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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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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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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눈도장4

DUMMY

그리고 잠시 뒤. 한층 더 어색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 시우였다. 거기에 덩달아 휘말린 N은 자신의 심정을 정말로 솔직하게 드러냈다.



<한국에는 왜 '친해지길 바래'라는 끔찍한 문화가 있는 걸까?>



한국의 문화가 아니다. 그렇게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놈의 친해지길 바래가 처음 나왔던 게 모 예능 프로였던가. 다른 곳에도 비슷한 게 있다지만, 인터넷으로 지구의 문화를 완벽하게 파악한 N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이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뱉는 시우를 두고 다시 지독한 침묵이 이어졌다.



일단 기본 행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제대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눈도장도 나름대로 찍힐 만큼 찍혔다고 생각하는. 이렇게 생각하는 시우와는 달리 시훈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결과물이 이거다.



침묵에 빠져버린 '친해지길 바래'. 앞으로 계속해서 얽힐 가능성이 높으니 광배를 가졌거나, 보이는 '젊은이'들끼리의 즉석 모임을 바로 짜버린 거다. 그런데 그 '젊은이'들 중 반 정도가 시우에게 은근슬쩍 꼽을 줬던 사람들이다.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넓은 방 안에서 의자에 둥글게 앉은 상태에서 이어지는 침묵은 지독하다.



이 상태에서 시우에게 꼽을 줬던 쪽이든, 꼽을 주지 않았던 쪽이든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뿐이다. 거기서 대놓고 말하는 건 N밖에 없었다.



<형>

"그래. 또 뭐가 생각나냐, N"

<서양쪽에 심리 치료 프로그램 있잖아.>

"원형으로 둘러앉아서 고백 비슷한 것을 나누는 심리 상담?"

<대충 그런 거. 칙칙한 게 딱 그런 걸 막 시작한 느낌인데.>



김송현보다 눈치는 있는지 N은 '교도소 같은 곳이나 우울증 환자들이 하는'이란 말은 표현은 빼놓았다.



차라리 카푸스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앞으로의 시대를 여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라면서 손시훈은 그를 데려가 버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보호자, 혹은 그와 비슷한 존재가 함께 있는데, 시우와 N만 달랑 둘이 있는 상황.



진짜 한숨만 나온다.



"하다못해 적운흉풍만 있었어도..."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하던 것처럼 형의 썰을 간단하게 조져도 기본이 1시간인데>



1시간?



마음만 먹으면 10시간도 할 수 있다. 손시훈과 엮이는 이야기는 파면 팔수록 괴담이 뒤섞인 이야기니까.



거기서 중요한 게 적운흉풍의 추임새. 간단한 울음소리지만, 그 적절한 추임새가 함께하면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과 그때 형의 심리를 추측하는 것으로도 30분을 때우는 건 간단한 일이다.



카푸스는 거기에서 '나도 당해봐서 안다.'라는 식으로 쐐기를 박는 역할. 블루베리에 대한 험담이 조금 길게 이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상황에서는 그 단점마저도 장점이다.



이렇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운흉풍과 카푸스를 손시훈은 오래간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면서 끌고 갔다. 그때 둘의 '괜찮을까?'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던 불안한 눈빛을 잊을 수 없는 시우와 N.



그걸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둘이서 똑같은 생각을 하자마자, 누군가가 확인하는 듯한 질문을 했다.



"술병으로 치고 싶으시다고요?"

"네"<네>



일단 대답부터 해버린 다음 멍을 때린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사실이지만,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그걸 읽었단 말인가?



<형>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형과 관련된 이야기는 조금 걸러 들어야 하지 않나?"

<에이. 이 사람들 S랭크,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이잖아. 사성칠현... 그 호가 뭐랬지? 저번에 유혜와 엮었을 때 말했다며>

"예옥(霓玉)"

<그래 이 사람들은 사성칠현 중 예옥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인간 손시훈이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어.>



일리가 있다. 해골장미 대원은 그렇다고 쳐도, 한때는 시를라 틴 캅생트였던 블루베리를 생각해보면 있을지도 모를 손시훈의 '인간적인 영향'은 덜 받게 해야 한다.



그렇긴 한데...



"저기, 제 능력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독심술(讀心術)하고는 좀 달라요. 생각을 읽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가깝죠."



정말로 작은, 순간적으로 생겨난 무의식의 파편. 하지만 그렇기에 부정할 수 없는 진실된 속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설명에 잠깐 긴장했다가 바로 편안한 표정을 짓는 N이다.



조금의 눈치로 '아,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외치지는 않지만, 표정이 훤히 드러나 있다. 그런 N을 보면서 '이노무 시키가...'라고 생각한 시우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을 하자 진한 현자타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대충 저 사람이 좀 전에 무슨 소리를 들었을지 짐작이 되기 시작했으니까. 전체적인 행사 동안에는 자신의 '집에 가고 싶다.'를 그리고 손시훈이 연설 도중 자신을 콕 찝었을때는 '죽고 싶다'라는 소리를 들었겠지. 그러자 괜히 미안해진 시우였다.



"예, 예? 왜요? 왜 미안하신 거죠?"



이걸 또 들었나 보다.



"제가 이 능력과 함께 살면서 느낀 게 있는데, 보통 남에게 빨리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렇게까지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은 게 맞아요. 단지 주변에 진짜 미안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예민해졌을 뿐이죠."

<음음, 맞지, 맞지>

"넌 좀 조용히 해라, N"

<아니, 틀린 말은 아니잖아. 형이 한 말 기억 안 나? 역병의 근원지는 형의 형이라고.>

"여기 해골장미나 불곰 대원 있나요?"



평상시에는 괜히 민망하지만 지금은 필요하다. 시우의 이 바람에 맞게 손을 드는 한 남성.



첫인상으로만 따진다면 살짝 의외다. 겉으로 보기에도 벌레 한 마리 조차 못 죽일 인상이니까. 좀 실례지만 부드럽기보다는 약해 보이는 인상이다.



이는 속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어지간한 적합자보다도 훨씬 더 예민한 시우의 감으로 느껴지는 생명력은 딱 일반인 수준. 그건 카푸스와 비슷하게 후방의 마법사라는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시우를 두고 정말로 뜬금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대원. 거기까지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옷을 벗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해골장미의 상징인 문신을 보여주려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는 없다. 이미 여기에 해골장미 대원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N은 충분히 긴장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당황을 하는 시우와, 주변사람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다. 그러자 생각하지도 못했던 모습이 드러났다.



도대체 왜 죽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의 격렬한 흉터들. 큼지막한 구멍이 뚫렸다가 아문 흔적들은 총이 아닌, 최소한 포에 맞아야 생길만한 것들이다.



절대로 비실비실한 마법사는 아닌 것 확실하다. 모두가 이 생각을 하는 동안에 해골장미 대원은 자신의 양 손을 입으로 향했다.



그리고 양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걸고는 쭉 잡아당긴다. 이 행동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속마음을 읽지 않아도 명확하다. 입을 찢어버린다는 거겠지.



갈리나가 대충 해골장미의 무력 서열 5-6위쯤 된다면, 이 사람은 진지하게 1-2위를 다툴만한 사람. 한다면 진짜로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말 한마디 없는 협박은 충분히 먹혀 N은 벌벌 떨면서 자신의 양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해골장미 대원은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시우씨. 하지만 이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저, 비탈리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걸 싫어한다고 해서 손시우씨라고 불렀는데, 만약에 더 분위기를 더 제어할 필요가..."

"아뇨. 괜찮습니다. 손시우씨로도 충분해요. 고마워요."



사실은 전혀 안 고마운 시우였다.



간신히 분위기가 진정이 되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여기서 형의 험담을 하면 일부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작이라고 생각해서 분위기가 더 딱딱하게 굳겠지.



이미 살짝 풀리려고 했던 분위기가 다시 굳었는데, 그냥



"꺼졌으면 좋겠다는데요?"

".... 알겠습니다."

"아냐!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진짜로 꺼지길 원하는 건 아니야! 제발 앉아!"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떠나려는 것을 간신히 말린다.



그리고 시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진짜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에 시우는 제일 우선 지적해야 하는 점을 위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N을 보고 말했다.



"N. 딱 한마디만 할 수 있게 해 주마."

<...>

"책임은 내가 진다."

<이게 모두 손시훈 잘못이다!>



입을 가린 양손을 치우고, 크게 외치는 N. 그리고 다시 양손으로 입을 가린다. 그걸 보고는 시우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이야기나 나눠봅시다. 제 진심이 어디까지 닿을지 모르겠습니다만..."



.

.

.



"어땠나?"

"확실하게 국제 헌터 연합의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떤 점에서?"

"그러니까... 사람은 본질적으로 평등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해골장미 대원에게 '꺼졌으면 좋겠다.'라고 한 생각을 분석해보자.



N만을 위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시우의 부탁대로 그냥 자신이 해골장미 대원이라는 것을 알렸다면, 시우가 알아서 '입조심해야겠지?'라고 말했겠지.



그것을 넘어서 해골장미 대원은 주변을 '위협'했다. 그 의도는 조금만 분석을 해보면 시우를 '위로 올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리가 있군. 그는 비적합자로써 차별을 받아왔어. 그래서 사람의 내부적인, 정신적인 요소가 아닌 외부적인, 물질적인 요소에 대한 차별에 민감한 거야. 그것이 무의식적인 불쾌감이 된 거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졌으면 좋겠다.'... 고만 생각을 한 건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



트라우마에 기반한 생각이면 더 강렬한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시우의 그 감정은 진심이긴 했어도 정말로 작은 것이었다. 솔직히 그 생각이 까발려진 건 본인도 의식하기 힘든 무의식을 낚아챈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 아니었다면 시우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금방 잊었을 거다.



그리고 잊지 않았다고 해도 딱히 그 해골장미 대원에 대해서 크게 잘못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은 적을 공포로 제압하라고 교육시킨 손시훈의 잘못이니까.



거기까지 분석을 하고는 아버지라는 사람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손시우의 진심은 우리에게는 전해진 것 같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열심히 노력은 했습니다만, 분위기가 좀 그랬죠."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자신의 아버지는 학계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심리학자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만약에 자신이 적합자로써의 재능이 없었다면 아버지를 따라서 심리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그가 본 손시우의 모습은... 겉모습은 험상궂은 사람이지만 내용물은 부드러운 사람이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겁을 주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손시훈을 진짜로 싫어할만합니다."

"그냥 싫어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진짜로' 싫어한다고?"

"그러니까, 손시훈의 방법 자체가 필요하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죠."

"하긴. 불쾌의 골짜기도 그렇고, 기준을 확 벗어나는 것보다 어설프게 벗어나는 것이 더 혐오감을 부르지. 그래서 어떠냐?"

"예?"

"공적인 입장 말고, 사적인 입장에서 말이다, 아들아"

"아니 뭐.... 공적인 분석을 편하게 말하면 어떤지 아시잖아요?"



아들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아버지. 국제 헌터 연합의 사상이 세계 S랭크 연맹보다 '인간적'이라는 것은 연맹원들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인간적인, 그리고 절대로 바보는 아닌 사람을 싫어하면, 그 싫어하는 사람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이건 물어본 자신이 조금 바보같다.



그런 아버지를 향해 살짝 바보같은 질문을 한 이유를 묻는 아들이었다.



.

.



"시우야."

"네, 형."

"너 특별히 바쁜 일 없지?"

"없죠. 왜요?"

"세계적인 심리학자가 네 스케줄을 묻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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