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48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3.25 20:00
조회
27
추천
3
글자
13쪽

시작하기 전에3

DUMMY

저게 어딜 봐서 같은 예비 팀원이 다른 팀원을 달래주는 것인가. 참된 어른이 못난 어린아이를 달래주는 거지.



그래도 진정이 됐으니 그래도 잘 됐다고 말해야 할까. 참 복잡하다. 그런 시우는 잠깐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다.



우선 거의 성인급의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일반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자신의 동생, 카푸스, 조미선



매에 살짝 미쳐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멀쩡한 카닌과 블루베리의 교육을 받고 간신히 1인분을 하게 된 마경태까지.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다만...



평상시에는 그냥 교회 누나 같지만 기어가 들어가면 광신도가 되는 아눕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썩어있는 상당수의 사무실 직원들, 해골장미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



세세하게 더 고찰해보자면...



아니, 아니다. 암울한 생각은 하지 말자. 간신히 좋아지려는 분위기에 혼자 암울한 생각을 하면서 죽상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생각으로 자신의 호흡을 완전히 가다듬은 시우였다.



.

.



탐사대의 준비는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사실 거기에서 시우가 할 일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이미 윌리엄 시몬과 조엘 시몬은 이세계 탐사를 몇 번이나 성공시킨 사람들이니까.



블루베리에게서 교육을 받기 이전의 마경태도 팀의 편성 정도는 알아서 잘했으니, 그건 그들에게 맡기는 게 최선. 그렇기에 시우는 차분하게 다른 탐사대와 친목이나 쌓기로 했다.



어차피 평상시에 헌터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단련실에서의 기초 훈련이 아닌가. 그걸 낯선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일 뿐이다. 이를 통해서 자신은 보지 못하는 자신의 광배에 대해서 더 잘 알수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말이다.



"그럼 알기 쉽게 초상화라도 그려 드릴까요?"

"네?"

"저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거든요."



그리고 하루 뒤, 받아든 그림은 거의 사진처럼 느껴질 수준의 정밀한 그림이었다.



"무, 무슨..."

-극사실주의적 초상화군요. 그런데 취미 수준은 절대로 아닌데

"조엘씨가 단순히 광배를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탐사대에 넣어준 건 아니라고요!"



사진을 경험한 적이 없는 문화에서 사진기는 은근히 자극이 되는 물건. 그것은 현대 지구라고 해서 예외도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파푸아뉴기니 같은 지역에서는 아직도 영혼이 뽑혀나간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의사회의 경고 규정에도 가능하면 사진을 찍지 말 것을 권장하며, 굳이 찍어야 한다면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그 관련인까지의 동의를 얻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사진 같은 그림이라면 그런 걱정이 덜하다. 왜 화가와 관련된 설화중에 이런 것들이 있지 않은가. 벽에 과일나무를 그렸더니 새들이 진짜인 줄 알고 날아왔다는 이야기.



그 예시를 시우의 초상화로 보면서 살짝 멍을 때리는 김송현이었다.



"인터넷에서 제목은 사진이라고 해놓고 사실은 그림이었다는 낚시글은 봤는데, 직접 보다니..."

"아! 종종 제가 그린 그림을 이미지 검색하는데, 그런 글들이 올라오기는 하더라고요."



그 주인공인 화가들 중 하나였나. 그 생각을 하고 나서 사진과도 같은 자신의 초상화를 더 자세히 관찰해보는 시우. 봐도 봐도 사진 같다. 아니 그림이라서 사진보다 더 생생한 감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적어도 며칠은 걸리는 게 아니냐고. 마나와 마법의 힘을 빌려도 몇 시간. 반면에 사진이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결과물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극사실주의 화풍은 현대 미술 중에서도 굉장히 마이너 한 화풍 중 하나다, 하지만...



-마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며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부흥하는 장르 중 하나이지요.



사진과도 같은 시우의 모습 뒤에 은은히 빛나는 원형의 물체가 아눕롤의 말을 증명해준다. 그것은 구리보다는 조금 더 진한 주황색 광택을 가진, 정말로 얇은 금속 원반 같은 형태를 띄고 있었다.



N이 말했던 '쟁반'이라는 저렴한 표현은 그런대로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표현한 그림에는 각도에 따라 광택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까지 반영되어 있다. 그건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 물론 어지간한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이걸 그린 화가의 손을 통해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송현은 자연스럽게 그림에 그려진 광배가 있는 위치로 손을 뻗고 있었다.



"뭐하냐?"

"모습을 알았으니 혹시나 만져질까 싶어서..."

"지금 손이 광배를 뚫고 지나갔는데요, 제 눈에는 이래요."



바로 간단한 스케치를 그려준다. 마법으로 만들어낸 홀로그램에 손을 뻗고 있는 모습. 어린아이가 빔 프로젝터의 빛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느낌이 물씬 난다.



차마 어른으로는 길게 못할 짓임을 아는지 김송현은 재빨리 허공을 휘젓는 손을 뺐다. 그를 두고 그림을 그려준 헌터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긴가민가했거든요. 반응을 보니 진짜로 안 보이시는 게 맞네요?"

"저도 이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아무튼 고마워요."

"흠, 고맙다면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어려운 것만 아니라면요."



시우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헌터들이다. 이 모습들에 살짝 곤란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시우였다.



"무공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냥 부탁하셔도 됐을 텐데..."

"진짜로요?"

"이미 실컷 썼으니까요. 사실 보여주는 형태라면 송현이한테 보여달라고 해도.."



바로 경공을 쓰면서 달려 나가는 김송현. 누가 저 모습을 C랭크의 적합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숙소의 단련실에서 탈출해서는 스위스의 도심 속으로 사라져 가는 김송현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으로 중얼거리는 시우였다.



"저 새끼가... 지가 뭘 익혔는지는 뻔히 알 텐데."

-죄송하옵니다!



나한당(羅漢堂)의 무공. 소림사의 나한당은 소림에 도전해오는 외부 인사를 맞이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시범용으로는 적합하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공을 쓰는 이가 그럴 의지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래도 그냥 경공으로 도망친 것이 아닌, 소림의 경공인 나한신법(羅漢身法)은 제대로 보여줬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빈말은 아닌 게 헌터들이 도주하는 김송현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있다. 그것도 비꼼이 아닌 순수한 감탄. 마나 하나 쓰지 않고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말이다.



이 반응에 아눕롤은 절규에 가까운 전음을 시우에게 보내고 있었다.



'도련니이이임!'



시우 이상으로 창피함을 느끼고 있는 모양. 일단 저 녀석은 나중에 잡으면 가슴 한가운데에 항마복호장(降魔伏虎掌)을 꽂아주리라. 그 생각과 함께 시우는 자세를 다잡았다.



이어서 중국에서의 결승전과 지금의 자신이 달라진 것들을 말해준다. 첫째는 강기의 사용 가능, 둘째는 자유로운 금강불괴의 사용, 셋째는 감각의 확장.



그 말에 누군가가 심안(心眼)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심안이라"



전에 손시훈이 그런 말을 했었다. 심안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전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그 말이 지금은 이해된다. 이 심안이라는 것은 확장된 감각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감각이다.



세세하게 분해하면 눈으로 보이는 것은 상대방의 몸에 흘러가는 혈액의 움직임과 신경의 신호, 귀로 느껴지는 것은 숨소리와 심장 박동을 통한 상대방의 감정,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미세한 근육의 떨림을 통한 의도와 긴장감



마음만 먹는다면 체취로 모습을 숨긴 상대와의 대략적인 거리를 판단할 수도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시우는 여유로운 표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준비는 이미 되어있는, 아니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 그렇기에 한 헌터가 경고의 말도 없이 시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낮은 자세에서의 빠른 검격. 허벅지 아래에서 시작해서 위로 빠르게 올려친다. 대중매체에서 흔하게 표현하는 일격필살기가 아닌, 기습에 충실한 일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용하는 무기는 유려한 곡선을 가진 넓은 외날 곡도, 고전식 세이버(Classical Sabre)다. 그 형태를 빠르게 파악하자마자 저 검술의 원래 형태가 그려졌다.



원래는 말을 타면서 낫으로 곡식을 수확하듯이 적의 목을 치는 것. 그것의 형태를 말에서 내린 상태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바꾸었다.



그것을 확인하면서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젖히면서 검격을 피하는 시우



단순히 금강불괴로 받아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처음부터 맥이 너무 끊기지 않겠는가? 어떤 형태로 공격의 흐름이 이어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막기보다는 피해야 한다.



시우의 이 의도대로 공격이 이어진다.



팔에 힘을 단단히 주고 있는지 칼날이 허공 위에 높게 뜨지는 않았다.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칼끝이 멈춘 지점은 시우가 서 있었을 때의 눈높이 정도. 그 상태에서 빠르게 손목을 비틀면서 위로 향한 칼날을 돌려서 내려친다.



여기까지가 공격의 한 세트. 볼만큼 봤으니 충분히 반격을 해도 되겠지. 그래도 역시 금강불괴로 그냥 받아내는 건 성의가 없는 것 같기에 시우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얼핏 보면 미친 짓거리. 맨손을 자신을 향해서 떨어지는 칼날을 향해서 내지르고 있는 꼴이니까.



하지만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미쳤는 것 이상의 일이었다.



소림-일노박룡수(一怒博龍手)



"!!!"



우선적으로 일어난 것은 칼날끼리 부딪히는 것처럼 칼날과 손날이 부딪힌 일. 이어서 손목을 부드럽게 감으며 손바닥이 자연스럽게 세이버의 검신을 부드럽게 밀어낸다.



그리고 시우의 빈 손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목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것은 이미 수도 없이 써와서 알만큼 알려진 용조수(龍爪手)였다.



대련임을 알아도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이어서 시우는 자신에게서 미묘한 각도로 달려들어오는 두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시야에 간신히 잡히는 각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시야에 완전히 벗어난 사각지대. 시야에만 의존해서 회피하면 바로 사각지대의 공격에 당하는, 악랄하다면 악랄한 합공이다.



실전이라면 모를까, 역시 대련이기에 이 또한 금강불괴로 받아주기 좀 애매하다. 자신이 보고 대응했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깡 방어력으로 버텼는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금강불괴는 실전용으로는 정말로 최고지만, 대련용으로는 은근히 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을 제쳐두고 빠르게 대응방법을 마련하는 시우. 다행히도 시야에서 들어오는 공격과, 사각지대에서 들어오는 공격에는 약간의 시간 차이가 있다. 이런 조건이라면 자신이 제일 먼저 내비쳤던 재능으로 해결 가능하다.



소림-염화금나수(拈華擒拿手)



염화(拈華). 이 글자를 쓰는 한자성어로는 불교에서 사용하는 염화시중(拈華示衆)과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있다. 하나는 '꽃을 따서 무리에게 보이다.'고, 다른 하나는 '꽃을 집어 들고 웃음을 띄다.'는 뜻.



그것처럼 상대방의 무기와 어깨를 집어내는 시우의 손길은 꽃을 대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것이었다. 그 부드러운 기세가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시우는 잡아낸 상대방을 사각지대에서 달려나온 상대방을 향해서 집어던졌다.



"우왁!"

"억!"



이것으로 얼추 제압이 된 것 같다.



딱 한 명 빼고. 시우에게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그려준 그 사람이다. 자신이 대련을 제안하고는 아직까지 나서지 않았다니 참 어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앞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완성되어 있었다. 아눕롤이 작게 감탄을 외칠 정도로 말이다.



-흠, 랭크는 낮지만 괜히 운명력을 인식하는 게 아니었군요.



이 말과 함께 마법진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거대한 검이다.



-소환 술식과 연금 술식을 합쳤다라. 소환 술식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연금 술식의 단점인 재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아눕롤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우의 눈이 강도를 확인한다. 속이 꽉 차 있는 것이 어지간한 강철 이상, 충분히 다이아몬드에 가깝겠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다이아몬드 같은 주먹으로 상대한다. 드디어 금강불괴가 빛을 발할 때가 온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시우는 무식하게 내공을 압축시켜서 두른 주먹을 자신을 향해서 날아온 검을 향해서 내질렀다.



특별한 초식도 없는, 정말로 기초적인 정권



그 정권과 거대한 검이 부딪히고, 검이 시우의 손에서 튕겨나가며 낸 상처는 정말로 작은 찰과상이었다. 이 작은 상처가 난 손을 가볍게 턴 시우는 고개를 돌리고는 어느새 구경 중이던 조엘에게 말했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한번 겨뤄보실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서열정리2 21.04.28 46 1 13쪽
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275 잠깐5 21.04.26 23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8 1 13쪽
272 잠깐2 21.04.21 22 1 12쪽
271 잠깐 21.04.20 25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8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7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2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6 2 13쪽
255 인식 21.03.29 29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7 3 13쪽
»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8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249 눈도장3 21.03.19 23 2 13쪽
248 눈도장2 +1 21.03.18 28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