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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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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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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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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잠깐3

DUMMY

참고로 김송현이 레만 호수의 제트 분수를 선정한 이유도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그 근처에 자신이 가보지 못한 맛집이 있어서였다나?



이미 자신은 즐길 만큼 제네바 관광을 즐겨놓고는 하는 소리가 그거라니...



그 말을 들었을 때 끓어오른 시우의 분노는 평상시의 금강지가 아닌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을 날리려고 했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아눕롤이 시우에게 어쩔 수 없이 전기 충격을 흘려야만 했을 정도로 말이다.



이 외에도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요소들은 많았다.



카닌과 하늬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헌터들과 경찰들의 감시라든지, 어정쩡하게 잠깐 난입한 조엘 시몬이라든지...



시우보다도 김송현이 더 무사히 끝나게 해 달라는 기도의 순간이 더 많았으니까



그 소망에 답하듯이 무난히 가족 시뮬레이터 데이트는 무난하게 끝날 수 있었다. 환하게 웃는 카닌과 하늬의 모습을 보며 시우가 기꺼이 김송현을 용서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제네바 관광 겸 가족 데이트의 패배자는 카닌이었다. 그 결과는 하늬의 이 말로 요약이 된다.



"좋은 하루였어요, 언니."



3초면 충분하게 행복했던 표정을 순식간에 죽이는 그 말. 이번에 시우는 재빨리 심연과 현실 사이에 끼어들어서 탈출을 했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N의 '아니! 난 왜!' 하는 비명소리와 '가이드 잘했잖아! 이건 토사구팽이야!' 하는 김송현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해주자.



중요한 건 자신이 성공적으로 심연의 지식을 활용했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상당히 먼 거리를 도망친 다음 숨을 돌리는 시우에게 하늬가 말했다.



"언니에게는 조금 미안하게 됐네요."

"어쩔 수 없지..."



딱히 하늬를 탓할 수는 없다. 이 안건에서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옳은 말이니까. 거기다가 하늬는 이 일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다.



그 입장에서 그녀는 시우에게 여러모로 씁쓸하지만 옳기는 한 말은 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저를, 크호콘펠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시우 아빠와 경태 아빠를 좋아하면 저도 카닌 언니를 엄마로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반쪽짜리 행복이잖아요."



맞는 말이기에 굳이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아직 카닌은 어리다. 어지간한 어른이 겪기 힘든 일을 겪었다고는 해도 미성년자는 미성년자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괜히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미래를 살짝 묶는 건



그건 지금 어른인 시우의 양심에도, 자금 아이인 하늬의 양심에도 찔리는 일이다. 아직 카닌만 모를 뿐이다.



"나중에는 송현이 오빠도, N오빠도 그걸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카닌은 그렇다고 쳐도 둘은 제발 이해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묻는 건데, 카닌 언니와 송현이 오빠가 엮이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바로 시우의 눈에서 불꽃이 솟아났다.



객관적으로



정말로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김송현은 그렇게 나쁜 결혼감은 아니다



계속해서 C랭크 적합자라고 말은 했다만, 손시훈의 바라보는 예지에서도 인류의 평균은 C랭크. 즉, 김송현은 미래에서도 적합자인 능력만큼은 충분히 평균 이상은 될 거다.



거기다가 단련된 무공까지 합하면? 못해도 100년 정도는 어떻게든 살 사람이니까 그 또한 평균 이상의 사람과 가정을 꾸릴 자격은 되지 않을까.



그래도 카닌은 아니다. 그 철부지와 카닌이 함께하기에는 카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카닌은 조금 더 훌륭한, 누가 봐도 좋은 짝과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분노로 함께 하는 시우에게 하늬가 말했다.



"아빠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진지하게 카닌 언니를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침묵을 유지하는 시우였다.



"아마 경태 아빠도 그런 점에서는 비슷할 거고."

"경태형은... 솔직히 범죄 아니냐? 경태 형과 카닌이 어울리는 건, 넓게 보면 나하고 너와 어울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요. 조금만 더 지나면 카닌 언니는 법적으로 어른이잖아요."

"조금 더 지나면 이지. 그러니까 무슨 소리인지 알잖아."

"그건 그래요."



잠깐의, 그러나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은 침묵이 시우와 카닌의 사이을 채웠다. 그리고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것처럼 말하는 하늬였다.



"어때요? 이런 딸이 생긴 건?"

"...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억지로 나쁘게 생각하려고 해도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다. 잠깐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을 정도로



"그래도 두 분 다 결혼을 안 하는 건... 개인의 자유인데, 저 때문에 못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태 형은 진짜 걱정되기는 해."



그리고 잠깐 앞을 멍히 바라본 시우와 하늬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카닌이 옳나?"

"옳기는 한데..! 내가 거리를 두면 경태 아빠의 반응이... 좀...!"



벌써부터 '그래 우리 딸... 사춘기가 빨리 왔구나.. 아빤 이해해.' 하는 충격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미래도 사양인 두 사람. 그렇게 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실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시우가 나름대로 생각이 깊다고 해도 20대 청년. 그리고 하늬는 엄밀히 따져보면 5살도 되지 않은 아이. 곧 40을 바라보는 노총각의 결혼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다시 한숨을 내쉰 두 사람은 잠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



"그래서 '또' 나에게 온 거냐?"

"역시 이런 쪽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는 건 형밖에 없잖아."

"가족 데이트가 끝나고 생각을 해 봤는데, 역시 시우 아빠보다는 경태 아빠가 더 급한 게 아닌가.... 싶어서요"

"도대체 너희는 나를 어떻게 보는 건지 모르겠다."



툴툴거리는 손시훈. 마왕이나 맛이 살짝 가버린 신을 제거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이런 고민 상담은 잠깐이라도 부담이 된다나.



"나는 말이다, 이제는 100번 태어나서 1번이라도 결혼을 할까, 말까 한 사람이야. 그 1번도 정략결혼에 가깝고."

"그럼 이제의 이야기 말고, 먼 옛날의 기준에서 생각해보세요."

"대충 10번 태어나서 1번이라도 결혼을 할까 말까 했던 시절의 이야기 말이야. 그 관점에서"



표정이 기묘하게 찌푸려진다. 개인적이라면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니 썩 달갑지는 않겠지.



그래도 머리로는 자기 말고는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툴툴거리기만 할 뿐. 이 가벼운 툴툴거리는 중얼거림 이후에 나오는 말의 무게는 상당히 무거운 것이었다.



"네가 진짜 시우와 경태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게 좋아."



단호한 이 말에 살짝 떨리는 눈동자로 시우를 보는 하늬. 이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시우는 자신은 그래도 상관없다고 해 주었다.



그러나 마경태도 결국은 어른스럽게 받아들일 거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일단 마경태도 '아빠'란 목소리를 못 들은 건 아니다. 요즘 시대가 시대인데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해서 그런 말을 못 듣겠는가. 전화는 이미 몇 번이나 했다.



그래도 전화로 하는 말과,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지금 손시훈이 하는 말을 받아들이면, 마경태는 평생 하늬가 직접 해주는 '아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상처받은 모습과 목소리가 머릿속에 재생된다. 이런 두 사람을 향해서 손시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미움은 내가 받는 거지, 너희들이 받겠니? 정 안되면 내가 직접 말하겠다. 너를 위해서라고."

"경태 형이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 못 할 텐데?"

"괜찮아."

"어째서?"

"악역은 익숙하니까..."



평상 시라면 개소리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목소리다. 표정 또한 모르고 보면 굉장히 느끼하게 보인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저 아련한 표정에 별 말을 할 수 없는 시우와 하늬였다.



"자, 그리고 며칠 뒤의 일을 걱정하기 전에, 몇 분 뒤의 일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몇 분 뒤?"

"카닌 말이다. 걔도 만만치 않게 날뛸 것 같은데? 당신이 뭔데 우리 사이의 관계를 언니-동생으로 묶냐고 강렬한 마법과 함께 따지지 않을까? 솔직히 거칠기로 따지면 걔가 더 거칠지, 마경태가 더 거칠겠니?"

"시훈이 삼촌..."

"물리적으로는 그렇겠지만, 심리적인 면은 비교가 안 될 텐데?"

"괜찮다! 다시 말하지만 악역은 익숙하니까!"



밝게 웃는 시훈의 모습에서 시우와 하늬는 어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

.

.



그리고 대망의 귀국일



분위기는 상당히 우중충하다. 평상시였다면 사람의 입장에서 비행기를 타본 하늬 때문에 텐션이 살짝 올라갔겠지만, 이미 사고가 한 번 터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그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찝찝한 표정을 짓지 않고 있는 건 둘 뿐이다.



한 사람은 언제나의 그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손시훈이고, 다른 하나는 가슴속에서 스며 나오는 분노가 얼굴까지 살짝 번져있는 카닌이다.



그런 카닌에게 손시훈은 시력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었다.



"저기, 그런데 머리로는 알고 있지? 이 건에 한에서는 카푸스가 내 편을 들어주면 들어줬지, 니 편을 들어줄 일은 없다. 응?"

"할아버님은 할아버님이고 저는 저죠. 이 빌어먹을 변태 영감탱이."

"흠! 상당히 맞는 말이라 변명할 수 없네."



이 상황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변태가 맞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생활의 지혜다! 필요악으로 상처를 줄 때마다 가슴이 아프면 오히려 그게 더 맛이 가기 쉽다고."



글쎄. 이쪽도 맛이 간 건 마찬가지라서 일행은 조용히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튼 한국에 오기는 왔고. 동시에 올 것도 오고 있다. 이미 마경태는 수상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갑자기 전화도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된 하늬가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며 '아빠'라고 외칠 모습을 상상하면서 참고 있겠지. 그런데 쭈뼛거리면서 오빠라고 말한다?



이 뒤의 일은 일행 모두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다가올 일을 반쯤 죽은 마음으로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이런 일행을 공항에서 맞이한 사람들 중 마경태는 없었다. 그러자 손시훈은 카닌을 보면서 씩 웃었다.



"음, 잘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대충 상황을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는 일행이나, 모르는 일행이나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밝은 목소리다. 이 속에서 질문을 한 시우를 보며 손시훈은 자연스럽게 카닌의 어께에 자신의 팔을 엮으며 말했다.



"하늬에게 내가 그 누구에게도 앞으로 아빠-엄마라는 말을 쓰지 마라고 했다. 그런 말을 미리 전달이라도 한 모양이지."



그리고 마경태는 상실감과 분노를 삭히고자 의사회에서 업무에 열중해 있는 모양이다... 라는 추측



돌아가는 상황을 이미 알던 일행이나, 모르던 일행이나 경악에 입을 벌리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그렇게 경악을 하는 가운데 싱글벙글 웃는 손시훈을 향해서 카푸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 이건 니가 잘 한 짓이기는 했지만, 웃음이 나오냐?"

"좀 전에 한 말인데, 내가 이런 일을 한두번 겪었겠냐? 어쩔 수 없다면 즐겨야지!"

"심각함을 느끼는 만큼 즐긴다는 거냐, 참 너답게 변태적이다..."

"좀 전에 카닌도 말하더라. 변태 영감탱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끝까지 어께에 엮은 팔을 풀지 않는 건 무슨 뻔뻔함인지 모르겠다.



"자! 그럼 다 같이 가보자고!"

"어디?"

"의사회 본부 아래의 수련실. 한층 울분을 쏟아내면 좀 진정을 할 여지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와, 자기가 호랑이보다 더 강하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거냐?"

"당연하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어?"



말은 이렇게 하지만 태도는 고양이를 괴롭히려는 못-된 소년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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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유혹2 +1 21.04.13 52 2 13쪽
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262 바닥 아래4 21.04.07 2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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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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