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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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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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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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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서열정리2

DUMMY

시우의 그 고민상담을 블루베리는 나름대로 진지한 자세로 대해주었다. 다만... 진지하긴 한데 시우를 위한 진지함이 아니라 자기 사심을 채우기 위한 진지함인 것 같다.



이를 숨기지 않는 블루베리, 아니 시를라 틴 캅생트를 향해 시우가 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평상시의 도련님은 제가 조금 격식을 차리기를 원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나요?"



그랬다. 조금 격식을 차리기를 원했다. 그건 시우뿐만이 아니라 선배의 입장인 적운흉풍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은 그 적운흉풍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앞쪽으로 쭉 고정되어있을 정도로. 만약에 그가 주인인 손시훈을 조금만 더 닮았다면 허상화로 모습을 완전히 감추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를 향해서 시를라 틴 캅생트는 협박과도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격식을 덜 차리는 것으로도 시선을 더 끌 수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뭐?"



평상시의 메이드복이 아닌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살짝 차가움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절로 향하는 얼굴.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절벽 위에서 강인하게 피어있는 한 송이의 꽃 그 자체인데 말이다.



이런 그녀의 매력을 손시훈은 천금일소(千金一笑)의 미인이라고 말했었다.



여기서 시선을 어떻게 더 끈단 말인가. 이미 그녀의 모습은 숨김없이 모든 것이 드러난 상태다.



"몇몇 행동을 추가하면 되지요. 지금 제가 도련님 곁에 붙어서 팔짱을 끼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이 더 달아오르지 않을까요? 보아하니 몇몇 학생들은 사진도 찍고 있군요. 이 기세로 봐서는 당연히 저와 도련님 사이에 팔짱을 낀 사진도 찍히겠네요."

"안 돼..."



벌써부터 인터넷과 뉴스 기사에 자신의 얼굴이 올라오는 미래가 엿보인 시우였다. 그런 시우를 두고 살짝 한가롭게 말하는 시를라였다.



"아주 안 되는 일은 아니지요. 솔직히 주인님은 제가 이렇게 딱딱하게 걷는 사진이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저와 도련님 사이의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된 사진을 더 좋아할 겁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과장된 리액션을 취할 수도 있겠군요."


.


'뭐! 전 이해합니다! 젊으니까! 흠흠!'


.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시우에게 시를라는 병 주고 약 주듯이 안심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큰 그림을 봐야 하는 이상 지금은 그런 장난을 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진짜 안타까운 건 맞지?"

"주인님과 제가 최소한의 선을 지키기는 하지 않았나요?"



당장 들리는 목소리는 신뢰성이 느껴진다만, 과거의 행적은 신뢰성이 없기에 슬쩍 서로의 눈치를 살핀 시우와 적운흉풍. 그렇게 학교 안에 들어가 복도를 걷는데,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니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이 입을 퐁 벌리고 있는 하늬와, 딱딱하게 굳어있는 N의 모습이 들어온다.



하늬는 그렇다고 쳐도, N은 정말로 무서운 것을 봤다는 표정이다.



"쟤는 또 왜 저런 걸까."

"제가 교정을 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성격이 괜히 자기 발 찔리는 성격 아닙니까. 제가 이렇게 기합을 차리고 온 모습에 내가 뭐 잘못했나? 라며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요."



<저저저저, 저, 저기, 제가 뭔 실수라도>



이런 걸 또 정답을 맞힌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그녀는 최상위 가정교사가 맞기는 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시우의 앞에서 다시 한번 더 숨이 힉 하고 멈추는 N. 사람이 미소를 지은 것 하나 가지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말이 되냐고 하겠지만...



내공을 단련한 시우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을 정도의 미소에 정신이 그다지 성숙하지 않은 정령용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어떤 의미로는 살인미소와 함께 N의 한 손을 잡아주며 칭찬의 말을 해주는 시를라 틴 캅생트였다.



"아뇨. 주기적으로 제자들에게 보고는 받고 있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별다른 말이 없다면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뭔 실수라도'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본인에게 있어 아직 부족함이 있다는 건 아는 것 같군요."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까지야. 사람이라는 건 그렇게 크는 거겠지요. 손을 빨면서 자는 버릇이 있는 아이가 그 버릇을 고치고 반듯하게 자는 것처럼. 스스로 모자란 점이 있다는 걸 안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좋은 징조랍니다. 앞으로의 성장을 더 기대하겠어요, N"

<알겠습니다!>



마지막은 어떻게든 말을 떨지 않고 해내는 N.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를라의 시선이 옮겨지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렷 자세를 취하는 하늬였다.



그런 하늬에게 시를라는 상냥한, 그렇기에 아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낯선 느낌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다른 한 손으로 하늬의 손을 잡는 건 덤이다.



"그리고.. 오랜만인 동시에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군요, 하늬양. 반갑습니다."

"네, 넷!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표정을 보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학생인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민간인을 지키는 헌터와 똑같은 존재라는 점을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어... 네..."

"막연하게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전의 일도 있으니까요."



전의 일



게이트를 이용한 대규모 테러 사건에서 몇몇 학생들이 괜히 나섰다가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다. 하늬도 그때 시우와 함께 구조를 했으니 잘 알 거다.



이를 떠올리게 하면서 말을 이어가는 시를라였다.



"헌터는 시민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시민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헌터의 방식으로 구조를 해야 합니다. 당신이 이 학교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학생들이 헌터를 대하는 자세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기세는 N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기합이 들어갔다. 좋다면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말 한마디에 사람이 바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마냥 하는 말들을 다 들어주려고 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교훈적인 동시에 요란하다면 요란한 인사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하는 N이었다.



<그래서 시를라 선생님께서는 무슨 일로 이렇게 힘을 주셔서 오셨는지...?>

"여러 사정이 들이 맞았을 뿐입니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단순히 여러분의 일만 관련되어 있었다면 평상시의, 힘을 적당히 뺀 모습으로 왔겠습니다만, 이 학교에는 다른 제자들도 있으니까요."



해골장미와 불곰 대원 출신 교사들.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이 학교에 재직 중이다.



그들 또한 여러 사정이 들이 맞은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위장 신분이 들켰을 시점에서 퇴직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그들의 신분이 밝혀진 시점은 게이트 테러 사건. 평상시에도 D랭크 적합자가 비적합자보다 우대가 되는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학부모든, 학교든 그들을 붙잡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객관적으로도 그들의 교사적인 능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 그들이 가진 몇 안 되는 걱정거리가 손시훈과 블루베리가 저지르는 평상시의 나사 빠진 행동들이다. 무조건 제자가 선생의 모든 면을 닮으라는 법은 없지만, 혹시라도 손시훈과 블루베리의 그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



지금 시를라 틴 캅생트의 모습은 그런 걱정을 충분히 억누를만한 모습이었다.



"안타까운 게 있다면 저는 편한 블루베리의 모습이 좋습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그쪽이 진짜인 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 모습은 어렸을 적의, 제 나약함과 미숙함을 숨기기 위한 허세를 드러내던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급 요리사라고 해서 굳이 매 식사를 휘황찬란한 코스요리로 먹지는 않는다. 그중에는 충분히 간단한 토스트에 계란 한 장만 끼운 샌드위치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블루베리 또한 마찬가지. 남들은, 특히 선배님은 변해버린 그 모습을 정-말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는 가벼운 태도로 자신의 세계와 종족을 구원해준 손시훈에게 봉사하며 어울리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솔직히 블루베리를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손시훈이 아닐까. 거기까지 고려해보면 이 사람은 '어쩔 수 없슴다!'하면서 상당히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쪽이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주인님에게 험담하지 않을까 곤란하군요."

"진짜든 진짜가 아니든 거기에 대한 험담은 사실 비판이 아니냐?"



시우의 이 말에 적운흉풍과 N은 동의의 표시로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시우는 기묘한 인기척을 느낀 시우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단순한 구경꾼들이 아닌, 뭔가 싸늘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평상시에 N과 같이 다니는 몇몇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N과 하늬가 듣는 수업은 저학년 수업과 고학년 수업이 편차가 심하게 섞여있으니.... 아마 수업이 갈려서 지금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같은 수업을 들으려는 와중에 자신들이 온 거겠지.



생각을 여기까지 하면서 고개를 돌린 시우는 싸늘함이 색다른 섬뜩함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섬뜩함에서 전에는 전혀 보지 못한, 질투심을 엿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아직도 블루베리는 N의 손을 붙잡고 있다. 뭐, 다른 손으로는 하늬의 손도 잡고 있기는 한데 그런 건 안 보이겠지.



이렇게 생각해보니 묘한 상황이기는 하다. 처음 보는(것 같은) 예쁜 여자의 손을 잡고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N이라... 아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저런 N의 표정은 처음 보는 걸 거다.



하필이면 N과 가장 사이가 가까운, 엠피티어 용종 혼혈의 소녀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이왕이면 직접 '누구세요?'라고 끼어들며 이 상황을 돌파하는 게 좋지 않을까. 여기는 학교고, 뜬금없이 N의 손을 붙잡고 여자는 외부인이며, 그들은 이 학교의 학생이니 말이다.



시우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동아리 학생들의 대표와도 같은 엠피티어 소녀의 목소리가 향한 것은 시우였다.



"강사님, 오늘은 동아리 활동날이 아닌데 오셨네요. 앞에 분은 여자친구세요?"



여자친구... N과 선을 딱 그으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를 감안해도 끔찍한 소리다... 적운흉풍도 미묘하게 정색을 할 정도로



그리고 그 정색과 정 반대의 환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엠피티어 소녀에게 악수를 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를라였다.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요. 시를라 틴 캅생트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누, 누구신데 친한 척을 하는 거죠?"

"그럼 이렇게 소개를 하도록 하죠. 주인님의 삼원색인 초록의 비아취월! 빨강의 적운흉풍! 그리고 파랑을 담당하고 있는 블루베리임다!"



마법을 좀 조정해서 얼굴의 미모를 살짝 깎아내리는 건 덤. 이 행동에 동아리 학생들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구경꾼들에게 충격이 퍼지기 시작한다.



허구한 날 손시훈의 인터넷 방송에서 같이 허튼짓을 하던 그 사람이 맞는 것인가. N의 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강사님?"

"적운흉풍에게 물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사라...지셨는데요?"

"아직 있어."



기척은 여기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다만 시를라가 블루베리의 목소리 톤으로 '주인님의 삼원색-'운운을 할 때 창피해서 허상화로 모습을 숨긴 것일 뿐이다.



그렇게 창피해하며 괴로워하는 선배님을 위하는 마음이 블루베리에게 조금은 있는 모양이다. 다시 시를라의 모습으로 동아리 학생들을 대해주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지 'N이 부르는 것처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만, 아주머'님', 할머'님' 같이 예의는 차려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압박을 가한다.



이건 아마도 자신을 '그 여자'라고 부르는 카닌을 견제하는 것이겠지. 쉬는 시간이 끝나가며 다음 수업을 위해서 교실로 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시우가 뒤늦은 질문을 던진다.



"저기, 하늬의 서열 정리를 하는 김에 평상시에 신경 쓰였던 자신의 서열 정리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

"고작 이 정도로요?"



진심이 담겨있는 확실한 시를라 틴 캅생트의 진지한 목소리. 믿어주자.



하지만 시우의 그 마음이 닿지 못했는지, 교장실에서 진짜 서열 정리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려는 블루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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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275 잠깐5 21.04.26 23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7 1 13쪽
272 잠깐2 21.04.21 21 1 12쪽
271 잠깐 21.04.20 24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7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6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1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0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5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5 2 13쪽
255 인식 21.03.29 28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6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7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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