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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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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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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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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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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눈도장2

DUMMY

"갑자기?"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필요는 있어."



시우가 마왕을 죽인지 며칠이 지났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위성이나 마법으로 관측은 했기에 알음알음 퍼져있는 사실. 그리고 며칠이 또 지나면 각국에서 나름대로 조사를 위해서 요원들을 파견할 거다.



이미 예시가 있잖은가. N은 관리-감시한다는 이유로 한국에 파견되어있는 해골장미와 불곰 대원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한가지 알려줄 게 있다면, 존재로 인한 격과 적합자 랭크는 살짝 별개라는 거야. 굳이 똑같이 광배가 있어야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N의 경우에는 깨달음은 쥐뿔도 없지만 선천적인 격으로 시우의 광배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S랭크라고 해서 죄다 시우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광배가 보이는 건 아니다. 격과 강함은 살짝 다른 조건이니까. 확실히 S랭크고 N과 힘겨루기가 가능한 갈리나도 시우의 광배를 못 보고 있는 상황.



하지만 반대로 B랭크 수준에서도 격은 없지만 깨달음을 통해서 정말로 드물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시우가 광배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는 금세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는 소문의 형태로 금방 퍼지겠지. 머리가 아주 나쁘지만 않다면 대충이나마 그 형태를 상상할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시우라면 충분히 안 좋은 방향으로 소문이 확장되는 형태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눈동자가 죽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런 시우를 살짝 걱정스럽게 보던 N은 손시훈에게 당연한 질문을 했다.



<눈동자를 찍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는 이해하는데, 그래도 우선은 숨기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하지 않나?>

"그, 그래! 계속해서 둥둥 떠 있다며! 나는 그럴 의도가 없는데, 왠지 잘난 척하는 거 같잖아!"



시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습은 막 입시 발표 시즌에 대학교 합격장을 이마에 붙이고 다는 것이었다.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당신은 잘만 숨기고 있잖아. 나한테 처음 보여준 당신의 모습은 그 광배가 무려 두 개였어. 그런데 지금은 한 개만 보여주고 있고.>

"설마 이건 필요하지 않으니 귀찮다고 알아서 배우라는 건 아니겠지?"

"나를 뭘로 보는 거냐, 시우야."

<목숨을 걸고 감히 말하자면, 당신은 충분히 그럴 사람인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자신의 팔다리가 날아가도 하지만, 그 반대면 은근히 귀차니즘이 발동되는 게 손시훈이다. 이런 똑같은 감상을 드러내는 시우와 N을 향해서 시훈이 중얼거렸다.



"못 하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애당초 내 광배와 네 광배는 근원부터가 완전히 다른 걸."



자동차로 비유해서 생각해보자.



겉껍데기는 다 비슷해보이는 세단이라도 속의 내용물은 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일 수 있고, 전기 모터일 수도 있으며, 그것들이 적당히 섞여있는 하이브리드 형일 수도 있다. 당연히 작동 원리는 다 다르다.



심지어 내연기관, 전기모터, 하이브리드 형에서도 세부적인 형태의 분류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니까...



"또 다른, 좀 극단적인 예시를 말하자면, 인간이 로봇에게 전원 ON/OFF 하는 게 굉장히 편해 보이는데 나도 필요할 때만 심장 멈추는 방법 알려달라는 말을 들으면 좀 당황스럽지 않을까?"

"아..."

<손시훈님, 진짜 방법이 없는 겁니까?>

"갑자기 왜 처음처럼 극존대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쩔 수 없는 게 바뀌지는 않는단다."



다시 금강경의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계속해서 아라한의 경지를 예시로 들었었는데, 그 앞 내용이 있다. 내용은 비슷하게 아라한 이전의 단계인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에 대한 이야기



수다원은 성자의 흐름에 든 자라고 불리나 실로는 들어간 곳이 없으며,

사다함은 한 번만 돌아올 자라고 불리지만 실로는 돌아옴이 없고,

아나함은 되돌아오지 않는 자라고 불리나 실로는 되돌아오지 않음이 없으니



<저기... 저는 시우 형이나 시연 아가씨나, 김송현 애송이와는 달리 금강경을 배우지 않아서 무슨 뜻인지...>

"본인은 인식하지 못해도 격이 있는 타인은 인식할 수 있는 상대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 하지만 절대적으로는 불교에 있어서 깨달음이란 구체적인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럼 본인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자연스럽게 타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이론은 그렇다만"



불교에서 따진다면 욕계의 번뇌를 스스로 끊어낼 수 있는 아나함의 경지에 닿을때 그게 되기는 된다. 그 경지쯤 되면 자아를 완벽하게 이해함으로 자신을 타인처럼 인식하는 게 가능하니까.



문제는 이게 '나는 아나함이니까 광배를 좀 숨겨야겠다.'가 아니라 '내 광배가 느껴진다. 아하! 나는 아나함이구나.'란 거다. 이어서 이만하면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라면서 왜 숨겨야 하나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 의문에서 나오는 결론은 굳이 일반인 코스프레를 왜 해야 하나 의문을 느낀다는 것.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은근히 살짝 골 때리는 사고방식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뭐가 일반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못하는 상태니 일반인 코스프레가 안된다?>

"그렇지! 역시 용종이라서 그런지 알려주면 이해는 빠르구나."

"야. 그럼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 되잖아."

"시우의 말은 무시하고, 설령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해보자. 그래도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려면 일반인이 뭔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이제는 그것이 뭔지도 모르는 몸이 되버렸는걸."

"야!"



그것이 뭔지도 모르는 몸이라... 표현이 참 은근슬쩍 더럽다고 생각하는 시우를 보면서 낄낄 웃고는 전이마법을 쓰는 시훈이었다.



.

.

.



세계 S랭크 연맹의 회의소. 여기까지만 해도 뭔가 답답한 이름인데 국제 헌터 연합에서 사람들이 온다는 말에 시우의 속이 몇 배로 답답해졌다.



그것이 표정으로 드러나자 조심스럽게 또 다른 방법을 질문해보는 카푸스. 굳이 발도장을 찍는 대신에 손시훈이 몇몇 사람들에게 시우의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내 동생이 막 벽을 뛰어 넘어서 스스로 제어가 잘 안된다고 하면 된다. 그래도 몇몇은 형이니 뒤늦게 성장한 동생을 나름대로 감싸준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시우를 아는 또 다른 사람들이나 당사자를 만나면 진짜로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이 질문에 손시훈은 심드렁한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꽤 귀찮잖아. 이게 훨씬 더 빠르고"

"그렇다네요."

"넌 진짜 내 친구지만 쓰레기 같은 놈이야."

"아니, 그건 내가 일일이 다 돌아다녀야 하잖아? 그리고 전달이 늦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잘 생각해봐."



누군가가 시우의 광배를 봄 -> 조직의 상층부에게 오해가 섞여 전해짐 -> 상층부와 시훈의 접촉에서 시우에 대한 오해가 섞인 소식이 전해짐 -> 시훈이 아니라고 해명 -> 조직의 윗사람이 다시 아래쪽에 전파



"이걸 말이지."



누군가가 시우의 광배를 봄 -> 조직의 상층부에게 오해가 섞여 전해짐 -> 조직의 상층부에서 바로 오해를 풀며 주의를 줌



"얼마나 깔끔해졌어! 효율적이지? 어차피 매도 미리 맞는 게 낫다는 말도 있잖아?"

"효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정말로 소름끼치게 일관적이시네요."



살짝 질렸다는 목소리. 손시훈의 일관적인 효율주의에 의한 또 다른 피해자의 것이다. 그 원망이 담긴 목소리에 손시훈은 대답을 하는 대신, 그 옆쪽을 향해서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보네르 상원의원님. 따님은 요즘 좀 정신 차린 것 같나요? 마두리 카푸르 선생님께서는 학생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하시거든요.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으시다네요."



능글맞은 손시훈의 목소리에 몸을 바들바들 떠는 이본 보네르. 하긴 태연하게 자신을 대한민국에 내던진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괜찮을 리 없다.



이런 딸과는 달리, 진짜 어른답게 담담히 말하는 보네르 상원의원이었다.



"확실히 이본의 교양에 도움이 되었지요. 감사하다고 안부 전해주십시오. 그런데 시우군은 원래부터 정신을 차린 상태가 아닌가요?"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요."



잘 모른다.



이 말에 시우를 유심히 보는 보네르 상원의원과 이본 보네르. 정확히는 시우의 머리의 살짝 위의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둘에게 시훈은 '위'가 아니라 '뒤'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는 두 쌍의 눈동자였다. 이어서 그 눈동자의 초점이 풀렸다가 조여지기를 몇 번 반복한다. 말 그대로 있다지만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필사적인 모습이다.



잠깐 그 모습을 잠시 보여주다 멋쩍은 목소리를 꺼내는 보네르 상원의원이었다.



"이것 참, 이솝우화의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 속에 들어온 기분이야."

"..."

"실례했네, 시우군. 초면에 좀 민망한 짓을 저질렀네."

"저에 대해서 무슨 소문이라도 퍼진 건가요?"

"자네가 광배를 가지고 있다. 그런 첩보가 들어왔다네."



벌써?



"한 때 몽골은 성인 남자의 절반 이상이 출가할 정도였어. 소련의 영향력 때문에 잠시 주춤한 때도 있었지만, 민주화 혁명 이후에는 다시 사찰을 복원하고, 티베트 불교의 수장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서 법회를 열기도 있지."

"그래, 형. 그 이야기는 경태형에게도 들었어. 몽골 국민의 60% 정도가 불교 신도라며. 그런데... 나, 뭔가 굉장한 스님을 만난 기억이 없는데?"

"좀 전에 내 이야기 안 새겨 들었지."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자기 스스로도 수행을 하는 몸이라며 말하기 부끄럽다고 여겨도, 나름대로 광배를 느낄 수 있는 성인의 반열에 들어간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어째 어린 염소로 된 허르헉을 대접받나 싶더니...>

"그건 니가 더 맛있게 냠냠쩝쩝 쳐 먹었잖아! 그리고 의사회 전원이 대접받은 거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소문이 도대체 어떻게,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두려운 시우.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보네르 부녀를 보자 그들은 대충 퍼져있는 소문을 정리해주었다.



"자네에게 몇몇 S랭크처럼 광배가 있다. 그런 소문이 퍼졌네."

"서양에서 광배 하면 천사의 고리, 그런 걸 떠올리잖아요?"

"설명과 묘사를 아무리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으니 소문이 여러 방향으로 왜곡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대부분은 이러니까."



바로 휘황찬란하게 광배를 전개하는 손시훈. 처음에 보여졌던 머리 위의 고리에 더해서 머리 뒤에 또 다른 하나의 고리가 펼쳐진다.



그런데 뿜아내는 빛의 강도가 심상치 않다. 처음 보여준 빛이 정신적으로 찬란했다만, 지금 보여준 빛은 물질적으로도 찬란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시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직접 맞는 걸 피했다만, N과 카푸스는 이 빛을 정면으로 눈에 맞아버렸다.



<끄아아악! 내 눈! 내 누운!>

"개새끼야!"



바로 극심한 고통을 음성으로 호소하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을 두고 보네르 부녀는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여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N과 카푸스가 갑자기 눈을 잔뜩 찌푸리고, 붙잡으면서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광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비적합자인 시우까지 움찔거리니 손시훈이 뭔가 하고 있구나 짐작이 되는 거지, 아무것도 몰랐다면 정말로 뜬금없이 느껴질거다.



이를 두고 나름대로 회복을 한 카푸스는 나름대로 힘껏 손시훈의 정강이를 찬다. 하지만 이만하면 나은 반응. N은 충격이 훨씬 더 심했는지 계속해서 눈을 붙들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내... 눈.... 안 보여.....>



본 모습은 흉악한 정령용이지만 지금 모습은 어리고 순진한 한 명의 소년. 그 소년이 눈을 감고 허공에 손을 뻗어서 휘젓는 모습이 참 안타까운지 이본의 손이 자연스럽게 뻗어진다.



그 부축을 물 흐르듯이 받는 N을 보면서 시우는 저 녀석은 참 여복이 유별난 녀석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장난 좀 치겠다고 눈뽕을 갈겼나..."

"새끼야."



결과적으로 순수하게 고통만 받은 건 카푸스 뿐이다. 그렇기에 그가 욕을 해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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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유혹 21.04.12 54 2 13쪽
264 바닥 아래6 21.04.09 22 1 13쪽
263 바닥 아래5 +1 21.04.08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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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바닥 아래2 21.04.05 24 1 13쪽
259 바닥 아래 21.04.02 26 1 13쪽
258 유적2 21.04.01 21 1 13쪽
257 유적 21.03.31 2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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