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05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4.09 20: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3쪽

바닥 아래6

DUMMY




"....그르르르...."



앞을 보면서 내는 울음소리가 아니다.



그보다 한층 아래를 향해서 내는 적운흉풍의 울음소리. 처음으로 듣는 적운흉풍의 맹수를 마주한 맹수의 울음소리에 몇몇 헌터들이 움찔거린다.



하긴 이때까지 한숨만 종종 내쉴 뿐, 묵묵히 있었다가 들려준 첫 울음소리가 그것이니 그럴만하다. 누가 들어도 그건 말이 아닌 늑대의 것이니까. 아무리 긴장을 하고 있는 헌터라도 정말로 생각외의 것이 나오면 살짝 당황하게 되어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좋다. 한번 놀랐으니 다음에 올 충격을 더 잘 버티겠지.



그렇기에 그건 두고, 적운흉풍의 시선을 보자. 넓게 살피고 있기는 하지만, 명백히 초점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 추적을 함께 하기 위해서 적운흉풍이 그르릉 소리를 낸 쪽의 바닥에 손을 짚는 시우. 딱 벽 하나. 저 너머에 마지막 적이 있다. 그걸 느껴보며 찾으려는 시우에게 조엘 시몬이 말을 걸어왔다.



"뭔가 느껴지십니까?"

"경계심....."

"적의나 살의가 아니라요?"



묵묵히 바닥에 손을 대고 집중하고 있는 시우. 그를 대신해서 우선 적운흉풍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직은 그렇게 농도가 짙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거리를 감안하면 그래서 더 위험하다. 크게 짖는 작은 개보다, 작게 으르렁거리는 큰 개가 더 위험한 것과 같은 이치. 모두가 그를 이해하고 잠깐 시우를 기다린다.



이런 일행을 두고 시우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경계심은 확실하다만, 적의와 살의는 자신이 못 느끼고 있는 건지, 아예 없는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맑은 물이라고 해도, 그 속에 있는 물건은 뿌옇게 보이기 마련. 딱 그 속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느껴지는 경계심 만큼은 세련된 것이라는 것. 짐승의 것보다는 사람의 것에 가까운 경계심이다,



"골치 아프겠는데요."



그나마 사람이니까 말이 통할 수 있겠지. 하지만 사람이라서 자신만의 망상에 더 빠져있다. 그런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이 지하에서 박힌 세월을 고려하면 없던 정신병도 생긴다고 봐야 하니까.



그렇기에 우선은 조심스럽게 접촉하자. 무기를 든 사람이 우르르 몰려가면 괜히 자극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일행 중에는 그런 일에 최적화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무기라고는 없는 소녀의 모습을 한 물의 정령이라면 경계심을 상당히 내려놓을 수 있겠지 모습 또한 이 세계의 원주민으로 커스텀 하자. 이걸로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충분히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요..."



카메라에 연결한 것처럼 카닌이 띄운 물방울에 운디네의 시야가 비친다. 바로 아래, 한 층 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김이 낀 시야. 보는 것만으로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이 열기를 직접 받는 것처럼 카닌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 땀을 소매로 닦아내고는 계속해서 운디네를 움직이는 카닌. 느껴지는 경계심이 무색하게 사야에 잡히는 인기척은 없다. 그럼 그다음으로 중요한, 가장 중심에 있는, 중앙에 있는 웅덩이를 확인해야겠지.



"... 비었네?"

"그러게요."



정확히는 깔끔하게 비어있지는 않다. 무른 진흙에 도장이라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뒤집혀있는 돔의 모습. 그 아래에 있는 것은 바짝 말라있는 뼛조각들뿐이다.



종류는 가지각색. 평범한 뼈도 보이고, 이리저리 뒤틀리고 성장한 뼈도 보인다. 이러한 각종 뼈들이 쌓여있는 것이, 이 층에서 계속된 살육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있을 거라고 추측되는 물이 없다는 것. 뼈들도 그것을 담고 있는 돔들도 하나같이 바짝 말라있다. 중앙에 이 돔이 있는 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습기하고는 영 딴판인 모습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격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손을 뻗는 운디네. 그러자 대무당이 빠르게 카닌의 손목을 낚아챘다.



"잠깐"

"네?"

"환영입니다."



그리고 운디네의 시야를 비추고 있는 물방울을 치는 대무당. 그러자 방금 전까지도 비쩍 말라있던 돔은 맑은 온천물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좀 전까지 바닥을 채우고 있던 뼈들은 감쪽같이 사라진 모습. 그에 한 헌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뼈를 피하겠지만, 이곳까지 온 사람이라면 조사를 위해서 접근할 텐데. 굳이 뼈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둘 다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현재 웅덩이의 진짜 상태는 시체들이 잔뜩 들어간 상태. 거기서 살들은 다 녹아버리고, 뼈들만 남아있다. 하지만 심연의 힘 때문에 맑은 물만 보이는 거다.



여기서 심연의 힘을 보이지 않게 하는 환영을 쓰면 바짝 마른 뼈들만 보이는 것이다. 아무튼....



" 이거 그럼 해골물..."



김송현이라면 고기가 완전히 우러나 있으니 사실 육수가 아니겠냐고 하겠지. 아무리 겉으로는 맑아 보여도 실상이 이러니 속이 좀 매스껍다.



단순히 시체를 보는 것 이상의 역겨움. 이리저리 뒤틀린 괴물들을 보는 것과는 색다른 역겨움이다. 그 역겨움을 견뎌내고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홀로 고른 표정을 유지하는 시우. 물론 그 또한 역겨움을 느끼긴 했다. 단지 신체를 내부에서 제어해서 제일 먼저 진정시켰을 뿐이다. 그 상태로 시우는 안갯속에 있는 것 같은 인기척을 또렷하게 잡아내기 위해서 집중하고 있었다.



환영을 만들어 내고, 유지하고 있었다면, 분명히 근처에 있을게 분명하니까.



바로 떠오르는 가능성은 둘. 카닌이 원격 제어를 하고 있는 운디네를 지켜보거나, 아니면 자신들을 바로 지켜보고 있거나. 상대가 꽤나 수준 높은 마법을 구사하는 걸 보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언제 기습을 받을 지 모른다는 소리. 이를 대비하고자 내공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적운흉풍의 등에 손을 올리는 시우. 시야까지 빌린다면 수색이 한층 더 수월해지겠지.



그 생각이 무색하게 시우는 적운흉풍의 시선을 빌려오자마자 미간을 살짝 지푸린다. 그리고 그는 그 표정을 유지하면서 대무당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당님."

"네?"

"무당이 쓰는 주술들의 예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데요. 방금 환영을 눈치챈 것을 보아하니 영혼들과 교감하는 것 이외의 주술들도 있는 것 같아서요. 이 위의 입구를 그... 평범하지 않은 진흙으로 틀어막은 것도 그렇고요."

"아, 예. 영혼들과 교감하는 것 이외에 저희들이 쓰는 주술로는...."



첫째, 감각을 교란시키는 환영술. 단순한 시각적 환상이 아니라, 청각이나 후각, 촉각등 감각을 다채롭게 교란시킬 수 있다.


둘째, 물질의 특성을 잠깐 바꾸는 변환술. 예시를 들면 위쪽을 막았던 입구는 우선 물을 돌처럼 변환시켜서는 계단 아래를 막고, 그 위를 돌을 물처럼 변환시켜서 메군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물은 흘러내리고, 바위는 다시 딱딱하게 굳는다


셋째는 같은 무당의 힘을 봉인하는 봉인술로, 여러 사람의 무당이 동시에 힘을 쏟아부으면 강혁한 무당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뚫지 못하게 힘을 뭌을 수 있다. 개인의 강력함 보다는 사람들의 수가 더 중요한 주술이라나.


넷째는...



이런 줄줄이 이어나가던 설명이 끝나자, 시우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순간적으로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주술은 어떤 거죠?"

"예? 그거야 간단하지요. 강화술로 신체를 강화시키면 순간적으로 휙휙..."



시우가 생각했던 것하고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대무당.



그리고 조엘 시몬이 시우가 생각했던 것하고 비슷한 예시를 보여주었다. 광배를 드러내며 날개를 펼치더니 번쩍거리면서 순간이동을 한 것. 단순히 빠르게 이동한 것하고는 전혀 다르다.



"이런 걸 말씀하시는 것 맞습니까."

"네. 고마워요, 조엘씨. 그러니까 방금의 조엘 시몬씨처럼 이동하는 주술이 있냐는 거예요."

"방금의 신령님처럼... 이동하는 주술은 없사옵니다."



하지만 시우의 눈에는, 정확히 적운흉풍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깜빡이는 것처럼 웅덩이 주변을 맴돌고 있는 불빛. 크기는 작은 벌레 수준의 그 불빛은 빠름을 넘어서 시우의 말대로 순간이동을 하듯이 움직이는 중이다. 그 속도는 시우와 적운흉풍 둘 다 이동 도중의 순간을 낚아채지 못할 수준. 괜히 순간이동 이야기를 말한 게 아니다.



너무 빨라서 순간이동을 하는 것과 구분이 안되는 수준이 아니냐고? 물리적으로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위쪽의 봉인술을 물리력으로 깨부수고 탈출했겠지.



그를 감안하면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여러모로 열려있는 공간에서만 저 순간이동이 된다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주술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아눕롤?"

-이상하군요. 혼돈의 힘과 그에 해당하는 가호라면 가능성이 있사옵니다. 소망이 구현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심연은 개인의 실존하는 본질을 증폭시킨다. 즉, 없는 재능을 증폭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원리로 저렇게 슉슉 이동을 하고 있다는 건가...



거기서 관점을 살짝 돌리는 시우. 저 이동 자체가 속임수이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상대한 과물들 중에는 짐승의 특징이 크게 드러나는 모습으로 뒤틀린 자들도 있었다. 하는 행동이나 특성도 짐승같이 행동했었고 말이다. 그리고 웅덩이 속에 그 시체들 중에서도...



"대무당님. 다시 환영을 적용시켜 보겠어요?"

"아, 네!"



있다. 단순히 뒤틀린 게 아니라,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뼈가. 충분히 이 중앙을 지켰던 이는 적들을 교란시키기 위해서 그런 속임수를 만들어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 추측과 함께 시우는 운디네를 사령의 시선에는 깜박이는 점의 위치로 이동하게 지시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진짜 가지가지 한다..."



작은 풀잎의 위에 있는, 사람의 손가락과 융합이 되어있는 작은 벌레였다. 누군가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가지가지 하는 모습. 그에 모두가 다시 한번 극한의 역겨움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아눕롤이 말했다.



-대무당님, 이거 카팍트락의 잎사귀 맞지요?

"그런 것 같기도..."



카팍트락. 이 세계에서만 있는 생명체로 식물인 본체가 개미와도 같은 원격 개체를 조종하면서 양분을 수집하고, 적대적 요소를 공격한다. 기계로 비유하면 본체는 발전기 및 충전기, 그리고 원격 개체는 생체 배터리로 움직이는 드론이라고 할 수 있겠지. 원래는 뭐... 적대적 요소라고 해 봤자 덩치가 좀 많이 큰 벌레들 수준이기는 한데...



만약에. 훌륭한 주술을 쓰는 대무당이 심연의 가호를 받고 카팍트락과 뒤섞이는 형태로 뒤틀렸다면?



운디네가 손을 대자마자 폭죽의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크게 부풀어 오르는 벌레. 그리고 그 벌레는 순식간에 운디네의 손목과 머리를 날려버렸다. 전투용 운디네 나이트가 아니라고 해도 위협적인 공격력. 그렇게 파괴된 드론의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를 보는 것처럼, 카닌이 띄우던 물방울이 비추던 모습이 뚝 끊겼다.



"...."

"그냥 근처에 4개의 웅덩이나 정리하고 올라갈까요?"

"적운흉풍에 탄 시우씨가 S랭크라고 하지만 적의 전력이 도저히 짐작이 안 가니까..."

"그러죠! 뭐 위에서 저와 N이 틀어막으면서 저희 형이나 기다리는게 최선이겠네요."

"그래도 괞찮겠어요, 시우씨?"

"형이 처음부터 자신과 함께 했다면 문제 없었을거라며 칭얼거리겠지만, 제 자존심 보다는 여러분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잖아요."



시우의 말에 카닌이 그럼 처음애 카푸게스에게 연락한다는, 자연스럽게 손시훈을 끌어들인다는 방안을 내놓는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위에서 흙먼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에 시우와 적운흉풍이 고개를 드는 것과 함께 대무당이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변환술?"



이어서 카닌과 조엘 시몬을 시작으로 모든 헌터들이 순서대로, 빠르게, 모든 헌터들이 미세한 마나의 움직임을 눈치챈다. 변환술의 자세한 원리는 몰라도, 그게 자신들의 머리 위와 자신들의 발 아래에 넓게 펼쳐지고 있다는 게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니까.



"이거 우리를 그냥..."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들의 발밑과 머리 위가 동시에 무너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서열정리2 21.04.28 45 1 13쪽
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275 잠깐5 21.04.26 23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7 1 13쪽
272 잠깐2 21.04.21 21 1 12쪽
271 잠깐 21.04.20 24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7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6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1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0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3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5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5 2 13쪽
255 인식 21.03.29 28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6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7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249 눈도장3 21.03.19 22 2 13쪽
248 눈도장2 +1 21.03.18 27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