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23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3.26 20:00
조회
26
추천
3
글자
13쪽

시작하기 전에4

DUMMY

"시우씨"

"네"

"원래 헌터라면 기본적으로 흥미를 가져야 하는 겁니다."

"..."



그런 거겠지...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시우에게 지적해버린 조엘. 그리고 그 지적을 받아야만 하는 시우의 얼굴에 잠깐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칠현님! 죄송하옵니다! 저희 철부지 때문에 도련님께서 굴욕을!

"그만."



자신을 왠지 더 비참하게 만드는 아눕롤의 절규를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자세를 가다듬는다. 이렇게 다시 자신을 정비하는 시우에 맞서서 자세를 잡는 조엘 시몬.



그러자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던 천사의 고리와도 같은 광륜이 그의 머리 위에 생겨난다. 이와 함께 순식간에 몸에 갑옷이 걸쳐졌다.



평상시의 싸움과는 거리가 먼 번듯한 대기원 사원 하고는 거리가 먼 인상. 그건 성기사,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하면 날개가 없는 천사의 모습이다.



그래도 그 이상으로 놀라지는 않는 시우였다.



자신도 비슷한 걸 할 수 있지 않은가. 순식간에 갑옷을 만들어서는 장착하는 짓. 정확히는 적운흉풍이 비슷한 걸 하는 거지만 아무튼 아주 낯선 모습은 아니다.



그런 시우의 앞에서 조엘은 허리춤에서 생겨난 검을 스르릉 뽑아낸다. 이에 맞서 시우 또한 검을 쥐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엘이었다.



여기서는 창을 들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창으로 대치상황을 이루다가 순식간에 금나를 통한 육박전에 들어가는 것이 시우의 주특기니까.



-"그 사이에 스타일을 조금 바꾸었나 봅니다?"

"바꿔 보려고요."



얼핏 들으면 살짝 오만한 소리. 딱 봐도 얕볼만한 상대는 아닌데 실전을 거쳐본 적이 없는 방법을 들고 오다니.



하지만 조엘 시몬은 딱히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들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제일 잘하는 방법이 늘 먹히는 방법은 아닌 법이니까. 자신을 나름대로 분석한 처음 보는 상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먹힐 수도 있는 것이다.



베테랑 헌터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시도해보는 경험이기에 긴장만 더 끌어올릴 뿐. 그리고 그는 삼재검법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 기대에 걸맞게 기본에서 상당히 나아간 검법이 펼쳐졌다.



소림-위타복마검(韋陀伏魔劍)



넓게 휘감듯이 들어오는 검격. 휘두르는 것은 날카로운 검이다만 그 기세는 절벽에서 무너진 바위가 굴러오는 느낌이다. 당연히 그에 맞서는 것에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기 마련. 그렇기에 조엘 시몬은 자신이 검을 쥐고 있는 손 뿐만이 아니라, 허리와 다리까지 힘을 골고루 분산시켰다.



준비를 이렇게 먼저 마친 다음 검을 치켜들면서 시우의 검격을 막아낸다. 여기서 조엘 시몬의 모습만을 보자면 거칠게 달려든 시우의 기세는 사실 허세였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으읏"



그러나 갑옷 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조엘 시몬의 얕은 신음, 그리고 쩍 하고 갈라지는 조엘 시몬의 발밑과 가볍게 흔들리는 바닥은 시우의 그 검격에 엄청난 무게가 실려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받아낸 조엘 보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헌터들이 더 놀라게 만들만한 위력.



이것을 시우는 고작 시작이었다는 듯이 빠르게 팔을 움직이면서 연타를 이어나간다. 마치 사냥꾼이 엄청나게 두껍고 뻣뻣한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것과도 같은 날렵하고 힘이 들어간 공격들



이만하면 기세를 완전히 잡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얼핏 보면 그런 공방을 이어가는 시우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그 밝지 않은 표정으로 내지른 검이 깔끔하게 조엘의 검을 타고 흘러내려 팔로 향한다. 어지간해서는 여기서 대련을 끝내야만 할 상황. 실전이라면 가볍게 상대방의 팔을 앗아가는, 승리를 굳히는 참격이 되리라.



하지만 시우는 끝까지 검을 휘두르는 팔을 내렸고, 시우의 검은 조엘의 갑옷 위에서 미끄러졌다.



작은 흠집은 낫다만... 그 흠집은 시우의 손등에 난 생체기와도 같은 것, 팔에 나도 아무렇지 않을 상처를, 제일 겉의 갑옷에 입혔다고 해서 뿌듯해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대련이라서 힘을 조금 뺐고, 강기를 쓰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손상. 그걸 보면서 살짝 표정을 찌푸리는 시우를 향해 조엘이 말했다.



-"뭐가 문제인지 아시겠습니까?"

"여러모로 상성이 안 좋군요."

-"예, 사실 저도 좀 놀랐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만, 저보다 더 특화된 검법이 있을 줄이야."

-이름부터가 괜히 복마(伏魔)가 아니지요.



마(魔)와 연관이 되면 될수록 상대로는 위력이 배가 된다만... 그 반대가 된다면 위력이 감소한다. 예를 들자면 머리 위에 광배를 둥둥 띄우고 있는 성기사 같은 경우 말이다.



물론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저런 중장갑을 상대로 중국의 검법은 썩 적절하지 못하다. 아무리 무겁고 강하게 휘두른다고 해도, 기본적인 무게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든 것이다.



괜히 창이 만병지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이 생각을 하는 시우에게로 조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그만둘까요? 대련이니까..."



가벼운 도발. 그 도발 속에 숨겨진 진심을 시우는 바로 간파했다.



"강기가 그렇게 보고 싶으신가요?"

-"흠흠"

"좋습니다."



이 도발은 자신도 환영이다.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모자란 건 경험이니까. 이럴 때 실전 경험을 조금이라도 쌓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바로 홍류선법의 무지갯빛을 온몸으로 내뿜는다.



그렇게 시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지갯빛은 처음에는 작은 물방울 사이의 빛처럼 펼쳐지다가 얇은 천처럼 실체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 무지갯빛의 강기와 함께 잡은 자세는 좀 전에 썼던 소림의 일노박룡수(一怒博龍手). 그렇게 얇은 천을 두른 것 같은 손날로 칼날을 치는, 단순한 겉모습으로만 따진다면 더 무모해 보이는 행위를 하는 시우다.



이 손날이 조엘이 휘두른 칼날과 부딪히면서 울려 퍼진 소리는 작은 종을 치는 것 같은 맑은 소리였다. 그렇게 손날과 칼날을 몇 번 맞대면서 작은 종소리를 몇 번 울리는 시우와 조엘



거기서 조엘이 먼저 기세를 확 바꾼다. 좀 전의 도발을 날렸던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행동. 뒷걸음질을 치면서 거리를 물린다.



그러면서 한 손을 시우에게 뻗어서는 까닥거린다. 그러자 시우의 머리 위로 빛으로 된 망치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미리 하늘 높이 던졌던 것처럼 말이다.



크기는 사람의 주먹 정도. 물론 그만한 쇳덩어리로도 사람의 머리를 깨트리기에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당연히 시우 또한 뒷걸음질을 치면서 회피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신과 시우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자 자신의 검을 양 손으로 꽉 쥐고는 가슴과 머리 가까이에 붙이는 조엘. 그러자 안 그래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던 검신이 눈이 부실 정도로 더욱더 환하게 빛난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필살기를 쓰기 위한 기색이 가득 느껴진다. 이에 대응해서 시우 또한 자신의 내공을 주먹에 끌어모았다.



그리고 미리 정해둔 것처럼 서로를 향해서 동시에 주먹과 칼끝을 내지르는 시우와 조엘이었다.



.

.

.



소림-백보신권(百步神拳)



"그건 나도 쓸 수 있는데"



말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김송현은 나름대로 힘을 실은 주먹을 주먹을 크게 앞으로 뻗었다. 그 주먹이 향한 방향은 숙소의 정원에 심어져 있는 나뭇가지.



그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지금 바람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하나도 불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물론 세세하게 따진다면 시우의 백보신권에 미칠 바는 되지 못한다. 한 십보(十步)신권쯤 될까. 그래도 마나 하나 없이 내공만으로 물체에 영향력을 준다는 것은 적합자에게 있어서 신기한 모습이다.



시우에게는 살짝 민망한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면 단순한 허공섭물(虛空攝物)로도 저 나뭇가지를 실컷 흔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렸을 때 동생이나 형이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며 그저 신기했던 그 감성을 떠올리면서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오오'하면서 감탄을 흘리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아눕롤이었다.



-하지만 이걸 진짜 보여줘야 할 때 보여주지 않고 도망갔지.

"아. 하지만 나중에 조엘 시몬씨가 왔다며! 설마 나한테 조엘 시몬씨까지 상대하라고"

-당연히 우리 계약자에게 그런 심한 짓은 시키지 않지! 그전에 맛보기만 미리 보여주는 것도 못 한단 말이냐!

"이제 진짜 무협이 뭔지는 충분히 보여준 것 같은데, 중간 보스 역할은 그만하면 안 될까요?"

-우리 계약자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그만할 수 있지.

"그 노력이라는 것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중앙 헌터 협회 건물에 있는 훈련소로 향하는 것이다.

"..."



바로 입을 꾹 다무는 김송현. 그 모습을 보면서 시우는 김송현을 언제든지 환영할 해골장미 대원들을 떠올렸다. 이 중에서 어딘가를 실수로 부러트릴 위험이 있는 힘의 카리나는 좀 그렇다만... 그 외의 전원은 김송현을 죽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너무하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 녀석은 스스로는 찔끔찔끔하는 녀석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몰아붙일 수밖에.



그렇게 김송현을 향해서 잔소리를 하는 아눕롤을 방치하는 시우.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먹을 보면서 저번 대련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졌다. 서로 전력은 다하지 않았다지만, 이제는 충분히 모자란 전력까지 더해서 계산할 수 있는 경지에 닿았으니까.



조엘 시몬의 검기에 살짝 밀린 백보신권. 만약에 전력이었다면 살짝이 아니라 확 밀렸을 것이다. 속으로 빠르게 그 계산을 마치고는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펼쳤다를 반복하는 시우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내 아들과 대련을 했다고 했네. 어땠나?"

"아, 교수님"



윌리엄 시몬 교수.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아들이 누군가와 대련을 했는데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 겉으로는 무승부라고 알려졌어도 당사자의 의견이 궁금하긴 할 거다.



그에 솔직하게 자신의 감상을 말하는 시우였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 무승부였지, 전력을 다했으면 제가 졌을 겁니다. 상당히 집중이 되는 마나에 비해서, 내공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히 흩어지는 걸 눈으로 직접 느꼈거든요. 거리 조절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런 시우의 소감에 살짝 놀란 눈을 하는 윌리엄 시몬은 우선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교수님?"

"아, 살짝 놀랐네. 아들이 비슷한 말을 하더군. 거리가 멀어서 자신이 조금 밀었지, 거리가 가까웠다면 자신이 밀렸을 거라고 말이야."

"그런가요?"

"그래서 그때 지적을 해주지 왜 안 해줬냐고 했더니, 스스로 해답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더군. 그래도 그 전체적인 전투 센스는 엄청나니 자신이 밀렸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를 찾을 거라고 하더군."

"뭐, 그런데 딱히 놀라실 것 까지야."

"보통 그런 이유를 찾는 데는 몇 번의 실전이 필요한 법 아닌가? 나는 비적합자지만 그런대로 테이밍 헌터라서 조금은 아네. 이러면 내가 괜히 자네에게 소감을 물으며 호들갑을 떨어 버린 게 되지 않는가."

-어쩔 수 없지요. 도련님은 칠현님의 영혼도 일부분 뛰어넘은 재능의 소유자시니까요!



살짝 위험한 말을 하면서 끼어드는 아눕롤. 그리고 그녀는 그 위험한 말이 뒤섞인 찬양을 바로 꾸지람으로 바꾸어서는 김송현에게 쏘아 보냈다.



-그러니까! 위기가 닥치더라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견뎌보란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제 슬슬 김송현이 불쌍해진다.



'아눕롤 앞에서는 제 칭찬을 자제해주시길...'



시우의 전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윌리엄 시몬 교수. 그리고 재빨리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서 그는 다들 준비는 잘 돼가고 있냐는, 필요 없는 말을 괜히 크게 해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서열정리2 21.04.28 46 1 13쪽
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275 잠깐5 21.04.26 23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7 1 13쪽
272 잠깐2 21.04.21 21 1 12쪽
271 잠깐 21.04.20 24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7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6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1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0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5 2 13쪽
255 인식 21.03.29 28 1 13쪽
»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7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7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249 눈도장3 21.03.19 22 2 13쪽
248 눈도장2 +1 21.03.18 27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