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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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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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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혹

DUMMY

"난 벌레가 진짜 싫어."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이 말을 한 이유는 일행의 주변에 우르르 몰려온 벌레들 때문이다. 크기부터가 주먹만 한 개미라고 해도 역겨울 텐데, 거기에 더해서 사람의 몸 조각이 붙어있는 살인 벌레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벌레를 싫어하게 될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벌레를 싫어할 정도의 상황적 여유는 있다는 것. 바닥이 무너지고, 천장이 무너졌지만 일행의 큰 피해는 없다. 시우도 살짝 놀랄 정도의 반응속도로 조엘 시몬이 방어 마법을 전개했으니까.



날개와 광배를 전개하며 검을 바닥에 내리꽂는 그 모습은 진짜로 천사가 영혼에 깃든 성기사의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대무당과 그를 보조하는 한 무당의 주술이 더해졌다. 워낙 급하게 발동한 주술이었지만 떨어지는 천장을 그나마 덜 단단하고, 덜 무겁게 만들기에는 충분하게 말이다.



이 과정을 거쳐서 일행을 깔려죽는 대신에 자신들의 주변을 감싸는 벌레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일단은... 카닌이 빠르게 얼음을 흩뿌려서 접근을 차단하기는 했다. 열대 지방에 사는 벌레니 얼음이 특효긴 하겠지. 어린 무당도, 경험 많은 대무당도 살짝 신기한 눈치니까.



그리고 위쪽에서도 살짝 당황하는 기미를 느낄 수 있는 시우였다.



"이거..."



좀 전의 경계심과 비슷한 분위기. 그러니까 색은 달라도, 색을 칠하는 도구가 같다는 점에서 오는 비슷한 느낌이란 게 있지 않은가. 딱 그 느낌이다.



그것이 좀 전에는 지금 일행이 떨어진 이 층에서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보다 한참 위에서 느껴지고 있다.



"...몸을 식물처럼 바꿔서는 3층에 가깝게 퍼져있던 건가?"



제일 아래층. 일행이 있었던 위층, 천장이 무너진 위의 위층까지. 거기까지 느낀 시우의 옆에서 조엘 시몬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건넸다.



"최악의 경우만 아니라면 좋겠는데요."

"제가 경험이 없어서... 최악의 경우가 뭐죠?"

"본체가 죽어도 원격개체가 남아 있으면 부활하는 경우입니다."



조엘 시몬의 그 말에 위로 올렸던 고개를 내리고는 다시 주변을 살펴본다. 그와 함께 시우는 이 상황이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몇몇 탐험 영화를 보면 일행의 주변을 가득 채운 살인 벌레들과 마주하는 장면 있지 않은가. 딱 그 느낌. 그런데 이것들 중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부활을 한다고? 그럼 벌써부터 도망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거대한 개미와도 같은 벌레들의 몸에 붙어있는 몸 조각들은 가지가지. 그것들이 뭉쳐서 사람이 되는 것은 역겨운 것과는 별개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필 원래 바탕이 되는 그 식물도 본체인 식물이 죽으면 원격 개체인 개미가 씨앗처럼 새로운 식물로 자라난다고 하니까.



상대하는 것도 상대하는 거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진짜 최악이다....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요?"

"그래도 일단은 본체라는 것이 있으면 그것부터 무력화를 해야겠죠."



하긴 본체가 도망치는 것과 원격 개체가 도망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 완벽하게 처리를 못한다면 그거라도 해야 하겠지.



"그럼 할아버님에게 맡기죠. 명색이 '호수를 삼킨 마법사'니까, 이 아래를 물로 꽉 채우고 얼려버리는 건 일도 아닐 거예요!"



일리가 있다. 비적합자라 마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시우가 생각해 봐도 좋은 방법 같다. 얼음의 근처에도 오지 못하는 벌레들이라면, 얼음 속에 파묻혔을 때의 결과란 뻔한 거겠지.



이 말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치 물총을 쏘는 듯한, 하지만 핵은 절대로 물이 아닌, 살짝 연한 노란색의 액체를 쏘는 공격. 속도도 바위를 뚫을 정도로 날카로운 데다가, 헌터들이 막아내자 시큼한 식초 냄새가 잔뜩 퍼지기 시작한다.



단순한 빙초산이면 좋으련만... 사람 손목과 목덜미를 날릴 턱을 가진 벌레가 쏘는 것이니 훨씬 더 지독한 것이겠지. 직접 닿는 것은 물론이요, 공기로 흡입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를 빠르게 짐작한 대무당은 지시 없이도 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러나 식초 냄새가 가라앉는 것도 잠시, 대무당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보이지 않은 주먹에 머리라도 맞은 것처럼 말이다.



좀 전의 변환술도 그렇고 상대도 역시 훌륭한 대무당이다.



결국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는 이 상황에서 위로 올라가서 싸울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시우. 하지만 이건 거꾸로 살펴보면 자신에게 잘 된 일이기도 하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에게 카닌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껏, 잔뜩 날뛸 수 있겠네요, 시우씨"

"그러게요."



일행들과 거리가 벌려진다면, 마법 저해 효과가 있는 홍류선법을 마음껏 쓸 수 있다. 어차피 원래부터 주 전력은 자신이 될 게 아니었던가. 뭔가 과정이 빙글 돌기는 했다만, 원래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하게 된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팔에 힘을 실어서 적운흉풍에게 뻗는 시우. 이 신호를 바로 받으면서 적운흉풍은 시우의 팔을 물고, 빙글 돌리며 자신의 허리 위에다가 기수를 앉힌다.



딱 봐도 뭔가 하려는 모양새. 그걸 저지하고자 몇몇 벌레들이 뭉치더니 뒤섞인 고기 조각들이 합쳐져서 손들이 만들어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각난 고기 조각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운 손이다. 딱 손만 바라보고 있자면 그 어떤 역겨움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더니 바닥과 천장이 무너지면서 부서진 잔해들이 위로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겉 껍데기는 돌조각이지만, 속의 구성 성분을 가벼운 공기로 바꾼 모양. 떠오르는 모양새가 딱 풍선의 그것이다. 그렇게 일행이 밟고 있는 일무 잔해들을 제외하고는 위로 올라가 귀신같이 틈이 메궈진다.



하지만 적운흉풍의 허상화 앞에서는 부질없는 짓



가볍게 허상화를 전개하면서 바로 두 개의 층을 돌파한다. 그리고 시우는 마침내라고 할만한 상대와 마주할 수 있었다.



"..."

"..."



마주하고 있는 것은 몸 곳곳에 풀 줄기가 피부를 뚫고 돋아난 상태의 소년. 하지만 내장이 피부 가죽을 뚫고 나온 끔찍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불완전하기는 해도 계속된 심연의 가호를 버텨냈다.



완전하게는 아니다. 시우의 본능이 말해준다. 먹히기는 먹혔다고 말이다. 풀 줄기가 몸을 뚫고 나온 것은 둘째치고, 그 풀 줄기와 아래쪽의 벌레들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하게 공격, 방어 이 정도의 명령만 가능할 뿐. 평범한 사람으로 따진다면 팔을 휘두르는 것은 가능해도, 손이 주먹을 쥘지, 장타를 칠지, 손날로 벨지는 모른다는 거다.



하지만, 어쨌든, 팔을 휘두르는 것 자체는 명백히 본능에 휘둘리지 않고, 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동. 이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삼켜지지 않았다.



대무당이었던 짐승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대무당이라는 말.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적이다. 그에 머릿속에 생각했던 상대법을 살짝 수정하던 시우는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아있@ 몸&* 신령^ 경지* 닿^ 긍지% 있# 것 같* 전사@ 이름& 뭐#?"



곳곳이 깨져 있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아먹을 수 있는 목소리다. 대충 이름을 묻는 거겠지.



물론 대답을 할 이유는 없다. 대무당이 알려준 무당의 주술 중에는 저주도 있었으니까. 괜히 빌미를 줄 필요는 없다. 그렇게 묵묵히 있는 시우에게 뒤틀린 무당은 깨진 목소리를 묵묵히 이어갔다. 대충 전쟁을 하고 있으니 목숨을 빼앗아가도 어쩔 수 없다는 내용.



시우도 딱히 기대는 안 했다. 천장과 바닥을 무너트린 시점에서 어찌 됐든 죽일 거라는 악의는 충분히 느꼈으니까.



주변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척도 있고. 칭찬을 통해서 방심을 유도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인 이상 생각해낼 수 있는 당연한 전략이 아닐까?



그렇기에 덤덤하게 기척의 경로를 예상해서 창을 휘두르는 시우. 그러자 너무나도 부드럽게, 미리 대본을 정한 연극처럼 창날이 빠른 화살처럼 쏘아진 바위 조각들을 쳐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놀란 상대에게 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서로 가식은 집어치우자. 이래저래 말을 길게 해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의지는 없잖아?"



이 말에 바로 얼굴에 씐 가식이 지워지고, 악독한 표정에서 험담이 튀어나온다. 도둑놈이 어쩌고저쩌고... 그에 일일이 대답할 의무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한때는 온전한 사람이었으니 말을 끊지는 않고는 최소한의 예의로 들어주는 시우다.



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온다.



진짜로. 서로를 죽이려는 두 사람 간의 살기가 가득 찬 정적. 그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



가볍게 적운흉풍의 허리를 자신의 허벅지로 시우에게는 그저 '2 페이즈'가 떠오르는 모습. 순식간에 피부를 뚫고 나온 풀 줄기가 얼굴을 제외한 온몸을 뒤덮고, 잎사귀 곳곳에서 사람의 주먹만 한 개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에 맞서서 홍류선법의 무지갯빛이 펼쳐진다.



근처에 있는 모두의 몸을 움찔거리면서 반 발자국 뒤로 물리게 만드는 빛. 주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심연의 기운 때문에 화려하게 흩날리는 빛보다 바닥에 깔리는 빛이 반 이상이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 빛이 마법을 찢고 뭉갠다는 것이니



그 빛에 풀 줄기에 파묻힌 소년의 입에서 고함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훌륭$ 빛#*& $$ 이 힘@, 주인님@ 힘# 훔* 수# 없$!"



주인님?



살짝 신경 쓰이는 어휘가 뒤섞였다, 그래도 그 궁금증은 눌러두자. 어차피 저기 심연에 홀려있는 불쌍한 대무당보다는 카푸스나 손시훈이 더 잘 알 테니까.



무시하고 창을 휘두르자. 심연에 뒤덮인 육체고, 의지고 전부다 깨트려야(破) 할 것이니까.



함께 하는 것은 힘을 위한 무늬인 앞에서 뒤로 쭉 이어지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예(霓)의 무늬



홍류선법-예도파(霓跳破)

위타복마검(韋陀伏魔劍)



혼합무공의 성격을 살려, 소림사의 무공에 홍류선법의 이치가 덧씌워진다. 그렇게 날아오는 톱날 과도 같은 벌레들이 통째로 깨트려지고, 썰려져 나간다.



대무당이 아무런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나름대로 신체 강화의 주술을 써서는 자신을 몰아붙이려고 한 것을 시우는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것은 아무리 금강불괴를 전개한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위협적인 것이었다.



맞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기술을 전개하지 않은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맞을 때 위험한 힘이라면 맞기 전에 깨부수면 된다. 창(戈)을 멈추는(止) 것. 그것이 무공이지 않은가.



"너무 오랫동안 틀어박혀 있었어."



딱히 안 틀어박혀 있었다고 해도 무공을, 홍류선법의 힘을 버텨낼 수 있지는 않았겠지만. 창으로 검법을 휘두르고 있지만, 단순히 자신을 물려고 달려드려는 벌레들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나





마나를 아래에 깔아버리는 심연조차 흐트러트릴 정도로 강렬한 빛을 세 번 휘두르자 벌레들이 흐트러진다. 그렇게 적운흉풍을 몰면서 달려드는 시우의 눈에 비치는 것은 이를 악무는 소년의 얼굴이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상황을 맞이한 것에 대한 당황과 분노. 확실히 눈앞의 이것은 짐승보다는 사람에 가깝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까울 정도의 반응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것은 이거라는 생각과 함께 창을 쭉 내지른다. 동시에 시우의 등 뒤에 펼쳐진 것은 홍류선법의 최고 출력을 위한 나비의 날개를 떠오르게 만드는 무늬.



그 날개에서 뒤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앞쪽으로 거칠게 흐른다. 그렇게 역류한 힘은 빠르게 시우의 창대를 타고 흘러서 창날의 끝에서 터지듯이 뿜어져 나왔다.



"허...."



그것을 막은 것은 얇은 팔이었다.



아무리 가죽에서 풀 줄기가 솟아나고 자란 팔이라고 하더라도, 근육이 없다는 점에서는 가냘프다고 할 수밖에 없는 팔. 말을 타고 거칠게 내지른 창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팔은 성공적으로 시우의 일격을 막아냈다.



원래라면 심장을 꿰뚫을 일격을, 팔 한쪽을 날리면서 막아낸 것이다. 말로는 그렇지만 눈으로 보면 한 팔이 완전히 두 쪽이 났는데, 그게 과연 잘 막은 거냐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팔에서 덩굴을 솟아나게 해서는 창을 묶는 걸 보면 그런 것 같다.



이를 마주한 시우의 대응책은 정말로 간단한 것



무기를 못 쓸 것 같으면 무기를 포기한다.


"..."

"왜 그러시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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