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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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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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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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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적2

DUMMY

"북해의 카오르?"

-범고래 수인들이지요. 본인들은 그냥 '카오르'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범고래 수인이라서 범고래가 상징. 듣고 보니 굉장히 직관적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그렇게 단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최고의 용병들이라는 기준이, 지구나 그에 접하는 세계들이 아닌, 키잔트헤임같은 강력한 세계들을 기준으로 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설명을 시우나 계약자인 김송현보다도 윌리엄 시몬이 더 빠르게 받아들였다.



떠돌아다니는 용병들이 단순히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런 유적을 지을 리가 없으니까. 남들에게 지으라고 시킬 정도의 힘이 있다는 거다. 그 설명을 들은 김송현은 평상시 같이 생각을 그대로 입으로 내뱉었다.



"완전히 깡패들이잖아? 용병이라면 돈은 돈대로 다 받았을 텐데, 이런 것까지 지어달라고 해, 자신들의 상징도 잔뜩 박아버려..."

-칠현님께 물어봐도 비슷한 답변을 할 거다.



전기 충격 대신 물 흘러가듯이 나온 답변에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그 가운데 김송현의 생각은 필터링 없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 손시훈이 그렇게 말할 정도.... 아아악!"

-내가 칠현님이라고 하자마자 그 손시훈이라고 말하는 건 무슨 심보냐, 이 괘씸한 녀석!

"끼야아악!"



비명을 지르는 김송현과 아눕롤을 두고 일단은 유적을 복구하는 대학원생들. 어차피 아눕롤이 해석을 할 수 있든 없든 복구를 해야 하기는 해야 하니까. 그저 순서가 바뀌었을 뿐



돌의 강도는 확인이 되었으니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던 외벽들이 금세 복구되었다. 그 사이에 김송현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고 말이다.



그렇게 세부적인 분석을 할 준비는 되었지만, 그래도 한번 천천히 모습을 살펴보자.



우선 외벽의 4면 중 유일하게 마법진 처리를 하지 않은 벽화. 이건 딱히 간접적으로 돌릴 것도 없는 거겠지. 그 벽화에 그려져 있는 것은 왼쪽에는 한 무리의 다양한 짐승들, 오른쪽에는 여러 형태의 이종족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호수가 있었다.



"호수의 물을 마시면 진화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들어가는 것으로도 충분할지도. 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아킬레우스가 스틱스 강에서 목욕을 해서 상처를 입지 않는 육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마시는 쪽이든 몸을 담그는 쪽이든 거기서 거기겠지만



아눕롤의 말대로, 그리고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사용하기도 쉽고, 한번 사고가 터지면 장기적인 수습도 힘들다. 나중이지만 역시 봉인을 해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생각과 함께 외벽의 다른 면의 벽화를 살펴보자.



하나는 제일 처음 복구한, 각종 귤 계열의 과일들과 범고래들이 차가운 겨울 바다의 파도를 타고 있는 그림. 자세히 살펴보니 파도 곳곳에 휩쓸리고 있는 무언가 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카오르족이 주축이 된 승리를 상징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또 다른 면에 있는 그림은 짐승과 사람의 어중간한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벽화. 아무래도 이건 호수로 인한 폭주를 의미하는 듯하다.



마지막은 넓게 보면 벽화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부분만 보면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로 보면 아주 넓은 호수에 물방울이 하나 톡 하고 들어가는 것을 간신히 볼 수 있다.



"순서가... 아무래도 넓은 호수에 뭔가가 들어가고, 그로 인해서 호수에 진화를 시키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표시하는 그림이고, 다음으로 폭주를 알려주는 짐승과 사람 사이의 뒤틀린 무언가가 가득 찬 그림, 마지막으로 카오르의 승리... 이렇게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이제 세부적으로 해석을 할 차례가 되자. 아눕롤도 더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솔직히 주변의 다른 이들도 긴장이 된다. 과연 아눕롤이 숨겨진 벽화를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인가.



그렇기에 일행은 긴장이라도 풀기로 혹시라도 안 되는 이유라도 미리 알기로 했다.



-카오르족은 살짝 독특한 사회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족'이라는 명칭을 봐도 알겠지만, 원시의 부족 체계와 현대의 회사의 개념이 뒤섞인 사회 체제를 이루고 있지요.

"그러니까 키잔트헤임과 동맹이 아닌 부족인 경우라면 확인이 힘들 수 있다는 건가?"



그것도 있고, 시대의 문제도 있다. 가령 현재 키잔트헤임과 동맹을 맺은 부족이라고 해도 이 벽화가 새겨질 시대가 키잔트헤임의 독립 이전에 세겨진 벽화라면 조건이 안될 수 있다는 것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일단은 해 봐야 한다. 그렇기에 차분하게 벽화에 새겨진 마법에 접근하는 아눕롤. 그를 지켜보는 모든 이가 손에 땀을 쥐었다.



-다행히도 키잔트헤임과 협약을 맺은 부족이군요. 그런데 년도가... 정말로 옛날입니다. 키잔트헤임의 고대 문명조차도 신생 문명으로 만들 수준으로



도대체...



한숨과 한탄이 곳곳에서 나온다. 고대가 괜히 고대겠는가. 키잔트헤임의 기준에서 고대보다도 더 옛날이면 가늠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회를 한다면 충분히 복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교수님. 다만 부분적인 손상은 될 것 같습니다.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는 거라서요.

"부분적인 손상?"

-영구적인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볼 때에만 손상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범고래와 과일들이 가득 있었던 벽화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하는 또 다른 큰 변화는 색이 입혀지고 있다는 것. 그 모습은 단순히 바위를 깎은 형태 위에다가 섬세하게 페인트를 덧칠하는 것 같았다.



다만 모양만 변하고 색은 입혀지지 않은 곳들이 여러 곳 보인다. 아무래도 부분적인 손상은 이것을 말하는 모양이었나 보다.



그렇게 숨겨져 있다 드러난 벽화의 모습은 이것이 진짜 전설 속의 서사시에 걸맞은 것이라고 말할만한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피와 광기에 삼켜져서 이리저리 날뛰는 괴물들과, 그에 맞서 온몸을 휘황찬란한 투구와 갑옷으로 감싼 군대. 어느 쪽이 악의 무리고 어느 쪽이 정의의 무리에 걸맞은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겠지.



그 정의의 무리에서 거의 맨몸인 자들이 있었다.



병약한 느낌보다는 뼈와 같은 강인함이 느껴지는 새하얀 색의 피부와, 깊은 바닷속처럼 빛을 빨아먹는 검은 머리칼을 가진 자들. 독특하게도 앞머리에는 한 쌍의 흰 점이 있다.



저들이 아마도 이 벽화의 주인공인 카오르족이겠지.



손시훈도 깡패라고 말할만한 괴물들. 그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닐 정도로 그들은 벽화 속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마른땅에서 파도를 만들어내서 적들을 쓸어버리고,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바위를 가볍게 들어서 던지려는 모습. 그리고 맨몸으로 적들의 손톱과 발톱을 버티고는 자신의 주먹으로 그대로 머리를 부숴버리는 모습까지.



손시훈도 깡패라고 말할 거라는 아눕롤의 평가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벽화를 살펴보던 중 김송현이 말했다.



"여기 이... 요정들은 뭐야?"



귤, 오렌지, 유자 등의 과일들이 그려져 있던 부분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녀들. 하나같이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 평범한 소녀들은 아니다.



벽화 속에서 하는 행동도 그렇다. 벽화에서 보이는 모습은 손을 뻗고 있는 것. 아마도 괴물들 속에서 뜬금없이 솟아나 있는 빙산들은 이 소녀들이 만들어낸 것이리라.



-카오르족에 맞먹는 용병들인 레치노티들이다. 북해의 카오르에 맞춰서 북림의 레르노티라고 부르지. 태어날 때부터 하나하나가 카닌급의 대마법사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태어날 때부터? 그럼 제대로 성장하면 가볍게 카푸스급은 된다는 소리인가?"

-그렇지


그렇지에 담긴 것은 빠르게 알아줘서 기쁘다는 목소리. 물론 김송현의 말은 알아봐서 그런 게 아니라 비꼰 말임을 알기에 모두의 표정은 썩 기쁘지 않다.


이를 두고 시우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상징이 과일인가요?"

-어... 그건 그때그때 다르옵니다. 보통 레치노티들은 이런 벽화에서 자신들의 포상들을 세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그 포상이 일반적인 종족이 바라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옵니다.



일반적인 포상이라면 역시 금은보화 같은 보물 아니겠는가.



하지만 레르노티들이 원하는 보상들은 각종 잼, 혹은 차의 재료들이다. 그러니까 산딸기나 사과 같은 다른 과일이나 설탕의 재료가 되는 사탕무, 설탕단풍나무가 세겨져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상상이 되는 시우. 설탕단풍나무면 그럭저럭 운치가 있지 않은가, 원래 북쪽에서 사는 식물이기도 하고



그런데 똑같이 북쪽에서 자란다고 해도 사탕무는 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사탕수수를 생각하자 입가가 살짝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바다의 파도 틈 사이를 헤엄치는 범고래들의 사이사이에 자라나 있는 열대의 사탕수수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지 진지하게 기록을 하는 윌리엄 시몬 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시우와 깬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감상도 잠시, 계속해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다음은 진화의 힘이 들어간 순간을 묘사한 그림. 부분만 봐서는 텅 비어있는 것 같은, 넓은 호수와 물방울 하나만 들어가 있는 벽화다.



어떻게 보면 4면의 벽화 중 가장 평화로운 벽화.



그러나 아눕롤의 해석으로 드러난 모습은 전혀 딴 판이었다.



호수의 주변을 가득 채운 무언가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부분적인 복원이라서 일부분은 색이 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언가들에는 생생한 악의가 느껴졌다.



그 악의는 호수에 떨어지려는 물방울에 가까워질수록 더 짙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아눕롤이 말했다.



-심연의 가호를 받았군요. 진화의 힘은 거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심연?"



홀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우. 그런 시우를 두고 모두는, 김송현까지도 나름대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적합자는 잘 모르지만 헌터는 아는 용어인 모양



싸우는 방법만 주구장창 배운 시우로써는 알턱이 없다.



"저기..."

-아, 죄송하옵니다! 그러니까 심연은... 매우 특수한 이세계이옵니다.



모든 세계에 접촉을 하고 있는 이세계들 중 하나. 또한 몇몇 흑마법사들이나 마족들이 힘을 끌어오는 장소기도 하다.



-여기 이 악령들은 아마도 심연의 지성체들을 표현한 것 같군요,



키잔트헤임식으로 심연의 지성체라는 것은 신이나 천사에 가까운 존재들이라는 거겠지. 그것은 마지막으로 벽화를 확인해보자 확실해졌다.



사람과 짐승 사이의 무언가로 뒤틀린 괴물들을 악령과도 같은 형태가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심연의 가호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무조건 심연 속에 돌아다니는 의지에 무조건 씌이는 건 아니지만

"이론은 그렇다고 해도 현실은 이 그림을 보면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의지의 문제라네 계약자여. 이건... 말로 상대하기 어려운데 쉽게 말하면 잔뜩 굶주려도 투지를 가지고 있는 짐승이 스스로의 욕망에 길들어진 사람보다 더 축복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지. 의지가 약하다면 사람은 오히려 짐승의 힘을 가지는 선을 넘어서 지성까지 짐승으로 퇴화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즉, 사람과 짐승 사이로 뒤틀린 무언가들은 중에는 짐승이 진화를 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사람이 퇴화를 한 것도 있다는 것.



이 설명을 들으니 더 무서워졌다.



"그럼 위험한 유적이면 봉인하는 것보다 그냥 부숴버리는 게 훨씬 더 낫지 않나? 원주민 무당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반쪽짜리 봉인을 한 것 같은데."



악령이 튀어나왔다고 했었나. 짐작을 해보면 반쪽짜리 봉인이라서 몇 번 사용을 한 모양. 그러다가 또 사고가 터지고, 무당들이 2차적으로 봉인을 했을 확률이 높다.



얼핏 생각해보면 그럴 바에야 진짜로 부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말처럼 쉽지 않네 김송현군. 이 호수는 심연에서 에너지만 흘러나올 수준의 틈이 좁은 유사 게이트일 확률이 높지. 게이트를 억지로 건드려고 하다가 유사 게이트가 아닌 진짜 게이트가 될 위험이 있네."

-애당초 아무 이세계인들도 아니고 카오르나 레치노티들이 봉인만 하고 그만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닫히기를 바랬는 모양. 실제로 지구에 열린 게이트들 중에서도 저절로 닫히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런 분석을 하면서 내부로 진입하는 일행. 그리고 그들은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놓은 진흙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무당들이 막아둔 것 같은데..."



제대로 틀어막은 모양새다. 이건 뭐 거의 원시적인 시멘트로 공사를 해 놓은 수준이다.



"이러면 그 심연 에너지가 빠져나갈 수 있나?"

<빠져나가겠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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