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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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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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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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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바닥 아래2

DUMMY

시험이 끝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죄다 배를 갈라버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대무당을 말리는 것이었다.



하긴 대무당의 입장에서는 망신도 그런 망신이 따로 없었을 거다. 오답들 사이에서 서로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는 꼴은 한심 했겠지. 거기다가 이미 시우를 알아보지 못해서 한번 무례를 범했던 입장 아닌가.



여러모로 낯이 불처럼 뜨거울 텐데, 거기에다가 기름을 집어넣는 N이었다.



<이게 다 자손들이 귀엽다고 오냐오냐 해주니까 일어나는 일인 거야.>

"야"

<아니,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는걸?>

"너... 선조들의 영이라는 게 보이냐?"

<보이니까 하는 말이지. 그럼 내가 누구처럼 눈치 없이 내뱉었겠어?>



보이고, 대화를 들어서 한 말이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건 시우도 짐작이 되는 바가 있었으니까.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꿈틀거리던 대무당. 그 기색은 단순히 화가 치솟아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자기 딴에는 위로지만, 오히려 열불이 더 터지는 말을 계속해서 듣고만 있는 것 같은 반응



이걸 시우는 단순히 분위기만 느낀 모양이지만, N은 직접적으로 보고 들은 모양이다.



그것이 확인되자마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착 가라앉는다. 동시에 시우는 선조의 영이라는 것에 대한 기척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정곡이 찔렸다는 듯한 부끄러움과, 그걸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하냐는 원망이 말이다.



정작 N은 그것을 간접적 느끼고 있을 걸 넘어 직접적으로 보고 있을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 그리고 그는 단호하게 대무당에게 말했다.



<말이 선조의 영이지, 사실 저들 중 몇몇은 너보다 어리잖아. 그렇지?>

"저기... 네..."

<자신은 윤회해서 살아있고, 상대는 죽어있으니 말을 하기 힘든 건 잘 알겠어.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해. 이미 신령님께 실례까지 저질렀는데도, 몇몇은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려고 하잖아. 지금 무당들의 상태가 엉망인 건 걔네들이 단련을 게을리했기 때문도 있지만, 쟤네들이 오냐오냐 해서 느긋하게 풀린 거라고.>



그리고 자신이 아는 예시를 말해주겠다는 N. 그에 김송현의 눈이 번뜩였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싶었던 것이다.



이런 김송현을 정말로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 다음 N이 우선 꺼낸 이야기는 이본 보네르의 이야기였다. 그에 우리 철부지가 안도를 하려는 찰나 N은 이때라는 듯이 말했다.



<저기 저 철부지를 봐도 알겠지만, 말을 한다고 해서 빨리 고쳐지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야 해. 말을 했기에 그나마 저 정도로 고쳐진 거라고.>



이를 꽉 악무는 김송현. 하지만 방금 움찔거리고, 안도까지 해버려서 딱히 할 말이 없다. 그 모습을 차례대로 전부 확인한 대무당에게 N은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정리해봐.>

"문제의 원인을 모두 고쳐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 살만큼 살아서 알겠지만, 저기 입 삐죽 튀어나온 녀석들의 태도를 고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돼. 한 세대는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고. 알겠어?>

"네..."



이렇게 채찍을 쳤다면 당근을 줄 시간. 이제 바로 탐사인데, 너무 분위기가 축 늘어지는 것도 그렇다.



"그래도 모두가 좀...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지 않았습니까? 위기가 기회라고, 덕분에 확실히 자질이 있는 무당을 둘이나 찾지 않았습니까?"

"수십 중에 고작 둘이라니. 신령님께 계속해서 폐를 끼쳐서 죄송할 뿐이옵니다..."

"지금부터라도 잘해나가면 되지요. 삶이란 건 원래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자, 그럼 가봅시다."



다시 원시적인 시멘트로 막혀있는 입구의 앞으로 가자.



뚫으려고 한다면 힘으로 뚫을 수도 있다. 원래부터 늪과 같은 땅에서 살던 N에게는 간단한 일. 하지만 그 너머에 뭐가 있을지 우선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그 때의 일을 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최선이다.



<한 번 물어봤는데, 무당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부족들의 비밀이라는 개소리를 하더라고. 그래서 무당을 데려왔다. 바깥의 소동도 봤지?>



이러고도 허튼 짓을 하면 그냥 영들을 죄다 잡아먹겠다는 위협을 하는 N. 평상 시라면 슬슬 제지를 해야겠지만... N이 말한 대로 현재 무당들의 자질로 인한 소동을 생각해보면 지금 N의 거친 언행은 필요악이다.



그렇기에 허공에서 도와달라는 듯이 자신을 향해서 쏟아지는 시선에도 시우는 담담하게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시우 형에게 기대해도 소용없어. 시우 형은 말이야, 부드러워 보여도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구분은 엄청 잘 되는 사람이거든? 좋아. 뭐 내가 진짜로 잡아먹으려고 하면 말리겠지. 그런데 그 대신 너희 중 진짜 악질들 몇몇을 찢어버린다고 하면 그건 내버려 둘걸?>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과거에 죽은 사람들의 자존심과 만족을 위해서 산 사람의 미래를 막는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잡귀나 마찬가지니 안타까워도 퇴치해야 한다.



이를 알리자 협조적으로 나오는 선조의 영들. 그렇게 시작한 과거의 이야기들은 벽화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감이 있었다.



이 유적에서 그 어떤 부족에도 속하지 않던 소년과 소녀들이 종종 나왔다는 것. 그 소녀와 소녀는 평범한 이들에 비해서 몇 배나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 능력을 쫓던 한 부족이 이 유적을 차지했다는 것. 그리고 유적의 힘을 끌어와서 주변의 모든 부족을 평정하려는 찰나, 부족민의 상당수들이 괴물이 되어버려서 몰락했다는 것



마무리는 주변의 모든 부족이 힘을 합쳐서 괴물이 되어버린 부족을 제압하고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봉쇄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혹시라도 힘을 탐할까 하여 공동 봉쇄구역으로 지정을 한 채 앞서 말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묻어버렸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제압요?"

"그때를 기억하는 선조님의 말에 따르면 그렇사옵니다."

<즉 전부 죽였다는 게 아니라. 대충 여기로 밀어 넣고는 묻었다는 거네?>

"네? 잠시만... 그렇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중요한지요?"

<중요하지. 일단 저 아래에는 망령이 되어버린 원주민들과, 아직 죽지 못한 채 살아있는 괴물들이 있다는 건 확정이니까.>



물론 전부 바깥쪽에서 죽이고, 악령은 퇴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안심은 할 수 없다. 어디론가 빈 구멍이 뚫려서 작은 짐승들이 들락날락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차원의 이야기. 반면에 방금 대무당의 입을 빌려서 해 준 선조의 말은 반쯤 확정적인 이야기다.



"예?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잡귀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만하면 다 굶어 죽지 않았을까요?"

-심연의 힘은 그 상태에서 버티는 데 탁월한지라.



그냥 바로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수준은 낮겠지요. 아래쪽의 힘싸움에서 밀려난 망령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옵니다.

"불행중 다행인가?"

-아마도요.



좋다. 그럼 대비하자.



우선은 봉쇄가 풀리는 순간 일시적으로 풀려날 망령의 무리를 대비해서 결계를 설치한다. 비유하면 일종의 그물, 아니 그보다는 통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물고기들을 유혹할 미끼, 즉 떡밥이 필요한 법. 그에 손수 떡밥 역할로 나서는 시우였다.



비적합자인 자신은 얼핏 보면 망령들에게 아주 손쉬운 먹잇감일 테니까. 이미 관자놀이, 볼, 목덜미에 진흙도 발랐으니 이론상으로는 훌륭히 검증이 되어있다.



시우의 이 말에 살짝 기겁을 하는 아눕롤과 대무당. 이론은 옳지만 위험하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이 보면 볼수록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둘을 설득하는 논리는 좀 치사한 논리다. 자신을 못 믿겠냐는 말. 그에 마지못해서 수긍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좋아."



준비는 끝났다.



이 세상의 무당들이 펼친 주술적 그림, 지구에서 연구된 마법진, 그리고 또 다른 한 세상에서 최고의 마법사 일족 출신인 카닌의 마법진.



화려하게 겹쳐진 안쪽의 한쪽 구석에 시우가 서 있다.



처음 온 대무당의 모습처럼 속이 살짝 비칠 정도의 천 한 겹을 두른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무방비한 모습. 그 상태에서 내공을 끌어올리자 아눕롤은 그나마 진정을 하고 있지만, 대무당은 신령님이 제물과도 같은 꼴이라면서 더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이를 두고 두 무당이 천천히 선조 무당들이 걸었던 주술들을 해제한다. 그러자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었던 진흙이 촤르륵 녹는다. 그렇게 진흙들은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흙탕물처럼 사라졌다. 내부가 꽤나 넓은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묵묵한 대치상태가 이어진다. 그 대치상태를 처음으로 깨트린 건 김송현이었다.



"이거 모르겠는데? 어쩌면 언제나와 다르게 재수가 좋아서 안쪽 깊숙하게 한 둘만 있는 거 아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입구에서 검은 연기의 뭉치들이 분수처럼 터져 나오며 위로 솟구친다.



"아! 이제 알겠다! 언제나의 시우형답게 재수가 없... 억!"



좀 작작하라는 듯이 김송현의 머리를 퍽 하고 치는 하늬. 대충 식판이나 쟁반같은 넓찍한 철판에 맞은 충격이겠지.



힐끗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다시 돌린다. 그렇게 보이는 모습은 장관이라면 장관. 자연스럽게 넓게 퍼지는 연기처럼 자유를 되찾으려던 망령들은 유리벽에 가로막힌 듯이 위로만 솟구치고 있다.



3중으로 펼쳐진 마법적 장벽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주변의 투명한 벽에 막혀가며 위쪽으로 계속해서 솟구치는 속도가 서서히 줄어든다. 그리고 뒤늦게 시우를 발견했는지 그들은 몇몇 덩어리로 뭉치면서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몸! 몸이다!

-버려진 몸뚱아리야!

-살아있어! 신선해!


"이, 이 불경..."

"쉿!"



반사적으로 뭐라고 외치려는 대무당의 입을 빠르게 카닌이 막는다.



덕분에 적절한 수준으로 자극을 한 것 같다.



만약에 시우만 덩그러니 있었다면 약간의 의심을 했을 것이다. 갑자기 풀려난 상황도, 풀려난 자신들을 막는 주술도, 그리고 아무런 주술적 보호도 없이 자신의 앞에 덜렁 나타난 몸뚱아리도 수상함 투성이니까.



하지만 적절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무당이 성급한 망령들에게서 솟아나려는 의심을 지웠다.



사람에 궁지에 몰리면 자기 편의에만 맞춘 시나리오를 짜내지 않은가.



무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나의 축복을 받지 못한 몸뚱아리가 의식에 끼어든 것. 즉, 극한의 행운이 맞물린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 기회를 잡고자 시우에게 달려드는 망령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자신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주술은 시우에게 향하는 길에도 쭉 이어져 있으니까. 입구는 가면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다.



그렇게 우루루 몰려간 망령의 덩어리들은, 어느새 시우의 앞에서 일렬로 쭉 줄을 선 꼴을 하고 있다. 그 중 제일 앞에 있던 망령의 뭉치에서 기괴한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아마도 자기 딴에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뱉은 것이리라.



그 환호성이 흩어지기 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소림-항마십삼장(降魔十三掌)-1타

2타

3타



시우가 손바닥을 한번 내지를 때마다 생명력이 내공으로 바뀌고, 그 내공에 항마의 개념이 덧씌워져 방출된다.



...5타

6타

7타...



하나씩 하나씩 성불에 가까운 개념으로 퇴치를 하는 시우. 지금은 강력한 일격 대신 차례대로 상대를 해줘야 하니 항마복호장(降魔伏虎掌)보다는 항마십삼(十三)장이 더 제격이겠지



..8타

9타

10타

11타... 끝



2개의 초식을 남겨둔 시점에서 망령의 무리는 깔끔히 제압되었다. 아직 뿌연 연기들이 완전이 흩어진 건 아니지만... 잡귀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수준으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



이렇게 정리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저 바닥 아래로 내려갈 차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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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바닥 아래5 +1 21.04.08 3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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