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16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4.02 20:00
조회
25
추천
1
글자
13쪽

바닥 아래

DUMMY

혹시라도



갈색과 회색이 섞인 무언가가 물리적으로 막고 있지만, 심연의 힘이라는 것이 일방적인 힘은 아니지 않은가. 마나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밀폐를 한 환경에서 천천히 흩어지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심연의 힘도 그렇지 않을까...



란 것이 김송현의 의견이었다.



그 의견을 무시하면서 시우는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연적으로 에너지가 흩어지고 있었는데, 무당들이 모르고 틀어막았고, 그 이후로는 천천히 쌓여있다. 이렇게 봐야겠군요."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겠나. 뭐, 그거야 무당을 불러서 확인을 하면 되겠지."

"무당요? 으..."



담담하게 무당을 부른다는 시몬 교수의 말에 살짝 표정을 찌푸리는 시우. 지금 여기서 무당을 부르면 누가 올까.



뻔한 일이다.



처음 자신이 김송현을 때리는 모습을 보며 '신령님께서 노하셨다!'라고 외쳤던 그 대무당이겠지. 생긴 것은 어린 소녀지만 하는 말투나 행동은 여러모로 늙은 무당이라서 여러모로 곤란한 사람이다.



딱히 다른 무당이라고 해서 편한 건 아니다만... 아무튼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불편함을 이유로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다. 이 세계는 게이트로 지구에서 연결이 된 상태. 나중에라도 이 유적이 폭주하는 여파가 지구를 덮칠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가장 능력있는 무당과 함께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 가능하면 자신들이 해결하고, 안 된다면 카푸스나 블루베리, 손시훈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줄 수 있게 최대한 조사를 해야겠지.



그런 시우에게 기다리는 동안만큼은 편안하게 관광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구경하라는 윌리엄 시몬 교수였다. 그에 차분하게 시우는 김송현과 함꼐 복원이 되고 있는 내부의 벽화를 둘러보았다.



만약에 숨겨진 진실들을 알지 않았다면 웅장한 느낌만이 들었을 것이다. 벽을 빽빽하게 체우고 있는 이 벽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진지하게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을 아니, 웅장함 속에 살짝 짠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김송현은 숨김없이 입으로 드러냈다.



"만약에 카오르와 레치노티들이 없었다면 이 벽화들이 바깥에 있었다는 거잖아?"

-레치노티들은 상관없다, 계약자여. 걔들은 그런 거 하나도 신경 안 쓴다. 걔들은 그냥 차 마시면서 과자 먹으면 마냥 행복해하니까. 오죽하면 원래 선호하는 지역은 냉대 지역의 숲이지만, 설탕 하나 먹으려고 열대우림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

"아무튼 카오르 때문에 이 벽화들이 안쪽으로 밀려난 건 사실 아니야, 누나?"

-그렇긴 하지.



그래서일까. 바깥쪽의 벽화에 비해서 더 열심히 새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느낌이 드러난다. 나름대로 퀄리티에서 승부를 보려고 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숨겨진 진실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약소국의 설움이 이런 거겠지.



그렇게 대학원생들의 복구잡업을 따라서 벽화를 가공하던 시우의 귓가에 긴 나팔소리가 울려왔다. 그 나팔소리를 들으면서 시우가 하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김송현이었다.



"악령들과 전쟁한다고 부족의 전사들을 바리바리 끌고 온 모양이네..."

"하아"

"뭐해?"

"뭐"

"좋은 말씀으로 진정시켜야지. 형, 신령님이잖아."



참 뻔뻔하게 말한다. 그에 시우는 일단 자신이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기는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우선 몸이 바로 나갔을 것이다. 금나로 벽에 박아버리거나 관절을 꺾어버렸겠지.



대신에 지금은 금강지를 박고 싶다. 그 생각에서 멈출 수 있다. 단전에서 내공을 손끝으로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시우가 완벽하게 내공을 다스리고 있어서, 김송현이 위기 신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 아직 시우가 내공을 움직이지 않았으니 자신이 말이 괜찮은 줄 알고 있다.



"윌리엄 시몬 교수님께 추천받은 책들이 있거든, 거기서 나온 말이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이럴 때 형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어?"

-...

"봐.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별 말 안 하잖아."

-그냥 카닌을 불렀다.

"아"



잠시 뒤



거대한 물방울에 머리가 갇혀서는 뽀그르르 걸리는 김송현. 그를 두고 시우는 일단은 무당들과 원주민들을 살짝 진정시키러 나갔다.



그런 시우를 맞이한 것은 게이트 이전의 지구였다면 영화에서나 볼법한 모습이었다.



색색의 진흙을 몸에 바르고, 짐승의 털가죽과 뼈, 새의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을 한 사람들. 평상시의 모습은 피부색과 미묘한 신체의 차이 때문에 인간과 구분이 된다만, 이렇게 치장을 해 놓으니 전쟁을 준비하는 원시 부족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무릎을 일제히 꿇으며 절을 올리는 것은 장관이라면 장관이다. 지금 김송현이 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에게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올 거라고 생각했던 대무당



의외로 꾸미지는 않았다.



그 대신 손에 방울과 예식용 단검만 들고 얇은 천 한 겹만 두른, 어지간히 꾸민 것보다 훨씬 더 곤란한 모습. 일단은 이 모습에도 침착하게 표정을 유지하며 뒤를 돌아보는 시우다.



그런 시우의 눈동자에 들어온 건 황급히 고개를 휙 돌리는 몇몇 헌터들과 대학원생들의 모습이었다. 그에 표정을 일그러트린 시우는 다시 표정을 풀면서 앞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어서 최대한 문화적인 해석을 해보는 시우였다.



"그러니까... 아무런 보호를 받지 않는다. 그것을 통해서 악령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이끄려는 것인가요?"

"그렇사옵니다."



아눕롤이 성숙한 교회 누나의 목소리라면 이쪽은 들어보니 앳된 성당 동생의 목소리 같다. 물론 내용물은 둘 다 따져보면 할머니고, 존칭의 대상이 되었을 때 부담스럽다는 공통점이 있겠다.



왜 놀리는 것보다 진심일 때 더 부담스러운 말들이 있지 않은가.



그 부담감을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지금의 문제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시우.



일단 눈앞의 대무당님께서 아슬아슬하게 얇은 천만을 입고 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관점만 좀 돌려보면 좋은 징조긴 하다. 시우의 광배를 본 것도 그렇고, 최소한의 도구로도 자기 한 몸을 지킬만한 능력은 있다는 것 아닌가.



해야하는 일은 그녀와 잔뜩 몰려온 원주민들을 해산시키는 일.



일단 일반적인 전사처럼 보이는 원주민들을 해산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건 지금 카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김송현의 선에서도 해결을 할 수 있다. 대충 김송현보다는 강해야지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 뭐라 할 말이 없겠지.



문제는 다른 무당들이다.



솔직히 눈앞의 대무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무당들은 돌팔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일단 시우의 뒤에 있는 광배를 보지 못한다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A랭크 최정상급 마법사인 카닌도 그렇고, S랭크이자 힘싸움이면 N과도 어떻게든 되는 갈리나도 시우의 광배를 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특별한 재주가 없다면 B랭크 최상위권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막혀있는 바닥 아래의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의 한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까놓고 '너희들 못 믿겠어.' 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기에 고민이 됐다. 그런 시우의 어께에 김송현은 축축하게 젖은 손을 올렸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언제 왔냐?"

"그러니까, 형님의 고민은 이것이지요? 돌려보내기는 돌려보내야 하는데 최대한 그럴듯하게 돌려보내는 방법 말입니다. "



자기 할 말만 하고 있다. 상태도 평상시와는 말투가 너무 다른 게 딱 봐도 좋지는 않다.



그래도 평상시의 헛소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니 일단은 들어주자.



"그, 각종 동화나 설화를 보면 도술 싸움이니, 주술 싸움 같은 거 하지 않습니까. 뭐, 상자 속의 숨겨진 물건 맞추기 그런 거요."

"좋아. 그걸로 선별을 좀 할 수 있겠군. 그리고, 탈락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에게 이종족 전사들을 돌려보내는 역할을 맡기는 겁니다. 형님이 직접 부탁한다고 하면 그럭저럭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그럴싸하다. 상태가 안 좋아질 정도가 되니 생존본능이 머리를 돌리게 만든 건가.



역시 이 녀석은 궁지에 몰려야지 쓸만해진다.



.

.

.



"시우씨! 아무리 취미라고 하더라도 강요가 되면 그건 취미가 아니라구요!"

"죄송합니다."



사과는 사과대로 해주자. 얼핏 보면 살짝 무리한 부탁이었으니 말이다.



극사실주의는 시간상으로 무리. 그리고 그보다 질을 대폭 낮춘 그림을 5개나 그리라는 것 또한 상당히 피곤한 부탁이다. 말이 대폭 낮춘 것이지,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훌륭한 초상화니까. 그런데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해 주었으니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찜찜한 게 있다면 말과는 다르게 그려준 사람도 나름대로 만족을 한 것 같다는 것. 아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왜 저를 그런 얼굴로 보시죠?"

"무슨 말씀을"

"시우씨, 시우씨가 그 깨달음을 얻으시고 상대방의 감정, 생각에 굉장히 민감해졌는 건 알겠는데, 너무 그런 감각에 의존하시는 건 안 좋아요."

"뭐라 했습니까? 제가 무슨 표정이라도 지었나요?"



바라보기는 했는데,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겉으로는


"그래도... 그저 내 기분탓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요?"

"그냥... 그렇다고요."



아무튼 5개의 시우가 그려진 초상화가 있다. 복사기에 넣고 돌린 듯이 시우만 보자면 정말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구분점은 시우의 머리 뒤에 있는 광배의 형태. 시우가 신령으로 떠받들여지기 시작한 이후로, 시우에게 돌기 시작한 뜬소문을 반영된 형태로 그려져 있다.



하나하나는 그저 평범한 초상화다만, 세트로 합쳐서 평가를 내리면 열정이 쏟아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 시우씨."

"네"

"이 그림, 어쨌든 제거죠? 그린 사람이 저니까?"

"왜요. 10년 뒤에 갤러리에 지금 에피소드와 함께 갤러리에 전시라도 하시려고요?"

"어쨌든 제 그림이니까요! 팔지는 않을게요."

"그걸 말이라고... 당신, 역시 이 상황 즐기고 있지?"

"예술가가 감정에 휘둘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건 시우씨가 이해해줘야죠."



그러시겠지. 좋다. 그건 10년 뒤의 이야기겠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면 된다. 생각해보면 그때 가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고... 기껏해봤자 손시훈과 블루베리가 난리치는 게 전부겠지



시나리오1

'아니! 그런 재미있는 일을 나 빼고 겪었다고!'

'너무하심다 도련님! 주인님이 도련님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지는 도련님도 아시지 않슴까!'


시나리오2

'도련님.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지만, 주인님이라면 더 재미있는 시합을 제안하셨을 검다!'

'그렇지. 나라면 말이야...'



머리가 살짝 울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사소한 짜증. 반면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대무당님은 지금, 눈앞의 위기상황이다.



"신령님 그..."

"대무당님은 물러나 계시죠."

"그래도 이런 방법을 쓸 것 까지야..."

"써야 합니다. 흠... 이 근처에 곰 형태의 몬스터가 있더군요. 곰을 사냥할 때 필요한 건 자잘한 수만 개의 가시들일까요, 아니면 단 한 자루의 기다란 창일까요?"

"두꺼운 가죽을 단번에 꿰뚫을 한 자루의 창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래로 내려갈때는 송현이도 두고 갈 껍니다. 그 왜, 용과 농담따먹기 하는 녀석 있지 않습니까."

"신령님과 형-동생처럼 지내는 소년 말입니까?"

"어... 그렇습니다. 그러니 협력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존심보다는 목숨이 더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대무당에게 부탁한 것은 부정행위의 방지. 선조의 영이라는 게 있기는 있으니 그들의 조언을 차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기네들 부족의 위신을 위해서 힌트를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게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 상태에서 시험이 시작되었다. 5개의 초상화 중 시우의 진짜 초상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찾는 것. 정말로 간단한 시험 아닌가?



이 간단한 시험 하나에 무당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대충 내가 본 것이 진짜 신령님의 모습이라는 다툼.



참고로 정답은 '이 중에서 없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서열정리2 21.04.28 46 1 13쪽
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275 잠깐5 21.04.26 23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7 1 13쪽
272 잠깐2 21.04.21 21 1 12쪽
271 잠깐 21.04.20 24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7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6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1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0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5 2 13쪽
255 인식 21.03.29 28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6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7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249 눈도장3 21.03.19 22 2 13쪽
248 눈도장2 +1 21.03.18 27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