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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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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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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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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DUMMY

나름대로 탐사대 팀원들과도 친해진 것 같고. 하루하루 내공 단련도 하고 있다. 거기다가 휴식 삼아서 제네바 관광까지. 비율의 차이도 있지만 이 생활 패턴 자체는 시우나 김송현이나 비슷하다.



이 휴가나 마찬가지인 탐사 준비를 하느라 여러모로 안색이 좋아진 두 사람. 시우는 둘째 치고, 김송현 또한 망설임없이 자신이 최후의 승리자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자신들과는 달리 안색이 완전히 죽은 한 무리의 사람을 보자 살짝 겁에 질린 모습으로 시우에게 말을 거는 김송현이었다.



"저기, 형. 유럽 대학교는 인체 실험도 허용해?"

"뭔 소리야, 우리 나라보다 이런 쪽의 인권은 더 빡빡한데. 허용할리가 있겠냐."

"아무리 봐도 거의 다 죽어가는 사람인데? 죽지 못해서 억지로 살려둔 느낌인데 약이나 마법의 힘을 빌린 것 아냐?"

-계약자여!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저들은...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



아눕롤과 시우의 말대로, 그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한 대학원생들이었다.



"대...학원생?"

-그렇다. 계약자여.

"그 내가 알고 있는 그 대학원생 맞나?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대학원생의 그 대학원생 말이야."

"그래 맞아. 석박사 하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

"석박사?"

-석사, 박사 말이다.

"어딜 봐서? 아무리 봐도 약 잘못 맞은 실험체, 좋게 봐줘도 야근 노예의 모습인데. 뭔가 세련된 느낌이 아니야."

-상당수의 대학원생들은 야근 노예가 맞으니까. 아니 그냥 노예인 것 같기도 하구나.



아눕롤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한 무리의 대학원생들이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이리저리 장비들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를 것 같은 모습으로 딱 봐도 무거 워보이는 짐들을 번쩍번쩍 들어서 옮기고 있다면 김송현처럼 인체 실험을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묘사나 이야기만 듣는다면 그런 식으로 느낄지도 모르겠다만, 내공으로 인해서 민감해진 감각으로 판별하면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



거기다가 김송현에게는 좀 가슴 아픈 이야기다만, 그가 가방끈이 좀 짧다는 것도 감안해보자. 그의 머릿속에 있는 대학원은 나름대로 가방끈이 긴 사람들. 자신은 본인이 말한 대로 세련됐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저런 꼴사나운 모습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김송현을 두고, 시우는 정말로 다행이라는 목소리를 꺼내고 있었다.



"나도 한 때 저런 길을 선택할 뻔했지."

"왜?"

"나는 비적합자니까... 회사에서 똑같은 대졸이면 D랭크 적합자를 뽑지, 누가 비적합자를 뽑겠어? 그래서 대학원을 가려고 생각했었지. 그리고 취업 준비하면서 그때 대학원을 갔어야 했나... 하고 후회한 적도 있고."

-지금은 어떻사옵니까?

"형이 적운흉풍을 주고 안 주고를 떠나서 그 선택을 했다면 후회조차도 못하지 않았을까요?"



후회조차도 하지 못한다라. 확실히 생각이라는 게 없어 보이는 대학원생들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런 소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노예처럼 탐사 준비를 하는 대학원생들을 두고, 저쪽 멀리에서 한 헌터가 까준 통조림을 콕콕 쪼아 먹고 있는 하늬. 그러던 도중 하늬가 잠깐 몸을 풀려고 날아오른 틈을 타서, 한 대학원생이 그 통조림 통을 향해서 다가왔다.



쥐는 모양새를 보니 아직 안에 내용물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도 저걸 먹나 싶어서 경악하는 표정을 짓는 김송현. 그리고 그를 말리는 카닌의 운디네 나이트였다.



-"먹지 마! 탐사 도중에도 대학원생들은 자기가 맡은 분량의 논문 채점 다 할 때까지 먹지 마!"



말려야 하는 건 맞다만, 말리는 내용이 너무 잔인하고 냉혹하다. 그 속사정을 설명해주는 조엘 시몬이었다.



"어쩔 수 없지요. 논문 심사를 통과해야지 졸업을 할 수 있고, 학위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건 좀 심한 게 아닌가요? 제가 게이트 사태 때문에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 못했지만, 인권이라는 게 뭔지는 대충 알거든요?"

"카닌이 며칠 동안 안 보였지 않았습니까?"

"어, 네"

"저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해 주었습니다. 거기다가 논문 수정도 해 줬고요. 그래서 저럴 수 있는 거죠."



-"움직여라! 노예야!"



인생이란 도대체...



카닌도 여러모로 뛰어난 대마법사다. 기본적으로 A랭크 중에서도 상위권의 출력에, 지식으로 따진다면 어지간한 대학교의 교수와 맞먹는다고 할 수 있겠지. 충분히 그녀는 저럴만한 능력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나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저 사람들은 뭔 잘못을 해서 자신보다 훨씬 어린 이세계 소녀에게 노예 운운을 듣고 있는 걸까?



-"졸업하기 싫어? 너희들 시몬 교수님 아니면 더 이상 갈 데도 없는 거 알지?"



.

.



탐사준비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를 맞이한 시우의 소감은 참 복잡한 것이었다.



분위기로만 따지면 극과 극을 달린다. 한쪽은 현대의 진보적인 분위기, 다른 한쪽은 16-17세기의 분위기. 현대인이 노예들을 부리면서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하는 이 분위기를 간단하게 설명하려면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



딱히 시우만 그 모습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아닌지, 상당수의 헌터들의 표정들도 썩 밝지 못하다. 그런 헌터들에게 단호하게 말하는 카닌이었다.



"어차피 저 사람들 탐사에서 자기 논문 주제 탐구도 해야 하니까, 전-혀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어요. 애당초 과부터 다른걸요. 도대체 문화심리학과에서 계획한 탐사에 왜 마도화학과나 마나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이 따라붙는건지..."



카닌의 푸념은 일단 뒤로 두고, 우선 헌터들과 대학원생들부터 구분을 해 보자.



적합자의 기준에서는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절대적인 마나의 양이 차이가 나니까. 전원이 D랭크 적합자, 순수하게 마나의 생산량, 출력, 제어로만 따지면 김송현도 저 사이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그리고 시우의 기준에서도 충분히 구분이 된다. 움직임이 너무 차이가 난다고 해야 하나. 마나도 마나다만 운동 한번 해본적이 없는 티가 훤히 나는 것이다.



거기서 예민해진 기감으로 대학원생들을 구분해내는 시우였다.



심장 박동으로 느껴지는 감정



이리저리 장비를 많이 챙긴 사람일수록 심장 박동이 불안정하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이 심장 박동으로 분출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불쌍하다만, 분명히 그 장비는 윌리엄 시몬 교수의 탐사가 아니라, 자신의 논문을 위한 거겠지. 카닌의 푸념을 다시 가져오자면 전공부터 다르지 않은가. 즉, 이세계 너머로 가면 바로 상상 이상의 짐덩어리가 된다는 소리다.



다른 헌터들도 슬슬 상황 파악이 돼 가는지 불쌍하다는 표정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조엘 시몬은 미리 사과를 건네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은근히 마음이 약하다고 말이다.



그래도 마냥 마음이 약해서 받아준 것은 아닌지, 무언가들을 우르르 이끌고 나타난 윌리엄 시몬 교수였다.



전에 자신이 '그런대로 테이밍 헌터'라고 했었는데, 일단 절대로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체계적으로 골렘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 시우의 눈에는 적합자 테이밍 헌터와 비교가 안 될 수준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조엘 시몬에게 질문을 하는 시우였다.



"혹시 교수님이 부전공으로 뭐, 마도 공학 강의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나요?"

"그럴리가요. 비적합자라서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비적합자..."



비적합자로써, 불가능하다는 건 시우도 알고 있다. 하지만 시우의 눈으로 볼 때 지금 윌리엄 시몬의 모습은 비적합자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복장부터가 그렇다. 평상시의 평범한 복장이 아닌, 살짝 요란한 로브. 이리저리 장식이 되어 있는 것이 우선 컨셉 헌터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골렘들이 어떤 컨셉 헌터인지에 대한 분위기를 확정짓는다. 딱 봐도 단순히 흙으로 빚고, 구웠다고는 볼 수 없는 고급 골렘들이다.



이 모습들을 보고 바로 자신의 결론을 말하는 김송현이었다.



"연금술사 컨셉의 테이밍 헌터인가요?"

"정확히는 연금술사 집안 출신의 학자라는 설정이네."

"설정?"

"나는 비적합자이지 않은가. 아무리 골렘들을 많이 끌고 다니더라도 한계가 있지. 그래서 나름대로 절충을 한 것일세. 내가 스스로 골렘을 만들지는 못해도, 집안이 집안이니 제어는 완벽하게 한다. 이런 식으로."



그리고 연구를 추구하는 피는 속일 수 없어서 문화나 역사 연구를 위한 탐사를 한다. 이런 식으로 현지인들의 경계심을 낮추는 것이다. 그에 너무 요란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김송현.



시우도 그런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윌리엄 시몬 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는 초췌한 꼴로 어떻게든 골렘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는 대학원생들이 있다. 이 모습에 시우 또한 씁쓸한 목소리를 꺼내고 말았다.



"그러니까... 노예 같은 꼴을 자발적 노예 같은 꼴로 보이기 위한 거군요."

"그렇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게 최선이더군."



생기가 쭉 빠져나간 모습으로 휘적휘적 돌아다니는 인간들. 그 인간들의 모습은 지구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김송현도 순간적으로 실험체가 아니냐고 착각을 했을 정도다.



그런 인간들을 이리저리 지휘하고 있는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은 충분히 흑마법사, 혹은 그에 준하는 사악한 무언가로 착각당할 위험이 있다.



당연히 자신들의 주변에 노예를 부리고 있는 흑마법사를 반길 이세계인은 없으리라. 대화를 하기도 전에 다짜고짜 공격받을 수 있다는 거다.



"그게 골렘하고 뭔 상관이지?"

-생각을 해 보거라 계약자여. 보통 잔인한 흑마법사라면 서열 순위가 자신 > 자신의 창조물 > 노예쯤 되지 않겠느냐? 왜, 이런 말도 있지 않느냐. '이거 네가 100년간 일해도 못 사는 거야'란 거.

"아하. 하지만 골렘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어쨌든 기본적인 사람 취급은 받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거네?"

-그래, 질문을 하기 전에 조금 더 생각을 해 보거라 계약자여.

"흠, 누나.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니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비참한데?"



만약에 윌리엄 시몬 교수가 D랭크 수준의 적합자였다면 그런대로 힘을 숨기고 있는 연금술사 흉내를 낼 수 있다. 내가 마나가 모자라서 그것을 극복하는 연금술을 연구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붙은 제자들은 연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자발적 노예를 자처한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윌리엄 시몬 교수의 설정은 그런 연금술사가 아닌, 그런 연금술을 연구하는 집안에서도 반쯤 낙오된 학자라는 설정이다.



그럼 거기에 붙은 자발적 노예들은 뭐가 되겠는가? 아무리 부잣집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에게 뭐라도 얻어먹으려고 하는...



"재능 없는 떨거지처럼 보인다는 거 아니야?"

-쉿! 다시 말하지만 저들은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다.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아니, 만약에 카닌네 집안.."

"앞으로 이어질 말은 저희 집안사람들과는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냥 말 안 할 게."



이런 대화를 두고 윌리엄 시몬이 제어하는 골렘들은 대학원생들의 장비를 번쩍번쩍 들어주고 있었다. 그를 보면서 아눕롤은 보여주기 식이라도 이런 교수님이 어디 있을까란 감탄을 늘어놓았다.



"키잔트헤임도 대학원생은 사람으로 안 보나 봐요?"

-도련님

"왜"

-방금 그 발언은 살짝 불쾌했사옵니다. 이거 아시는지요?



몇 년 전,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의 개정에서는 사람 ->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이 개정을 하기 전까지는 근로기준법으로 대학원생은 사람 취급을 안 하는 곳이 있었다는 거다!



"쓰읍"

-물론 교수에게 운명이 걸려있는 이상, 처지가 고달픈 건 어쩔 수 없습니다만, 키잔트헤임'도'란 말을 들을 수준은 아니옵니다!

"그래요, 뭣도 모르고 말해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한가지 더 따져보죠. 어느 대학 교수가 졸업 못하는 대학원생을 위해 용역까지 고용해서 장비까지 일일이 다 챙겨줍니까?



눈 앞에 연금술사 같은 화려한 복장을 입으신 한명. 그뿐이라는 사실을 시우는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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