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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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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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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아래4

DUMMY



일반적인 생명체를 찌르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각



이리저리 얽혀있는 내장의 근육과 피부 조직을 찌르고, 그 너머에 원래라면 공기와 맞닿았을 가죽을 꿰뚫고, 결이 살아있는 근육을 갈라서, 다시 내장을 꿰뚫는다. 겉-속이 아닌 속-겉-속을 찌르는 반쯤 뒤집힌 역겨운 무언가를 찌르는 느낌이다.



그래도 가장 깊숙한 곳에 뼈가 있다는 것만큼은 블루베리보다는 그나마 인간에 더 가까운 점일까. 블루베리는 겉모습만 인간처럼 보일뿐, 그 정체는 신체가 껌과도 같은 통짜 근육 덩어리인 마나 생물체이니 말이다.



육체적인 의미에서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내면적인 의미에서는. . .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이것들은 무작정 달려들거나, 혹은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좀비나 구울하고는 다르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언데드인 걸어 다니는 해골하고도 달랐다. 흔히 그것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마치 내용물이 텅 비어있는 무언가를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했고, 시우의 소감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소감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반면에 저들은. . . 그나마 있는 약같의 겉인 껍데기조차도 거의 의미 없이 내용물만 있는 느낌



얼핏 보면 다 다르게 뒤틀린 육체에, 다 다르게 뒤틀린 동작을 하는 것 같지만, 시우는 알 수 있다. 저 동작의 뿌리는 하나같이 같다는 것 말이다. 단순히 육체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같이 몸 밖으로 넘쳐흘러서, 몸이라는 껍데기의 의미가 희미한 지경까지 온 상태.



무공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인 언데드들이 행동인 초식은 다 다르게 움직여도 감정과 내공이 없다면, 이건 반대로 감정과 내공은 있지만 그것의 틀을 붙잡아줄 초식이 없다. 지금의 시우에게는 그것이 확실히 구분이 된다.



이래나 저래나.... 방향성이 달라도 짐승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언데드들과 같다.



"하."



그것을 명백히 인식하자 시우는 자신의 손과 팔에, 단전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몇 헌터들이 언데드를 상대할 때 동정심을 담아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그게 이해가 되는 심정. 그 심정이 단전을 다시 자극하고,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내공이 마나와 반응하며 이 바닥 아래의 어둠을 찢는 무지갯빛을 만들어낸다.



그러자 심연에 뒤틀린 이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

.

.



"굉장했지?"

"응"



갑자기 한 사람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상황. 원인은 워낙 다양하기에 헌터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직접 당하거나, 남들이 당하는 걸 수습하거나 그중 하나의 형태로 한 번씩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과 침착하게 대응하는 건 별개의 일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우뚝 멈춰 선 괴물들이 시우에게 일제히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을 때는 다들 살짝 당황했을 수밖에 없었다. 찌르는 용도의 창을 든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일대다의 상황은 살짝 위험한 일



그 생각에서 나온 당황이 무색하게 시우는 침착하게 창을 던져서는 단숨에 4마리의 괴물을 꿰뚫어 버렸다. 이어서 그는 맨손으로 능숙하게 괴물들의 숨통을 하나씩 끊어냈다.



말끔한 손날

단정한 주먹

깔끔한 장타



맨손이지만 하나도 야만스럽지 않은, 세련된 공격으로 말이다. 확실히 그건 굉장한 것이었다.



그런 것들을 바로 눈앞에서 봤다면 뭐라고 한마디라도 물어보고 싶은 게 헌터의 마음. 하지만 그들은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감탄만 할 뿐 직접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당사자가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충격을 먹은 것 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은 더더욱 말을 걸기 힘들게 만든다. 그런 시우의 표정이 살짝 풀리는 때를 기다려 말을 거는 아눕롤이었다.



-안타깝지만 도련님께서 지금의 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안식을 선사하는 것뿐이옵니다.

"알아요. 그래도 생각은 할 수 있잖아요. 혹시나 더 일찍.... 하긴 너무 옛날 일이긴 하네요."



못해도 정말로 예전의 일이다.



오지랖이긴 하다. 그래도 마냥 머쓱하기에는 상당히 안타까웠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뒤틀었는지 대충 감을 잡았으니까.



"심연의 힘이라는 것은. . . "

' 아직 지구의 인류에게는 살짝 이른 지식이옵니다. 어쩌면 섣부른 내공에 대한 접근 그 이상으로....'



간만의 전음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그러니 그에 어울리기로 하며 시우는 뒷말을 전음으로 맺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이라고 해야 하나, 본질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을 증폭시키는 힘. 맞나요?'

'그렇지요.'



제일 먼저 성장하는 것은 정신과 지성적인 부분. 물론 그것만으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신체 개조를 통해서 어지간한 사람 이상의 지성과 마법 실력을 얻었으나 겉모습만큼은 여전히 부엉이의 모습인 부보비가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연의 가호는 그 양도, 농도도 어마어마하기 때문. 육체 또한 금세 자극을 받아서 성장한다. 거기서 멈추면 좋으련만. . . 자기 자신의 본질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껍데기가 버티지 못하면.... 뒤틀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심연이 그 넘쳐흐른 내용물의 부드러운 부분부터 삼켜서 보이는 겉모습은 전부 달라도 세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본질은 같은 결과물을 초래한다.



어떻게 보면 참 직관적이다. 튼튼한 뼈는 그럭저럭 버텼다만, 다른 내용물인 내장은 그렇지 못해서 껍데기인 가죽을 뚫고 나왔으니 말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무의식적인 감정이 의식적인 이성을 덮어버리는 것이옵니다.'



이것이 심연의 힘이, 그 유혹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종종 자신이 감성적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조차 대부분은 '나는 내가 감성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는 이성적인 인간이다.'라는 무의식적의 모순을 가지고 있는 사람.



버티지 못하면 뒤틀린다. 그것을 알지만 나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짐승도 사람이 되는데 나는 왜 못하냐고 말이다.



-사실 짐승이 더 낫지요. 짐승은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껍데기가 더 튼튼하고, 내용물은 조금 더 비어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딱히 더 안전한 건 아니다. 짐승이라도 의지가 모자라면 무의식이 의식과 삼켜지는 건 마찬가지. 그리고 버텼으니 또 버틸 수 있다고 달려들다가 무너진다.



이를 감안하면 확실히 대부분의 경우 혼자 주화입마로 죽는 무공에 비해서 심연의 지식이 훨씬 더 위험하다. 심지어 이건 단순히 빌려오는 특수한 몇몇 흑마법과는 달리 몸속으로 직접 쑤셔넣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는 그런 힘이 있다는 것, 흑마법으로 접촉이 가능한 위험한 힘, 이정도만 알려져 있는 게 더 낫겠지.



그런 시우에게로 끼이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딱딱한 무언가로 딱딱한 무언가를 긁으면서 나는 소리다.



"아눕롤"

-네

"그 뼈까지 뒤틀리려면, 어떤 일이 있었어야 하죠? 지금까지는 내장만 부풀어서 튀어나왔잖아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지하를 울리게 하는 함성소리. 단 혼자서 내지른 것인데도 좀 전에 상대한 무리와 맞먹는 소리다. 그 소리에 모두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키자, 아눕롤이 말했다.



-일단 성공적으로 심연의 가호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진화를 이룬 존재입니다.



짐승이라면 대충 그 세계의 사람과 비슷한 형태, 사람이라면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거기서 껍데기까지 강화가 된 상태에서 축복을 받고, 또 받고. . . 하다가 갑자기 힘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터져 나오는 것이다. 다른 것들보다 더 크게 뒤틀린 건 둘째치고, 몇 번 버틸 정도라는 것이니 더 골치 아프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자 일행은 시우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아서는 굉장히 찜찜한 표정으로 조명탄 발사기를 쓰는 시우. 그리고 드러난 모습에 시우는 나지막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X발"

"N은 몰라도 하늬는 진짜로 안 데려오기를 잘 했네요...."



시우의 욕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덧붙여지는 카닌의 말에는 모두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본적인 형태는 좀 전에 싸웠던 괴물들과 똑같았다. 가죽 이곳저곳이 터지고, 근육과 내장이 부풀어 올랐다는 것. 거기서 뼈들이 곳곳에 섞여서 튀어나오고, 피 대신 석유 같은 무언가가 줄줄 흐르고 있다는 점이 추가됐다는 차이점이 있다.



단지 그것만으로 이렇게 역겨워질 수 있다니. 보기 전에는 못 믿었을 정도로 역겨운 모습. 그 모습으로 괴물은 몸 곳곳에 튀어너온 뼈들을 바닥과 벽에 질질 끌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짜내면 기괴하고, 무서워 보이지만 그건 겉모습만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가뜩이나 부풀어오른 근육과 내장도 거추장스러워 보이는데, 밖으로 튀어나온 뼈를 질질 끄는 것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증거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이 바닥 아래의 생활에 적응했기 때문을 시우는 잘 알고 있다.



악어와 비슷하다. 평상시에는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언제나 굼뜬 것처럼 보이지만....



"!!!!!"



사냥시에는 엄청 빨라진다는 것.



그렇게 잔뜩 움추렸던 용수철이 튀어오르는 것처럼 거의 수평에 가깝게 멀리뛰기를 하듯이 덮쳐오는 괴물. 그에 맞서 시우도 우선 내공을 전력으로 전개하면서 괴물을 향해서 달라붙는다.



이런 시우에게 들리는 것은 살짝 무모하다는 말. 하긴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조엘 시몬 대신 자신이 나서면 살짝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지. 조엘 시몬이 막는다면 확실히 더 안정적으로 막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처음으로 막아내는 건 자신이어야 한다. 정확히는 막기 보다는 잡아내고, 비껴내며, 밀어내서 거리를 확보하는 것



모두가 가볍게 당황하는 가운데, 조엘 시몬만큼은 그 의미를 이해하고 대기 자세를 취한다.



이 신뢰에 대한 답을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와 함께 가볍게 떨리는 눈동자. 정확히는 빠르게 괴물의 몸 곳곳에 튀어나온 뼈들을 빠르게 잡아내느라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잡아낸 뼈들의 위치를 피해내서 파고든 시우는 정확하게 괴물의 한쪽 다리를 움켜쥐었다.



"하아아압!"


"맙소사...."



그리고 기합과 함께 괴물의 진행 방향을 비틀자 기겁을 하는 헌터들. 그 중 카닌은 조엘 시몬에 이어서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는 지원을 가한다.



양손에 펼쳐전 다른 마법진. 이에 맞춰 시우가 붙들지 않은 다리의 발밑은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미끄러지고, 시우가 붙든 다리는 덩굴이 위로 밀쳐내진다.



"!!!!!!!!"



이렇게 순간적이지만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 순간이면 충분하다. '금나'라는 기술과 '내공'이라는 힘이면 충분히 잡아던질 수 있으니까. 힘은 비탈리아보다 조금 더 강하지만, 기술은 반의 반도 안 되는 상대가 저항할 수 있을리가 없다.



종합격투기에서 그래플링과 그라운드를 모르면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



어떻게든 뼈를 움직이지만 그것은 자충수다. 시우의 몸을 고정시켜서 더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도움만 줄 뿐. 그렇게 균형을 잃고 던져지자, 괴물의 가죽과 근육 및 내장들을 뚫고 나온 뼈들이 바닥과 갈려나가는 소리가 촤르륵 울렸다.



그 위를 조엘 시몬이 덮는다. 일반적인 검의 그림자가 아닌, 시우의 것하고는 또 다른 빛과 함께. 한 색으로만 찬란히 빛나는 것이 그야말로 순수한 성검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이 빛이 그대로 괴물의 가슴 한 가운데를 꿰뚫었다.



동시에 고동이 하나 터지는 것을 느낀 시우. 하지만 하나의 고동이 터지며 동시에 다른 고동들이 살아나는 것이 소리로 들려온다. 아마도 심장도 함께 부풀어 오르면서 몸 곳곳에 퍼진 모양. 이를 빠르게 알아차린 시우가 카닌에게 손짓한다.



그 지시를 받들어서 빠르게 괴물의 몸을 얼리고 덩굴로 묶어내는 카닌. 추가적으로 가문의 주력 마법인 운디네 나이트들이 사지를 하나씩 창으로 찍어서 구속한다. 그 사이에 조엘 시몬이 괴물을 빠르게 난도질 하는데도 멈춰야 할 고동이 계속해서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 시우가 외쳤다.



"머리! 뇌는 덜 부풀었으니 머리를 박살내거나 목을 끊어내야...!"



말에 맞춰서 머리에 원거리 마법을 집중하는 헌터들. 그렇게 머리가 사라져서야 괴물의 온몸에 퍼져나가던 고동이 멈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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