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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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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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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상한 사람2

DUMMY

마치 비둘기 수 십 마리가 허둥지둥 도망가는 모양새. 그 가운데에 있는 와중에 마경태는 구체적으로 황조롱이가 뜨면 비둘기들이 이렇게 도망간다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 말대로 차라리 트랄켓이면 좋겠는데...트랄켓도 크호콘펠처럼 사람을 왠만해서는 잘 습격하지 않아요."



이 세계의 괴조는 하나같이 크기가 제일 작은 것이 3-4미터는 되는 괴조들이다.



거기서 예외가 셋 있다면 그것이 바로 크호콘펠, 트랄켓, 부보비. 크기만으로 따진다면 이 녀석들이 진짜로 최약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겉모습과 크기만으로는 지구의 송골매, 황조롱이, 수리부엉이와 구분이 힘드니까.



하지만 이 세계의 대다수 괴조들이 크기를 우선적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저 셋은 내면적인 스텟과 어딜 봐도 평범한 날개로 한다고는 믿기지 않는 비행 기술을 압도적으로 기르는 방향으로 진화한 몬스터들이다. 그렇기에 크기가 30m를 넘어가는 괴조들과 생태계상에서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덩치가 작다 보니까 비행을 하지 않을 때는 상당히 약한 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을 잘 습격하지 않는 거군요."



사람을, 혹은 날지 못하는 지상의 생명체를 사냥하려면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하는 편이니 평상시에는 똑같이 날아다니는 다른 괴조들을 주로 사냥하는 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인지 괴조가 아닌 생명체하고는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자신이 지상에 내려와 있을 때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에, 공중의 다른 괴조들을 내쫓아주는 형태로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중에 드리워지는 거대한 그림자는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위장이란 완전히 집어치운 검은색. 밤이라면 모를까 분홍색의 하늘에서 저런 검은 색은 자신의 존재를 숨길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설령 다른 평범한 괴조처럼 분홍색과 민트색의 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모습이라면 눈에 띌 것이다.



지금까지 봤던 그 괴조보다도 기괴한 모습. 머리와 날개는 평범한 새인데, 날개의 형태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바로 의문에 찰 수밖에 없는 형태다. 날개 대신에 다리가 길게 자라난 거대한 불가사리를 달아놓은 모습. 하늘에서 그 다리를 이리저리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는 모습은 기괴하기만 하다.



자세히 보면 난다기 보다는 하늘을 기어 다니는 모습에 가깝다. 그 허공에 팬터마임을 하는 듯 한 기괴한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박미소였다.



"아티다 벨. 저 녀석은 아니에요. 똑같이 먹이사슬 공동 2위들 중에 하나지만 상성이 심하게 안 좋거든요."


지구의 송골매가 압도적인 속도로 사냥을 하듯이 이 세계의 크호콘펠도 압도적인 속도를 이용해서 사냥한다. 어떻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불가사리와도 같은 날개로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저 괴조는 크호콘펠의 압도적인 속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다고 한다.




날개를 이리저리 비틀면서 버둥거려도 크호콘펠의 급강하와 함께 날리는 발차기에 목뼈가 아작 난다나.



그렇기에 어떻게든 크호콘펠의 새끼를 본다면 죽이려 든다고 한다. 성체가 되면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 새끼를 노린다는, 비정하지만 당연한 자연의 전법이다.



"그럼 우리 좀 큰일난거네?"


"네. 그렇죠. 그러니까 새끼 좀 내려놓으실래요?"



박미소의 기나긴 설명에도 불구하고 크호콘펠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마경태의 팔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불쌍한 엄마새의 배려도 해 줬는데, 가련한 새끼새를 보고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저기요."


"크호콘펠이든 뭐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조사팀이야! 근처에서 정이 깃든 새끼새를 보고 지나칠 리가 없다고!"



이제 와서 갑자기 설정을 충실하게 따라는 그 모습은 여러모로 대단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하게 버린다는 말을 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고 한 마디를 꺼내려는 순간 시우는 자신들을 초롱초롱 바라보는 눈과 시선을 마주치고 말았다.



"-삑"



차라리 대놓고 무서워하는 모습을 본다면 삐딱한 마음을 억지로 먹고 영악하다라는 말이라도 하련만, 울음소리도 그렇고 크호콘펠의 새끼는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너무나도 순수한 그 모습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버린 시우, 그를 보고 반은 설득했다고 생각한 마경태는 고개를 박미소를 향해서 돌렸다.



그러나 마경태의 설득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듯이 적운흉풍이 마경태의 정수리를 자신의 발굽으로 내리찍은 것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기습이라서 그 일격에 바로 기절하는 마경태. 그 와중에도 뒤로 넘어지면서 크호콘팰을 감싼 그 의지만큼은 대단한지 적운흉풍은 가볍게 혀를 차고 있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듯이 그는 가볍게 새끼 크호콘펠의 목을 가볍게 물어서는 위로 들어올렸다. 그제야 불안함을 느꼈는지 조금 삑삑거리는 울음소리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운흉풍은 그 울음소리를 무시하며 준비가 됐다는 식으로 박미소를 볼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시험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에 가까웠다. 그 시선과 중압감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시우였다.



"반드시 죽여야 하는 건가요?"


"그게 상냥한 편이긴 해요."



고문과 학대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령 사냥도 아니고, 반 죽어가는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나, 해파리를 꼬리로 뻥뻥 치면서 가지고 노는 돌고래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물며 자신보다 압도적인 약자인 동시에, 성장하면 자신을 사냥하는 존재니 악감정이 더해질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기에 박미소의 상냥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우는 등골에 살짝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머리가 좋다면 아직 날지도 못하는 크호콘펠의 새끼를 떨어트리고 낚아챈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그 괴롭힘을 받으면서 낼 삑삑거리는 소리는 지금 내고 있는 소리에 비할 게 못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미소의 말대로 단숨에 죽이는 것이 상냥한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버리고 가는 방법도 있겠군요."


"비율로 따진다면 비슷했죠."



포식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잔인한 꼴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버리고 가는 쪽.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으로 잔인한 꼴을 당하기 전에 목숨을 끊어주는 쪽.



둘 다 잔혹하기는 하지만 경험이 만들어낸 선택이다.



잔인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몬스터 하나를 살리자고 자신들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고, 더 많은 사람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리석은 선택이니까.



아예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도는 시우를 향해서 박미소가 말했다.



"이걸 일일이 설명하고 있는 시점에서 저도 이상한 사람이에요."


"이상한 사람이라. 그럼 조사팀에서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말하죠?"


"죽이고 나서 설명을 했겠죠."



기절해있는 마경태를 사이에 두고 잠깐 침묵이 돌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낡은 문을 여는 것 같은 끼이익 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은 시우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 함께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적운흉풍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그래, 이 녀석도 베테랑이었지.'



손시훈의 정체가 수상한 만큼, 적운흉풍의 정체도 수상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령마의 특성상 주인이 수상하면 수상할수록, 베테랑일게 분명한 것이다. 수많은 주인을 거쳤다면 온갖 상황을 겪었을 것이 당연할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끼 크호콘펠의 목을 바로 물어서 부러트리지는 않고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을 자신에게나 맡기는 다는 뜻이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거대한 괴조인 아티다 벨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동시에 재촉을 하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퍼졌다. 버리고 가든, 죽이고 가든 자신의 심기를 그만 건드리라는 경고. 그 경고를 듣고 하늘을 잠깐 올려다 본 시우는 다시 고개를 박미소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이해만 하는 이상한 사람 정도로 충분해요."


"그럼?"


"가자, 적운흉풍."



길게 말하지는 않았다. 적운흉풍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먹는 영리한 사령마니 말이다.



쓰러져있는 마경태의 위에 자신이 물고 있던 크호콘펠의 새끼를 내려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도 버리니, 죽이니 하던 사람에게 주는 건 찜찜하다는 사실을 알고 하는 행동.



적운흉풍의 그런 의도가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호콘펠의 새끼는 마경태의 가슴 위에 올라가자 안정감을 되찾았는지 삐삑거리는 소리를 멈추었다.



이이서 팔을 내미는 시우를 향해서 시작의 동작을 하기 전에 자신의 목덜미를 잠깐 비비는 적운흉풍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잘 생각했다.' 자신의 그 생각을 말로는 전달하지 못하니 행동으로 대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칭찬을 마친 적운흉풍은 아주 부드럽게 시우의 팔을 물어서는 가볍게 돌리듯이 들어올렸다.



"그럼...저는 충분한데 미소씨는 충분해요?"


"시우씨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저도 충분해요. 이상한 사람이면 뭐 어때요. 자기 앞가림만 잘 하면 그만이지."




'이상한 사람이면 뭐 어때.'



박미소의 말대로 자기 앞가림만 잘하면 그만이다.



자신의 형을 생각해보자, 온갖 괴상한 짓은 중간중간에 다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자기 앞가림을 하니 해결되지 않는가?



자신 또한 그런 방향의 사람이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근처에 헌터들이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하고, 이해해도 싫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자신이 행동으로 보여주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시우는 확실히 카푸스의 1부 훈련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성취는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대충 알겠어.'



적운흉풍을 타자마자 느껴지는 끓어오르는 내공. 내공에 집중하니 고양감이 느껴지고, 고양감에 집중하니 자신의 본질이라고 부를만한 것에 겹쳐있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겹쳐 있는 것인지, 박혀 있는 것인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평범했던 비적합자의 몸을 일시적으로 수 십, 수 백 년간 단련을 해 온 무공사용자의 몸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따져보면 적운흉풍하고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존재다. 적운흉풍은 단지 쓰기 편한 상태로 만들어 줄 뿐. 그렇다고 해도 적운흉풍의 도움 없이 힘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상 그것은 절대로 시우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영혼이 육체에 영향을 주듯이 육체로 영혼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시우가 거기서 생각을 더 이어가려는 찰나, 지금까지 참았다면 충분하다는 듯이 괴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아무리 봐도 새의 날개가 아닌 것 같은 불가사리와도 같은 날개의 끝들을 이리저리 꺾는 것이었다. 그건 마치 안에 관절이라도 있는 것처럼 각이 잡혀 있었다.



이어서 몸 뒤쪽으로 꺾인 날개의 끝들은 로켓처럼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전의 10m크기의 괴조가 자신의 날개를 비행기처럼 꺾은 다음 비행기처럼 날아가던 것 이상의 기괴함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아직까지 괴조는 낙하를 하고 있지 않았다. 허공에서 붙잡기라도 한 듯이 날개의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은 점차 커져만 가는데도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고작.



일단 짐작을 해보면 일종의 준비 동작일 것이다. 육상 달리기 선수가 금방이라도 비틀거리면서 넘어질 것 같은 크라우칭 스타트를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정확히 뭘 하려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짓을 하려는지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한 번 적에게 선수를 내주면 계속해서 선수를 잡힌 채로 질질 끌려 다녀야 한다. 그러니 시작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적운흉풍의 허리를 허벅지로 찬 시우는 괴조의 시선을 향해서 적운흉풍의 머리를 향하게 했다.



적운흉풍을 믿고, 형의 영혼을 믿고, 자신이 그 영혼에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방이 꼴아 박더라도 얼마든지 받아치면 되는 것이다.



그 마음가짐으로 아티다 벨의 시선을 자신에게 억지로 맞춘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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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수상한 전문서적 +1 20.06.03 129 4 14쪽
31 조사팀2 20.06.02 135 5 13쪽
30 조사팀 20.06.01 150 5 13쪽
29 영혼과 무공4 20.05.31 168 8 15쪽
28 영혼과 무공3 20.05.30 174 6 15쪽
27 영혼과 무공2 +2 20.05.29 191 6 15쪽
26 영혼과 무공 +2 20.05.28 226 7 15쪽
25 마왕 혹은 수호자 5 +3 20.05.27 188 10 17쪽
24 마왕 혹은 수호자 4 +1 20.05.26 170 7 15쪽
23 마왕 혹은 수호자 3 +1 20.05.26 179 6 17쪽
22 마왕 혹은 수호자 2 20.05.25 202 6 16쪽
21 마왕 혹은 수호자 1 20.05.24 226 9 16쪽
20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7 +1 20.05.23 232 8 15쪽
19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6 +2 20.05.22 236 8 15쪽
18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5 20.05.21 253 8 16쪽
17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4 20.05.20 258 8 15쪽
16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3 20.05.19 290 9 15쪽
15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2 20.05.18 303 10 14쪽
14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20.05.17 358 10 15쪽
13 등잔 밑이 어두운 법 4 20.05.16 365 11 16쪽
12 등잔 밑이 어두운 법 3 20.05.15 406 10 16쪽
11 등잔 밑이 어두운 법 2 20.05.15 500 11 15쪽
10 등잔 밑이 어두운 법 +1 20.05.14 668 10 16쪽
9 S vs S 4 +1 20.05.13 728 15 16쪽
8 S vs S 3 +3 20.05.12 882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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