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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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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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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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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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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식2

DUMMY

그렇게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보면 누가 봐도 컨셉 연금술사 같은 모습으로 브리핑을 시작하는 윌리엄 시몬 교수였다. 그 브리핑을 들으면서 김송현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시훈이 형에게서 종종 느끼는 인상을 저 교수님에게 느낄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말이다."



입고 있는 옷은 연금술사. 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게 주의를 주는 행동은 마치 유치원생을 다루는 선생님 같은 태도다. 확실히 부조화의 극치라는 점에서는 손시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잠깐 시우는 김송현을 보았다. 저 녀석은 자신이 평상시에 종종 저 대학원생들과 비슷한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분명히 이걸 은근슬쩍 말하면 자신은 그래도 자발적 노예가 아니는 말을 늘어놓겠지. 중요한 건 어른이 아이에게 하듯이 챙겨줘야 한다는 점인데 말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지는 아눕롤이었다.



-자, 계약자여. 교수님의 민간인용 브리핑 내용을 세줄 요약해보거라.

"하나, 저 게이트 너머의 이세계인들은 원시 문명을 막 벗어난 부족 사회임, 부족들 간의 관계가 전쟁 상태는 아니나 한 부족에게 호의를 얻었다고 다른 부족의 호의까지 기대하고 행동하지 말것 둘, 이세계인들은 곳곳에 자신들의 영역이라는 표시를 해 둠, 이를 주의하여 무단 침입을 하지 않게 유의할 것 셋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나?"

-제일 앞에 스위스 중앙 헌터 협회가 베이스캠프들을 설치하며 1차 탐사를 한 다음 민간인에게 개방했다는 건 왜 빼먹었느냐.



상당히 중요한 정보다.



혹시라도 탐사대에서 낙오를 한 경우의 행동지침에 큰 차이가 있으니까. 무리해서 본대를 찾으려고 하는 대신 침착하게 스위스 중앙 헌터 협회가 미리 설치한 베이스캠프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민간인인 대학원생이 불안해하더라도 헌터가 그 정보를 숙지해야지 진정시킬 수 있을 것 아닌가.



지금이야 잘 듣는다고 해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민간인은 분명히 혼란에 빠져 브리핑 내용을 상당히 잊어먹는다. 그러니 헌터라고 하더라도 민간인용 브리핑을 제대로 숙지해야 하는데... 이 녀석은 아직 멀었다.



이런 그에게 민간인용 브리핑 보다도 더 복잡한 헌터용 브리핑이 쏟아졌다. 그래도 약간의 성장은 했는지, 제대로 외우지 못할 꺼면 미리 녹음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송현.



아눕롤이 계속해서 붙어는 있을 테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기도와도 같은 생각을 하는 시우의 옆에서 하늬가 '삐-익'하고 울어댔다.


.

.



"형은 아무래도 귀중한 대접을 받을 복이 있는 것 같아."

"...좋냐?"

"삑!"



시선을 회피하지는 않았지만, 대답은 않는 김송현. 그리고 그 옆에서 하늬는 피가 뚝뚝 흐르는 생간을 콕콕 쪼다가 울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귀중한 대접을 제대로 받는 표시를 내는 하늬의 옆에서 적운흉풍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래를 내려봤다.



마디가 있는 식물의 대. 그 잘려있는 단면에서는 달콤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충 지구로 따진다면 사탕수수와 비슷한 식물이겠지.



단 것은 딱히 적운흉풍뿐만이 아니라, 말이라면 다 좋아하는 맛이다. 그냥이라면 재갈을 물기 싫어하는 경주마도 설탕이나 꿀을 묻혀두면 잘 물 정도니까.



그리고 시우의 앞에는 과일들이 담긴 쟁반이 있다.



방금 딴 과일은 아니다. 미리 따서 숙성까지 시킨, 방금 딴 것보다 더 귀한 과일들. 하늬가 먹고 있는 생간도 그렇고, 적운흉풍의 사탕수수대도 그렇고, 절대로 밀림 속에서 살아가는 이 세상의 이세계인들이 마련할 평범한 간식들은 아니다.



그렇기에 수상하다는 듯이 김송현을 째려보는 적운흉풍이었다. 이 침묵과 함께하는 추궁에 김송현은 시우의 이야기부터 하기 시작했다.



"아니, 적운흉풍. 기쁘지 않냐? 주인님의 이름 없이 도련님이 자신의 존재 만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잖아!"



이 말에 시우는 잠깐 짧은 과거 회상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런 대접을 받은 건 아니다. 처음 탐사를 시작했을 때에는 적절한 위치에 섞여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 원시 문명을 막 벗어난 이세계인들이 봤을 때는 호위를 서는 용병 나부랭이로 보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윌리엄 시몬 교수가 하고, 헌터로써의 결정은 조엘 시몬이 다 했으니까.



그리고 탐사 자체도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밀림 속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거나, 대학원생들과 이세계인간의 마찰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사건이라기보다는 작은 소동에 불과한 수준. 탐사라면 당연히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소동이 아니라 사건이 터진 것은 3개의 부족을 통과하고 4번째의 부족과의 접촉이 있었던 시점에서였다.



.

.

.



"진짜 이 의식에 뭔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걸까?"



거창한 의식은 아니다. 부족에 들어오는 외지인들의 양 관자놀이와 볼에 부족의 무당이 푸른 진흙을 바르는 행위. 액땜을 하는 것과 함께 부족의 정령이 외지인들과 부족민들을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이라고 한다.



"거기다가 누구는 덜 하고..."



카닌과 조엘 시몬의 이야기다. 탐사대의 대부분이 관자놀이와 볼에 진흙을 넓게 바른 데에 비해서 그 둘만은 점을 찍듯이 관자놀이에 살짝 찍은 것이 전부다.



이 차별대우에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김송현에게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꺼내는 시우였다.


"너 지금 나 약 올리냐?"



지금 시우는 관자놀이와 볼에 더해서 목덜미에도 목걸이를 그린 것처럼 진흙을 바른 상태다. 시우와 똑같이 그 의식을 받은 사람은 비적합자인 윌리엄 시몬 교수뿐.



그 외에도 단순히 바른 면적만 보더라도 시우와 윌리엄 시몬 교수가 제일 넓게 발랐다. 아무래도 비적합자라는 공통점 때문에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실례를 저지르고도 김송현은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니, N은 아예 안 발랐잖아. 골렘도 발랐는... 악!"

-그게 지금 비교할 거리냐? 도련님, 방금 실언은 잊어주시길... 항균 피부팩을 했다고 생각하시옵소서.



항균 피부팩...



영 틀린 말은 아니라서 시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무당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흙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항균 성분과 벌레의 접근을 막는 성분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때 뭔가를 건졌다고 싱글벙글하던 화학과와 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의 표정이란... 그것을 떠올리는 시우를 두고 김송현은 자신의 볼에 손을 갖다 대다가 아눕롤에게 전기충격을 '또' 받고 있었다.



"악! 그만!"

-그만해야 하는 것은 계약자가 아니겠느냐! 사실 항균 피부팩을 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도련님이 아니라 계약자다!

"그렇지만... 찝찝하다고!"

-계약자가 보다시피 도련님은 더 넓게 바르고도 잘 참고 있지 않느냐! 자꾸 상처를 긁으려고 하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손 좀 그만 향하거라!



확실히 얼굴에 진흙을 바르고, 그것이 말라붙었다면 찜찜함을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에 콕 찍은 정도로 빙글 바른 김송현에 비해서 시우는 아눕롤이 피부백이라고 할 정도로 넓직하게 바른 상태



D랭크 수준의 대학원생들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꽤 넓게 발랐다.



"대학원생들은 자발적 노예 악!"

-대학원생 놀리지 말라고 했지!



장소는 이세계의 밀림 속 마을이다만, 의사회의 사무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대화를 늘어놓는 일행. 차이가 있다면 평상시에는 카닌이 물의 마법으로 슬슬 입을 틀어막았겠지만, 얼굴에 바른 진흙이 지워질까 봐 차마 그러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



대신 금강지를 가볍게 명치에 찌르는 시우. 그러자 비명소리가 크게 퍼졌다.



"꺄아아악!"



김송현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데 이 장면을 우연히도 한 이세계 소녀가 봐 버린 것이다.



피는 한 방울도 없었지만, 그 대신 시우가 충분히 뭔가를 한 것처럼 보이는 구도다. 오해를 산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 그에 뭐라고 말을 하려고 시우가 손을 뻗자 소녀는 등을 홱 돌리면서 도망쳤다.



뭔가 살인 사건을 접한 반응은 아닌 것 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말이다.



"신령님께서 노하셨다!"



.

.

.



관자놀이에 바르는 진흙은 부족에 들락날락하는 선조들의 령이 부족의 사람인지 외부인인지를 구분하는 표식. 외부인들이 무례한 손님이라면 경고를 보내며, 예의 바른 손님이라면 안녕을 기원하는 축복을 주기 위해서 바른다.



볼에 바르는 진흙은 바깥에서 혹시라도 묻었을지 모르는 액을 쫓아내기 위한 표식. 그렇기에 이 표식은 종종 부족에서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사람도 바를 때가 있다.



그리고 목에 바르는 진흙은 마나의 축복을 너무나도 약하게 받은 이들을 위한 표식. 이렇게 약한 아이를 선조님들이 지켜주길 바란다는 기원을 담아서 바른다.



아무튼 어떤 표식이든 신령에게는 절대로 발라서는 안 되는 표식이다. 신령은 먼저 재앙을 뿌리지 않는 한 무조건 거룩한 손님이며, 액이 묻지 않는 존재고, 축복이 필요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이는 살아있는 신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관점에서 따져본다면 도련님께서 괜한 실례를 당한 건 맞지 않사옵니까? 신령급의 존재에게 진흙을 바른다는 건, 잠재적 악령으로 취급을 한다는 것이니까요.

"잠재적 악령이라고 해도 전 괜찮은데요? 능력 제어가 안 된다는 괜찮은 핑계도 있잖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 대무당의 환생이 난리를 피울 때, 내가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냈는데도 무시했잖아? 솔직히 그때 몇몇 사람이 나서서 우리도 광배가 있고, 우리들은 그런 관습 자체를 몰라서 받아들였다. 대충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리가 있다. 시우 말고도 이 탐사대에는 광배를 가진 이들이 있으니까. 조엘 시몬을 포함해서 몇몇이 그런 대응을 해줬다면 문화의 차이로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형의 생각이고, 신령이 형을 빼고도 세 명에다가 모두 진흙을 발랐다는 걸 알았다면 그 환생했다는 대무당님은 심장마비로 다시 죽었을 걸?"

-이럴 때는 참 이성적이구나, 계약자여.

"어... 그러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 형?"

"이해? 할 수 있겠냐? 용서 못 해. 나 혼자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게 하다니...!"



그 순간 조금 더 성장을 한 김송현이었다.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생각을 이번에는 입으로 내뱉지 않고 참은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진짜로 벌거벗은 거지만, 시우는 보일 사람에게는 보이는 광배가 있으니 다르지 않냐는 말. 하지만 당사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표현을 쓴 거겠지.



살짝 떨리는 시우의 주먹을 보니 김송현은 그렇게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자신이 한마디를 더 내뱉었다면 저 주먹이 바로 금강지로 변해서는 자신의 명치로 날아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뒤로 내뺄 생각을 하면서 슬금슬금 물러나는 김송현.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고뇌에 빠진 것이 잘하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도를 어림없다는 듯이 김송현의 뒷목을 누르면서 차단하는 시우였다.



"어디가."

"신령님께서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아서... 무려 다섯 부족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말씀 해주시고 있는데, 쉬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악! 금강지 세운 손가락으로 척추 누르지 마세요!"

"내가 짧은 금강경을 기반으로 하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해서 좀 피곤하긴 하지만, 너 하나 도망치는 거 못 잡을 정도는 아니란다. 그래 뭘 원하냐."

"제가 바라는 게 뭐가 있겠습니, 끄허억! 진짜! 제가 바라는 건 없어요!"

"진짜로?"

"네! 네! 진짜로! 그런데 자발적 노예들인 대학원생들의 부탁이 있어서! 하지만 귀중하신 신령님이 탐사대에서 제일 밑바닥 노예들인 미천한 대학원생들의 부탁 따위는 들어줄 필요가 없겠"



이노무 자식은 대학원생 놀리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도 못 알아먹는다. 그렇기에 시우는 우선 손에 힘을 줘서 바닥에 얼굴을 푹 묻어버리면서 기절시켰다.



그 대학원생의 부탁이라는 것은 김송현이 깨어난 다음에 들어도 늦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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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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