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42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4.21 20: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2쪽

잠깐2

DUMMY

그래서...



그래서 만들어진 포지션이 이것이다.



소녀와 숙녀의 미묘한 경계선에 선 여자 한 사람, 누가 봐도 청년인 남자 한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누가 봐도 아이인 어린 소녀 한 사람. 그 어린 소녀는 양 옆에 여자와 남자의 손을 하나씩 붙잡고 있다.



이 포지션의 남자에 해당하는 시우는 여러모로 지적할 것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일단,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으로 봤을 때, 세부적인 진실이 밝혀지면 여러모로 문제가 상당히 있다.



겉모습은 N과 비슷한 10살쯤 되는 소녀인 하늬가 사실 1-2살쯤 된다는 것 까지는 상당히가 아니라 사소한 문제. 아무튼 하늬가 이 포지션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은 '딸'이니까. 나이가 1-2살이든 12살이든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문제의 시작점은 그 딸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엄마의 역할인 카닌. 소녀와 숙녀의 미묘한 경계선이니, 뭐니 하더라도 일단 이 사람은 미성년자이니 말이다. 곧 어른이 된다고 해도 지금 미성년자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명백한 성인. 제정신이 있는 어른이라면 이런 미성년자와 자신을 엄마-아빠로 묶는다는 것이 찜찜함을 느껴야지 정상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한 손시우는 나름대로 형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 보았다.



판타지 소설을 보면 10대에 약혼이니 결혼이니 하지 않는가. 키잔트헤임도 부분적으로 그런 나이 관계에서 자유로운 세계 같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이 관계에 대해서 둔감해질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자신은 그 자유로운 사고방식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만... 결국은 이렇게 되어버렸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하늬도 카닌도 나름대로의 기대감에 들뜬 분위기니까. 여기서 자신 혼자 우중충해서는 여러모로 부정적인 일만 생기겠지.



그러니 자신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것도 결과적으로 보면 다 지나가는 일이 될거다. 혼자서 괜히 진지해진다고 해서 풀리는 일이 아니라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거기다가 지금까지 하늬가 얼마나 시우와 함께 다니기를 원했던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살짝 빠지기를 반복했었는데, 드디어 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을 이렇게 한 다음, 시우는 잠시 자신의 손을 잡은 하늬를 바라보았다.



선명한 검은색의 눈동자, 그리고 청회색의 머리칼



지금은 완전한 사람,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한 명의 소녀는 시우를 보고 방긋 웃고 있다.



-아



딸바보는 이렇게 생기는 거구나, 손시훈이 아이에게는 그나마 약한 이유가 이것이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시우가 머리를 쓰다듬자 하늬는 싱긋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카닌이 입술을 여는 찰나



"쉿"



일단은 저지를 한 다음



"분위기만 잡자구요, '언니'"



깔끔하게 선을 긋는다. 본래 덩치가 20m쯤은 되는 카슈미르의 모 정령용이나, 경력만큼은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 제2 팀장과도 같은 모 철부지 헌터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에 편안함을 느끼는 시우를 두고 하늬의 말이 이어졌다.



"자자! 사건은 끝났구! 해외에 나올 기회는 드물잖아요?"



뭐... 계속해서 의사회에서 일할 거면 드물지는 않을 거고, 그 외에도 많을지도 모르지만 눈치 없이 여기서 초를 치지는 말자. 의사회에서 말하는 해외와 지금 하늬가 말하는 해외의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니까.



그리고 어느 쪽의 해외든 대한민국하고는 또 분위가 사뭇 다르다.



높은 고층빌딩과 딱딱한 아스팔트로만 뒤덮여있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낭만을 가질법한 유럽의 도시. 그를 이런 기회에 즐겨보는 건 괜찮은 추억이 될 수 있으리라.



이런 분위기의 앞에서 살짝 혼이 빠져있는 김송현이었다.



"그런데... 왜 제가 가이드를...? 도대체 왜...?"

"그야 아빠와 언니가 나름대로 열심히 탐사 준비를 하셨을 때, 송현이 오빠는 스위스 관광을 제대로 즐기셨잖아요?"

-쯧쯧, 이게 바로 인과응보란 것이다 계약자여.



아눕롤의 말대로 인과응보란 것이 이런 것이다.



그 사실을 차마 부정할 수는 없는지 김송현은 하늬에게서 고개를 돌려서는 시우에게 살짝 소리를 쳤다.



"혀.. 형도! 이 스위스에서 나름대로 관광을 즐긴 적이 좀 있잖아!"

"니 말대로 '조금'이지. 좋아. 나는 그렇다고 쳐도 카닌은 대학원생들의 보조까지 해 주느라 진짜 쉰 적이 없는데,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좀 봉사하는 게 그렇게 힘드냐?"

"동생들...?"



잠깐 하늬를 보면서 목소리 끝이 올라간 김송현. 동생이지 왜 동생'들'이지? 하는 목소리다. 그런 김송현을 향해서 카닌이 한쪽 손가락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김송현씨. 죽고 싶나요?"

"닌 좋게 말하려고 해도 진짜..."



시우 또한 한쪽 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가세한다.



금강지냐 물고문이냐. 둘 다 아이 앞에서 위협용으로 쓰기에는 썩 좋지 못하지만 그러기에는 이 녀석은 좋게 좋게 해서 말을 들어먹지 못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삐그덕거리는 휴식이 시작됐다.



.

.



다행히도 삐그덕거린 시작이 진정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신기해하는 하늬.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그보다는 바뀐 시야에 의한 신기함이 더 큰 것 같다.



지금까지 그녀가 봐 온 대부분의 세상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아래에서 위로 보니 확실히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런 하늬를 두고 김송현은 'N보다는 확실히 낫다.'는 중얼거림을 늘어놓았다. 하긴 뭐든 살짝 시큰둥한 반응의 N에 비해서 작은 하나에도 '우와!'거리는 하늬가 훨씬 더 귀여운 맛이 있기는 하다.



거기서 시선을 잠깐 돌려 생각해보니 N이 농담삼아서 '엄마'라는 말을 했을 때 카닌이 정색한 것도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시우



비적합자인 이상 마법사가, 그리고 대마법사가 어떻게 N을 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쿰척거리는 아저씨가 고등학생 소녀에게 '엄마'라고 부른다고 대충 생각을 하면 되겠지.



이 생각에 더해 주변에 못난 어른들이 한가득이란 사실이 시우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빠?"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갔는지 시우를 부르는 하늬. 그 순진한 표정에 시우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지금은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다 잊자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 다음 가이드에게 다음 장소로 안내해달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또 슬프게 중얼거리는 김송현이었다.



"이젠 자연스럽게 부려먹는구나..."

-우리 계약자는 이럴때가 아니면 부려먹기 참 힘드니 말이지.

"이럴때는 조금이라도 계약자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걸 원했다면, 평상시에 작작 도망쳤어야지

"테엥-"



추가적으로 저 말투는 절대로 배우지 않게 막겠다고 다짐하는 시우. 그 앞에서 김송현은 아눕롤에게 '고운 말!'소리와 함께 전기충격을 받으며 일행을 안내했다.



그렇게 안내를 한 곳은... 전기충격이 뇌에 살짝 손상을 가져왔나 걱정을 할만한 장소였다.



"너..."

"인터넷 추천 관광 코스 중에 여기는 꼭 끼여 있는데?"



레만 호수



프랑스의 오트사부아와 스위스의 보주, 발레, 제네바에 걸쳐있는 호수로 거의 서울 크기의 거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호수다.



이렇게 여러 지역에 걸쳐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호수, 주네브 호수라고도 불린다. 사실 제네바나 주네브나 철자는 같으니 거기서 거기.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레만 호수와 겹치는 지역들 중 제네바가 가장 유명하고, 볼거리도 가장 많기 때문일 거다.



가령 높은 물줄기를 뿜는 분수인 제트 분수라든지 말이다.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에는 145m의 높이를, 게이트 사태 이후에는 그 두배가 넘는 300m의 물줄기가 마법의 힘을 빌려서 아름다운 형태로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물줄기는 날이 맑은 날에는 하늘에서 높이 흩어지면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김송현의 항변대로 인터넷 추천 관광 코스 중에 꽉 끼일만한 모습. 확실히 객관적으로는 훌륭한 관광지가 맞기는 한데...



-계약자여, 아빠는 온몸으로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홍류선법의 사용자고, 언니는 그 호수를 삼킨 마법사 가문의 유망주인데... 이 조합에 굳이 여기를 왔어야만 했겠느냐?



참고로 레만 호수의 바로 옆에는 영국식으로 꾸며져서 붙은 이름인 영국 정원과 장미가 아름다운 그헝쥬 공원이 있다.



제트 분수가 딱히 격이 떨어지는 관광지는 아니다만, 하늬에게는 그 두 쪽이 더 나을 거다.



"하, 하지만! 하늬도 저렇게 좋아하는 걸!"

"그건 그것은 다행이기는 한데 말이야."



일단 하늬는 나름대로 제트 분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래 모습인 송골매로 돌아와서 하는 곡예비행. 떨어지는 물방울과 그로 생긴 무지개를 돌파하는 모습은 카닌이 본능적으로 빠르게 사진을 찍을 정도로 장관이다.



단순히 사진만 찍고 있는 게 아니다. 시우의 스마트폰까지 동원해서 하나는 사진, 하나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 정도의 비행. 그리고 그들 또한 나름대로 가볍게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자 김송현이 뒤늦게 살짝 걱정하는 목소리를 꺼내고 있다.



"어라... 사람들이 좀 많이 구경하네? 이래도 괜찮은 거 맞나?"



괜찮은 거 맞냐고? 시우가 걱정하던 것에는 이런 것도 있어서 왜 이곳에 데려왔냐는 눈치를 준 거다.



앞서 말한 영국 정원과 그헝쥬 공원 같은 경우에는 저렇게 비행을 한다고 해도 눈에 띄지 않을 거다. 보통 정원을 구경하고 있다면 고개가 좌우로 넓게 움직이지 상하로 높이 움직이지는 않으니까.



눈에 띈다고 해도, 평범한 비행 중이니 관심도가 그렇게 높지도 않을 테고...



"그런데 지금은 딱 봐도 평범하지는 않은 매가 이리저리 날고 있지. 이전에는 단순히 신기한 구경거리지만... 지금은 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지?"



시우의 말에 김송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세상에 평범하게 행동하지 않는 야생동물은 높은 확률로 야생동물과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니 말이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몇몇 헌터들이 단순히 신기한 것을 보는 것 이상의 눈으로 하늬를 바라보고 있다. 이전의 마냥 철부지인 김송현이라면 모를까, 상당히 강해진 철부지인 김송현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자, 하늬와 카닌은 지금 즐겁게 즐기고 있고 나도 거기까지는 좋아. 그런데 이 상황이 영 이상하게 끝나면... 나는 너에게 금강지를 넘어서 전력을 다한 금나수를 연계로 갈길 수밖에 없어."

-바로 근처에 호수가 있으니 거기에 잠깐 던져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흐- 흐읍!"



주변에서 날카로워지는 헌터들의 시선만큼이나, 자신의 미래가 상당히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김송현. 그 관자놀이 옆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는 잠시 뒤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해결됐어!"

"... 더 불안해졌는데?"

"조엘 시몬에게 연락했어. 스위스 중앙 헌터 협회에 연락할 거고, 그럼 중앙 헌터 협회 헌터나 경찰이 나름대로 저 헌터들을 진정시키지 않을까?"

"..."

"괜찮을 거야. 방금 스마트폰으로 알겠다고 답이 왔거든."

"..."

"그, 그러니까 형. 이제 슬슬 내공을 끌어내리면 안 될까? 슬슬 무섭거든?"


"진짜... 이목을 더 끌까 봐 금강지는커녕 아눕롤도 전기충격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는 게 한이다..."

-그러게 말이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서열정리2 21.04.28 46 1 13쪽
276 서열정리 21.04.27 30 1 13쪽
275 잠깐5 21.04.26 23 1 12쪽
274 잠깐4 21.04.23 24 1 13쪽
273 잠깐3 21.04.22 28 1 13쪽
» 잠깐2 21.04.21 22 1 12쪽
271 잠깐 21.04.20 25 2 14쪽
270 불청객2 21.04.19 38 2 13쪽
269 불청객1 21.04.16 21 2 13쪽
268 유혹4 21.04.15 27 2 13쪽
267 유혹3 +1 21.04.14 57 2 13쪽
266 유혹2 +1 21.04.13 52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261 바닥 아래3 21.04.06 23 1 12쪽
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256 인식2 21.03.30 25 2 13쪽
255 인식 21.03.29 29 1 13쪽
254 시작하기 전에4 21.03.26 27 3 13쪽
253 시작하기 전에3 21.03.25 27 3 13쪽
252 시작하기 전에2 21.03.24 23 2 13쪽
251 시작하기 전에 21.03.23 21 1 13쪽
250 눈도장4 21.03.22 23 3 13쪽
249 눈도장3 21.03.19 23 2 13쪽
248 눈도장2 +1 21.03.18 27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