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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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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4.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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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혹4

DUMMY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따져보자. 좋다, 자신이 좀 무례하기는 했다. 저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기대는 자신이 나름대로 그 검정 속에서 헤매면서 정성스럽게 우물가를 찾은 다음 한잔을 쭉 들이키는 것이겠지.



그 기대와는 달리, 자신은 제자리에서 한 가만히 버텼다. 결국 그들이 나름대로 우물가를 시우에게 옮겨주는 수고를 했으리라.



이 여러 수고에도 불구하고 한 모금을 마셨으니 실망을 할만하기는 했다.



하지만 애당초 그 초대가 자기들 멋대로 끌고 온 것이지 않은가. 그 이전에는 무당이었던 원주민을 조종까지 했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시우는 자신의 눈앞을 가득 채운 검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우씨!"

"정신이 드십니까?"

"괜찮아요?"



그 검정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들리는 동료들의 목소리. 그리고 시야가 완전히 회복되자 보이는 건 머리뼈가 완전히 박살이 나 있는 해골 하나다.



정말로 깔끔하며 말끔한 해골



사람의 형태로 보이는 시체에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하기는 좀 그런데,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꼼꼼하게 살을 발라내고, 피를 씻어서 말린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기억 안 나시나요?"

"기억요?"



자신의 기억이라고 해 봤자, 검정만 가득한 공간에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1시간 정도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한 심연의 지성체들의 험담을 듣고,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한 다음 쫓겨난 게 전부다.



그것을 생각하고 말하려는 순간 시우의 혀가 굳었다.



이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지식이다. 그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자 적운흉풍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대충 심연에 관련된 일이라면 조용히 하는 게 맞다는 눈치다.



아직까지는 그런 눈치를 알리가 없는 카닌이 시우에게 말했다.



"적운흉풍이 시우 씨를 지키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우리를 시우 씨로부터 지키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아래층에서 침착하게 벌레들을 막으면서 버티고 있던 일행에게는 별 다른 위기가 없었다. 벌레들의 압박이 상당히 심하기는 했지만, 카닌과 조엘 시몬의 마법과 워낙 극상성이었던 탓이다.



그렇게 수비를 유지하던 도중 일행은 갑자기 모든 벌레들이 비를 맞은 진흙처럼 녹아내렸다고 한다. 아마 그때쯤 시우의 장타가 무당이었던 상대의 머리를 내리찍은 때이리라.



"일단은 시우씨를 믿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잖아요? 그래서 위로 올라갔죠."



이런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는 듯이 살짝 당황한 적운흉풍과 진흙을 뒤집어쓴 무언가였다.



"진흙이라."

"옅은 것이 연기같기도 했어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진짜 기억 안 나세요?"

"제가 기억나는 건 이마에 손바닥이 닿는 순간 시야가 새카맣게 물든 게 전부라서."



그 사이에 진흙에 파묻혔다는 말인가. 멋대로 초청한 것도 그렇고 참 가지가지도 한다.



"그래서 다가가니까 적운흉풍이 막더라고요. 왜 그러나 싶었는데"

"싶었는데?"

"조엘씨가 마법을 쓰기 위해서 검으로 겨누니까 시우씨가 노려봤어요."



정확하게 노려봤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온몸이 진흙으로 덮였기에 눈을 볼 수 없었으니까. 단지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려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으로 고개를 돌렸구나 하고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은 조엘 시몬뿐만이 아니라 주변을 잔뜩 덮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카닌이 애매한 표현을 썼던 것이다. 적운흉풍이 시우를 지킨 것인지, 시우로부터 주변을 지킨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이다.



"거기서 하루 정도가 지났어요."

"하루요?"

"네. 시우 씨가 느끼기에는 얼마나 지났나요?"



절대로 찰나는 아니다 체감상으로는 못해도 며칠은 있었다. 이건 자신의 시간 감각이 뒤틀렸다기보다는, 그 공간에서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고 봐야 한다.



거기서 배를 째고 버티는 게 시우만 있었을 건 아니었을 테니까. 알아서 배를 째고 버티는, 모르고 배를 째고 버티는 있기는 분명히 있었을 거다. 그에 맞춰서 초청 한번 할 때마다 몇 주고, 몇 달이고 시간을 질질 끌면 그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난처하겠지



그래도 그걸 그대로 말하는 건 여러모로 곤란하다. 본능적으로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직감도 있지만, 일행이 상당히 걱정을 할 테니까.



그렇기에 시우는 적당하게 돌려서 말했다.



"나중에 형하고 카푸스님에게 검사라도 받아보죠. 감각의 혼란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보통 더 심해지잖아요?"

"좋아요. 그 여자도 그 자리에 부르는 게 좋겠네요. 경험만큼은 할아버님보다 많을 테니까."



그 여자라. 블루베리를 말하는 건가. 카닌 또한 블루베리를 엄청 싫어하는 걸 고려해보면 진지하게 걱정을 하는 모양이다.



다른 일행들 또한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를 향해서 애써 멀쩡한 표정을 하느라 시우는 살짝 속이 타들어갔다.



진짜 걱정을 해야 하는 쪽은 시우니까.



맨 마지막까지 남은 이에 따르면 그들은 시우를 직접적으로 건들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건들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여러분들은 괜찮아요?"

"저희야 뭐..."

"솔직히 처음에 긴장한 것에 비해서는 무난했죠."

"천장이 무너지고, 바닥이 꺼질 때만 해도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벌레들이 몰려올 때도 그랬고."

"그런 걸 당한 것 치고는 다들 멀쩡하죠."

"뭔가 이상한 걸 경험한 건 없고요?"



시우의 질문에 살짝 눈치를 살피는 일행. 대충 시우가 진흙에 적셔진 동안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하지만 그거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건 일단 일행에게는 무슨 일이 없었다는 것



그에 일단 안도를 한 시우는 아래로 내려가자고 했다. 여러모로 확인을 할 게 많았으니까.



그리고 시우는 5분 뒤 살짝 굳어있는 표정의 대무당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이것도 환영이라고 말해줘요. 환영 같잖아?"

"저기, 저, 신령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주술은 무당이 죽으면 풀리옵니다."

"그럼 뼈는 어디로 갔죠."

"글....쎄요?"



물 한 방울, 뼛조각 하나 없이 텅 비어있는 돔. 혹시나 싶어서 손을 내밀지만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 허공뿐이다. 하지만 대무당을 재촉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니 그만두는 시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길할 정도의 수상함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쪽으로 돌면서 원래라면 물이 고여있을 4개의 탑 부분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는 상태. 그뿐만이 아니라 그 근처에서 머무르고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괴물들 또한 없었다.



기괴할 정도의 정적이 점점 더 퍼지고 있다. 이만하면 그나마 뼈라도 남은 죽은 무당이 더 신기할 지경. 거기서 더 위로 올라가자 그런 정적을 조금 흩트러졌다.



그러나 그 정적을 흐트러트린 것들은 더 큰 불길함을 선사하는 것들이었다.



"다들 죽어있어..."

"흔적만 보자면 미라가 된 상태로 몇십 년은 지난 것 같군."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내장과 근육이 부풀어 올라서 가죽을 뚫고 나오는 선에서 멈춘 괴물들. 하루 이전까지만 해도 팔팔하게 살아있을 그들은 바짝 말라있는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자세를 보면 죽은 지 몇십 년은 지난 것 같은 형태에 더해서 갑자기 픽 쓰러지듯이 죽었다는 것 또한 추측할 수 있다. 아마도 그 죽음을 동시에 맞이했으리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행 중 시우가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대해서 묻는 이도 없어졌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시우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심연의 지성체들의 모습은 어린아이의 모습. 심연이 본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은 어린 아이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자신을 엿 먹이겠다는 건데.... 마지막의 경고까지 고려해보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든 강화시키겠다는 소리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 이 사람들이 멀쩡하다는 것은 위쪽에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대겠다는 소리.



아마 이 사람 저 사람을 죄다 손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또한 극악의 상황이긴 하지만, 그거로는 시우에게 물리적인 해를 입히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대한 한 사람에게 집중을 해서 가호를 내려준 다음,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자신에게 물리적인 해를 입히려고 하겠지.



그렇다면...



N?



아니, N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 단기간에 침식을 시키기에 N은 너무나도 강하다. 명색이 용이니까. 물론 심연의 가호를 버티는 것에는 정신력도 중요하기는 한데...



시우가 아는 N은 심연의 지성체들이 손시훈을 이길 수 있다고 유혹하면 오히려 더 기겁을 할 녀석이다. 블루베리의 교육으로 정신을 차렸기는 했다만, 본성이 자신의 자존심보다는 생존을 조금 더 추구하는 녀석이니까.



설령 그 녀석을 심연의 지성체들이 억지로 침식시켜도 손시훈에 대한 공포심으로 버틸 거다. 그 사이에 어떻게든 구해주면 된다.



다음으로... 김송현?



아니, 그 녀석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다만 그러기에 김송현은 너무 약하다. 재능이 있기는 하지만... 시우의 안에 있는 심연의 가호는 심연과 그 녀석의 재능 사이의 상성이 별로라는 지식을 주고 있다.



그 외의 나머지들은 안타깝게도 그 김송현만한 재능조차 없는 사람들



철부지가 들었다가는 그래도 내가 자발적 노예인 대학원생들 보다는 낫다고 할 소리지만, 사실이 그렇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위험 리스트에서 하나씩 제거를 해나가던 시우는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를 떠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이를 악물고는 적운흉풍을 향해서 팔을 뻗었다.



"시우씨?"



다급하게 움직이는 시우의 불안함을 제일 민감하게 느끼는지 카닌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그런 카닌에게 적운흉풍을 탄채로 손을 뻗는 시우.



그 손을 잡고 카닌이 적운흉풍에 올라타자마자 시우는 세게 적운흉풍의 허리를 친다. 그에 적운흉풍은 바로 허상화를 발동하고는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상 위로 나오니 보이는 것은 완전한 난장판.



유적 곳곳에 거대한 몽둥이로 때리고, 거대한 칼 같은 것으로 벤 듯한 흔적이 한가득이다. 그나마 크게 다친 사람들은 없어 보이는 게 다행일까.



하지만 위에서 남아있던 일행 중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걸 확인한 시우는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는 김송현을 향해서 말했다.



"바닥에서 뭔가가 올라왔지?"

"...응. 그리고 N을 덮쳤어."

"N을?"

"지금 생각해보니까 함정이었던 것 같아. 위쪽에서 남아있던 무당과 하늬가 도와주려고 그것을 떼어내려고 했는데... N을 덮쳤던 진흙인가, 연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하늬의 몸을 감쌌어."



바로 자신의 뒤에 있는 카닌의 숨이 확 하고 죽는 것을 느끼는 시우다. 그를 두고 김송현의 말이 이어진다.



"벽화에 나온 것 하고는 달랐어. 사람이 된 것 같기는 했는데... 진흙과 연기를 몸에 두르고 있는 상태였지. 그리고는... 그 상태로..."

"그리고는 그 상태로?"

"말했어."



'너희를 죽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걸로 그 건방진 애송이를 처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



"크게 싸울 의지는 없었다는 건가. 그런데 왜 이 꼴이 난 거야?"

"건방진 애송이가 형을 말하는 것 같은데, N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잖아. 자기 딴에는 나름대로 하늬를 제압하고 하늬에게 들러붙은 것을 떼내려는 의도였겠지."



바로 거칠게, 그러나 그 행동 속에 살의는 느껴지지 않아서 막을 여지가 없었다고. 그렇게 주변을 반박살내던 싸움은 갑자기 하늬가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끝났다고 한다.



"방향은?"

"저쪽이야. N이 카닌이 확인할 수 있게 표식을 남기겠다고 했어."

"가죠, 카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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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유혹3 +1 21.04.14 57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2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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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유적 21.03.31 2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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