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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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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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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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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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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작하기 전에

DUMMY

프랑스어로 된 이메일



그런데 그 내용이 좀 심상치 않다. 마경태가 정신을 차리고 프랑스어 공부를 했다지만, 절대로 쉽게 이해할만한 내용은 아닌 것이다. 시우가 봤을 때 마경태의 프랑스어 실력 수준으로는 발신자가 간신히 대학교 교수라는 것만 알 수 있을 터였다.



"형, 진짜 공부 많이 하셨나 보네요?"

"내가 프랑스어로 쓴 사람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헷갈려도, 의대 때 책으로 본 이름 정도는 기억하거든?"



이건 칭찬을 해야 할지... 한심하다고 욕을 해야 할지... 그런 시우를 두고 당당하게 기억하는 이름을 말하는 마경태. 그러자 시우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났다.



대학교 교양 수업 때 교재로 썼던 책의 저자다.



교양 강의 자체는 정말로 쓰레기 수업 같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책은 정말로 좋은 책이었다. 그건 자신만 생각하는 게 아니었는지, 강의평가들은 대체로 이랬다.



-★★★★★(5.0/5.0) : 책 점수 5점 + 강사 점수 0점

-★☆☆☆☆(1.0/5.0) : 그냥 책 읽는 것도 못함. 이 강사 거르셈



집에 가보면 그 책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으리라.



"책이 좋긴 좋더라고요."

"당연하지. 내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은 아직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의 세상이었다고. 그때부터 유명해서 지금 더 유명해진 교수님이지."

"도대체 누구길레... 아! 이 교수님이 쓰신 책, 저희 할아버님도 가지고 있어요! 지구의 문화와 이세계의 문화를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라면서 몇 권 들고 오셨더라고요."

<... 어, 이 사람...>

"N도 기억나지? 내가 준 책의 저자잖아? 그런데 너는 비적합자 하등생물이 쓴 책에는 관심 없다면서 스마트폰이나 붙들고 있었지?"



비적합자? 하등생물?



그래, 그런 말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 하지만 용서해주자. 블루베리에게 교육을 받고 난 다음부터는 그런 말을 쓰지 않으니까. 옛날이야기 아닌가.



잠깐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침착하게 진정하는 시우였다. 그런 시우를 두고 N은 도둑놈이 지레 발이 저린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대충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푸스가 인정할 정도의 교수면 작가로서도 확실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 일단 분위기를 돌리기 위한 말임을 감안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카푸스의 책은 확실히 '일반인들도 쉽게'마법을 이해할 수 있게 책이 써졌으니 말이다. 비적합자인 시우도 대충 마법이 뭔지에 대한 감은 잡힐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데 그런 교수님이 자신의 스케줄을 묻는다라...



"책에 네 이름이 적힐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시우야."

"책에요?"

"저 교수님이 더 유명해진 것이 이세계 탐사거든."



탐사라는 말에 미간을 미묘하게 찌푸리는 시우. 그 옆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던 김송현이 '미스테리 수사극...'이란 말을 꺼냈다.



미스테리 수사극...



손시훈과의 이세계 탐험은 유익했지만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떠올리기 싫었던 그 기억을 떠올리자 표정을 찌푸리는 시우.



그걸 보면서 쓸데없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이는 N이다. 이런 두 철부지에게 마법으로 단죄를 내리는 카닌. 그렇게 물을 통해서 답을 찾고 있는 두 철부지를 마경태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 소개를 듣다 보니 어디선가 이름이 더 익숙한 시우. 그리고 N은 카닌의 단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시감을 느끼는 시우에게 재빨리 말했다.



<푸하아아! 그, 친해지길 바래에서 있었던 사람하고 성이 똑같아. 가족인 건 확실해!>

"그랬나? 기억 잘 나지 않는데, 넌 기억나냐?"

<응응! 일단 거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기억할 필요는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고맙긴 하다만, 자신의 형이 이 말을 나중에라도 이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손시훈의 반응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었으니까. 선경지명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거들먹거리겠지.



최소한 적운흉풍이나 카푸스, 둘 중 하나만 남겨놨어도 이런 생각까지는 안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시우를 두고, 열심히 말을 이어가는 N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해골장미 대원의 퍼포먼스 때문에 분위기가 딱딱히 굳었었는데 별 것이 있겠는가. 그냥 전형적인 서양식 천사 캐릭터처럼 머리 위에 고리가 하나 있다. 이것 말고는 딱히 건질 게 없다.



이를 눈치 좋게 알아차린 카닌은 손가락 끝에 커다란 물방울을 하나 들고는 N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형! 도움이 됐지? 그렇지?>

"..."

<제발! 그렇다고 말해! 내 잘못은 어쩌다가 저 철부지의 말에 맞장구를 친 것 말고는 없단 말이야!>

"잘못은 확실히 아니까 용서해줄게."



물방울을 거두는 카닌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N. 그를 보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시우는 진짜, 제대로 된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시우 뿐만이 아니라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의사회의 직원들도 고개를 돌린다. 왠지 이게 작은 권유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 것이다. 시우에게 엮어오는 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당사자가 되기는 좀 싫지만, 옆에서 구경할때는 흥미진진한 일들이니까.



모두의 그 예상에 걸맞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아눕롤이었다.



-확인했사옵니다. 윌리엄 시몬과 조엘 시몬. 부자관계군요. 마경태의 말대로 윌리엄 시몬은 세계적인 심리-인류학자이며 아들인 조엘 시몬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헌터 중 하나입니다. 다만



잠깐 뜸을 들인다.



-다만, 문명의 존재를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그냥 국제 헌터 연합의 성향이 강하다고 말하세요."

-....

"키잔트헤임의 사상이 장기적으로는 사람이라는 전체에서 나오는 가능성을 믿는 거 맞죠? '이 모든 것은 사람의 가치와 그 가치로 일어서는 문명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그 문명을 일구며 살아갈 미래의 아이들을 위하여.'"



할 말이 없는지 아눕롤의 스피커에서는 약간의 진동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

.



"반갑네 시우군, 윌리엄 시몬이라고 하네. 아들에게서 자네의 이야기를 들었네."

"반갑습니다."

"삑-삐익!"

"흠,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몇 명을 동행시켜도 되냐는 질문을 메일로 보냈잖나?"

"네."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 거기에 있는 사람은 시우뿐만이 아니다. 눈빛이 확실히 살아있는 카닌과 카닌의 어깨에 앉아있는 하늬, 그리고 평범한 눈의 N과 적운흉풍, 그리고 완벽하게 눈이 죽어있는 김송현까지



이 상태에서 나는 왜... 라고 중얼거리는 김송현을 가벼운 전기충격이 덮쳤다.



"뜨아아앗!"

"죄송합니다. 저건 너무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괜찮네, 몇 명이 와도 괜찮다고 허락했지 않았는가? 몇몇 사람들은 예상하고 있었네."

"예상했으면 좀 말려... 끄아악!"



그를 두고 윌리엄 시몬 교수는 폭력을 통한 교정은 기본적으로 반대라는 당연한 의견을 꺼냈다.



기본적으로. 즉 특별한 상황에서는 허용이 된다는 거다. 가령 해골장미 대원급의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조금 다그칠 필요가 있다는 것. 무공은 B랭크 정도로 성장했지만 그 정도로는 불안한 감이 있지 않겠냐는 거다.



이 타당한 의견에 아눕롤은 소문이 동네방네 퍼지고 있는데 이게 뭐냐는 닦달을 하기 시작했다. 그 소동을 윌리엄 교수는 시우의 말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자네의 형이 없다는 건 아쉬우면서도 잘된 일이군."

"잘됐다구요?"

"참된 탐구의식이 있는 연구자라면 자네의 형과 함께하는 걸 좀 꺼릴 걸세. 자네의 형은 뭐든지 잘 아는 사람 아닌가."

"저기... 그 미스테리 수사극 보셨나요?"



끄덕. 그에 나름 자제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온 여러 기행을 떠올리면서 볼이 붉어지지 않게 노력하는 시우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봐왔네. 손시훈이 대중에게 처음 나선게 그 바캉스 아닌가?"



정확히는 예능 서바이벌이라는 괴작이었지만



"그때 소감이... 한국 예능도 나름대로 참고 자료 삼아서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말이 있더군. '저 인간의 진단명이 뭘까?' 연구대상이긴 하네. 하지만 그건 주객전도가 아닌가? 내가 보낸 메일의 주목적은 탐험팀 권유인데 말이야."

"그, 그렇겠지요."




현대인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당연히 살만큼 산 인간이 정신병이 없을리가 없지. 평상시의 하는 행동도 적운흉풍을 타고 몇 시간은 달린 것처럼 정상인과 거리가 있으니까.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그 외에도 무엇이 더 있는지, 정확하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나름대로 전문가의 입장에서 들어보고 싶다.



뒤에서도 비슷한 생각인 모양이다. 윌리엄 교수의 말에 카닌이 무의식적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N도 숨소리가 흐트러진 것이다. 김송현도 아눕롤의 분신체가 하는 전기충격을 미리 맞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용케 오지 않았군? 분석을 해 본 결과 손시훈은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이야. 집 안에 틀어박혀 있을때는 콕 틀어박혀 있다가, 한번 활동을 할 동기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같이 끼이고 싶다고 했을텐데?"

"했지만 아버지께서 막으셨죠."



'왜요?'

'민폐란다....'

'뭘 탐사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알더라도 시스템 역할만 하겠습니다!'

'거기서부터 민폐란다...'



"솔직히 자네의 아버님도 학계에서는 흥미를 가지는 대상이긴 하네. 조금 실례되는 말이지만 너무 침착한 것도 심리학적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거든."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였다. 확실히 자신의 아버지는 형과 정 반대의 방향으로 신기한 사람이니까.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광배를 단 자신을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의 눈동자. 그 눈동자는 확실하게 자신의 머리 뒤에 있는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건 절대로 기분탓이 아니었다. 광배를 볼 수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눈동자는 확실히 다르니까. 눈앞의 윌리엄 교수도 그렇다. 아들에게 들은 광배를 보려고 했는지 그 또한 시우의 등 뒤의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이 맞힐리가 있나. 허공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니 눈동자가 떨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에 손시훈의 아버지의 눈동자는 명백히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카푸스나 N, 그리고 손시훈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그는 명백히 광배를 보고도 큰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작은 아들이 이런 쪽으로 호들갑을 떠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걸 잘 알고 배려를 한 것이다.



뭐, 해탈한 사람이 해탈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적으니 수가 많고 적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눈다면 아버지도 비정상이긴 하겠지. 물론 직접적으로 손시훈이나 블루베리에게 비교하는 건 굉장히 실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에게 윌리엄 교수는 자신이 예상했던 여러 지인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마경태씨는?"

"형은 명색의 의사회 한국 지부 책임자니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마경태는 김송현과 달리 이 탐사를 가기를 원했었다. 그리고 만약, 윌리엄 시몬 교수가 영어를 썻다면 의사회 직원들도 보내줬을거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쓰는 교수를 상대로는 창피해서 보낼 수 없다나. 어차피 게이트 너머로 가면 언어가 뭐가 중요하냐고 투덜거린 마경태가 떠오른 시우였다.



"조미선씨는?"

"제가 나름대로 성장했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하셔서요."

"흠, 충분히 이해되네. 긍정적인 경쟁심이야. 자네의 동생은 마경태씨보다 훨씬 더 바쁜 사람일테고. 해골장미 대원들은 이런 사적인 일에 보내는 것을 러시아가 허락할 리 없겠지. 그리고..."



힐끔 김송현을 보는 윌리엄 교수. 그걸 나름대로 성장한 감각으로 김송현은 빠르게 낚아챘다.



"저기, 교수님. 보네르 상원의원과 아는 관계죠?"

"흠흠..."

"그래. 유명하다고 해도 스위스 심리학자와 캐나다 상원의원이 직접 아는 관계일리는 없겠지. 하지만 두 사람은... 끄으으윽!"



쓸데없는 말을 막기 위해서 아눕롤의 전기 충격이 들어간다. 이 살짝 전압이 올라간 충격에도 불구하고 김송현은 나름대로의 의지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추리를 이어갔다.



"아는 사이지! 직접 아는 사이라면 권유도 직접 했겠지! 그런데 그쪽은 이런 일을 하기에 교양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안 왔는데 왜 나는! 억!"



아눕롤의 분신체가 내뿜는 전압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직접 금강지를 김송현의 명치에 꽂아서 기절시키는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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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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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기 전에 21.03.23 22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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