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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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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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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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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혹2

DUMMY

창에 의해서 쪼개진 팔이지만, 앞으로 쭉 뻗은 기세에는 살기가 깃들어 있다.



단순한 오기는 아니다. 팔의 곳곳이 살짝 볼록 솟은 것이, 붙잡은 다음 팔에서 덩굴을 터트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하려 한 모양. 확실히 당했다면 효과적인 공격이긴 하겠다.



물론 창을 놓으면서 거리를 벌린 이상 별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당한 게 좀 있어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형에게 공주님 안기를 당한 굴욕은 죽어도 못 잊는다. 그러니 뭔가 수상한 게 있다면 무기를 놓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



어차피 이 상태에서 무기를 새로 만들어내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적인 대무당의 팔에 꽂혀있는 창이 사라지고, 시우의 손에 새로운 창이 생겨난다. 그를 보면서 이를 악물고 있는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한마디를 던지는 시우였다.



"짐승들만 상대하다 보니 자신도 짐승수준으로 격이 떨어진 게 아닌지?"

"닥$@!"



바로 거친 반응이 돌아온다.



블루베리라는 약점을 찔린 카푸스도 이런 반응은 아닌데. 그런 시점에서 보자면 확실히 생긴 것처럼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얼굴은 어린 소년이다만, 몸은 풀줄기가 잔뜩 얽힌 덩굴이라는 것. 그리고 그 덩굴은 살인 벌레들이 가득 찬 굴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에 걸맞게 바로 주먹만한 벌레들이 득실득실 기어 나온다. 벌레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바로 숨을 흡 들이키면서 기절할 모습이다.



물론 딱히 벌레 공포증이 없는 시우라고 해도 보기 썩 좋은 모습은 아니기에 바로 표정을 찌푸려버렸다. 그러나 그 표정과는 별개로, 팔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최적의 경로로 내공이 실린 검기를 흩뿌린다.



잠깐 눈앞을 검게 가득 채울 정도의 벌레들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



그리고 시우는 다시 창을 내지르려고 했다. 바로 심장을 꿰뚫지는 못하겠지만, 어딘가에 계속해서 구멍이라도 내다보면 언젠가는 심장을 꿰뚫지 않겠는가.



아래쪽에 있는 일행이 조금 걱정되지만, 카닌도, 조엘 시몬도, 대무당도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다.



이런 시우가 지워낸 검정을 빨강의 불꽃이 다시 채운다.



"읏"



창대를 재빠르게 빙글빙글 돌리면서 불꽃을 흩트리지만 열기는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거 괜찮은 건가? 시우도 시우지만, 상대방은 몸이 풀줄기와 반쯤 융합되어 있는데?



그 생각과 함께 불꽃을 걷어내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시우. 그러자 찢어진 불꽃의 틈새로 살짝 초조해 보이는 얼굴이 슬쩍 보인다.



확실히 자신보다도 시간에 더 쫓기고 있는 느낌. 그렇기에 자신의 몸은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다는 기색도 같이 흘러나온다.



이런 상대방의 거친 공세에 시우는 적운흉풍의 고삐를 틀어쥐며 일단은 거리를 멀리 벌렸다.



"급하게 나오는 쪽이 나에게도 좋긴 한데..."



뭐 때문에 급하게 나오는 건지 알면 훨씬 더 좋다.



"감이 잡혀, 적운흉풍?"

"..."



대답은 없다. 하지만 풀줄기에 파묻힌 상태로 숨을 돌리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걸 보면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



그리고 적운흉풍은 빠르게 허상화를 발동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방향은 좀 전에 확인했던 웅덩이가 있는 방향. 그렇게 몸을 한 층 아래로 옮긴 시우와 적운흉풍을 향해서 고함이 튀어나온다.



"도둑%@-!"



그 고함과 함께하는 주술들은 덤이다. 시작은 영혼에 간섭을 하는 주술. 이 주술로 강제로 허상화를 해제시키는 것에 이어 바닥에서 말뚝이 튀어나왔다.



허상화가 저런 거친 지형에서는 체력을 소모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효율적인 대응책.



적이긴 하지만 바닥을 가득 채우는 것이 장관이다. 좀 전에 피워낸 불꽃들처럼 상당히 과격하기도 하고. 그런데 전투에 있어서 상대방의 전력은 최대한 분산시키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생각을 하는 시우를 두고 다시 한층 위로 올라오는 적운흉풍. 그건 또 주술을 써서 막지 않는다. 이렇게 대치구도가 또 이어진다.



"좋아, 핵심은 심연의 가호를 누군가가 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거네."

"푸르르"

"..."



도둑은 심연의 가호를 받으려는 이를 말하는 거겠지. 주인은 벽화에서 본 심연의 지성체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즉, 이 사람은 단순한 가호만 받은 게 아니라, 심연의 지성체들이 내리는 축복까지 받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초조한 이유는...



"받았던 힘을 나눠야 한다면 어지간해서는 싫겠지."

"푸릉"



적운흉풍의 울음소리에 아직 상대의 얼굴이 굳지는 않았다. 즉, 시우의 답이 일반적으로는 맞지만, 이 경우에는 살짝 다르다는 소리다.



"아니면... 주인님들이 은근히 새로운 종을 찾는 티를 흘리고 있거나."



이게 정답이라는 듯이 얼굴이 확 굳는다. 그리고 바로 몸 곳곳을 뚫고 나온 풀줄기에서 석유 같은 검은 방울들이 뭉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어떻게든 붙잡으면서 끌어안는 무당.



"아@! 안다# 해* 내# 더@%$!"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보인다. 그런 상대가 눈을 감자마자 튀어나온 검은 액체들은 시우를 향해서 살짝 뻗어서는 바닷속의 물결에 흔들리는 산호처럼 흔들거렸다.



자신들을 받아들이라는 손길처럼 말이다.



그런데 누가 저 모습을 보고 가호를 받아들일까? 어쩌면 그냥 짐승과 사람이 뒤섞인 것보다 더 추악하고 비참하게 나가떨어진 상태처럼 보이는데.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담아 단전에서 내공을 더욱더 크게 뿜어내는 시우. 그러자 일단은 알겠다는 듯이 몸속으로 넘실거리며 들어가는 검은 액체들.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는지 기색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그리고 다시 감았던 눈을 다시 뜨는 무당.



그나마 확실히 사람 같던 한쪽 눈이 물감을 풀어서 칠한 것처럼 완전히 새카맣게 물들어 있다.



"반쯤 조종받기 시작한 건가."



시우의 말에 적운흉풍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눈앞에서 상대는 흐릿한 연기를 뿜어내면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시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돔에 가득 쌓여있었던 뼈들. 아마도 그 뼈들의 주인이 살아있었을 시절에 가지고 있던 재능을 심연의 지성체가 부여한 것이리라.



이제부터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들까지 각오하면서 싸운다고 봐야 한다.



"쓰읍"



그것을 생각하자 긴장감이 살짝 차오른다. 그에 숨을 돌리면서 시우는 재능은 많아도, 어차피 쓰는 사람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모든 재능을 다 감당할 정도로 뛰어난 이였다면 여유를 가지고 상대했겠지. 처음부터 모든 재능을 드러내고, 떠벌거리는 말 많은 악당처럼 사정을 줄줄이 설명하지는 않아도 느긋하게 자신을 상대했으리라.



즉, 아직까지도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당황에 계속 빠져있을 필요는 없다.



이럴 때는 기습에 바로 대처할 수 있게 몸에 힘을 푸는 것이 정석. 그렇게 그림처럼 움직임을 멈춘 시우와 적운흉풍의 모습에서 움직이는 것은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창 하나밖에 없었다.



그 창의 정반대의 방향에서 흐릿한 연기를 헤치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상대. 좀 전의 풀줄기에 휘감긴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그 대신 반쯤 재규어로 변신한 모습으로 사냥을 하듯이 시우를 덮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시우의 창을 피한다는 건 좋지만, 너무 방향을 반대로 잡았다. 하긴 이 지역에서는 '말'이라는 동물이 없는 것 같으니 이런 정직한 기습을 한 거겠지.



이런 상대에게 정직, 그 이상의 반격을 해주자.



시작은 빙글 돌리고 있던 창을 빠르게 바닥에다가 내리꽂은 것. 있는 힘을 죄다 쏟아서 찍은 것이기에 바닥이 콱하고 파이면서 박힌다.



그 신호를 이해한 적운흉풍이 앞쪽의 두 다리를 빠르게 비틀며 움직였다.



만약에 그 모습을 다른 말이 봤다면 '저 녀석 미친 건가?'라고 생각할 움직임. 아무리 튼튼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무게 중심이라는 게 있는 이상 저렇게 움직이면 발목이 부러지고 만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리 창을 박아둔 시우의 팔이 적운흉풍의 체중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 되었으니까.



이렇게 자세를 비틀어 잡고 적운흉풍은 두 뒷다리를 힘차게 뒤로 뻗었다.



-!



돌아오는 건 말로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때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터지는 소리. 그리고 적운흉풍의 허벅지를 타고 시우의 허리까지 살짝 들썩일 정도의 반동이 밀려온다. 이 생각을 미리 해낸 시우가 본능적으로 '오우'라는 생각과 함께 움찔거릴 정도로 말이다.



---! --! ---! ----!



이어서 난 소리는 콰콰쾅 거리는, 바위더미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층과 층 사이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몇 개나 부숴버리면서 뒤로 날아간 것이다.



그 소리를 쫓아서 빠르게 시선을 돌리는 시우. 그러자 가슴이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움푹 파여있는 한 마리의 곰이 눈에 들어온다.



밀림에 '말'은 안 살아도 곰은 살긴 하지. 그런 인상을 느끼는 시우를 향해서 전력으로 달려오는 곰이다.



속도를 살린 기습이 안 통한다면 어떻게든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모양. 네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기괴하게 덩치가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처음에는 앞서 말한 대로 아시아에 폭넓게 사는 흑곰 수준에서, 그보다는 조금 더 큰 아메리카의 흑곰으로. 그리고 그보다 더 위의 추운 지방에서 사는 불곰과 북극곰의 선을 넘어 몬스터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커진다.



설령 가슴을 찌른다고 하더라도 비계와 근육으로 어떻게든 버티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그럼 정면에서 찌르지 않으면 그만. 가볍게 허상화로 짧게 회피를 하면서 다리를 창날로 가볍게 베어낸다.



"!!!!!!"



덩치가 워낙 크기에 가죽만 살짝 베일뿐이다. 하지만 그 살짝 베인 상처도 하나일 때 참을 만한. 그런 상처들이 몸 곳곳에 열 개, 스무 개로 늘어나고, 그리고 그 자리에 추가적으로 창날을 계속해서 쑤셔 박아도 묵묵히 버틸 수 있을까?



"!!!"



손시훈이 마왕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 사이에서도 괴물이라고 불리는 건, 그걸 버틸 수 있어서다. 거꾸로 돌려서 말하면, 어지간한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베인 상처에다가 계속해서 창날이 쑤셔 박히면 버틸 도리가 없다.



하물며, 심연의 가호를 완전히 버티지 못하는, 육탄전의 경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것 같은 무당 출신은 더더욱 그렇겠지.



차라리 복잡한 주술로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게 나았을 텐데.



보아하니 받은 재능을 동시에 쓰는 것도 가능해 보이는데, 여러 개를 쓰지 않고, 하나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더 노골적으로, 쉽게 말하면 그냥 싸움을 못한다.



하긴, 이때까지 싸운 것들이 반쯤 짐승이 된 것들이니 이해는 된다. 그것도 못해도 몇 백년간은 그런 싸움만을 해왔었지. 힘으로 찍어 누르는 싸움에만 익숙해져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 상대에게 패배를 선사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이 생각과 함께 묵묵히 적운흉풍에서 내리는 시우. 그를 적운흉풍은 막지 않았다.



지금의 적은 상당히 엉망이니까.



얼핏 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좀 더 정신을 차린 것 같기도 하다. 눈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고, 몸의 뚫고 나온 풀줄기들의 수는 더 줄었으니까.



간결하게 몸을 감싼 한 장의 천에 단검. 그것만 보면 이쪽의 대무당과 분위기가 거의 같다. 금방이라도 엄청난 주술이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생명에 민감한 시우와 적운흉풍의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한계점이 찾아온 내부. 언제든지 다른 괴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장과 근육이 가죽을 꿰뚫고 터져 나올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 딱 한대만 제대로 치면 그만이다.



헌터의 기준에서 보면 그 한대도 방심을 할 수 없다곤 하지만... 적운흉풍은 묵묵히 도련님을 믿어주었다.



그 시선을 받으면서 빠르게 자신이 쥐고 있는 창을 던지는 시우.



이를 상대는 가볍게 피해내면서 처음처럼 다시 벌레를 푼다. 머릿속에 그려진 상상은 창을 잃은 시우가 맥없이 벌레들에게 찢기는 모습일 것이다.



그 상상을 시우가 금강불괴로 받아내면서 깨트리자 눈동자가 확 하고 커진다. 그런 상대에게



소림-염화금나수(拈華擒拿手)

부드럽게 붙잡아서는 균형을 흔들고



소림-용조수(龍爪手)

그 부드러운 기세를 거칠게 바꿔서는 난동을 부리는 용처럼 바닥에 처박아서는



소림-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

온 힘을 쏟아부은 장타로 마무리



그렇게 머리에 손바닥이 닿았다고 느끼는 순간, 시우의 시야가 새카맣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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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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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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