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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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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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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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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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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작하기 전에2

DUMMY

"어쨌든 이본 보네르는 시작도 하기 전에 도망쳤고, 나는 도망치지 않았으니 내가 이긴 게 아닐까?"

-그래그래, 그건 우리 계약자가 이겼구나. 하지만 쪽팔리니 그만 하거라.

"왜? 나와 이본 보네르는 만 나이로 따져보면 동갑이지 않나?"



그리고 손시연도 그들과 동갑. 세심하게 따져보면 손시연이 여러모로 평균 이상인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김송현과 이본 보네르가 평균 수준이 되는 건 아니다.



평균 이하의, 그들만의 싸움이라는 거다. 아눕롤의 말대로 쪽팔리니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자 자신은 스위스 관광만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김송현이었다.



그에 N은 혼자서 스위스 관광 잘해보라며 버리는 건 어떨까란 제안을 하고 있었다. 영어라도 완벽하게 할 줄 아는 마경태와는 달리, 김송현은 혼자서는 말도 안 통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영 여의치 않다. 기계와 자신을 연결시킬 수 있는 초특급 재능을 가진 이상, 스마트폰을 번역기 삼아서 이 녀석은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점에서도 이본 보네르보다도 낫다. 이 사실에 한탄하는 N이었다.



<운 하나만큼은 정말로 억세구나.>

"어디가?"

<가령 남들이라면 평생 직접 만나기도 힘든 헌터들과 함께 하는 기회를 얻은 것?>

"비교되는 것 같잖아."



참 어이없는 소리다.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어지간한 고랭크, 고급 헌터들은 자신보다 낮은 랭크의 사람들과 비교를 하지 않는다. 세계 S랭크 연맹도 비적합자라면 차별을 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일단 적합자면 극강경파가 아닌 이상 크게 신경을 안 쓴다.



이건 명문대에 재학, 혹은 졸업한 당사자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수능 평균 5등급 김철수씨가 괜히 비교된다고 징징거리는 꼴.



아무래도 미리 거리를 살짝 떨어트린 건 정답이었나 보다. 멀찍이서 김송현과 그를 상대해주는 아눕롤과 N을 무시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우였다.



"반갑습니다, 손시우입니다. 몇몇 분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금방 다시 만났네요."



다시



상당수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친해지길 바래'에서 만났던 사람들.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 이런 시우와는 달리 그들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로 그런 싸움을 해 왔구나'란 표정들. 조엘 시몬을 제외하면 다들 그런 얼굴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닌이 말했다.



"저 사람들에게는 무슨 이야기를 한 거예요?"

"제 형 이야기만 중점적으로 했는데요."

"그런 것 치고는 많은 것을 납득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그건 제가 미리 한 말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도록 하죠. 저희는 시우씨를 잘 기억하고 있지만, 시우씨는 저희에 대한 인상이 흐릿할 테니까요. 조엘 시몬입니다."



말끔한 정장.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도 그런 복장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거친 헌터 하고는 거리가 먼 인상. 광배가 보이지 않아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물론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 실패한 친해지길 바래에서 분위기에 찬물을 쏟아부은 해골장미 대원도, 겉모습은 허약해 보이는 마법사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이 인상을 조금 가공해서 추측하는 시우였다.



"아눕롤에게서는 간단하게 스위스를 대표하는 헌터 중 하나라는 말만 들었는데, 스위스 중앙 헌터 협회 관련자이신가요?"

"그렇게 거창하게 봐주시면 곤란한데. 사실상 아버지에게 용돈 받으면서 살거든요."



이것도 정말 예상외다. 아무리 봐도 싸움하고는 거리가 먼 번듯한 대기업의 젊은 고위층으로 보이는 조엘 시몬. 그런 설명을 어느새 자연스럽게 보충해주는 아눕롤이었다.



-제네바 대학교의 헌터 호위팀의 실질적인 책임자지요.

"공식 직함은 아니니까요."

-보통 대학교의 연구를 위한 헌터 호위팀 책임자의 수준은 B랭크 수준쯤 되니까요. 그러니까, 아직 무공을 배우지 않았던 시절의 마경태나 조미선을 생각하면 될 것이옵니다.

"사실상 초면에 이런 농담을 하기는 그런데, 스위스에도 열정 페이란 것이 있나 봐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죠."



조엘 시몬의 스펙은 시우가 착각한 것처럼 각국의 중앙 헌터 협회, 혹은 대기업 후원 헌터팀 소속의 팀장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리 명문 대학교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오버스펙. 그런 사람이 대학교 헌터 호위팀에 공식적으로 소속된다고 생각해보자. 예산을 아끼고자 하는 대학교의 입장에서는 호위팀의 규모를 축소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조엘 시몬은 '아버지에게서 용돈을 받으며' 헌터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용돈이 공식 헌터 호위팀 책임자의 월급보다 더 많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이런, 초면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식 없는 대화를 늘어놓자 분위기가 조금 더 풀린다. 그 상태에서 고백이라면 나름대로 고백을 하는 조엘 시몬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는 행동. 허락 없는 심리 분석만 해도 그렇다. 그리고 조엘 시몬은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원하셨던 것 같아서요."



당연하지. 그때의 시우가 원했던 건 누가 '나도 형 때문에 힘들어.'라는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했던 거니까.



어떻게 보면 다른 의미에서는 더 암울한데, 그때 사람이 한 스무 명 가까이 있었다. 그런데 시우의 진심을 알아준 것이 사실상 심리학자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저기, 마르타 루소씨도 있었잖아요. 순간적인 무의식을 읽을 수 있는 사람요."

"아... 그 이외에는요?"



약하지만 시선회피를 한다. 그러니까 직접 안 사람은 이런 쪽에서는 전문가인 고작 두 사람밖에 없는 것인가? 이건 카닌에게도 하늬에게도 충격적이었는지, 그 둘은 사이좋게 입을 벌렸다.



"삐익?"

"두 명..? 그 아저씨는 도대체 어떤 싸움을 했길래 사람들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준거지?"

"일단 자신의 머리를 깨트린 철퇴를 붙잡아서는 마왕의 머리를 깨트린 것부터 인간이 할 짓은 아니죠."



이 사람도 이본 보네르처럼 손시훈의 마왕 학살극을 직관한 사람인가.



"그리고 그 외에도 손시훈이 보여준 짓은 좀... 여러모로 인간이 아니죠. 정말로 극단적인 활약은 기밀 처리가 된 것 같습니다만, 해골장미 대원들이 흘리는 것이 있거든요."

"기밀 아닙니까?"

"그게..."



-우리 선생님은 팔이 물어 뜯겨도 드레이크를 눈에 주먹을 쑤셔 넣으신다.

-우리 선생님은 마왕의 칼을 어깨로 튕겨내신다.

-우리 선생님은 드래곤의 발톱이 배를 찢어도 아무렇지 않게 목을 뜯어내신다.



마지막은 저 멀리 뒤쪽에서 N이 움찔거리는 기색이 느껴질 만한 이야기. 전부터 생각해왔던 거지만 해골장미 대원들의 선생님에 대한 사랑은 거의 병적인 수준이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인터넷 방송에서 드러난 손시훈의 모습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 아닐까. 현대 지구의 평범한 감성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죠."



하지만 손시훈이 환생자임을 감안하면 잔혹한 학살자의 모습이든, 실없는 아저씨의 모습이든 모두 다 진짜 본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지구의, 과거 한국의 예시를 들어보자.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 중 전시는 왕이 직접 나와서 문제를 내는 시험이었다. 그중 광해군의 주제가 눈에 띈다. 어떤 때에는 공납품을 토산물 대신 쌀로 바꾸는 제도-대동법-에 대한 국가 정책에 대한 이성적이고 심도 있는 주제를 냈는가 하면...



1616년 광해군 8년 증광 회시 책문 -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다투어 기뻐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굉장히 감성적이지 않은가?



이 외에도 극과 극을 오가는 위인들의 예시는 엄청 많다.



왜, 세계 2차 대전의 나치 전범들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증언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그들의 극단적인 모습 중 하나는 무조건 가면이었을까? 둘 다 진짜였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과거의 예시를 들었다면, 현재와 미래의 예시를 들어보자. 인터넷 공간에서 현실과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들 중에도 현실은 현실, 인터넷은 인터넷 모두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대와 세상을 잘못 타고났다. 저와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300년 일찍 태어났거나, 300년 늦게 태어났다면 성격적으로는 조금 독특한 사람으로 여겨졌겠죠."

"진짜로요?"

"근처 사람은 물론 다르겠죠.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에는 차이가 엄청나니까..."



왠지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속이 더 터질 것 같은 시우였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라고.



남인 시몬 부자의 입장에서는 희극이지만 시우의 입장에서는 비극이 따로 없다. 그리고 그 비극을 시우보다 훨씬 더 오래 경험한 적운흉풍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처음 '친해지길 바래'에서 '하다못해 적운흉풍만 있었어도...'란 말은 이래서 하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그 때 적운흉풍만 있었어도 지금 이 대화는 좀 생략할 수 있었을텐데..."



잠시 어색한. 그러나 차갑지는 않은 침묵이 돌았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똑같은 상상을 하고 있으니까.



처음의 친해지길 바래는 이보다도 훨씬 더 어색했었다. N이 맞장구를 쳐주기는 했다만 거의 시우 혼자서 떠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만약에 적운흉풍이 있었다면 누군가가 이렇게 보인 반응에 조금 더 적극적인 표현이 돌아왔을 것이다. 다들 비슷하게 그 생각을 하는지 시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썩 좋은 시선은 아니다.



"..."



그렇기에 속에서 작은 불꽃이 치솟는 시우. 그 팔뚝을 붙잡는 조엘과 카닌이었다.



"시우씨! 이해해줘야 합니다! 시우씨가 말하고, 제가 말하고, 그리고 다시 시우씨가 말했는데도 이해를 못한 게 좀 짜증날 수 있지만, 그리고 이제서야 간신히 이해한 게 답답하실 수 있지만! 그 이유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으시잖요!"

"그래요, 시우씨! 이 모든 일은 친해지길 바래에서 할아버님과 적운흉풍을 뺀 사람의 잘못이라구요!"



그래, 모든 잘못은 그 짓을 저지른 사람, 손시훈의 잘못이다. 그러니 진정해야지. 주화입마가 따로 있겠는가. 이런 일로 분노에 뇌를 맡기고 단전으로 흘러가는 생명력을 내공으로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폭주시키는 게 주화입마지.



본인도 당시에 N에게 '이 모든 건 손시훈 때문이다.'라는 말을 시키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심호흡을 두어번 내쉬면서 자신의 맥에서 꿈틀거리는 내공을 진정시키는 시우. 그를 두고 카닌과 다른 이들간의 자기소개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남은 일행의 자기 소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하는데... 명색이 이세계 탐사대 팀이지 않은가. 자기 소개는 해야지. 그래야 하는데...



<아무도 세세한 걸 신경쓰지 않아! 그런건 너만 신경쓴다고!>

"테에엥..."

-칠현님의 방송을 보고 좀 존중하라는 말을 하긴 했는데, 정말 쓸모없는 것만 배웠구나.



기괴한 신음소리와 함께 구석에서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김송현. 그 모습에 시우는 자신의 단전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시우도 이본 보네르가 올 걸 생각하고 데려온거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안 데려오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슬슬 차오른다.



나름대로 랭크가 높은 헌터들이 있어도 이본 보네르가 있다면 그녀를 중간 매개체로 써서 소외감을 덜 느꼈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시우를 두고, 한 헌터가 김송현을 향해서 걸어 나갔다.



'처음 '친해지길 바래'에서 '하다못해 적운흉풍만 있었어도...'란 말은 이래서 하신 거군요.'라고 말한 그 헌터다.



"김송현씨?"

"네, 네..."

"진정하시고 혼자가 아니에요. 저는 B랭크 헌터니까요."

"B랭크... 나 C랭크..."

"그래요. 김송현씨는 아직 C++급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무공을 쓰실 수 있으시잖아요?"

"..."

"김송현씨는 저를 지켜주실 수 있어요! 힘내세요!"



뭔 유치원 선생님이 떼쓰는 어린아이를 상대해주는 것도 아니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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