 보면 고요하게 잠에 빠진 것 같으나, 뒤에서 보면 투기가 끓어오르는 것이 깨어있음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이런 모습을 보자면 수없이 많은 재난과 재해를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온 한 명의 환생자다.



그렇게 환생자의 명상이 시작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났다.



내려온 것은 마경태가 아닌 한 사무실 직원. 그는 마경태가 나간 지 꽤 됐는데 어딜 갔냐는 말을 했다.



평상 시라면 타박이었겠지만, 지금은 꽤나 걱정되는 목소리다. 그도 그럴게 사람 죽일 눈빛으로 나갔는데 여길 안 왔다면...



"흠, 그냥은 상대가 안 되니까, 나름대로 장비라도 사러 갔겠군. 좋은 태도야. 그렇게 분노를 축적해야지 한꺼번에, 앙금 없이 죄다 터트릴 수 있지."



명상을 하는 자세로 입만 움직여서 말하는 손시훈. 저쪽은 저쪽대로 너무나도 태연해서 뭐라고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 손시훈을 멀찍이서 두고 나름대로 이야기를 하는 일행이었다.



우선은 사무실 직원에게 며칠 동안의 마경태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들어보자.



"이틀 전까지만 해도 행복에 빠져서는 언제 우리 딸이 돌아오나 안절부절못하더라고요. 이러다가 옛날의 그 철부지였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갑자기 침울해져서는 차라리 그 철부지인 게 더 나을 것 같은 모습이 됐어요."



카닌이 이 말에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정작 만악의 근원인 사람은 참 평온한데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시우는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날을 차갑게 벼린 살기가 바람에 섞여서 이 지하로 흘러들어온다.



그에 고개를 돌린 시우는 아무도 건든 이 없이 열렸던 문이 닫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단하다면 대단한 모습. 아직 심연의 가호는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날카로운 기감을 가진 시우도 놓칠 뻔했다.



즉, 일반적인 대기업 소속 팀 헌터들이나 쓸법한 장비를 사용해서는 잠입했다는 것이다. 이를 카푸스는 먼저 눈치챘는지 굉장히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그는 애써 표정을 풀면서 시우에게 말했다.



"혹시나 죄책감을 가질까 봐 말하는 건데, 시우야 네 잘못은 없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한 자루의 창이 허공에서 나타나서는 손시훈을 향해서 날아든다.



역전, 혹은 필살의 패턴으로 투창을 쓰는 시우의 소감으로는 정말로 깔끔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투창. 물론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당하지는 않겠지만, 살짝은 놀라지 않을까.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 손시훈은 가볍게 허리와 고개를 까닥이면서 그 창을 가볍게 피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정도로 피할 수 없게 하겠다는 듯이 또 창이 날아들어왔다.



방향은 첫번째 투창을 날렸던 위치와 영 딴판. 목표지점은 몸통의 중심이다.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상태라서 가볍게 까닥이는 것으로는 절대로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금강불괴를 쓰거나 강기를 몸에 둘러서 막아낼까



이 예상과 그 예상을 만들어낸 투창을 가볍게 피하는 손시훈. 앉아있는 상태로 팔을 움직여서 옆자리 돌기를 해낸다. 그 상태로 빠르게 몸을 돌리며 일어나는 것과 함께 두번째 투창을 피했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쭉 뻗자 철판에 단단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듯한 캉-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 소리와 함께 마경태의 모습이 드러났다. 꽉 물고 있는 이와 창을 꽉 쥐고 있는 것이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한 돌격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의 기세도 눈의 기세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수많은 감정들이 낮게 착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는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으니까



정작 그를 제일 가까이에서 받아내는 손시훈의 목소리는 가벼울 뿐이었다.



"오랜만이네, 마경태군!"


"나름대로 진지한 생각이 있기는 있다는 건가?"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손시훈의 모습을 바라보던 일행들은 크게든 작게든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마경태씨가 아닌 마경태군이라. 즉 지금 손시훈은 한 명의 환생자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관점으로 마경태를 대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를 당사자가 제일 잘 아는지 마경태는 살짝 한이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렇게 제 작은 행복을 빼앗아가셔야만 했나요?"

"자네가 말하는 작은 행복이 몸을 서서히 해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젊은 이에게도 술과 담배를 권하지 않는데, 의지력이 약해진 늙고 쇠약해진 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손시훈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시우를 힐끔 보는 마경태. 의사는 의사라서 그 비유를 이해해버렸다.



시우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젊은이라면 자신은 의지력이 약해진 사람. 시우야 깔끔하게 하늬에게서 '아빠'소리를 직접 듣고도 포기를 했다만, 자신은 그것이 몇 배나 더 힘들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실에 창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떠는 마경태를 향해서 살짝 얄밉게 말하는 손시훈이었다.



"바리바리 챙겨 온 것에 비하면 아직 쓰지 않은 게 많은 것 같은데. 설마 이게 끝인가?"



말로 하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답한다.



품속에서 꺼낸 것은 야구공만한 금속구. 그것을 거침없이 손시훈의 코를 향해서 정면으로 던진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공격이라 이것은 아무리 환생자라고 하더라도 맞아주는 게 더 실례다. 그렇기에 가볍게 손등으로 쳐내면서 대응한다.



그렇게 손등에 맞고 튕겨나려는 순간 금속구가 벌려지면서 연기를 내뿜었다. 마치 안쪽에 구름이 갇혀 있던 것처럼 말이다. 이어서 그 구름의 안쪽에서 파직 거리는 전기가 튕기며 먹구름 같은 모습이 되자 여러모로 감탄하는 카푸스였다.



"저건 분명히 손시연의 도움을 받아서 구한 것이겠군."

"시연이요?"

"그래. 저건 대 몬스터용 무기가 아니라 대 헌터용 무기야. 아무리 대기업 소속팀 헌터라고 하더라도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그, 네가 들고 다니는 다목적 조명탄 발사기도 몇몇 탄환은 일반적인 헌터가 못 구하는 것들이 있잖아."



총기 규제가 널널한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인이 정식 철갑탄(徹甲彈: Amor piercing round)을 구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잠깐 헌터용품 판매원에게 그런 탄환은 어디서 구하냐고 가볍게 물어봤더니 동생분에게 구하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 시우였다.



"경태 형은 경태 형이지만, 저건 끝나고 나서 시연이와 이야기를 좀 진지하게 나눠야겠네요."

"글쎄. 그건 니가 알아서 해라. 아무튼... 저건 별로 좋지 못한 선택인데"



시우도 그렇게 보였다.



헌터용 무기라고 해서 단순히 더 치명적이지는 않다. 어떤 측면에서는 몬스터용 무기보다 더 비효율적인 경우도 충분히 존재하는 법



지금 눈앞의 저 먹구름 수류탄이 그렇다.



일단 시우가 볼 때는 1차적으로는 연막을 형성해서 시야를 가리고, 2차적으로는 전기 충격을 연막 내부에 골고루 가하는 물건으로 보인다. 카푸스가 볼 때는 추가적인 효과를 몇 개 더 찾아낼 수 있겠지.



하지만 어찌 됐든 마나를 쓰지 않았을 때 나약한 방어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모를까, 마나를 쓰지 않고도 강한 방어력의 육체를 가진 몬스터에게는 비효율적인 물건.



마나가 봉인된 상태에서도 마왕들을 때려잡는 손시훈에게는 의미가 없는 공격이다.



"그래도 혹시가 있잖아요. 별다른 효과가 없나요?"

"없어. 저건 굳이 나 정도 수준이 아니라 카닌이 봐도 알만한 물건이야."



할아버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카닌이었다.



이를 두고 손과 입술을 빠르게 움직이는 마경태. 그를 보면서 카푸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것도 왠지 중앙 헌터 협회에서만 사용되는 마법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대기업에서 정식 특허 등록을 한 마법이에요.

"..."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게 더 심각하겠지만요.



'그걸 말이라고.'란 시선에 순순히 꼬리를 내리는 아눕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왜 그런 농담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이 무인도에 조난당했는데, 저작권을 침해하는 만화를 유리병에 담아서 띄웠더니 대기업이 소송을 하기 위해서 구조를 해줬다는 이야기 말이다.



아니... 어쩌면 대기업이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안 통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손시훈 공략을 위해서 한 번 쓰였던 훌륭한 마법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아! 들어봤어.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거지?"

"맞기는 한데, 끝난 뒤에 나중에 확인해도 되지 않았을까? 응?"



시우의 서슬 퍼런 말에 김송현의 입술이 열린다.



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마경태의 손끝에서 펼쳐진 마법이 주변의 소리를 죄다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는 불꽃으로 된 한 마리의 용이다. 단순히 나타난 것 만으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이 지하를 순식간에 뜨겁게 만들 정도의 열기를 가진 용.



이 자리의 대다수가 그 열기에 팔로 몸을 가리며 움찔거리게 만들 정도의 위력. 카푸스는 움찔거리지 않았지만 한숨을 내쉬며 주변 수습을 위해서 마법을 쓸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다.



그 마법이 손시훈을 감싸면서 지지고 있는 먹구름을 통째로 삼킨다. 이어서 빠르게 소용돌이를 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카푸스는 주변 수습을 위한 마법을 해제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대단한 놈이야."

"아무리 그래도 저런 마법이면 조금은 다칠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살짝 걱정하는 김송현. 하지만 시우는 그 걱정이 부질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열기"

"응?"

"카푸스가 마법을 해제했는데 열기가 느껴져?"

"어라...? 그러게?"



이런 시우와 김송현의 앞에서 불꽃의 소용돌이가 회전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만 간다.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점점 더 밝게 빛나는 것이 압축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춤을 추는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발레를 추고 있는 것과 같은 우아한 움직임



이윽고 작은, 탁구공 만한 불꽃의 공이 손시훈의 손바닥 위에 올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시훈과 그를 감쌌던 인공 먹구름을 통째로 집어삼켰던 그 마법의 불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크기다.



그래도 상쇄된 것이 아니라 압축이 된 것이니 위험하지 않을까. 그 걱정조차도 부질없다는 듯이 손시훈은 가볍게 탁구공 만한 불꽃의 공을 뱀이 새알을 삼키듯이 꿀꺽 삼켜버렸다.



너무나도 얼토당토않은 모습이라 이걸 바라본 N이 김송현에게 자신은 저런 거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할 정도다. 그리고 그 누구도 태클을 걸지 못할 정도로 그건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충격을 선사한 당사자는 홀로 느긋한 분위기에 빠진 목소리를 냈다.



"다른 해결방법도 있다만 그건 카푸스에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말이지."


"정말 고맙다, 친구야."


"그래서 마경태군. 이것이 끝인가?"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다음 도구가, 그리고 또 다음 도구가 쏟아져 나온다.



손시훈은 그 모든 수단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익숙하게, 동시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맞받아친다.



"좋아, 이제 진짜 창 한 자루가 남았군. 이제 진짜 끝?"



아니, 이것이 시작이라는 듯이 마경태의 가슴 깊숙이 내공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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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2 1 13쪽
257 유적 21.03.31 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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