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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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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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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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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서열정리

DUMMY

이야기는 거기서 끊겼다.



제일 중요한 시점에서 끊긴 이야기. 하지만 듣고 있던 학생들은 딱히 그 이야기를 하던 시우를 재촉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당사자가 지금 이 국제 학교의 교실 안에 있으니까.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그렇게 쏟아지는 봉사활동 동아리 학생들의 시선에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하늬다.



하늬가 딱히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 학교에 편입한 지 일주일, 이제 얼굴과 이름을 대충 외운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는 건 덤덤히 받아들이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 그래도 모두의 애를 길게 태우는 일 없이 결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동시에 그다지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이 결말에 살짝 실망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오해는 미리미리 차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너희들에게는 조금 더 익숙한 이야기잖아?"



시우의 말에 학생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마경태와 하늬가 극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정신인가? 할만한 조합이다. 겉모습부터 10대 초반과 20대 후반의 조합. 그리고 속내용을 살펴보면 1-2살 되는 몬스터 출신과 40을 바라보는 30대 후반. 여러모로 경찰과 정신과 병원에 전화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면 '가능하지 않나?'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괜히 제 발이 저린다는 속담이 있는 게 아니다. 그 속담대로 한 학생이 예시까지 꺼내 들고 있었다.



"강사님, 강사님"

"그 카푸스와 곧 결혼하신다는 박미소씨와의 나이 차이도 숫자 비율로만 따지면 그렇지 않을까요?"



숫자로 차갑게 계산을 해 보면 더 난다. 그런데



"나는 그냥 흔히 있는 용이나 엘프, 그리고 인간의 평범한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이런 예시가 나올줄은 좀...."



여기만 하더라도 다양한 혼혈 출신이 있고, 자신이 혼혈이 아니라고 해도 지인이 나이차가 상당한 이종족-인간 커플인 사람이 있다.



이렇게 많고 많은 예시를 들 수 있는데 하필이면 그 예시라니... 뭐 똑같은 예시 기는 한데 조금 당황스럽다. 본인도 주변에서 '굳이?'라는 시선이 쏟아지자 자신이 살짝 말실수를 했다는 걸 눈치챈 표정을 지었다.



"...저 강사님"

"응"

"카닌, 아니 카닌 강사님에게는 비밀이에요..."

<시우형보다는 내 입을 막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의미심장하게 N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동시에 절묘하게 배를 쓰다듬고 있는 N. 배가 절대로 고플일이 없는 정령용의 위엄이라고는 절대로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N을 보면서 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튼, 이런 사정이 있었고, 저런 것이 있어서 하늬를 이 학교에 편입시켰다."

<저런 것이라니! 사람에게 그게 무슨 실례인 말이야!>



발끈하는 N. 그리고 그에 가볍게 동조하는 몇몇 학생들. 잠깐 농담같은 분위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시우는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 그렇게 동아리 시간이 끝난 다음 시우는 따로 N과 하늬를 불러낸다. 이런 시우의 앞에 서 있는 N과 하늬는 서 있는 자세부터가 극과 극이었다.



삐딱함과 똑바름의 대비가 제대로다.



"넌 충분히 저런 것이라는 소리를 듣을 자격이 있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이 또한 하늬의 교육에 안 좋은 게 아닐까?>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만, 삐딱한 태도의 당사자가 할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가볍게 무시를 해주는 것과 함께 하늬에게 상냥하게 말을 거는 시우였다.



"그래서 학교는 어떠니?"



힐끔, N을 바라보는 하늬



<야>

"충분히 다닐만한 가치는 있어요."

<그 대답을 위해서 왜 나를 본 거냐?>

"N 오빠가 나한테 보여주는 일이라고는 그저 스마트폰을 보는 거잖아."

<나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인간 세상을 학습하는 거야. 요즘 세상에 누가 종이책을 읽어?>



여러모로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실제로 N이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상은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참으로 유익한 영상이기도 하고.



문제는 보는 모습이 10대 소년의 껍데기를 씌워둔 아저씨라는 거. 눈동자의 초점이 살짝 풀려있는 상대로 소파에 축 드러누운 것이 그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솔직히 의사회 사무실에 그럭저럭 훌륭하게 존경할 사람이 지금 형밖에 없잖아. 벌써부터 그냥 크호콘펠이던 시절은 다 까먹은 거야?>

"기억나. 카푸스 할아버지나 N 오빠를 가지고 주책을 부리던 사무실 삼촌 이모들이나, 송현이 오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네."

<예시들이 좀 있네? 그리고 다들 지금이라고 더 나은 건 아니잖아? 김송현은 물론이고 사무실 삼촌이나 이모들 그렇지. 왜 시우 형은 형이고 우리는 삼촌이나 이모라고 징징거리던 거 생각 안 나?>

"하지만 사무실 삼촌, 이모들은 나름대로 일을 하고, 일을 하지 않는 송현이 오빠는 이제 사무실에 안 오잖아."



사실은 안 오는 게 아니라 하늬에게 조금 더 교육적인 환경을 위해서 추방된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의사회에서 그저 드러누워 있는 것은 현재 N 뿐이다.



이런 N은 그렇다고 쳐도 사무실이라는 환경이 그다지 아이를 교육하기에 좋은 공간은 아니다. 다만 학교라는 환경을 경험하다 보니 하늬에게 N의 모습이 더 눈에 띄게 된 것이리라.



<젠장!>



알겠으면 이제라도 사무실에서 좀 바른 자세로 있어라고 말하는 시우. 그런 시우에게 하늬가 감 좋게 질문을 해왔다.



"어쨌든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N 오빠와 같이 하는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야, 넌 착하니까 혹시라도 애들이 막 대해도 그냥 참고 말 안 할까 봐 걱정하는 거지.>

"없는데?"

<아니면 그 방향으로 눈치가 없거나.>



'없다면 말고'가 아니라, '눈치가 없거나'라. 확실히 N을 같이 부른 것은 정답인 것 같다.



<아직 일주일이니까 눈에 확 띄는 건 없어도 기미가 보여.>

"기미라니. 난 진짜 모르겠는데."

<얘를 들면 가령 지나가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무거운 거 들어달라는 걸 부탁한다던지.>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

<일행이 좀 있었던 건 기억나냐? 몇 명이나 있었는데 일행 중에서 시선은 너에게 맞춰져 있었지. 이걸 알아차리고도 말을 안했다면 참은거고, 못알아차렸다면 눈치가 없던 거고.>



살짝 멍한 하늬의 반응을 봐서는 눈치를 못 차린 것 같다.



이런 하늬를 바라보는 시우의 표정은 조금 심각했다. 지금 N이 말한 게 맞다면 하늬를 자연스럽게 평범한 테이밍 몬스터를 대하듯이 대했다는 거니까.



조금 전에 N이 말했던 게 이거다. 알면서도 말을 안했다면 참았다는 것이고, 몰랐다면 그 방향으로 눈치가 없는 것이고



<혹시나 카슈미르의 정령용에게 부탁하기는 무서워서, 라고 말하면 우리 둘만 있지는 않았어. 평범한 인간이나 어중간한 혼혈보다는 확실히 힘이 더 센 수인도 둘이나 있었지. 구성이 이런데도 나와 수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말하는 태도가, 마치 주인이 있는 테이밍 몬스터에게 부탁을 하는 느낌이 좀 나더라?>

"그렇게 생각을 한 건 오빠가 괜히 예민해서 그래."

<미안하지만 나중에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지 수인 애들 둘이 먼저 나한테 걱정스럽게 말하더라고.>



N의 말에 시우는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등골에 약간의 소름이 차오른다. 지금이야 그럴 기미가 슬슬 보이는 거지만, 나중에 상황이 심각해지고 나서 카닌과 마경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둘이라면 충분히 대형사고를 칠 수 있다. 하늬도 그건 확실히 아는지 표정이 살짝 굳는다.



그런 시우와 하늬를 향해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말하는 N이었다.



<궁극적인 문제는 이종족에게 아직도 제대로 된 법적 권리가 없는 한국의 법이 문제고, 세부적인 문제는 하늬의 설정이라고 생각해>

"설정?"

<던전에서 느닷없이 작동한 아이템 때문에 사람이 되었다는 거잖아.>



그렇게 말해야 했다. 심연과 관련된 지식은 아는 것 만으로 정신에 영향을 끼치니까.



단순히 심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까지는 괜찮다. 오히려 경계를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지식까지는 있는 게 좋다. 하지만 거기서 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유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담배와 비슷하다. 직접 흡연을 하는 당사자는 멀쩡할 수 있어도, 간접 흡연을 하는 사람에게 해가 갈 수 있다는 점. 윌리엄 시몬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일부 기억을 수정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니 하늬가 심연의 지성체들이 이끈 초대에서 유혹을 뿌리치고 심연의 가호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할수는 없다.



이 대신 선택된 설정이 그거다. 던전에서 느닷없이 작동한 아이템의 영향으로 사람이 되었다는 것.



<종종 뉴스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보니까,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지.>

"그게 뭐가 문제인 거야?"

<너를 힘이 엄청 세고 말이 통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대하는 것처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하늬야. 이종족들도 은근슬쩍 낮춰서 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진짜 몬스터였던 너야 말할것도 없겠지.>

"그래서?"

<조금 거친 과정이 뒤따르겠지만, 나름대로의 서열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좋다. 분석은 잘 해주었다만,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은근슬쩍 선민사상을 꺼내려는 이 괘씸한 정령용에게 금강지로 딱밤을 날려주는 시우였다.



.

.

.



그리고 일단은 봉사활동 동아리 학생들과 몇몇 선생님들에게 부탁하는 식으로 조치를 했다만...



자신의 경험으로 봐서 당사자가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미봉책이라고 생각하는 시우다.



어쩌면 자신하고 비슷하다. 손시연이 나름대로 중앙 헌터 협회에서 이름을 날렸는데도 이런저런 차별을 받지 않았던가. 그건 손시훈이 나름대로 본색을 서서히 드러내는 도중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 정도다.



그런 깔보는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중국에서 주최한 무술대회 이후. 적운흉풍 없이도 어지간한 적합자보다 강한 동시에, 싸울 때는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자 깔보는 분위기가 완전히 쑥 들어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N이 말한 것처럼 나름대로의 서열정리는 아니더라도, 단호하게 아닌 건 아니라는 말을 해야하는데... 하늬의 성격상 그런 걸 빨리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렵네..."

"뭐가 어렵슴까?"



집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시우에게 들려온 살짝 뜬금없는 목소리. 그에 화들짝 놀란 시우였다.



"뭐야?"

"뭐긴요. 블루베리지요. 간만에 여유도 생겼고, 주말인데 이럴 때 청소라도 해야하지 않나, 싶어서 왔슴다."

"아니, 그건 알겠는데 어떻게?"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내공도 내공이고, 심연의 가호도 있는데...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슴까. 내공이 늘어나면서 느끼는 기척이라는 것은 생명체의 적의를 느끼는 것. 몸에 피 한방울도 흐르지 않는 제가, 한모금의 적의도 품지 않는다면 조용히 청소를 할 수 있슴다!"



청소 하나 하는데 쓰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능력이다.



"그래서! 도련님이 품은 어려운 일이라면 하늬에 대한 고민이겠군요! 잘 알겠슴다!"



여기서 말을 멈추고 손시훈이 흔히 쓰는 정체불명의 따봉과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표정을 짓는 블루베리다. 뭐, 블루베리가 전문가라면 전문가이기는 한데 메이드복을 입은 상태에서 저러고 있으니 참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우는 저 메이드가 청소하는데 도움이나 주기 위해서 나갈 준비를 했다. 대충 카페에서 1-2시간 때우고 오면 집은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리라.



"어디 가심까, 도련님"

"내가 있으면 괜히 청소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

"흠, 그러면 저 혼자서 해결을 할 수밖에 없슴다."

"이런 질문을 해서 좀 미안한데, 형이 사고친 것들 수습하느라 안 바쁘냐?"

"주인님은 사고를 치신 게 아니라, 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진행하신 것뿐임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를 위한 몇몇 대형 프로젝트가 끝나서 당분간은 한가할 예정, 이런 때에 그간 소홀했던 메이드의 본업을 해야 하지 않겠슴까!"



이 말과 함께 앞으로의 할 일을 쭉 늘어놓는다. 예를 들어서 현재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에서 교관으로 있는 제자들과의 합동 훈련이라든지...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도련님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말



벌써부터 불안하지만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두는 사람은 아니지. 옆의 적운흉풍은 손시훈에게 물들지 않았는데 후배라는 이 사람은 왜 이럴까...



결국 시우는 들뜬 후배를 보며 한숨을 쉬는 적운흉풍을 두고 블루베리에게 고민상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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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잠깐2 21.04.21 21 1 12쪽
271 잠깐 21.04.20 24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7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6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1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1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0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1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3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5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5 2 13쪽
255 인식 21.03.29 28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6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7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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