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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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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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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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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아래5

DUMMY

터트리면 터트릴수록 몸으로 점점 퍼져나가는 심장. 아마도 멀쩡했을 시기의, 괴물이 되기 전의 시절에는 남들과 비교해봐도 월등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왜, 요새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운동선수란 표현 말이다.



기왕 운동선수 예시를 들었으니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다른 유형의 많이 쓰는 별명이 있다면 '~ 오른손', '~ 왼발'이 있겠지. 아니면 동물에 비유하는 표현도 있을 수 있겠다.



이렇게 생전에 다양한 별명을 가졌을만한 개성 넘치는 괴물들을 몇몇 상대한 일행은 그 원인 중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위쪽으로 보면 한쪽 탑이죠?"

-스캔 결과는 그렇습니다. 뒤집은 형태가 되니, 컵처럼 물이 담기는 형태가 되었군요. 그런데....



거의 다 말라있다. 손전등으로 비쳐야지 간신히 바닥에 살짝 고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을 잠깐 확인한 일행은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 있는 건 서서히 식어가는 시체 하나. 방금 죽었고, 죽기 전까지 날뛰었는지라. 아직도 열기가 살짝 남아있는 괴물의 머리를 향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행이다. 그리고 그 머리에서 원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일행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거기서 먼저 나서는 건 조엘 시몬이었다. 명목이 현재 팀의 지도자이니 자신이 팀의 의문증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모양. 자신은 갑옷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가장 안전하기도 하다. 그렇게 괴물의 머리에 다가간 그는 입을 벌리고 혀를 쭉 뽑았다.



저항 없이 쭉 뽑아져 나오는 혀. 살짝 길기는 한데...



"그래도 이 덩치에 이 혀로는 모자랄 것 같은데"



평범하게 긴 수준. 개구리나 카멜레온이 아닌 이상 이 혀로는 거의 바닥까지 말라붙은 저 물을 핥을 수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이 괴물은 고여있는 물을 마신 걸까. 어떻게 다른 괴물들은 물을 마신 걸까.



-그, 내장과 근육이 바깥으로 튀어나왔지 않습니까? 몸을 어떻게든 쑤셔 박으면 점막과 혈관을 통해서 바로 섭취가 돼옵니다만. 알코올이나 몇몇 약물을 흡수하는 것처럼요.



아, 그런 방법이 있겠구나.



의문을 그렇게 해소하자 머쓱해진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 머쓱함을 달래고자 조엘 시몬은 박수를 짝짝 치고는 상황을 정리했다.



"좋습니다. 피로가 쌓이긴 했습니다만, 우리는 성공적으로 꽤나 하층에 내려왔습니다. 그 과정에 여러 적들을 상대했고요."



그 타이밍이 참 아슬아슬했다.



원래 이 유적을 설계한 의도는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원주민들이 이 바닥 아래에 봉인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빠져나가야 할 힘이 그들에게로 몰린 것.



그렇게 심연에 더욱더 뒤틀린 이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는 때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무리를 지은 이들은 보아하니 서서히 서로를 사냥하고 있는 듯했고, 고인물을 홀로 독차지한 괴물들도 서서히 떠돌기 시작한 때였으니까.



만약에 시우네 일행이 이 유적을 무시했다면, 몇 십 년 뒤에는 이 유적 아래의 모든 심연의 가호를 몰아받은 괴물이 봉인을 깨고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 유적은 급격히 던전화가 돼서는 몬스터들을 숨풍숨풍 쏟아냈겠지.



너무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사실 이게 보편적인 케이스다. 지구와 연결된 게이트들의 상당수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던전 때문에 생겨난 거니까.



그런 미래의 재앙이 하나로 합쳐지기 전에 상당히 처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끝이 아닙니다. 아눕롤"

-네



조엘 시몬의 말에 맞춰 홀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아눕롤. 거대한 유적이 거꾸로 뒤집혀있는 조형도다. 그중 몇몇 지점을 톡톡 치면서 조엘 시몬은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현재 우리는 위치상으로는 80%의 지점을 확인하고 돌파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은 고여있는 가호가 메마르거나 메마르기 직전의 적들을 해치웠으니까. 하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충분히 가호가 더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가장 중심, 가장 아래는 확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전부 계속해서 상대하는 건 지금의 일행에게는 힘이 살짝 부치는 일이었다. 전력도 전력이지만, 그보다는 보급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상대는 궁지에 몰리면 심연의 힘을 받아들일 괴물인데, 그렇다고 자신들도 그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선택지는 두 개입니다. 제일 중심에 있을 괴물을 처치한다, 혹은 그 주변의, 4개의 탑에 해당하는 부분의 괴물들을 처치한다."



그리고 복귀를 한 다음, 임시로 봉인. 남은 부분을 스위스 중앙 헌터 협회에 맡기는 것이다. 거기까지 잠잠히 이야기를 듣던 시우가 말했다.



"스위스에 S랭크 헌터가 있나요?"

"아뇨. 그래도 게이트 사태 이후에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유럽연합 회원국끼리는 헌터 간의 협력이 원활하니까.... 찜찜하세요?"

"네."



느낌이 쎄하다.



왜 그런 클리셰 있지 않은가. 용사가 등장하고, 마왕은 잡몹을 하나씩 보내다가 성장한 용사에게 처단된다는 이야기. 이것이 거꾸로 일어날 쎄한 느낌이 든다.



물론 손시훈이 있으니 최악까지는 가지 않을 거다. 진작에 그런 일이 크게 일어나서 수습이 안됐다면 지구는 진작에 마왕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겠지. 거기다가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와 프랑스는 게이트 사태 이후로도 여전히 강대국이며 선진국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시우에게 조엘 시몬이 말했다.



"그럼 제가 묻죠. 지금까지 적운흉풍이 종종 도와주기는 했지만, 직접 타고 싸우지는 않았잖습니까. 적운흉풍에 탄다면, 어느 정도의 힘이 나오죠?"

"S랭크, S+급요."



이건 확실하다.



광배를 가지고 나서 시우의 기량은 일부분 복제된 손시훈의 영혼을 뛰어넘었으니까. 적운흉풍을 탔을 때 그 힘을 완전히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거다. 그 힘은.... 단순하게 출력 싸움만 한다면 블루베리나 카푸스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싸워본다면... 거기까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 살아온 세월이 워낙 차이가 나니 기량 싸움이 도저히 안 되니까. 그래도 승산이 아주 없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까지 계산을 마친 시우가 표현을 추가했다.



"적운흉풍에 타지 않은 형의 30% 정도."

"... 손시훈이 11명의 마왕을 박살 낸 건 아시죠? 그것도 저주를 받은 상태에서. 말은 난 적운흉풍에 타면 마왕 셋과 싸울 수 있다는 소리인데."

"S랭크가 애당초 홀로 마왕 상대하라고 만들어진 급이니 그렇겠죠?"

"좋습니다. 그럼...."


.

.

.


"시우씨. 아직도 화가 덜 풀린 건 아니시죠?"

"아뇨"



목소리는 그 내용과 걸맞게 평온하게 들렸다. 표정도 그렇다. 평상시의 평온한 표정. 하지만 조엘 시몬은 시우의 광배가 살짝이지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일행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묘하게 시우의 눈치를 살피는 적운흉풍과 시우의 주변 공기가 굳어 있다는 건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수준은 워낙 미미해서 평균 이상의 눈치가 있어야지만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 하지만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은 모두 평균 이상의 비범한 자들이다.



그런 일행은, 조엘 시몬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서 카닌을 보았다.



이 모습이 상당히 어이가 없는 아눕롤이었다. 여기서 가장 어린 사람이 카닌인데 뭐 어쩌라는 건가. 지금까지의 카닌의 모습과 카푸스를 참고해 본 결과 알고리즘이 도출해 낸 답은 하나였다. 그 답대로 카닌의 입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굳이 예시를 그렇게 노골적인 것으로 들었어야 했나?"



모두가 기겁하게 만드는 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우의 기색이 딱히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태도를 봐서는 무언의 허락이 떨어진 것 같다. 그 기세를 타서 카닌의 질책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질책은 아눕롤에게 안색이 있다면 그녀의 얼굴이 충분히 빨갛게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엘 시몬이 팀원인 헌터들을 달래기 위해 끌고 온 예시가 김송현의 예시였으니까.



"그 나보다 많은 나잇값을 못하는 철부지의 '언제나처럼 재수가' 이런 말을 해야 했냐고요."

"팀원들 전부를 납득시키려면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보셨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S+급, 적운흉풍을 타지 않았다고 해도 손시훈의 30% 인것은 허세가 아닐까... 하던 분위기요. 바로 일리가 있다며 납득했잖아요?"

"그래서 시우씨가 마음에 상처를 받은 거죠. 팀장 이전에 명색이 심리학자면 그것도 신경을 쓰셨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아버지가 세계 최고의 심리학 자지, 전 정식 학위는 없는데요."

"아하.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나는 이본 보네르와 동급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당신이 한 것에 비하면 반 밖에 안 된다고! 당신은 김송현의 이야기를 손시훈식 효율성을 위해서 썼잖아!"



이 말에 이를 살짝 무는 조엘 시몬. 카닌의 말은 그저 옳은 말이니 부정은 못 한다. 그 사이에 있는 헌터들은 그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시우의 주변을 감싼 공기가 풀린 것을 보고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미리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도와달라는 조엘 시몬의 시선을 무시하는 헌터들. 자신들도 시우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는 했으나. 그건 그저 조엘 시몬의 말을 납득하기만 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이 반응들에 조엘 시몬은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그것조차도 카닌은 놓치지 않고 물어뜯었다.



"이것도 시우씨가 이미, 더 심하게 당했다는 거 알죠? 부담스러운 신령님 대우에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도 무시했잖아요."

"그건! 신령님이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면 무당들의 부담이 심해질까봐...."

"비겁한 변명이에요! 자기는 평범한 이의 눈에도 보이니 어그로가 더 끌린다고 외면한 거잖아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무당들은 한 둘 빼고 다 돌팔이고! 안 그래요 대무당님?"

"저기 저..... 저는.. 아이들의 수준이 아가씨의 말대로 창피하기는 한데... 그런데.... 그게... 저...."

"이해해요. 저는 신령이 아니고, 이쪽은 신령이라서 그럴 수 있죠. 그럼, 시우씨?"



카닌의 부름에 그저 뒤를 돌아서 싱긋 웃는 시우. 그 표정에 대무당이 바로, 단호하게 답했다.



"빛의 날개를 펼치는 신령님이 이쪽 신령님께 잘못한 것 같사옵니다."



이 말에 바로 급격히 속이 편안한 표정을 짓는 시우. 반대로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조엘 시몬이었다.



.

.

.



그리고 나름대로 화제를 돌리기 위한, 아눕롤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를 들자면 심연과 비슷한 이세계인 혼돈의 가호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



혼돈의 경우에는 겉과 속이 마구잡이로 섞이는 형태로 뒤틀린다고 한다. 가령 심연의 경우 내장이 가죽을 뚫고 튀어나오고, 뼈가 그 내장을 뚫고 튀어나오는 과정으로 진행이 된다면, 혼돈은 몸 곳곳의 힘줄과 핏줄이 뼈로 뒤덮인다고 말이다.



듣기만 하면 심연에 침식된 것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이, 재능과 소망이 뒤섞여서 나타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더 끔찍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한 일행이었다.



지금까지 봐 온 심연의 경우에는 이리저리 부풀기는 했어도 어쨌든 팔다리가 한 쌍이기는 했으니까. 그런데 혼돈은... 덩치가 더 커지고 싶고, 힘이 더 세지고 싶다는 소망과 손재주가 좀 있다는 재능이 뒤섞여서... 온몸에 손가락들이 주렁주렁 솟아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심각한 '꽝'이 있을수 있다고 한다.



....썩 속 좋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순식간에 뒤집힌 분위기의 시우와 조엘 시몬이 진정되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누구 가슴에 못을 박지 않는 형태로 분위기가 풀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렇게 모두가 나름대로 준비가 되는 것에 맞춰, 일행은 텁텁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와 입이 축축해지는 공기를 말이다.


그건 절대로 단순한 습기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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