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54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4.26 20:03
조회
23
추천
1
글자
12쪽

잠깐5

DUMMY

"호오"



생각지도 못한 감탄. 그것이 손시훈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비슷한 감탄이 카푸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생명력과 마나의 복합적이고 연계적인 운용. 이건..."

"원시적인 형태의 혼합무공이지."



비적합자인 시우도 대충 그 형태가 보인다.



마경태의 몸속에서 드문드문 끊겨 있는 흐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은 거대한 하나인 것처럼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내공만으로는 불가능한 움직임이다.



그 빈틈을 채우는 것이 마나의 역할인 것인가. 홍류선법의 경우에는 외부의 마나를 쓰지만, 일반적인 혼합무공은 저런 방식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이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시우의 옆에서 김송현은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이에 혼합무공을 하나 만들어 냈다고요?"

"저건 발명이라기보다는 발견에 가깝지."

"엑사크..."



카푸스의 발견이라는 말에 가볍게 이어지려는 손시훈의 '정답'. 그것이 끝마쳐지기도 전에 마경태의 창끝이 손시훈의 명치를 향해서 달려든다.



시우로써는 계속해서 기묘한 것을 바라보는 것 같다. 동시에 그는 적합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도 대충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분명히 저 내공으로는 저만한 속도와 힘이 나오지 않을 텐데, 나오고 있으니까. 힘을 아예 느끼지 못한다면 그냥 내가 모르는 힘이구나, 할 텐데 알 것 같은데도 전혀 다른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힘과 속도만 증가한 것도 아니다. 직선으로 쭉 내지르는 창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곡선으로 흘러들어 가는 유려함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손시훈이 단순히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정성이 깃든 대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집중력과 호기심이 깃든 손길. 소지와 약지로 창날을 일차적으로 누르고, 손목과 함께 중지와 검지를 튕기며 창격을 아래로 푹 꺼트린다. 마경태의 창만 보자면 마치 내지르던 창을 두꺼운 몽둥이로 내려친 것 같은 모습이다.



모습만 그런 게 아니라, 실질적인 충격도 상당한 지 마경태의 손이 떨리고, 자연스럽게 턱은 꽉 물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마경태는 팔을 흔드는 충격을 버티면서 다음 공격들을 이어간다.



찌르기라는 공격 하나만으로 다채로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에 맞서 손시훈 또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한 손으로 공격을 흘러내 주었다.



성의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한쪽 눈에는 무거운 집중력이, 다른 한쪽 눈에는 그 집중력도 아무렇지 않게 보일 정도의 무서운 호기심이 느껴진다.



전에 손시훈이 자신을 가리켜서 유사 마왕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모습이다.



이렇게 대치상태가 길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김송현이 말했다.



"그래서 발명과 발견의 차이가 뭔데요?"

"원시적이라고도 했었지? 기본적으로는 비행기와 글라이더의 차이라는 거다."

"어..."

"그러니까 비행기가 스스로 하늘을 난다면, 글라이더는 천천히, 안전하게 땅에 떨어지지. 저것 또한 내공과 마나를 동시에 써서 효율성은 극도로 높였다만 특별하지는 않아."



가령 홍류선법의 경우에는 주변의 마나 흐름을 제어하여 이미 펼쳐진 마법을 흩트리는 특별한 힘이 존재한다.



"저 정도까지는 무공을 쓸 수 있는 적합자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발상이라는 거군요."

"그래. 뭐 그렇긴 해도 저 정도만 해도 훌륭하기는 해."



카푸스가 말했던 대로 평범한 혼합무공이 진짜 비행기, 비행선이라면 마경태의 혼합무공은 글라이더나 열기구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평범한 이가 억지로 무공과 마법을 뒤섞으면 종이비행기나 풍선 같은 조잡한 결과물이 나온다. 장난감 수준이었던 것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발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뭔들 발명이라는 것은 저런 발견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겠나."



카푸스의 말과 함께 시우는 손시훈의 눈동자가 조금 더 날카로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듯이 손시훈은 마경태의 창을 받아내면서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이다."



들어라는 듯이 마경태의 창을 붙잡아서 멈추는 것도 덤이다.



"네가 끝까지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네 맘대로 해라. 그런 생각도 좀 있었다. 나부터 노총각으로 살다가 죽은 적이 몇 번 있는데 남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건 내로남불 꼰대니까."

"잘도 말하기는...!"

"그 모순성이 나의 인간성이기도 하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너는 내 대전략 안에 들어와야 되겠어."

"뭐?"



뜬금없는 말에 살짝 당황을 하는 마경태. 그를 향해 씩 웃으면서 손시훈은 창을 붙든 손을 쭉 앞으로 내지른다.



그렇게 마경태와 자신 사이의 거리를 벌린 그는 똑똑히 보라는 듯이 자세를 다잡았다. 그리고 그 자세가 만들어낸 변화에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김송현이었다.



"구름?"



말하는 대로 손시훈의 몸 주변에 먹구름이 어리기 시작한다. 이걸 보고 있는 시우의 기감에 잡히는 겉은 실처럼 얇게 퍼져있는 내공이다.



"내공을 실처럼 펼쳐서 마나를 붙잡고 있는 건가요?"

"내공을 단련하지 않은 내가 볼 때는 마나가 섬세하게 고정된 것만 보이는데, 합쳐서 보면 그렇겠군."


"만운신공(滿雲神功)이라는 혼합무공이다. 특징을 설명해주자면 정말로 무난한 혼합무공이라고 할 수 있겠군."


"아무리 봐도 안 무난해 보이는데."

-원래는 무난한 혼합무공이다 계약자여



어느 정도로 무난하냐. 만약에 시우가 D--급 수준으로 조금의 마나라도 다룰 수 있었다면 손시훈은 홍류선법 대신 만운신공을 가르쳐줬을 정도로 무난한 무공이다.



하지만 계약자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 아눕롤. 딱 봐도 온몸에서 번갯줄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은 김송현의 말대로 무난하지 않게 보이니 말이다.



그 번개가 깃든 먹구름이 마경태를 향해서 거칠게 달려간다. 마치 푸른 하늘을 검게 물들이는 폭풍처럼 말이다.



맨손과 창을 든 사람 사이의 싸움이지만 승리의 기세를 잡은 건 완전히 맨손인 사람. 그대로 바위가 벼락을 쪼개는 소리가 나는 것과 함께 쭉 멀리 나가떨어지는 마경태였다.



이미 예정된 결과라고 해도 여러모로 씁쓸한 흐름. 카푸스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아눕롤에게 말했다.



"아눕롤양. 저거 원래는 사람의 눈에 보일 수준은 아니죠?"

-네, 그렇습니다. '원래라면' 본격적으로 기술을 쓸 때 번개가 방전되죠. 그 형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구름에서 번개가 생성되는 것과 비슷해서 만운신공이라고 불립니다.



눈에는 직접 보기 힘든 이론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규모를 확장시킨다니. 그러고도 멀리 날까 떨어진 마경태는 크게 다친 것 같지 않다. 참 손시훈다운 친절함이다.



이 행동의 친절함과는 별개로 목소리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무난하다고 하더라도 만들기 쉬운 건 아니지. 오히려 무난하면 할수록 만들기 더 어려운 면이 있기도 하고. 그렇기에 만들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반석이 되어줘야겠다."

"반석?"

"친구인 조미선과의 대척점이 되겠지."



제대로 된 마법과 제대로 된 무공을 둘 다 쓸 수 있다는 것에서는 조미선도 마경태도 똑같다. 여기서 손시훈이 임의로 역할을 구분한 것이다.



조미선이 마법과 무공을 따로따로 쓰는 헌터의 반석이라면, 마경태는 그 둘을 합쳐진 혼합무공을 쓰는 헌터들의 반석으로.



그것이 손시훈이 말한 대전략이 되리라.



"그게 하늬가 나를 아빠로 부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직접적으로는 상관이 없지. 굳이 네 자손이 너의 혼합무공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갈 의무도 없고."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게 있지 않은가.



"직접적으로는 상관이 없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걸 너무 많이 봐 왔거든."



일에 미쳐서 가족도 없이 쓸쓸하게 가버린 천재. 그건 하루-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 천재의 업적이 묻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엉망진창인 논리지만, 의사회에서 일했으니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사람들은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아. 훌륭한 사람이지만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서 깎아내리는 게 인간의 심리란 말이다."

"그래도...!"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져봐도 네 태도에 문제가 있어. '나는 결혼은 못했지만 하늬가 있으니까 괜찮아.' 이게 그다지 건강한 위안은 아닌 것 같은데?"



참고로 하늬가 마경태를 아빠로 부르기를 그만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진짜 마경태를 위해서라면 최대한 빨리 포기를 하는 쪽이 서로에게 더 좋으니까.



"그래도...! 잠깐만! 한번 듣게 하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그걸 니가 왜 막는데?"

"일단 맛이 살짝 가기는 했지만, 나도 나름대로 어른이라서 말이다."



말과 함께 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러자 허공에서 주사기가 꽂혀있는 총이 하나 튀어나온다. 그 총을 마경태에게 쏘자, 전투로 인해서 지쳐있던 마경태의 안색이 조금 좋아진다.



처음에는 진정용 마취탄인줄 알았는데, 회복탄이었다. 아무래도 본인이 회복 마법을 제대로 쓰질 못하니 이런 장비로 때운 모양.



그 장비를 쓴 목적을 완벽히 달성하기 위해 손시훈은 추가적인 도발을 던졌다.



"혼합무공의 실마리를 잡은 건 훌륭하다만, 결국 네 의지도 여기까지인 거다. 순순히 포기해."



.

.



"시우씨. 이제 슬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의사회 사무직 직원의 걱정이 잔뜩 깃든 목소리.



계속해서 회복 탄환을 맞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손시훈의 만운신공에 맞고 있으니 사람이라면 걱정을 할 수밖에. 거기다가 눈빛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다른 사무직 직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걸 잘 아는 시우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마경태의 마음은 확실하게 꺾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결국 몸에는 기운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털썩 주저앉게 된 마경태였다.



그리고 그 옆에 똑같이 털썩 주저앉는 손시훈은 살짝 슬픈 목소리를 꺼냈다.



"아빠라고 부르지 않게 하는 건 말이다. 너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그 아이를 위해서기도 해."

"하늬를 위해서?"

"원래부터 크호콘펠은 인간보다도 조금 더 오래 산다고 하더군. 하물며 심연의 가호를 받은 이상 그 아이는 몇백 년은 거뜬히 살 거야. 즉, 네가 그 아이의 아빠가 된다면, 그 아이는 몇 백 년 동안 아빠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소리지."

"..."

"경험해봤는데 좋지 않아. 부모님이 죽은 충격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지. 하나는 너무 어려서 기억을 선명하게 못하거나, 반대로 자신 또한 한참은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아이는 그 두 가지 모두 해당이 되지 않아."



경험해봤는데 좋지 않다는 말. 그것은 자신이 직접 그 입장에서 경험을 해봤다는 뜻 이리라. 그것을 이해했는지 마경태는 고개를 돌려서 손시훈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 일을 경험하면 말이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기가 좀 어색해지는... 그런 경향이 있지. 뭔가 정상적이지는 않아. 그건 사람마다 다 달라서 이건 그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확신할 수 없구나."

"그런가요."

"그래. 확실한 건 하늬만의 아빠보다는, 오빠나 삼촌이 그 아이에게 훨씬 더 낫다는 거다. 부정할 수 있나?"



부정할 수 없다. 그에 앞을 멍하니 바라보는 마경태. 그 앞에는 어느새 하늬가 와 있다. 마경태가 그걸 확인하자마자 손시훈이 일어섰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그럼 이만"



자신의 일은 끝마쳤다는 듯이 언제나의 전이마법으로 사라진다. 손시훈이 그렇게 나간 것을 시작으로 자리를 비워주는 일행들.



이 뒤는 하늬에게 맡겨야 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서열정리2 21.04.28 46 1 13쪽
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 잠깐5 21.04.26 24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8 1 13쪽
272 잠깐2 21.04.21 22 1 12쪽
271 잠깐 21.04.20 25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8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7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2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6 2 13쪽
255 인식 21.03.29 29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7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8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249 눈도장3 21.03.19 23 2 13쪽
248 눈도장2 +1 21.03.18 28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