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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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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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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적

DUMMY

동남아시아 느낌이 나는 거대한 유적, 사진만 찍어서 대충 보여주면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윌리엄 시몬 교수는 감탄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앙코르 와트하고는 뿌리부터 전혀 다른 유적일세. 흥미롭군."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시우군. 일단 앙코르 와트는 원래는 석조 건축물과 목조 건축물이 뒤섞여 있었지. 시간이 지나면서 목재로 만들어진 부분은 사라지고 석재만 남은 것일세.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라진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지. 돌로 된 틈 사이에 무언가를 끼워뒀던 흔적처럼 반면에 이 유적은 어떤가?"

"듣고 보니 자연스럽게 낡아갔지, 뭔가 비어있다는 부분은 없군요."

"바로 그거네."



이런 형식상의 구조도 그렇고, 자세히 살펴보면 윌리엄 시몬의 교수의 말대로 뿌리부터 다르다.



밀림 속에서 석조 구조물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멀리서 구한 석재를 쪼개서 만든, 혹은 진흙을 구워서 만든 벽돌을 쌓아올려서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 건축물은 거대한 바위들을 통째로 깎아내는 기법을 통해서 제작되었다.



대부분은 굳어버린 진흙과 이끼로 덮여있다. 그 중 일부분 드러난 부분을 보면 반듯한 선 때문에 벽돌을 쌓아올린 것 같은 느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인상을 주기 위해서 그어둔 단순한 장식인 선일뿐이다.



우선 강력한 마법으로 거대한 바위를 만들어낸 다음, 그것을 깎아내는 과정을 별개로 했다는 것. 이렇게 파면 팔수록 놀랍기만 한 건축물들을 대학원생들은 열심히 조사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휘-감독하면서 시몬 교수는 시우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사실 나도 이 유적에 대해서 욕심이 났지만 엄두가 안 났네. 대부분의 부족들이 금지 구역으로 두지 않았나."



이랬던 유적을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시우의 덕과



"훌륭하신 아드님을 둔 덕이죠."

"하하하! 고맙군!"

"정말로 고맙습니다, 시우씨."



호쾌하게 웃는 윌리엄 시몬과,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조엘 시몬. 그 머리 위에는 은은히 빛을 내는 천사의 고리가 둥둥 떠 있다. 그 고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하는 시우였다.



"속마음은 솔직히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하지 않나 싶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요? 가 아니지 아들아. 솔직히 다 같이 시우군을 무시한 건 좀 심했잖느냐."



조엘 시몬의 광배와 손시우의 광배는 완전히 다르니까. 일부 사람들에게만 훤히 보이고, 본인은 제어를 할 수 없는 시우의 광배와는 달리, 조엘 시몬의 광배는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평범한 이들에게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 광배의 힘으로 시우는 무당들에게 이 유적을 탐사할 수 있게 허락받을 수 있었다.



"이 아래에 악귀들이 있다잖아요. 신령님이 있어도 부담이 될 정도로. 하지만 신령님들이면 걱정할게 없으니까."

"시우씨도 그 신령님이면서 마치 남의 일처럼 말씀하시네요?"



잠깐 물끄러미 조엘 시몬을 바라보는 시우. 대충 '님이 할 말이세요?'란 의미가 깃들어 있다. 먼저 신령님으로 지나치게 떠받들여지는 시우를 무시한 건 조엘 시몬이었으니 말이다.



손시훈 급의 뻔뻔함이 있지 않은 이상 시우의 맑은 눈, 그리고 뒷머리에서 은은히 퍼지는 광배의 빛을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먼저 시선 회피를 한 것은 조엘 시몬이었다.



이만하면 시우도 만족하는 일이기에 더 이상의 추궁은 없었다. 손시훈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광배 가진 사람 두-셋 더 있다면서 억울하면 그 사람들도 끌어들이...끄아아악!"

-조용!



아눕롤에게 전기 충격을 받는 김송현처럼 나만 죽을 수 없다고 다른 이들까지 끌어들였을 것이다. 아니다. 그 사람은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자신이 죽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도 끌어들일 것 같다.



이런 시답잖은 생각은 저 멀리 돌리고 시우는 유적을 넓게 살펴보았다.



통째로 바위로 만들어진, 그것도 마법으로 만들어진 유적.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세월의 힘은 막을 수 없는지, 벽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벽화에는 진흙이 덮히고, 그것이 굳어진 위에 이끼가 끼였으며, 각이 날카롭게 서 있었을 모서리는 꽤나 둥글둥글하게 닳아있다.



조금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절대적인 시간의 위대함과 멀리서 본 자연의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이런 사원의 아래쪽에 악령들이 잠들어 있다니.



"정확히는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닌가?"

-무당들은 그렇게 말했다만, 보통 이런 전설은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좋겠지.

"시우 형이 여기에 있으니까?"

"야."

"솔직히 형도 기대 안 하잖아."



그렇긴 하다.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게 넘어간 일이 없으니까.



무당들이 기대하는 게 뭐겠는가. 악령들이 튀어나오고, 그것들을 시우와 조엘 시몬이 퇴치하는 것이겠지. 그것만 되도 만족이다. 유적의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더 좋고.



여기서 짜잔! 시간의 힘과 선조 무당들의 봉인술이 악령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답니다! 란 이야기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악령들이 잡귀 수준의 질 낮은 몬스터가 되었다는 것도 김송현의 말대로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하기에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일들이니... 시우가 기대하는 건 악령들이 아니라 악령 하나 수준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뿐. 그런 기대를 하는 자신에게 서글퍼진 시우를 두고, 다른 이들은 이 유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악령 운운을 제외하면 핵심은 두 가지. 첫째는 이 유적의 아래에 생물체를 진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이 유적은 이 세계의 원주민들이 건설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 그래서 원래 사용 용도 및 제한사항을 모르고 마구잡이로 생물체를 진화시키다가 유적이 폭주...."

"힘을 가진 무언가를 당대 사람들은 폭주 사건 당시에는 당연히 알았겠죠. 그런데 폭주했다는 것만 전해지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전해졌다면 그만큼 대사건이었을 거예요."

"혹은 대사건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인 수습이 힘들고 사용방법이 너무 간단했을지도 모르지."



예를 들면 현대 지구에서 해외에서 들어온 애완동물을 그냥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겠다. 생태계 교란 동물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최초로 이 세계를 탐험한 스위스 중앙 헌터 협회의 보고도 있지만, 이 세계의 몬스터들은 상당히 독특하네. 겉의 형태는 달라도 생물학적으로 종이 가까우면 공격을 하지 않아."



지구의 늑대만 하더라도 지구의 개를 공격하지 않는가. 그보다는 거리가 멀 텐데도 몇몇 몬스터는 몇몇 토착 생물체를 공격하지 않은 채 자연스러운 무리처럼 공생하고 있다. 몇몇 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이 연구주제로 삼을 만큼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건 원래 유적 뿐. 기본적인 형식이 앙코르 와트와 같다면 이 유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벽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와 함께 유적은 조금씩 발굴이 되고 있었다.



N은 그게 살짝 불만인 듯 했다.



모서리가 닳은 것으로 엄청난 시간이 지났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수 만년간 버틸 정도면 기본적인 내구도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시원하게 물로 쓸어버리면 안되나. 그런 생각이 들만하다.



그런 N을 윌리엄 시몬 교수는 차분하게 달래주었다. 이 유적은 그렇지만, 다른 유적은 어떨지도 모르고, 모든 유적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습관을 길러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이 말이 살짝 무색하게 '으아아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뭐, 살만큼 산 나도 슬슬 지루해지는데, 인간이라면 충분히 실수가 하나쯤 나올 만한 시점이기도 하지.>



이런 말을 하는 N을 두고 허둥지둥 달려가는 윌리엄 교수와 카닌. 윌리엄 교수야 사태 수습을 해야 하고, 카닌은...



<시우형, 내기 할래?>

"너 김송현과 그런 거 하냐?"

<하면 어때? 카닌 누나가 마법으로 수습한 다음에 사고를 친 대학원생에게 물의 마법을 쓰냐 쓰지 않냐.>

"입을 더 놀렸다가는 김송현에게 쓰는 것의 몇 배나 되는 내공이 실린 금강지가 네 정수리에 꽂힐 것이다."



말 뿐만이 아닌, 검지와 중지를 쭉 뻗으면서 하는 협박. 시우의 말대로 김송현에게는 쓸 때처럼 단순한 동작에 내공을 실은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유리가루가 묻은 붓으로 손을 가볍게 툭툭 친 느낌이다. 강기가 실려있다는 징조. 눈앞의 그 징조와 함께하는 협박에 N은 바로 입을 합 다물었다. 그를 보면서 조엘 시몬은 짐작은 했는데 1년 내내 이러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지금 심리상담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신기하니까 그렇죠. 도끼에 목이 찍힌 게 인간의 기준으로도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주변에 의도적으로 뻔뻔하거나 자연스럽게 눈치가 없는 사람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에 묻혔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저를 보시죠?"

-창피하니 이럴 때는 속으로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면 안 되겠느냐 계약자여?



이런 일행을 부르는 윌리엄 교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 일단은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시우.



그 자리에는 거의 깔끔하게 드러난 벽이 있었다. 아마도 굳어져 있던 진흙층과 이끼가 갑자기 들어간 충격에 한번에 벽과 분리가 된 모양이다. 다행히도 벽에는 큰 손상이 없어보였기에 바로 물로 세척을 하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벽화가 드러났다.



전체적인 구조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벽을 일일이 깎아낸 형태로 제작된 벽화.



머리로 알고 있는 지식은 그렇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느낌은 다르다. 도자기용 진흙을 덧대듯이 쌓아올린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그 정밀성과 웅장함에 일차적으로 감탄한 다음 의문을 느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벽화는 굉장하다만, 그 내용이 살짝 실망이었던 것이다. 앙코르 와트나 동남아시아의 벽화를 보면 빽빽하게 신화의 내용이 담겨있는 벽화들이 기록되어 있다. 각종 신화나 전설, 서사시의 창세기의 모습 혹은 거대한 전투같은 것들 말이다.



그에 비해서 눈 앞에 보이는 벽화는... 굉장히 독특한 자연풍경이 기록되어 있었다.



범고래들이 헤엄치는 바다와 뜬금없이 자라있는 귤 계열의 열매들. 종류는 귤 말고도, 오렌지, 레몬, 유자로 다양하다. 일단 둘 다 이 밀림하고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들이다.



그에 자연스럽게 이곳이 한때는 머나먼 북쪽의 바닷가였나? 라는 추측을 하는 사람들. 이 속에서 아눕롤은 홀로 굳은 목소리를 꺼냈다.



-저희는 어쩌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유적을 건드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이런 유형을 아십니까?"

-일단은 벽화를 더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군요 교수님. 뭐, 오렌지나, 레몬, 유자는 몰라도 '범고래'들이 있는 이상 반쯤 확정이지만요.



아눕롤이 말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복잡한 마법진이 벽화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내용은 대충 조건을 만족하는 이에게 진실된 벽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조건이 해당되십니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숨겨진 벽화가 무슨 내용인지는 확신이 갑니다.



앞에는 살짝 자신없는 목소리, 뒤에는 자신이 있는 목소리다.



-본래라면 저 또한 헛다리를 짚었겠지요. 만약에 범고래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였다면 칠현께서도 살짝 헤멨을지도 모르겠군요. 저것은 간접 표현 벽화라고 하여, 실제 있었던 사건을 상징물로 대체하는 벽화이옵니다.



이것 자체는 딱히 대단한 게 아니다. 단군 신화도 비슷하다.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라고 한 곰과 호랑이가 사실은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이었다. 라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그 상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범고래는 수많은 세계를 걸쳐서 활약하는 최고의 용병 수인들, '북해의 카오르'를 상징하는 벽화이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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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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