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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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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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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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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불청객1

DUMMY

처음에는 힘차게. 하지만 그 힘차게는 불길함을 억지로 떨쳐내기 위해서 불어넣은 것이다. 그렇기에 밀림 속을 달려 나가던 분위기가 우중충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시우의 머리에서는 안 좋은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거기에 심연의 가호는 별 쓸데없는 도움을 주고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 일이 좋게 풀린다면 하늬는 심연의 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좋게 풀리지 않는다면 반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어떻게 되든... 시우씨 잘못은 아니에요."



암울한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의 몸을 카닌의 양팔이 감싼다. 그 상태로 시우에게 속삭이듯이 카닌이 말했다.



"먼저 고백 하나 해도 될까요?"

"뭔대요?"

"계속해서 안절부절못하기에 시우씨에게 마법적인 검사를 했어요. 비적합자라고 하더라도 마나의 계약이나... 그런 건 할 수 있으니까요."



살짝 가슴이 뜨끔거린다.



폭을 아주 넓게 보면 자신은 지금 계약이 된 몸이다. 심연이라는 거대한 존재에서 힘을 끌어올 수 있는 상태이니까. 지금 그것을 지식이라는 형태로 알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에 가슴이 쿵쿵거리는 시우. 평범한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카닌은 시우의 심장이 쿵쿵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 그녀는 적운흉풍을 탄 상태로 시우를 꽉 껴안고 있는 상태니까.



"다시 말하지만 시우씨에게 잘못은 없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시우씨에게는 아무런 계약의 징조도 보이지 않으니까요."

"저기..."

"저도 나름대로 지구 기준으로 A랭크 적합자에요. 그런 제가 잡아내지 못할 계약이라면... 더더욱 시우씨의 잘못이 없죠. 사기꾼이 잘못이지, 속은 사람이 잘못이에요?"



사기꾼이 잘못이지,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 그런 말을 들으니 불안감에 쿵쿵거리는 가슴에 조금 진적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우였다.



"고마워요."

"그렇다면, 우리 딸이나 구해낼 생각을 하죠?"

"우리 딸?"

"당연히 하늬죠. 시우씨와 저의 딸."

"경태형이 굉장히 섭섭해할 말인데.... 솔직히 저보다는 경태형이 하늬랑 더 많이 지냈잖아요?"

"괜찮아요, 많이 지냈다고는 해도, 사실 하늬를 거의 기른 건 저니까. 그리고 시우씨는 하늬를 직접적으로 구한 사람이잖아요?"



마경태가 들으면 대성통곡을 할 말이다. 그래도 그런 말을 듣고 있으니 속이 상당히 편안해진다.



그래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심연의 지식에 따르면 자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 꼼수를 부린 심연의 지성체들이 나쁜 거지.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자신의 잘못은 없다.



그 생각과 함께 적운흉풍의 허리를 허벅지로 치는 시우. 그리고 그는 곧 N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격돌이 있었던 사원처럼 엉망이 된 모습.



격돌의 중심이 된 바닥은 완전히 늪이 되어 있다. 원래라면 하늘 높이 솟아있었을 나무들이 거의 바닥에 가라앉아서는 나뭇가지의 끝만이 간신히 뻘과도 같은 진흙에 나와 있다.



그리고 그 뻘의 바깥은 바람의 칼날이 거대한 낫처럼 뭉텅 베어버린 상태. 그런 배경에서 꽤나 상처를 입은 N은 진흙과 연기에 뒤덮인 사람 형태의 무언가를 그저 노려만 보고 있다.



실루엣은 작은 소녀의 모습. 특이점이 있다면 팔 부분이 널찍한 것이 소매가 넓은 옷을 입은 것 같기도 하고, 날개 같기도 하다.



그 진흙에 뒤덮인 무언가는 시우를 보면서 능글맞은 목소리를 꺼냈다.



=어때?

"X같네요. 전 분명히 필요한 예의를 다 갖추었습니다만?"

=세상이 그 뭐였지...?

=교과서, 맞나?

=맞는 것 같아.

=그걸로 가자.

=좋아. 그 교과서 같은 이론만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우리가 어떤 존재인데

=당연히 그 이상의 예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당신들도 결국 일반적인 세계에 의존하는 필멸자처럼 심연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존재지. 그런 당신들의 노예가 되라는 소리인가?"

=아무튼 우리는 일반적인 필멸자보다는 우월한 존재이니까.

=꼰대 놈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건 그 꼰대들의 사정이지.



뻔뻔하기는



그를 보면서 이를 악무는 시우를 잠깐 바라보는 N이었다. 그런 N에게 시선을 맞대자 N은 시선을 황급히 피한다. 그런 N에게 카닌이 단호하게 말했다.



"실례인 짓은 하지 마."

<안 해. 누구와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시우형의 잘못이겠어?>

"아니. 혹시라는 것이 있으니..."

=소용없다, 필멸자.

=지금 이 행동과 건방진 네놈의 상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아니지, 아주 없지는 않지.

=우리의 성의를 상당히 무시했다는 것.



혹시나 싶어서 N에게도 검사를 부탁하려는 시우. 그를 단호하게 차단하는 심연의 지성체들이다. 그를 향해 시우는 이를 악물면서 적운흉풍에게서 내렸다.



"시우씨?"

<형?>

"이게 더 낫습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지금은 적운흉풍에 타서 화력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저 상태는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초청한 손님이 해를 입게 하지 않는, 배려라면 지랄 맞은 배려가 있으니까.



대신에 초청한 이들은 손님의 육체를 나름대로 시험해 볼 수 있다. 일종의 체험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저건 특수한 방법을 쓰지 않는 이상 죽어도 못 뚫는다.



다행이라는 건 저쪽도 일방적으로 못 때린다는 것. 저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방어에 대한 반격뿐이다.



그래서 적운흉풍이 다른 이들이 시우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걸 막았던 것이다.



여기서 지금만 해당하는 예외가 있다면 시우뿐. 저쪽이 대놓고 규칙을 어기고 있기에 시우와 심연에 반쯤 먹혀있는 하늬 사이에서는 평범한 공방이 성립한다. 그러니까...



"최대한 지원 마법으로. 직접적인 공격은 삼가세요."

=꼴에 가호를 받았다고 뭐라도 된 것 같나?

=벌써부터 우리에 대해서 꿰뚫어 보듯이 아는 행세로군



대답 대신 자세를 잡는 시우. 그런 시우에 맞서 검은 진흙과 연기에 뒤덮인 하늬 또한 자세를 잡았다.



그냥 팔을 들어 올린 자세가 아니다.



손날을 휘두르는 자세를 중점으로 한, 공격과 방어가 적절하게 배분이 된 자세. 내공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나름대로 무공의 형식이 잡혀있는 자세다.



이 자세에 살짝 움찔거린 시우였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자신 또한 그렇지 않았던가. 입으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들은 미리 시우의 생각을 대충 알고 있었다. 비슷한 원리로... 하늬가 주변에서 봐 왔던 무공의 겉 형태를 대충 흉내 내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내공은 없는 반쪽짜리라고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모자란 내공을 마나와 심연의 가호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 이미 잘려나간 유적과 바위와 땅, 그리고 N의 상처가 그것을 충분히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시우가 직접 경험해볼 차례라는 듯이 진흙과 연기에 뒤덮인 팔이 크게 휘둘러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칼바람이 시우를 향해서 매섭게 날아왔다.



이걸 금강불괴로 받아낼 수 있겠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다. 피할 수 있는 공격은 최대한 피해야겠지. 그렇게 스치듯이 피하려는 찰나, 시우는 칼날과도 같던 바람이 뒤틀린다.



"!!"



순식간에 수십 개의 손이 잡아끄는 것처럼 시우의 자세가 뒤틀린다. 그 모습에 N의 입술 사이에서 살짝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자신을 상대로는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급스러운 수단이 튀어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그런 N의 앞에서 시우를 향해서 빠르게 날아 차기를 하는 하늬.



도약한 발걸음은 분명히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깔끔하게 허공을 미끄러지듯이 날아온다. 그걸로 시우는 하늬의 증폭된 재능이 뭔지를 빠르게 눈치챘다.



자신이 바람을 직접 일으키기보다는, 주변에 이미 흐르고 있는 공기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다. N과 대치를 했을 때에는 출력으로 밀어붙이느라 이런 섬세함이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원래는 이런 쪽에 더 최적화가 되어 있겠지.



이 분석을 하는 동시에 빠르게 내공을 움직여 금강불괴가 펼쳐진 팔뚝을 들어 올린다. 그런 시우의 팔뚝에 하늬의 날아차기가 제대로 꽂혔다.



"큿"



금강불괴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팔뚝이 욱신거린다. 일반적이라면 팔뚝의 방어를 깨트리는 것을 넘어서 갈비뼈까지 파고들 발차기가 파고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 고통에 정신을 못 차려서는 곤란하다. 발차기에 이어서 공중에서 자세를 다잡으면서 공격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날개를 휘두르는 것 같기도 하고, 손날을 휘두르는 것 같기도 한 무언가가 시우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그 기세도 기 세다만, 소리로 더 심각한 것이 느껴지는 시우. 팔에 휘감긴 공기가 빠르게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일종의 초음파 절단기와 비슷한 원리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금강불괴로 막으면 곤란하다. 단순하게 내려치는 손날은 막겠지만, 덜덜 떨리는 공기가 서서히 팔을 갈아버릴 거다.



그렇기에 빠르게 내공의 형태를 바꿔서 홍류선법을 펼친다. 그리고 시우의 팔과 하늬의 팔이 닿자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기!기!기!기기기기기긱!



김송현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폐차장 절단기에 뭐 잘못 끼었을 때 나는 소리인데'



갈려고 노력하지만 갈지 못하는 소리. 그것이 시우와 하늬의 팔이 부딪힐 때마다 연달아서 공기의 틈 사이로 터져 나온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데 이 소리를 정면에서 맞으면서 팔을 휘두르는 입장은 말할 것도 없다. 아직 큰 상처는 없다고 해도 진땀이 줄줄 흐르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 시우에게 비웃는 목소리들이 추가적으로 쏟아졌다.



=강기라 머리는 쓰고 있네

=좋아! 그냥 맥없이 당해주면 재미가 없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우리의 성의를 이 아이가 받든 받지 않든

=눈을 뜨고 본모습이 토막 난 아빠의 모습이라니!

=네가 그 표정을 보지 못한다는 게 참 안타까워.



"헛소리"

<누구 마음대로?>



비웃는 목소리를 끊어내며 시우의 말대로 적절하게 지원 마법을 시전 하는 카닌과 N.



얼핏 보면 시우의 몸을 감싸는 물줄기가 방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우의 움직임은 확실히 더 나아져 있다. 시우의 몸을 감싸는 물줄기들이 이리저리 휘감기는 바람의 방해를 끊어낸 덕분이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마법을 더 발동시키는 두 사람. 시우와 하늬의 주변을 감싸는 거대한 물의 방벽이 만들어진다. 안과 밖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니 이러면 꽤나 힘을 차단할 수 있다. 하늬에게 직접 마법을 쓰는 것도 아니니 특별한 반격도 불가능. 그렇게 하늬의 팔에 감긴 서늘한 소리가 조금 잦아든다.



동시에 시우는 불편한 심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불편한 심기를 더 불편하게 하기 위해 시우는 몇 마디를 더 덧붙여주었다.



"하늬를 어떻게든 네놈들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손끝도 못 댈 텐데, 어쩌나."

=말이 씨가 된다는 소리 아나?

"씨가 된다고 하기에는 그 너머에서도 시간이 좀 질질 끌리고 있는 것 같은데?"



경험해봐서 안다. 하늬 또한 나름대로 심연의 안쪽에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모양. 원래라면 진작에 끝났어야 하는 초대가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 자신이 한층 더 난장판을 만들고자 손을 뻗는 시우. 그 손이 하늬의 이마에 닿았다.



=지금 뭐 하는 것이지?

=너의 기회는 끝났어



그렇다. 시우의 기회는 끝났다. 그 초대는 한 영혼당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빡빡하게 따졌을 때 그런 거라고 심연의 가호가 속삭인다. 나름대로의 꼼수가 있다고 말이다.



복제가 됐지만, 시우의 영혼과 손시훈의 영혼은 엄밀히 따져서 별개의 영혼. 그것은 시우가 나름대로 각성을 하자마자 손시훈과의 연결이 끊긴 것으로 증명이 된 상태다.



심연의 기준에서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 영혼은 손시훈의 영혼도, 손시우의 영혼도 아니다.



그러니까 그 영혼의 몫으로 파고들 수 있다는 것. 첫번째 초대는 손시우의 영혼을 초대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이 가능할 것 같은...!



가능하다. 그렇게 믿는 순간 시우는 자신의 시야가 다시 검게 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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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불청객2 21.04.19 39 2 13쪽
» 불청객1 21.04.16 2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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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유혹3 +1 21.04.14 57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2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4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2 1 13쪽
257 유적 21.03.31 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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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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